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263화 (263/350)

263화 신의 선물 (1)

‘내가 지은 이름, 내가 길마인 길드. 그리고…… 내 아이디!’

지금껏 타연 속 전체 알림창에서, 개인의 아이디가 명시된 케이스는 단 한 가지밖에 없었다.

오직 유저가 국왕이 되었을 때!

그간 많은 업적을 이뤄왔던 나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짝짝짝!

“축하한다, 드로야!”

“드로 형, 축하드려요!”

“축하합니다, 길마님!”

그뿐만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러싼 전원이 열띤 박수를 쳐주었다.

메마른 목소리로 축하해준 NPC 교황과 달리, 어딘가 물기마저 느껴지는 진심 어린 축하들…….

덤덤하게 건국을 진행했던 나조차, 이 순간만큼은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다들…….”

“뭐야? 왜 이렇게 반응이 시큰둥해? 어라? 너 우냐?”

“네? 우리 드로 형님이 울보라고요?”

일루전의 기술력은 정말이지 대단해서, 게임 속에서 눈물을 흘리는 일도 가능했다.

그러니 볼썽사나운 모습을 감추기 위해, 다리우스를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게 아니라 저한테 이런 날이 왔다는 게 신기해서요. 아무튼 됐습니다. 다들 업적은 받으셨죠?”

“응, 그래. 우리도 업적을 받을 수 있는지는 몰랐네.”

“몇 명 받을 수 없는 거라서 지옥불 형님도 비밀로 하셨더라고요. 저희는 다행히 인원이 적어 전원 다 받을 수 있었네요.”

A급 업적인 ‘건국 공신’.

건국 당시 길드의 장로급 이상이면 받을 수 있는 업적이었다.

길드 정원의 2%까지 장로로 지정할 수 있었으니, 우리 길드원들 중 이 건국 공신을 못 받는 사람은 없었다.

“드로 형님은 뭘 받으셨어요?”

“나? 지옥불 형님께 못 들었어? 나야 당연히 건국왕이지!”

[업적: 건국왕(S)]

* 새로운 국가를 건국한 이에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모든 능력치 +30)

* 업적 효과로 몸과 마음이 더욱 굳건해집니다. (HP +20%, MP +20%)

* 이 업적은 국가가 패망하더라도 사라지지 않지만, 효과는 다소 감소할 수 있습니다.

또다시 추가된 S급 업적.

타연 선두 자리를 굳힌 이후 밥 먹듯이 업적을 획득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S급은 특별했다.

“엑? 피통이 퍼센티지로 증가하는 업적이라고요? 우린 절댓값으로 올랐는데!”

“그래도 왕이니깐, 생존력에 특화되는 업적이 주어지는 건가?”

“와! 다리우스가 잘 안 죽던 이유가 또 있었네!”

“이런 걸 얻자마자 7신기의 해방자 같은 업적까지 받았으니, 그렇게 맷집이 셌던 거였지!”

MP까지 비율로 증가하는 걸 보자 문득 마쉴을 버린 게 잠깐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을 접었다.

‘이번 공성 때도 그렇고, 혼자 필드전을 벌일 때도 그렇고……. 마쉴 파훼 테크를 탄 유저가 너무 많이 늘어났어.’

한동안 퀘스트 진행에 전념하느라 모습을 감춘 사이.

적들은 제루티안의 축복을 사용해 예전 마나 쉴드를 저격한 테크트리로 많이들 변신했다.

아직 전투에 제대로 성장한 인챈터가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역시나 회피 테크로 갈아탄 건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그나저나…… 저도 이 퀘스트를 받게 됐네요.”

업적 외에 받은 퀘스트도 살펴보다가, 길드원들에게 설명창을 공유해 주었다.

“황제 도전? 그 제피르 3세인가 4세인가 하는 놈?”

“네, 맞아요. 왕이 됐으니까 황제도 될 수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황제 도전: 특별 퀘스트]

* 클리어 난이도: SS

* 가이라 제국의 황제를 물리쳐 새로운 제국 황제에 도전하십시오.

* 퀘스트 클리어 조건: 황제 살해

* 퀘스트 클리어 보상: 황제 등극

직접 표기된 건 처음 보는 ‘SS’ 등급.

그간 이 정도면 SS급이 아닌가 싶은 어려운 퀘스트들을 꽤 클리어했지만, 그것들은 전부 S급이었다.

즉, 공식적이면서 실질적으로 가장 어려운 난이도는 바로 이 퀘스트라는 것!

얼마나 힘든 일이었으면, 퀘스트 획득의 요구 조건 자체가 ‘국왕’이었다.

“와, 이런 게 다 있었구나?”

“저야 진작에 지옥불 형님께 듣긴 했었는데…… 의미 없죠. 이걸 깰 수 있는 유저가 있겠어요? 최소 1, 2년은 지나야 트라이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인던에서 만났던 쉐도우 나이트들과 그곳에 들어가기 직전 공격해왔던 NPC 기사들.

