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득템왕-317화 (317/350)

317화 미스틱 드래곤 (1)

출시할 때부터 타연을 해왔고, 지금은 통합 랭킹 1위라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한 상태지만…….

여전히 나는 타연에 관해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제작템의 등급이 상위로 갈수록, 이런 디테일한 설정이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현재 잡을 수 있는 용은 그린 드래곤인 ‘투 메르타스’밖에 없잖아요? 잡는 것도 문제겠지만 현재 암 속성의 드래곤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요?”

“얼라? 그걸 나헌티 물으면 워쩐데유? 난 그냥 맹그는 것만 하는 유저인디유.”

“아, 네…….”

“그려도 대충 들은 건 있으니 함 말해볼께유. 테론 대륙에 여직꺼지 잠자고 있는 드래곤은 총 두 마리가 있을 거유.”

타연 최초의 드래곤 ‘투 메르타스’가 공개된 지도 어느덧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물론 퍼스트 킬을 당한 건 그로부터 훨씬 뒤의 일이었지만, 어쨌든 다른 드래곤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신마전쟁 당시 마족의 가장 큰 우군이 ‘용종(龍種)’이었다는 걸 떠올려보면, 아무리 드래곤이라 해도 너무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

하지만 나는 조만간 다른 드래곤들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내 갑옷에 투 메르타스처럼 어린 용이 아닌, ‘성룡(成龍)’의 뼈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그걸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웅트라 화산 깊숙한 곳에 잠들었다는 레드 드래곤 칼 메슈드와, 숱한 전설에서 언급되는 미스틱 드래곤 칼 데드라. 이 둘 말이죠?”

“그려유. 근디 웅트라는 아직 미오픈 지역에 뻘건 용이니, 미스틱인가 하는 넘으로 찾아봐야 하는 거쥬.”

따라서 이곳에 오면서도 어렴풋이 한 존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바로 미스틱 드래곤, 칼 데드라!

어쩌다 보니 대도적 윌리펑이 정복했다고 언급한 장소 중.

이제는 단 한 곳, 칼 데드라의 레어만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조만간 남은 재료를 구해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용이 어디 그리 쉽게 잡히는 놈인 겨? 어디 안 가고 여 있을 거니 구해만 와유!”

그렇게 초조했던 방문 때와는 달리,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테디베어의 대장간에서 나왔다.

‘어쩐지 황제 바로 앞까지 너무 쉽게 다가갔다 싶었다…….’

타이탄 연대기의 2.0 스토리 전체에서, 황제의 죽음은 어디쯤에 준비된 이벤트일까?

뭔진 잘 몰라도 지금과 같은 초창기에 일어날 사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실제로 황제를 죽이는 퀘스트는, 일찍 주어지긴 했어도 쉽게 달성될 구조가 아니었다.

무려 제국의 황제.

놈은 비록 천상궁이라는 독립된 공간에 있었지만, 그 안에 들어가려면 제국의 수성 병력을 처리해야만 했다.

마치 국가 간 전쟁이 필수 조건인 것만 같은 도전.

애초에 ‘국왕 유저’에게만 황제 도전 퀘가 주어진다는 걸 고려해보면, 지금 내가 시도하려는 건 새치기와 같은 꼼수에 가까웠다.

제국의 군단장이라는 카이저 형님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접근 방법이었으니까.

(카이저: 어때? 성과가 있었어?)

막 그런 생각을 떠올렸을 때쯤, 카이저 형님으로부터 귓속말이 들어왔다.

형님도 결과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나: 아니요. 시간 좀 단축하나 싶었는데... 결국 차근차근 순서를 다 밟고 난 후에나 도전하라고 하네요.)

(카이저: 응? 그게 무슨 소리냐? 누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는데? 테디베어가?)

(나: 아뇨, 스토리가요. 황제한테 도전하려면 먼저 잡아야 할 놈이 있대요. 왜 있잖아요, 이름만큼은 누구보다 유명한 보스 몹. 미스틱 드래곤이요.)

천 년의 시간 동안, 테론 대륙에 수많은 재앙을 안겨준 전설의 존재.

그래서 이제는 본연의 색인 ‘블랙’보다, ‘신비룡(神祕龍)’이란 이름으로 더욱 이름 높은 존재, 칼 데드라.

이렇게 황제에게 도전하기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선행과제가 정해졌다.

* * *

(대탐험시대: 드로 형님, 뭐 좀 찾으신 거 있어요?)

(나: 아니, 없어. 와.... 이거 예상은 했는데 완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네?)

훼라리를 타고 하늘 산맥을 뒤진 지도 어느덧 3시간.

