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62화 (262/350)

262화 건국 (3)

신의 선물 뽑기라니…….

이 얼마나 설레는 단어던가?

부러워 죽을 것만 같았던 다리우스의 득템 순간.

내 타연 인생이 새 출발 하게 만들었던 계기를, 내가 직접 해볼 수 있는 날이 찾아왔다.

“뭐야? 왜 아무 말도 없어? 얼른 들어가자니까? 사람들이 기다리겠다!”

“인마, 넌 날 아직도 그렇게 모르겠냐? 지금 내가 왜 평소처럼 바로 로그인 안 하는지?”

“응?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내가 보채기도 전에 접속부터 하는 놈이었는데……. 왜 꾸물대는 거냐?”

“나도 한숨도 못 잤다. 내가 정말 국왕이 된다는 게, 도무지 실감이 안 나서!”

하지만 그것보다 나를 더욱 떨리게 만든 것.

그건 어쩌다 보니 내가, 결국 건국까지 하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방구석 솔플러였던 내가, 왕이 된다니?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이냐? 근데 이게 진짜 이뤄졌다니!’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대통령 투표를 직접 해봤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저 자리까지 올라가 당선되려면, 삶의 얼마나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정답만을 골라냈어야 하는 건지.

당연히 타연 속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해봤다.

그랬기에 반년 전, 다리우스의 건국을 지켜보면서 나완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난…….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뚫고, 많은 조력자들의 도움과 협력 끝에 이 자리에 서게 됐다.

랭킹 1위와는 다른, 타연 속 또 다른 정점.

유저가 만든 국가의 ‘국왕’이란 자리에!

“좀 진정됐다. 그만 들어가자!”

“그래 이놈아! 그래야 강지환. 아니, 산드로답지!”

내가 접속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

그리고 내 결단을 궁금해하고 있을 유저들.

그들을 만나러 타연 속으로 접속했다.

* * *

[‘아카시아’ 님이 길드 가입을 요청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길드 마스터의 타 길드 가입 요청.

그건 자신의 길드가 요청한 길드에 흡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로 간에 한 번 더 추가 확인 과정이 있었다.

[‘최강흑풍단’ 길드의 모든 자산과 인원이 당신의 길드로 흡수됐습니다.]

[딱밤딱대: 와! 나도 이제 버닝스타 길드원이다!]

[아카시아: 다들 채팅은 자제하시고, 말씀드린 대로 조용히 탈퇴해 주세요.]

길드 인원이 갑자기 폭증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길드 업적치도 넘어왔다.

[현 접속 길드원(178/273)]

이미 상급 길드가 된 지는 오래.

따라서 500명 정원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흑풍단01’ 길드의 모든 자산과 인원이 당신의 길드로 흡수됐습니다.]

[‘흑풍단99’ 길드의 모든 자산과 인원이 당신의 길드로 흡수됐습니다.]

정원은 금세 다 찼고, 아직 남아있던 채로 흡수된 유저들은 안내를 받고 하나둘씩 탈퇴했다.

이론적으로 이렇게 가입하고 나간 뒤 길드를 재창설하면, 성과 길드 업적치만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실제 결과 또한 예상대로였다.

-그럼 건국하게 되면, 저희도 태성처럼 1군, 2군, 3군으로 나눠서 플레이하게 되는 건가요? 상급 길드 정원은 500명이라 한 길드로는 유지가 안 될 거잖아요?

-아닙니다. 저희 버닝스타는…… 그냥 지금처럼 소수 길드로 쭉 남겠습니다.

-네? 어째서요? 아니, 건국을 했는데 어떻게요?

-약속 때문에 굳이 건국하게 된 것이지, 일반 유저분들께 태성처럼 세력을 늘리려는 모습으로 비추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라인 간의 전쟁을 패권 다툼으로 오해하실 수도 있고요. 다음 달 공성전 때 아베르를 제외한 모든 성을 나눠드려서, 타연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1성 국가가 되겠습니다.

-애써 먹은 성인데 아깝지 않겠니, 드로야?

-괜찮습니다, 지옥불 형님. 굳이 욕심 부릴 필요도 없고, 유저들에게 또 다른 티에스 국 취급을 받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어젯밤 의논 끝에 내린 결론.

우리 버닝스타가 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엔 다들 이견이 없었다.

거래 조건이라서 뿐만 아니라, 국가가 되면 받게 되는 혜택들이 제법 많았으니까.