크림슨 나이트로 불리는 황제의 친위대는, 그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필드 보스급 이상의 위용을 뽐냈었다.

“하긴 수많은 군단과 친위대들……. 뿐만 아니라 제국에는 마탑만도 3개나 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왕이 되었으니 기념으로 주어지는, 관상용(觀賞用) 퀘스트로 보는 편이 맞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타연을 접으려다가 계속하게 된 다리우스의 진정한 목표 또한 알 것 같았다.

‘인제야 네가 왜 라인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나한테 집착하던 걸 왜 줄이게 됐는지…… 완벽히 이해했다. 왕으로 끝맺음하려던 걸 망쳤으니, 황제로 대신하려던 거였어. 역시…… 다리우스 너답다고나 할까?’

처음 건국에 성공한 놈이니, 이 퀘스트를 늘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고 있었을 터.

랭킹 1위를 비롯해 각종 선두 자리를 빼앗기게 된 녀석으로선, 이것만큼 자존심을 만회하기 좋은 수단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무려 ‘황제’라는 타이틀이었으니!

“다들 난리 났네요. 제 귓속말이 불나고 있어요.”

“그렇겠지. 설마 했는데 정말 우리 길드가 나라를 건국했으니 말야.”

“아쉽긴 아쉽네요. 이 정도 관심이면 흑풍단만 계속 늘렸어도, 나라가 많이 커졌을 것 같은데요.”

“라챤아, 그 얘긴 그만하자고 했지? 지금처럼 소속이 자유로웠으니까 흑풍단도 우리를 도와줬던 거야. 우리 길드 밑에, 혹은 라인 밑에 조금이라도 구속되는 것 같았으면, 다들 검은 망토는 진작에 팔아치웠을걸?”

“……그랬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난 흑풍단을 흑풍단인 채로 놔두고 싶다. 우리를 위해 이렇게나 열심히 나서준 유저들이…… 난 정말 너무 고맙거든.”

“네, 알겠습니다. 형님 말을 듣고 나니 정말 잘한 결정 같네요.”

1성 국가.

그리고 원래 무과세 정책을 펼쳐 와서, 세금이 2배로 걷히는 건국을 해봤자 아무 이득도 없었지만…….

우리 길드원을 비롯해 우릴 지지해주는 유저들이 있었으니,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흠흠! 이제 감상은 그만하고 얼른 시도해 보지? 우릴 얼마나 더 기다리게 만들 셈이야?”

“어? 아아, 신의 선물?”

“그래, 이 자식아. 어지간히도 뜸 들인다 진짜!”

아무 말 없이 계속 지켜만 보던 현중이가 결국 폭발했다.

건국이니 황제니 이런 것과 상관없이, 녀석에겐 뭐가 나올지가 가장 관건이었던 모양.

“그래그래, 이제 뽑아 볼게. 다들 제가 여기서 뽑는 거 괜찮아요?”

“어차피 뽑기로 나올 7신기는 이미 다 뽑힌 거 같은데, 그냥 루이튼한테서 받자. 여기서도 대박이 나올 수도 있고, 앞으로 진행 방향을 보면 빛의 신이 주는 템이 제일 좋아 보이니까!”

“하긴 3연속 7신기는 말도 안 되겠죠? 알겠어요! 그럼 바로 시도할게요!”

오직 국왕 유저만이 할 수 있는 엔드 콘텐츠 ‘신의 선물’.

국가 업적치 1천만을 바쳐야만 가능한 이 뽑기의 조건을, 얼떨결에 전부 갖추게 됐다.

각종 퍼스트 클리어와 킬, 그리고 여러 공성전과 제국과의 전쟁에서 얻은 업적치들.

여기에 합병으로 인해 4개 길드의 업적치마저 합산되어 1,100만 포인트나 모이게 된 것이다.

‘최하 레전더리……. 평타만 쳐도 디바인이겠지?’

이런 막대한 업적치를 바치는데 꽝이란 게 존재할 리 없다.

아까와는 다른 종류의 설렘으로 흥분된 가슴을 부여잡고, 난 다시금 안테로에게 말을 걸었다.

“교황님. 신께 제가 가진 국가 업적치를 바치고자 합니다.”

“프리덤 국의 국왕이자 신검의 주인인 산드로여. 지금 그대는 신께서 기적을 행하시길 요청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국가 업적치 10,000,000포인트를 소모하여 신의 선물에 도전하시겠습니까?]

[YES]

돈으로 환산하기도 힘든 엄청난 포인트.

하지만 어떤 미신 행위나 준비 과정 없이, 과감히 수락 버튼을 터치했다.

그러자 업적치를 받은 교황이 곧바로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자애로운 빛의 인도자, 루이튼 님이시여! 이곳에 당신의 기적을 내려주소서!”

다리우스와 지옥불 형님을 통해 이미 두 차례나 지켜봤던 과정.

하지만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라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불과 반년 전만 하더라도, 몬테나 주머니를 까는 것에도 심장이 벌렁거렸던 나였으니까!

“뭐가 나올 것이냐!”

“나와랏! 디바인 무기!”

