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식전설-21화 (2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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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돌파

성공이란, 운이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노력에는 한계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했다. 운 없는 놈은 죽어라 노력 해 봐야 운 좋은 놈을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버티는 거다. 근근히 버티며 살아가면서, 적당히 평균만 하며 사는 것이다.

때문에 천재들은 태생적으로 운이 좋은 셈이다.

천재는 범재의 노력 같은 것으론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높은 세계에, 자의와는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천재들에게 그 세계는 일상이다.

아랫세계 따위엔 애초에 관심이 없다. 다다르지 못 한 이들은 애초에 경쟁 상대가 아니다. 세상은 원래 천재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성공한 삶은 천재들의 몫이었다.

재능을 타고나지 못 한 놈들이나 행복의 기준을 제멋대로 정하며 자위하는 것 뿐.

부! 명예! 힘!

행복이 따라오지 못 할 리가 없다.

적어도 윤형석의 생각은 그랬다.

패배자들의 생각이나, 상황 같은 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운이 좋다니 금수저니 하는 시기 어린 질투를 즐겁게 받아 들일 뿐이었다.

가상현실 게임을 잘 하는 것이 재능이 된 시대였다.

윤형석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 잘 나가는 천재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부와 명예, 그리고 힘이 그에게 있었다.

심지어 윤형석은 노력하는 천재다. 타고난 집중력, 그리고 끈기와 독기가 있었다. 목표를 정하면, 그는 기절 할 때 까지 몰두하는 천재였다.

WOF에서도 그랬다.

별들의 세계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까 별 것 아닌 놈들이 있는 체 하는 곳이었다. 더 이상 자웅을 가를 상대가 없어졌을 때, 그는 흥미를 잃어 버렸다.

리얼 포스에 접속하여 신세계에 흥미를 느꼈다.

그 게임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그 곳에서 강적을 만나 버린 것이다.

더욱 마음에 들었다.

세상이 시끌시끌했다.

-윤형석, 충격의 종목변경!

-SK게이밍 계약기간은 아직 남은 것으로 확인돼...

이런저런 이슈로 세상이 들끓었으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것은 리얼포스라는 신규 게임이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WOF의 슈퍼스타가 종목 변경을 하겠다는 걸까?

허나 정작 본인은 그런 것엔 관심조차 없다. 그저, 자신을 무참히 썰어 버린 존재에 대한 호기심 뿐.

한번 더 만나고 싶다.

그 욕구가 온 몸을 지배해 왔다.

패배에 대한 수치심보다, 그는 자신을 압도한 상대에 대한 희열을 느꼈다. 다시 만나서, 한번 더 맞붙어 보고 싶었다. 이번엔 전력을 다 할 것이다.

리얼포스에 접속한 그는, 자신에게 새로이 떠오른 리벤지 퀘스트를 보았다.

[리벤지 퀘스트!]

[5급 퀘스트]

[당신이 패배한 적에게 복수하세요.]

[보상 : ???]

자신이 얻은 직업, ‘인간 사냥꾼’의 패시브 스킬인 ‘복수혈전’ 이 발동되어 만들어진 퀘스트.

이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퀘스트 말미에는 적의 이동경로가 표기돼 있었다.

아주 마음에 들었다.

윤형석은 씩 웃었다. 그리고 인벤토리 창에서, 여분의 장비를 착용했다. 기존에 착용하던 한손검과 방패는 사망 패널티로 떨궜다. 허나, 그건 서브 장비였다.

메인장비를 입은 현재, 그는 최선을 다 해 놈과 다시 맞붙어 볼 생각이었다.

적은, 얼마 전 까지 노펜시아에 있었다.

적이 움직이는 경로를 100% 완벽하게 보여주진 않으나, 그가 움직인 과거의 행적을 알려준다.

자.

놈을 추적해 볼까.

.

.

.

.

.

.

이 던전은 총 3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1,2층에는 석화된 기사들이 즐비하고, 3층에 보스 ‘광휘의 기사’ 가 존재했다.

태호는 문득 깜빡하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

‘내 정신좀 봐.’

상태창을 띄운 태호는 ‘칭호’ 란을 선택한 뒤 칭호를 착용했다.