하지만 길드원이 늘어나고 길드 자체도 한순간 커지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것이 우려됐다.

단 10인 길드였던 우리가, 단숨에 수천 명 단위의 2군, 3군 길드를 보유한 대형 길드가 된다니?

그런 건 원한 적도 없지만, 그래서도 안 될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드로 넌, 언제나 옳은 선택만 해온 것 같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축빙 형님?”

마지막 길마인 검객을 기다리는 동안, 조용히 지켜만 보시던 축빙 형님이 말했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한 나라의 국왕이 되는 일인데…… 이렇게 욕심 없이 내려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거거든. 성이든 길드원이든.”

“에이, 전 그럴 깜냥이 안 돼서 그런 거죠. 작은 길드의 길마야 어쩌다 보니 맡아서 하곤 있었지만, 수천 명 단위나 되는 길드원들을 어떻게 관리해요? 아무리 팀원분들이 도와주신다곤 해도요.”

“그게 이번 공성전에서 만 단위 병력을 오더했던 유저 입에서 나올 말이냐? 전에 말했듯, 너에겐 리더의 자질이 있어. 그리고 이번 결정 또한 너의 그런 자질이 잘 드러나는 선택이지.”

“또 무슨 금칠을 해주려고 이러시나? 현중이랑 다르게, 형님 누님은 너무 제 기를 살려주고 싶어 하셔서 부담이라니까요.”

“부담은 무슨. 사실 네가 국가를 만들고 세력을 키우면 태성과의 전쟁이 더 수월해지긴 하겠지만…… 사실 피닉스 라인 전체로 봤을 땐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거든. 막대한 세금이 걷힐뿐더러, 리버스 국으로 몰릴 유저가 우리 쪽으로 분산될 수 있으니 은근히 사이가 멀어질 수도 있었겠지.”

“…….”

“근데 네가 1성 국가로 남겠다고 말한 순간, 그 리스크는 전부 사라졌어. 알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엔 정확한 판단 같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드로 넌 거의 본능적으로 나서야 할 때와 빠져야 할 때를 기가 막히게 알아채더라고. 개인적으로 리더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형님이 하신 말씀은 내가 접속하기 전에 떠올렸던 생각과 비슷했다.

기가 막히게 정답만 선택해온 삶.

그 결과 나 또한 이 자리에서 섰고, 지금도 그런 선택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니…….

이상한 기분이 드는 한편, 지금 들은 이 칭찬이 다른 의미로도 들렸다.

‘내가 계속 정답만 선택하고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태성은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건가? 이건 기분 좋은데?’

바로 이렇게 말이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아니에요. 저도 늦게 접속한걸요.”

어제의 승리뿐만 아니라 잠시 후 있을 건국으로 들뜬 길드원들.

모두 사냥 나가지 않고 성안에서 수다를 떨다 보니, 마침내 마지막 성을 넘겨줄 검객이 도착했다.

원래 넥스트의 길드원은 정원을 꽉 채운 500명.

하지만 미리 길드원들을 줄이고 온 덕에, 바로 합병할 수 있었다.

[‘넥스트’ 길드의 모든 자산과 인원이 당신의 길드로 흡수됐습니다.]

[5개 성의 주인이 되었기에, 건국의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퀘스트 ‘국가 건설’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메시지들.

들은 바대로 건국은 퀘스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방식이었다.

[국가 건설: 특별 퀘스트]

* 클리어 난이도: D

* 가이라 제국의 황제나 각지의 교단을 찾아가 건국을 승인받으십시오.

* 퀘스트 클리어 보상: 건국 및 업적 획득

“퀘스트가 주어졌네요. 건국하라는…….”

“와, 드디어!”

덤덤하게 진행하려 노력했지만, 막상 퀘스트 설명 창을 읽고 있자니 가슴이 주체 못 할 정도로 두근댔다.

수천만 타연 유저 중 단 4명만 받아본…….

그리고 여전히 앞으로도, 선택받은 극소수만 받게 될 초희귀 퀘스트!

“감사합니다, 검객 님! 여러분, 다들 가볼까요?”

“가자 가자!”

“우리 버닝스타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조용히 혼자 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모두와 함께 루이튼의 성지가 있는 룬몬으로 이동했다.

처음 길드를 창설할 때만 해도 꿈에도 못 꿨던 일.

국가를 건국하는 일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이룬 결과물이니까!

