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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템왕-255화 (255/350)

255화 대격변 (1)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타이토닉의 김석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귀염둥이, 양민아입니다!』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 공성전이 돌아왔군요. 이렇게 타연 속에서 찾아뵙는 건 오랜만이지요?』

『네, 너무너무 그리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처럼 오늘 공성전을 손꼽아 기다려오셨을 텐데요. 시청자 여러분, 혹시 저희가 어디에 나와 있는지 알아보시겠나요?』

『하하! 저희 프로의 애청자분들이시라면 모르시는 분이 안 계시겠죠? 이곳은 지난달 멋진 명장면을 탄생시킨 곳. 시공의 틈새로 타연에서 가장 인기가 높아진 성, 아베르 앞입니다!』

『와! 이번 공성전에서도 저희가 중계할 곳은 또 이곳이었네요? 하긴 지난달 이곳에서, 너무너무 멋진 명장면들이 탄생했었죠!』

『그렇습니다. 오늘 역시도 아마 모든 성 중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확률이 높은 곳이죠! 최근 전해드렸던 것처럼, 버닝스타 길드와 태성 길드 간의 사이가 급격히 악화된 상태니까요. 분명 이번 공성을 기다리며 복수의 칼을 갈았을 겁니다.』

『장안의 화제였던 산드로 님의 일인 통제를 말씀하시는 거죠? 일반 필드와 달리 공성전에서는 그런 활약이 불가능하실 테니, 과연 오늘 어떤 전투를 선보이시게 될지 너무너무 궁금하네요! 그나저나, 계속해서 검은 망토를 둘러쓰신 분들이 성안으로 삼삼오오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는데요…….』

삑!

잠시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타이토닉을 시청하다가 TV를 껐다.

“뭐 볼 게 있다고 벌써부터 성 앞까지 와서 방송하는 건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잖아?”

“그만큼 오늘 공성전이 재밌을 것 같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냐? 나도 직접 뛰는 입장만 아니었다면, 치킨 시켜놓고 올타로 수다나 떨면서 직관했을 거 같은데?”

“그래? 어쨌든 죄송하게 됐네. 암만 봐도 오늘 공성전의 하이라이트는, 아베르가 되진 않을 것 같으니까.”

“크크, 그러게. 아무튼 슬슬 떨리는데? 과연 오늘 공성전이 어떻게 끝나게 되려나…….”

매달 치러지는 공성전.

마치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시험장에 입장하기 전처럼, 공성 날만 되면 아침부터 긴장됐다.

물론 안에 들어가 직접 플레이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아다녔지만.

“현중아, 이제 접속할까? 다들 기다릴 텐데.”

“어지러운 건 좀 괜찮아졌어?”

“어. 좀 진정됐어. 약간 남아있는데, 이 정도면 됐어.”

늘 그래왔지만…….

이번 공성전은 특히나 준비할 것들이 많았다.

지금껏 한두 개 성들만 공략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 공성전은 그 스케일부터가 완전히 달랐으니까.

그게 부담됐던 걸까?

공성을 준비하느라 한 시가 바쁜 이 시각에, 난 잠시 로그아웃하는 것을 택했다.

자칫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공성 도중에 강제로 아웃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캡슐의 인공지능은 유저의 바이오리듬을 체크해서 플레이 가능 상태인지를 수시로 확인한다.

그래서 연속으로 열 시간이 넘도록 플레이해도 괜찮은 경우가 있는 반면, 접속 몇십 분 만에 쫓겨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론 프로 타연러라 자부하는 내가 그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은 낮았지만, 그래도 만약에 대비해서 잠시 나와 휴식을 취했다.

“들어간다?”

“옥케이! 가자, 오늘도 전설을 만들러!”

“크크, 오냐!”

굳이 함께 따라 나와준 현중이.

그렇게 동시에 재접속하자, 익숙한 아베르 주성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왔구나!”

“왔어요, 형? 컨디션은 괜찮아요?”

내 접속만을 기다렸단 듯이 다가와 안부는 묻는 축빙 형님과 당당이.

뒤이어, 주성 안을 새카맣게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드디어 흑풍단주님이 접속했다!”

“와아아!”

“산, 드, 로! 산, 드, 로!”

마치 도떼기시장이라도 된 것처럼 소란스러운 주성 안.

소규모 길드라 늘 비어있던 성안이 이렇게 가득 차 있는 건, 오늘도 수성을 돕기 위해 많은 흑풍단 유저들이 찾아와줬기 때문이었다.

“감사합니다, 흑풍단 여러분! 오늘도 멋진 활약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요!”

“며칠 전 공틈은 졸업했지만, 의리로 왔습니다!”