[칭호 : 학살자]

과거, 초보 던전을 학살하며 획득한 칭호 학살자였다.

조건은 1000마리의 몬스터 학살.

그 곳은 수백마리의 잡몹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던 곳이라, 정신이 없어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다.

[칭호 : 학살자]

[1000마리의 적을 무참히 학살.]

[옵션 : 올 스텟 +1]

올스텟이 1 더 상승했다.

게다가 지금은 던전 최초 발견으로 올스텟 10의 버프가 항시 대기 중. 대미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됐다.

데스나이트가 휘적휘적 석상들 사이로 다가서자, 석상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드득! 우드득!

우드득! 우드득!

서서히, 석상들이 움직이며 돌부스러기를 흘려댄다. 곧, 놈들이 살아 움직였다.

[Lv. 100]

[석화된 기사]

놈들이 데스나이트를 공격해 온다. 데스나이트는 자신의 검을 들어, 공격을 막고 피해 내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사방에, 광역 중독과 광역 절망, 그리고 어둠의 비가 흘러내렸다.

쾅! 쾅! 쾅! 쾅! 쾅!

사방에 폭발이 일어나며, 기사들이 주춤한 사이 데스나이트가 검을 찔러 넣었다.

‘생각보다 쓸모가 있네 저 녀석.’

태호는 생각했다.

몸빵도 준수한 수준이었고, 근접 전투능력이 아주 상당했다. 도발기술이 없는 것은 단점이었으나, 자신의 광역 상태이상으로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스킬북을 하나 사 줘야 할 까봐.’

기왕이면 광역도발과 관련된 것들로 사 줄까, 란 생각을 하며 첫 몰이를 무난하게 끝냈다.

경험치가 무시무시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여기서 100레벨은 무난하게 찍겠지.’

3차 전직이 곧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손을 까닥여 데스나이트를 불렀다. 데스나이트가 사방에 떨어진 아이템들을 수북히 들고 태호에게 돌아왔다.

“잘 했다.”

[......]

데스나이트는 칭찬을 받아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골드 드랍이 괜찮은 편이네.’

방금 몰아 잡은 몬스터의 개수는 대략 15마리. 15마리에 3골드가 넘는 돈이 들어왔다. 거기에 드랍된 아이템들은......

‘아직 레어단계는 없고.’

드랍률이 높다곤 해도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태호는 물끄러미 저 편을 바라보았다.

방금 잡은 놈들은 조족지혈이다. 정말 까마득하게 많은 몬스터들이 이 곳에 석상으로 남아 있었으니까.

다시 사냥을 시작하려다가, 문득 묘한 생각이 들었다.

‘가만 있어 봐.’

태호는 자신의 상태창에 적용되고 있는 옵션 중 하나에 시선을 돌렸다.

‘5초간 방어&마법방어 무시.’

10%이상의 체력이 단숨에 회복되면 적용되는 옵션이었다. 5초라곤 하나, 선지자의 해골이 체력을 계속해서 10%씩 깎아내기 때문에 무한 지속이었다.

‘가만, 가만.’

태호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저 편의 석상에게 중독을 걸어 보았다.

1300! 390!

1300! 390!

“......”

석상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기에 미동조차 없었지만, 대미지는 떠오르고 있었다.

‘진짜네.’

태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뭔가 엄청난 것을 발견해낸 것 같았다.

[갈까?]

데스나이트가 묻자, 태호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그냥 앉아 있어 봐.”

[알았다.]

데스나이트는 태호의 앞에 앉아서 저 편을 바라보았다.

태호는 지팡이를 든 채 사방에 중독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투웅!

투웅!

투웅!

선지자의 해골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현재, 태호의 중독은 이렇다.

[기본 흑마법사 스킬]

[등급 : 2급]

[스킬명 : 중독][숙련도 : 422]

[쿨타임 : 1초][소모마력 5]

[상대를 중독 상태이상에 빠트려, 15초의 시간 동안 매초 적당한 중독 대미지를 준다. 같은 대상에게 중복 사용은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15초의 시간이다.

선지자의 해골이 부여한 옵션은 ‘마법 성능2배 증가’. 때문에, 15초가 아니라 2배인 30초의 시간 동안 중독이 유지되는 것.