도시와 멀리 떨어져 유저들의 발길이 드문 곳 위주로 둘러보고 있었지만, 어디에도 레어 비스무리한 장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투 메르타스처럼 대놓고 레어를 만들어 뒀으면 좀 좋았냐!’

제발 좀 봐달라고 만들어 뒀던 것 같은 투 메르타스와 반대로, 칼 데드라의 레어는 너무도 꼭꼭 숨겨져 있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될 정도였다.

(대탐험시대: 원래 타연이 그렇잖아요. 페어리 퀸의 공중 정원이나 수중왕국만 하더라도, 그곳에 새로운 필드가 숨겨져 있을지 누가 예상했겠어요? 그저 조그만 단서도 없으니 생판 노가다로 샅샅이 뒤지는 수밖에요.)

(나: 전에 업데이트되고 전역을 뒤져보긴 했지만, 진짜 제대로 각 잡고 찾아보려니까 막막하기만 하다. 정말 이놈의 타연.... 맵이 넓어도 너무 넓은 거 아니냐?)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만남 끝에, 결국 미스틱 드래곤부터 잡기로 결정한 사실을 조금 전 길드원들에게 공유했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이 현중이를 필두로 전원 격한 반응을 보였다.

-야! 갑자기 드래곤은 무슨 드래곤이야! 우리 황제 잡기로 한 거 아니었어?

-드로야, 황제도 무리해서 서둘러 잡는 조건이었잖아?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맘 졸이며 레벨업만 하고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이었는데…… 갑자기 미스틱 드래곤이라니?

-형님! 그거 있기나 한 건 맞아요? 여기저기서 이름만 많이 들었지 구현됐는지조차 확인 안 된 걸, 언제 찾고 어떻게 잡겠다는 거예요?

동의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우려와 의심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하긴 황제 레이드를 위해 직접 사전 탐사와 시동까지 걸고 온 놈이 이리 말하니 그럴 만도 했다.

그래도 난 길드원들을 다독이고 또 다독였다.

-다들 동요하지 말고 계획대로 레벨업에만 매진해 주세요. 그냥 최종 보스 전에 중간 보스 잡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물론 중간 보스치고는 좀 센 놈이겠지만, 저희가 누구예요?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 길드 아니겠어요?

물론 어이없는 말처럼 들렸겠지만, 인생은 언제나 계획대로 풀리는 법이 드물다.

이럴 때 길드 마스터인 내가 좌절하고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길드원들 또한 동요할 수밖에 없을 터.

차라리 별거 아닌 것처럼 밀어붙이고 막무가내로 믿어보란 식으로 행동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길드원들 몰래 귓속말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는 했지만…….

(나: 파랑아, 뭐 특별한 거라도 찾아낸 거 있어?)

계속 저공비행으로 지상을 훑던 도중,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상태가 접속 중으로 바뀌어 바로 귓속말을 넣었다.

(기파랑: 엇, 드로 형. 혹시 저 기다리고 계셨어요? 어떻게 재접속한 지 1초 만에 귓말을 주세요?)

(나: 아니, 하도 막막해서 말이지. 시간 없어 죽겠는데 이렇게 무작정 맵을 뒤지고 다니는 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따로 불러낸 길드원은 탐험 콤비인 대탐이와 파랑이.

대탐이는 날개 부츠를 활용해 나처럼 공중을 활보하며 그간 등한시한 탐험 활동을 재개했고, 파랑이는 로그아웃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각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묻혀버린, 금쪽같은 정보들이 있나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기파랑: 근데 어쩌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하긴 제대로 된 정보가 있었다면 이미 발견되고도 남았을 테니까요.)

(나: 그래도 그곳에 실낱같은 단서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부탁 좀 할게. 대탐이나 나도 직접 열심히 찾고 있으니까, 지겹더라도 다시 한번만 더 찾아봐 줘. 우리 길드원들 중에서 이 일을 제일 잘할 사람은 파랑이 너 말곤 없잖아?)

사실 둘도 이제는 랭커라서, 이런 식의 시간 낭비를 부탁하는 건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탐험 위주로 게임하면서 랭커까지 된 유저의 탐사 실력은, 일개 평범한 유저 수백 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할 테니까.

막말로 현중이 같은 유저는 대탐이에 비하면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을 정도.

타연에 괜히 ‘탐험가’를 자처하는 유저들이 많은 게 아닐 정도로, 나름 전문적인 식견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영역이었다.

(기파랑: 제가 포기해서 금방 들어온 건 아니고요... 드로 형, 그러지 마시고 고정관념을 한번 깨보시는 건 어떠세요?)

(나: 응? 고정관념? 어떤 걸 말하는 거야?)

(기파랑: 소수의 전문가가 다수의 대중들보다 무조건 우월하다는 생각이요. 물론 형의 소수정예 예찬론이 틀렸단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의 성과를 만들어낸 건 그 생각이 주효했던 덕분이라 생각하고요.)