현재 난, 통칭 흑풍단으로 불리는 세력을 크게 2개로 구분하고 있었다.

하나는 소규모나 중규모 단위의 길드로 뭉쳐서 활동 중인 흑풍단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무길드거나 다른 길드면서 한 번씩 흑풍단으로 참여하는 개인 유저들.

둘 중 뭐가 됐건 흑풍단의 상징인 검은 망토를 썼다는 건, 최소한 우리 아베르를 지키는 데 일조하겠다는 뜻.

개인 흑풍단원들은 이번에도 아베르를 사수하기 위해, 공지했던 대로 미리 성안으로 들어와 수성을 준비했다.

그리고 피닉스에서 파견 나온 성기사들도 각각 지난번처럼 공격대를 만들어, 유저들을 부대 단위로 배치하고 있었다.

“어째 저번 달보다 더 늘어난 것 같다?”

“그러게요. 공성할 흑풍단들은 따로 빠졌는데도 이 정도네요. 흑풍단이 이렇게나 커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짧게 인사를 한 뒤 뒤로 빠지자, 지켜보시던 축빙 형님이 말했다.

“게임도 하나의 또 다른 세상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래.”

“……네?”

“인생이란 게 그런 거거든. 뭐든 생각대로 안 되기도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잘 풀릴 때도 있지. 그냥 다 네가 인복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해라.”

“인복이요?”

“그래. 드로 넌, 생각보다 인복이 많아. 바꿔 말하면, 그만큼 따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리더쉽도 뛰어나단 소리지.”

“헉! 저보고 리더쉽이 있다고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뜬금없이 진지한 말을 건네시는 형님.

아무래도 오늘 내가 평소 같지 않은 것 같자, 사기를 북돋아 주시려는 듯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게 리더의 자질이 있다니?

“쑥스러운 모양인데…… 굳이 부정하지 않아도 돼. 주변을 한번 둘러볼래? 우리 버닝스타, 그리고 피닉스. 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인 수많은 흑풍단원들까지……. 이 많은 사람들을 자발적으로 모이게 만든 건, 전부 너 산드로란 사람이 이룩한 업적이잖아? 그러니까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일단 나만 해도, 네가 우리의 길마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거든.”

“그거야 전부 다 각자 필요에 의해서…….”

“필요든 뭐든지 간에,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모였고 전부 네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야. 명심해, 드로야. 더 이상 함부로 스스로를 낮추지는 마라. 우리의 리더인 널 스스로 낮추는 건, 우리를 낮추는 일이기도 하니까.”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평소 축빙 형님을 보고 우리의 변화된 위상을 실감하지 못한다고 여겼는데…….

정작 본인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통합 랭킹 1위 달성.

한 길드의 마스터이자 성주.

타연이란 게임의 최선두를 달리는 플레이어.

나를 설명하는 단어는 많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매사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해왔지만,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져야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지금의 난, 이 많은 유저들을 대표하고 이끄는 사람.

내가 하기에 따라 이들은, 좌절과 실망을 할 수도…… 혹은 더없는 즐거움과 환희를 맛보게 될지도 몰랐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무게.

그 진정한 의미가 새삼 무겁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형님. 덕분에 오늘 공성전에 어떻게 임해야 할지, 맘을 다잡게 됐어요.”

“뭘 이런 거로. 이제야 늘 자신감 넘치던 우리 길마로 돌아온 것 같다. 아무튼 이제 곧 공성이니까, 지금쯤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공성 시작까지는 50여 분.

드디어 감춰왔던 비장의 무기를 대중 앞에 공개할 순간이었다.

[산드로: 다들, 이제 가호를 내려 주세요!]

[핑크래빗: 네, 길마님!]

[대탐험시대: 넵!]

[기파랑: 네!]

[무적살라딘: ㅇㅋ!]

미처 공성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아직 천계에 남아 있던 길드원들.

그들이 각각 맡은 명단대로, 차례차례 가호를 내리기 시작했다.

“엇! 이거 뭐야?”

“루이튼의 가호? 이게 주어졌다는데?”

“어? 난 텔로란데?”

번쩍, 번쩍.

마치 저녁 무렵 거리의 가로등처럼, 검은 물결 속에서 하얀빛과 녹색 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주변은 금세 수많은 빛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흑풍단 여러분들!”

이 뜻밖의 상황에 놀라 시끌벅적해진 실내.

하지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벽을 타고 올라간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껏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들 소문으로만 듣던 신의 가호를 받고 계시죠? 지금 내려진 이 신의 가호란 버프는, 저희가 태성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무기이자 선물입니다!”

“…….”

“사실 태성은 강합니다. 그리고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수도 징글징글하게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겁났더라면, 저나 여러분들이 이렇게 여기에 와있진 않았겠죠?”