그 뿐이 아니다.

태호가 가진 모든 도트기술의 지속시간 역시 2배다.

이는 굉장한 매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이 참에 스킬 숙련도나 왕창 올려야겠다.’

사실은 마음의 준비를 어느정도는 하고 있었다.

100레벨 단위의 몬스터들이 개떼로 몰려 오면, 한 번 죽음을 각오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의 수확이었다.

투웅!

투웅!

태호는 그렇게 중독을 미친 듯이 돌리기 시작했다.

[스킬 : 중독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태호가 보유한 ‘고대 왕국의 증표’ 가 숙련도 연마를 2배 상승시켜준다.

때문에 마의 숙련도 500구간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500 숙련도를 달성하게 되면, 중독의 스킬레벨이 올라간다. 우선은 그 쯤까지만 숙련도를 올려 두고, 나머지는 날 잡아 올릴 계획을 마쳤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중독을 미친 듯이 돌리던 태호는 결국 1층에 존재하는 모든 석상들에게 중독을 반복해서, 해골을 띄울 수 있었다.

[스킬 : 중독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스킬 : 중독의 숙련도가 500을 달성하였습니다.]

[중독의 등급이 1급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중독은 3급입니다.]

‘이건 개 사기야.’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에픽을 아무리 둘둘 말고 있다지만, 마법방어 무시가 이렇게 사기적으로 통할 줄은 몰랐다.

석화중인 몬스터는 대부분 90%의 물리&마법방어력을 갖는다. 때문에 석화를 풀어내고 조금씩 끌어다 잡는 것이 당연했다.

이 던전을 공략한 ‘무라사메’ 역시 그런 식으로 공략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소모했던 것이다.

허나 태호는 혼자서 그들보다 압도적으로 편하게 잡을 수 있었다.

‘이러니 꿈의 조합이었지.’

선지자의 해골과 데스나이트의 심장이 만난 것은 그야말로 찰떡 궁합이나 다름없었다.

중독은 3급으로 상승하여, 이제 중독의 스킬대미지가 20% 상승했다.

자.

이제는, 저 놈들을 단숨에 해치우는 일만 남았다. 태호는 데스나이트의 등을 두드렸다.

“가라.”

그리고 자신 역시 움직였다.

광역 범위기술을 하나 쓰고.

싸아아-

광역 폭사가 이어졌다.

쾅!

한번 터트렸을 뿐인데, 광역 기술에 닿은 모든 몬스터들이 죽어 나갔다.

짜릿짜릿!

온 몸에 전율이 이를 정도로 짜릿했다.

마치 책상 가득한 연필낚서를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사방의 몬스터들이 그야말로 쓸려 나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렇게 무자비한 학살이 이어지고, 곧 1층에는 즐비한 시체들만이 남았다.

태호는 아이템과 골드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골드가 금세 수북하게 쌓였다. 단숨에 200골드가 쌓였다. 아이템들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이것도 레어고.’

태호가 헛웃음을 지었다.

‘이것도 레어, 레어, 레어.’

잭 팟이 터졌다.

1층에서 건진 레어만 10개가 넘는다.

죄다 5급은 되는 아이템들이 레어를 달고 나오니, 쾌재가 절로 나온다.

그 중, 태호의 눈길을 끄는 아이템이 있었다.

[등급 : 6급]

[종류 : 재료]

[이름 : 순수의 강철]

[순수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 강철.]

‘순강이 여기서도 떨어졌지 참.’

줄여서 순강이라고 불리는 아이템인데, 이 녀석은 장비 제작에 사용되는 귀금속이었다.

순수의 강철도 10개나 떨어졌다. 순수의 강철은 에픽 장비 제작에 대량 소모되는 아이템이다.

‘괜찮은데.’

오히려 레어 아이템들보다 순수의 강철이 더욱 반가운 태호였다.

아이템들을 죄다 수거한 뒤, 태호는 저 편을 바라보았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이 보였다.

중독의 숙련도가 500을 달성했다. 이쯤 하면 숙련도 작업은 적당히 한 셈이니, 2층은 빠르게 돌파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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