“아니, 드로한텐 방어구가 나와줘야지!”

“그러니깐 무기죠! 방어구 나오면 얄짤 없이 드로 거지만, 무기면 제 차례가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요!”

“뭐? 크크크! 현중이 너, 많이 뻔뻔해졌다?”

“이게 다 드로를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이젠 저희 길드도 많이 커졌는데…… 언제까지 드로한테만 모든 짐을 짊어지울 거예요? 저희 길드도, 이젠 원톱보단 투톱 체제로 변경해야지 않겠어요? 헤헤!”

“꿈 좀 깨라. 만약 투톱이면 당당이가 맡든가 하겠지, 너겠냐? 괜히 뽑기를 재촉했던 게 아니구먼? 욕심쟁이가 다 됐어!”

긴장한 채 교황의 몸부림을 보고 있는 나완 달리, 곁에 서 있는 현중이와 축빙 형님의 대화는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사실 뽑기 중에 가장 좋은 템이라 할 수 있는 신검은 진작 뽑혀버렸으니, 다들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 또한 내심, 쓸만한 디바인급 방어구나 액세서리만 나와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번쩍!

그러던 중.

마침내 교황의 벌려진 두 손 사이로 모인 빛이 강렬하게 빛났고, 내게 처음 보는 아이템이 하나 전해졌다.

[신의 눈물(디바인)을 획득했습니다.]

“엥? 이게 뭐야?”

“뭔데요, 형? 설마 레전더리예요?”

“아니? 디바인이긴 디바인인데…… 웬 재료템이 나와버렸는데?”

신의 눈물이라는 요상한 아이템.

순간 꽝인가 싶었지만, 또 등급은 디바인인 터라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신의 눈물(디바인, 재료 아이템)]

* 신의 염원과 의지가 담긴 구슬입니다.

이렇다 할 내용도 없이 단 한 줄만 적혀있는 설명창.

따라서 그 용도 또한 짐작해보기 힘들었다.

“신의 눈물이라……. 천사의 눈물이나 천사장의 눈물과 비슷한 종류 같은데?”

“아…… 그럼 꽝인 건가요? 떡하니 완성템이 나와줬으면 좋았을 텐데…….”

“어디다 물어볼 곳도 없고 답답하네요. 디바인 재료템으로 장비를 제작할 만큼, 숙련도가 높은 유저도 없을 텐데요.”

물어볼 곳이라…….

그러고 보니 나 말고도 이걸 경험해본 사람이 있기는 했다.

전체 알림을 통해 무얼 뽑았는지 아는 다리우스나 지옥불 형님과 다르게, 조용히 넘어갔던 한 유저가!

“잠시만요! 제가 한 번 물어볼게요.”

“응? 누구?”

“제독이요. 진작 시도해봤을 텐데 전체 알림이 안 떴었으니, 아마 물어볼 만할 거예요.”

“오, 그래? 하긴 이젠 딱히 적도 아니니까 빨리 물어봐라!”

난 그길로 귓속말을 풀고 제독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답장해왔다.

(제독: 어쩐 일이냐? 방금 건국했다는 건 알림창으로 봤다만... 바로 나한테 귓속말을 줄 줄은 몰랐는데?)

(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혹시 신의 선물 뽑기 해봤어요?)

(제독: 물론 해봤지. 비록 꽝이 나왔지만....)

(나: 네? 꽝이라고요?)

(제독: 그래. 그러고 보니 너도 신의 선물을 시도해서 귓말을 준 거구나? 뭐가 나왔길래 그러는 거냐?)

(나: 맞아요. 혹시 뭐가 나왔는지 제가 먼저 여쭤봐도 될까요?)

(제독: 그닥 알려주긴 싫다만.... 어차피 꽝이라 상관없으려나? 신의 눈물인가 하는 재료템이 나왔다.)

신의 눈물!

공교롭게도 제독은, 이미 나와 똑같은 템을 뽑아버린 후였다.

(나: 헉! 저도 그거 뽑았는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

(제독: 뭐라고? 하하핫! 너도 꽝을 뽑았구나! 그건 아무 데도 쓸데없는 템이다. 혹시 타이탄 재료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더구나. 최근 천사의 눈물이라는 템이 나와서 살펴봤더니, 역시나 쓰레기더군. 아쉽게 됐구나. 하긴 다리우스나 지옥불의 운빨이 말도 안 되는 사기였던 거지...)

“힝…… 이거 꽝이라는데요? 제독도 이걸 뽑아서 이리저리 알아봤는데 용도를 모른대요.”

신화국이 세워진 지 제법 시간이 지났으니, 이미 알아볼 만큼 알아봤을 것이다.

한데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잠시만요! 그거 저한테 한번만 줘보실 수 있어요?”

그런 내게, 갑자기 대탐이가 신의 눈물을 요구했다.

“응? 왜?”

“저한테 있는 템 있잖아요. 거기에 쓸 수 있는 건지 한 번 확인해 보려고요. 힘을 잃은 펠아린의 날개 부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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