“드로 형님, 근데 이런 역사적인 일을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거예요?”

“이게 뭐 별거라고……. 그럼 내가 다리우스처럼 방송사들이라도 부를 줄 알았냐? 운영자 도움 없인, 되기도 힘들 일을?”

“그게 아니더라도……. 이건 뭐 그냥 길드 창설하듯 대충 하는 것 같으시니까요.”

“뭘 대충해? 이렇게 우리 길드원들과 함께하는데!”

수천 명의 부하와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이루어졌던 다리우스의 대관식.

하지만 지금 곁에 있는 열 명 남짓의 진실된 축하가, 진심으로 그보다 더욱 값지다고 생각됐다.

“도착했네요.”

한산한 교황의 집무실.

천문이 멀지 않은 곳이라 유저들이 구경삼아 들를 만도 하지만, 여전히 인기 없는 모양이었다.

난 오랜만에 보는 교황에게 다가가, 준비한 멘트대로 말을 건넸다.

“빛의 신 루이튼 님의 신실한 검 산드로가, 안테로 교황님을 뵙습니다. 루이튼 님의 성스러운 가호 아래, 건국을 천명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사명을 간직한 용자이자 신검의 주인인 산드로여. 그대는 국가의 성립 조건을 모두 충족하였습니까?”

“네, 모두 충족했습니다. 교황님.”

유저가 국가를 건국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2가지 방법이 알려져 있다.

전쟁 관계인 제국 황제 루트는 당연히 선택할 수 없었고…….

다리우스나 지옥불 형님, 제독과 같이, 나와는 여러모로 인연이 깊은 빛의 신을 선택해서 승인 받는 방법을 택했다.

“확인되었습니다. 빛의 신 루이튼 님께서는 그대의 요청에 기뻐하시며, 앞날에 축복을 내려주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이제 그대가 건국할 나라의 이름을 제게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중대 결정의 순간.

“엇? 그러고 보니 나라 이름을 정해야 하죠? 드로 형님, 이름은 정하셨어요?”

“그러게 드로야. 널리, 그리고 오래오래 불리게 될 명칭이니 신중히 잘 지어라.”

“드로와친구들. 혹은 드로랜드 어떠냐?”

“어휴, 촌스러. 현중이 형의 네이밍 센스는 진짜 최악이라니까! 그냥 길드명 그대로는 어때요? 브랜드명이 경쟁력인 시대니까요!”

순식간에 소란해진 방안.

하지만 내심 이름은 결론짓고 찾아온 상태였다.

길드원들과 의논하지 않아 미안한 면도 있었지만, 이 이름만큼은 포기할 순 없었다.

이 게임을 접하게 됐고, 복수를 꿈꾸게 된 이유.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즐겁게 플레이 중인 동기가 함축된 단어였으니까.

“네. 루이튼 님의 가호 아래 건국할 국가명은 ‘프리덤’으로 하겠습니다, 추기경님.”

난 항상 타연을 통해 ‘자유(freedom)’를 만끽해왔고, 그렇기에 이걸 빼앗고자 한 다리우스를 비롯한 태성 패거리와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태성이란 깡패국가를 무너뜨려 통제나 억압이 없는 필드를 유저들에게 되돌려줄 생각이었다.

“알겠습니다. 국가의 이름은 ‘프리덤’으로 책정하여 루이튼 님께 봉헌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시감이 드는 익숙한 멘트.

안테로는 즉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고, 이내 전신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 방 안을 온통 환한 빛으로 물들였다.

“정말 우리가 건국을 하는구나…….”

“왠지 모르지만 감동적인데?”

그리고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동료들.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들 또한 같은 생각인지, 이 감격스런 순간을 조용히 함께 지켜봤다.

“축하합니다, 산드로여! 새로운 국가 프리덤의 앞날에, 무한한 축복이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띠링!

그렇게 몇 초쯤 지났을까, 내 눈앞에 타연에서는 자주 보기 힘든 ‘전체 알림’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국가 건설’을 클리어했습니다.]

[업적 ‘건국왕’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황제 도전’을 획득했습니다.]

먼저 개인 알림창이 떠오른 직후.

곧바로 전체 알림창도 연달아 떠올랐다.

[타이탄 연대기에 새로운 국가 ‘프리덤’이 건국되었습니다.]

[‘프리덤’ 국을 건국한 초대 국왕은 ‘버닝스타’ 길드의 ‘산드로’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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