(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뜸 들이는 거야?)

한편 파랑이는 내게 조금 더 유연한 사고를 해보도록 설득해왔다.

어느새 그간의 성공이라는 타성에 젖어, 한 치의 고려도 없이 다른 가능성들을 무시한 행동을 지적하면서.

(기파랑: 하하! 형 돈 많으시죠? 그럼 대대적으로 상금을 한 번 걸어 보는 건 어떠세요? 미스틱 드래곤의 레어를 찾아낸 사람에게 막대한 골드를 주겠다고요. 원래 돈만큼 동기부여에 직빵인 것도 없잖아요?)

(나: 뭐? 나보고 상금을 걸라고? 공개 수배를 하란 소리야?)

(기파랑: 네. 제가 원래 커뮤 글 읽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길드에 들어오기 전부터 형한테 관심이 많았어요. 혼자 성을 먹기도 하고 업적 나눔이나 캐슬 판매 같은 이벤트들을 벌여서, 당시에 커뮤마다 엄청 주요 쟁점이었거든요.)

(나: 그랬었나.....?)

(기파랑: 근데 형이 어느 정도 강해진 후부터는 그 당시의 모습을 거의 보여주시지 않더라고요. 노련해진 만큼 신선함은 좀 잃어버렸달까요? 전 이번에 다시 초창기 형의 모습을 보여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대중의 눈은 크게 의식하지 않고, 신선하면서도 실리를 택해 톡톡 튀던 그때의 모습을요.)

한 글자 한 글자.

파랑이가 보내온 글을 읽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었다.

녀석의 말대로 난, 가진 게 점점 많아질수록 안정적인 길만 택해 왔다는 것을.

내 딴엔 계속 위험한 도전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초창기와는 많이 변해 있었다.

당장 파랑이의 의견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떠오른 생각도 이것이었다.

‘보스 몹 발견에 상금을 건다고? 태성이 학살 중인 지금, 그런 글을 올리면 미친 듯이 욕 얻어먹을 텐데? 그리고 태성 놈들의 주장대로, 우리는 그저 보스 몹 독식에만 환장한 놈들로 비추어질 거 아냐?’

말도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

이 또한 길마로서의 역할이 강박관념처럼 마음 한편을 짓누르고 있어서 그런 건지, 나보단 우리 길드를 향할 비난부터 염려됐다.

하지만 혼자였을 땐 이러지 않았다.

이미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철저히 실리적으로 생각하고 효율적으로만 행동했다.

그리고 그때의 사고방식으로 파랑이의 의견을 판단해본 결과…….

(나: 그렇네. 현재로선 그거보다 좋은 방법이 없겠다. 고맙다 파랑아. 시간 없으니까 당장 네 의견대로 글을 올려볼게.)

(기파랑: 엇, 정말요? 이렇게 바로 오케이 하셔도 괜찮겠어요? 돌아올 후폭풍이요...)

(나: 물론 엄청난 비난과 악플들이 쏟아지겠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돈을 보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유저들의 수도 분명 적지 않을 거야. 어차피 황제가 되어 태성을 전부 정리하지 않는 이상, 안티는 점점 더 늘어나겠지. 그러니까 차라리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기파랑: 완전히 결정 내리셨네요. 타연 최초이자 역대급이 될, ‘보물찾기’를 주최하시기로요.)

(나: 그래. 네 말대로 내가 너무 편협해졌던 것 같다. 아무리 전문가라도 수천, 수만 명이 넘는 사람을 당해낼 순 없는데 말야. 가장 빨리 미스틱 드래곤을 찾아낼 방법. 그건 네 말대로 타연 속 유저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분명해. 유저들이 찾아낼 동안, 나나 너희가 시간 낭비 안 하고 레벨업할 시간을 버는 건 덤이고. 좋은 의견 고맙다, 파랑아!)

(기파랑: 뭘요. 어쩌면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는 제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신 게 더 고맙죠. 아무튼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분 좋네요. 그럼 대탐이와 전, 이만 요정계로 돌아가도 되죠?)

(나: 그래, 형이 괜히 시간 뺏어서 미안했다. 고생해!)

가진 게 많아져서 생각이 굳고 소심해졌다면…….

그 가진 것들을 조금씩 덜어버리는 것이, 어쩌면 해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토톡! 토토톡!

곧바로 캡슐에서 나온 난 산드로 아이디로 올타에 접속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게시글 하나를 작성해서 올렸다.

-[공지] 미스틱 드래곤의 위치를 수배합니다.(제보비: 천만 골드!)

무려 현금으로 10억이라는…….

현실 속 복권 1등에 버금가는 보상을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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