“하하하!”

“맞습니다, 드로 님! 뭐 진짜로 죽는 것도 아닌데, 까짓거 죽으면 죽는 거죠!”

유쾌하게 대답하는 몇몇 흑풍단원들.

태성의 강압적이고 숨 막히는 분위기와 달리, 난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게임은 이렇게 게임답게 즐기는 게 맞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이미 커뮤니티를 통해 소문을 들으셨겠지만, 오늘 저희 흑풍단과 피닉스 라인은 태성 라인의 성들을 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저희의 집도 단단히 잘 지켜야겠죠? 제 사비를 탈탈 털어 가호를 준비했으니, 부디 태성의 공세를 꿋꿋이 버텨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꼭 멋진 성과를 가지고, 당당히 돌아오겠습니다!”

“와아아!”

성이 떠나가라 질러대는 함성.

그걸 내려보고 있자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지금 열광하는 것이, 전부 나로부터 비롯됐단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 않았다.

‘오늘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신검 때문에 절대 죽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이들 때문에라도 절대 죽어선 안 됐다.

혹여 내가 죽기라도 한다면, 이들의 사기가 무참히 꺾이게 될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내가 죽지 않고 활약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꿈꾸게 되겠지!’

오늘따라 유달리 긴장하고 떨렸던 이유.

그건 항상 나를 지켜줬던, 마나 쉴드가 더는 없기 때문이었다.

예전처럼 과감하게 움직이기도 힘들뿐더러 죽을 위험도 큰 상황.

그러니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었다.

공성전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단 1초도 방심하지 않고, 최고의 집중 상태를 유지하겠다고!

[은신!]

그렇게 환호하는 흑풍단들을 둔 채 모습을 감추며, 첫 공략을 시작할 성을 향해 이동했다.

* * *

[국선: 정말 의외였습니다. 오늘 공성전의 시작을 이 성으로 정하실 줄이야.]

[유머스트다이: 그러게 말입니다. 산드로님이 이렇게나 우릴 살뜰히 챙겨줄 줄은 몰랐습니다!]

[산드로: 기왕 공성하려고 작정했으면, 일단 뺏긴 것부터 되찾아야죠! 그리고 두 길드가 다시 기반을 다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야만, 다른 유저분들도 저희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겁니다.]

[지옥불: 맞습니다. 아무튼 과감하고 위험한 작전이 될 테니, 다들 집중하기로 하지요.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지만 오늘 공성전이 계획대로 흘러갈 테니까요.]

우뚝 솟은 첨탑이 돋보이는 외딴 성.

우리가 있는 이곳은, 화랑 길드가 줄곧 점령하다가 지난달에 뺏긴 라켄 성 인근이었다.

다들 제각각 흩어져 있었지만, 공유 중인 채팅창만큼은 바삐 돌아갔다.

[산드로: 이제 딱 1분 남았습니다. 다들 넘어오세요!]

잠시 긴장도 풀 겸 나누던 대화를 멈추고, 모두를 소집했다.

그러자 내 말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마을에서 공간이동술사를 타고 나타난 피닉스 라인의 유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중 태반은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형님, 다음 공성전에 대비해서, 지금부터는 페가수스 확보에 집중해주세요!

-페가수스 라이더를? 벌써 다음 공성전을 준비하란 거냐?

페어리 퀸의 공중 정원에서 페가수스가 풀린 이후.

난 지옥불 형님께 최대한 많은 페가수스를 준비해줄 것을 주문했다.

타이탄과 더불어 비행 탈 것이, 앞으로의 공성전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비행 부대를 양성하고자 한 건 아니었다.

태성이라고 같은 생각을 못 했을 리 없고, 놈들 또한 페가수스를 획득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드로, 네가 세운 작전이란 건?

-네. 수성의 비중은 확 낮추고 공격에 모든 것을 거는 게, 이번 공성의 주 작전입니다. 각 성의 공성전은 오벨리스크만 무너지면 그 즉시 종료되니까요.

지난달 공성전을 통해, 태성 라인은 총 25개의 성 중 17개나 차지하게 되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숫자.

사실상, 태성이 대륙을 점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하지만 좌절하기엔 일렀다.

비록 놈들이 많은 성을 점령했더라도 아직은 고작 한 달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많다’라는 게, 결코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성이 많다는 건 그만큼 병력도 분산될 수밖에 없단 뜻이에요. 아무래도 중요도 순으로 주력 병력을 배치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저희는 그 점을 공략할 겁니다. 전 병력을 이끌고 가장 약한 성부터 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네. 역사상 가장 빠른 치고 빠지기로 성을 점령할 생각이에요. 대략 5, 6분마다 성 하나씩을 먹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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