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속 서큐버스-9화 (9/95)

00009 <-- 물의 도시 - 운디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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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입구, 그러니까 인간들이 수없이 많이 드나드는 통로여서 던전 입구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점점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운디르나 선배님의 표정이 나빠진다.

“저기, 선배님, 왜 그러시나요?”

“으으……. 너한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닌데 말이지……”

“뭐 잘못된 던전 구조라도 있나요?”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운디르나 선배님이 뭔가를 감추려고 하지만, 발걸음만은 점점 빨라진다.

이렇게 빨리 걸어가시면 제 발걸음이…… 운디르나 선배님이 저보다 훨씬 크신데……

운디르나 선배님이 뒤늦게 뒤처진 나를 돌아보더니, 다시 발걸음을 늦추신다.

아니, 정확히는 물 걸음이라고 해야 할까? 슬라임처럼 아메바 운동을 하면서 걷는 저 운동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결국, 운디르나 선배님의 짜증이 입구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터져 나왔다.

“짜증 나, 싫어, 싫어, 싫어! 저것들은 대체 왜 내 던전 위에 도시를 만드는 거야! 이건 너한테 보여주기 싫었는데 말이지……”

“음…… 인간의 도시가 던전 바로 위에 있다는 거예요?”

“그래, 저것들은 내 던전 바로 위에다가, 그것도 내 이름을 걸고 도시를 만들었다고.”

“…….”

운디르나 선배님은 물과 같이 온화하고 아름다운 정령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금은 마치 팔팔 끓는 물처럼 폭발하신다. 그렇게 인간들이 싫은 걸까?

실제로 나도 주변을 둘러보며 인간들을 보니 적대하고 싶다는 감정보다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든다…… 마치 장난감처럼……

전 세계에서도 인간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고, 담을 쌓고 게임 세상으로 빠져서 그런 건가?

실제로 인간들을 보니 던전측, 몬스터의 감정이 이런 걸 알게 되어 조금 두렵기는 하다.

운디르나 선배님은 화난 가운데도 나를 데리고 입구 밖으로 나섰다.

환혹의 돌 때문에 인간처럼 보이는 우리는 들킬 염려 없이 입구를 통과해 나갈 수 있었다.

그래도 운디르나 선배님이 지나간 자리에는 물의 흔적이 남는데…… 어째서 모르는 걸까?

“와……”

이 세상에 와서 던전의 사이즈나 던전의 화려함에도 놀랐지만, 지상에 나가자마자 보이는 도시의 모습도 놀라웠다.

곧게 뻗어 나간 도시, 그리고 도시에 풍부하게 물을 제공하는 쭉쭉 뻗어 나가는 수로들.

수로는 바다까지 곧게 뻗어있어 마치 판타지 속 대제국의 계획도시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도시를 보고 놀라는 나를, 운디르나 선배는 탐탁지 않은 듯 보았다.

“세이나, 너 저게 좋은 거야?”

“그……. 아니……. 멋있잖아요?”

“저것들은 던전 안에 없어서 싹 쓸어버려도 DMP를 10%밖에 못 얻어. 너는 아직 심장이 있어서 언제든지 50%의 효율로 DMP를 얻을 수 있지만, 던전에 심장을 놔둔 뒤에는 지상이나 다른 던전에 가서는 아주 효율이 낮아진단다.”

“그러면 인간들을 기르면 안 되나요?”

내 말을 듣고는 운디르나 선배님이 한참을 생각한다.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던 침묵, 아마도 운디르나 선배님은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보다는 가끔 말을 놓치는 것 같다.

“세이나. 너는 마스터지? 그러면 못 느끼는 거니? 저것들은 기생충이야, 던전 위에 기생하는 벌레들이야.”

“음…… 모르겠어요.”

“그건 네가 던전을 만들 때쯤이면 알게 될 거야. 자원을 주기도 하지만, 아름답게 꾸며놓은 던전을 망치고, 그 위에다가 저따위 도시까지 쌓아 올리잖니.”

나는 다시 도시를 바라보았다.

뭔가 느껴지는 게 있을까 싶어서 뻔히 보고 있으니, 갑자기 옆에 푸른 홀로그램 창이 뜬다.

홀로그램 창을 천천히 살펴보니 도시의 스탯 혹은 정보인 것 같다.

도시 이름: 물의 도시 - 운디르나

도시 연도: 2181년

도시 인구: 513,486명

도시의 등급: S

음, 보기에도 멋지고 커다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밑에 사는 몬스터의 수보다 10배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생각해보면 던전은 물자가 풍부하게 나오는 곳이고, 모험가들만 집어넣으면 각양각색의 물품들이 나오니 사람들이 살기엔 적당한 환경인 것 같다.

게임상에선 던전 위에 도시가 생성된다는 내용이나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도시는 모험가들의 전초기지이자 던전에 기생하는 기이한 형태로 자라난 것도 이해는 된다.

“음음, 내가 너무 과열되어서 쏘아붙인 것 같구나. 인간의 감정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지?”

“네……”

“그래서 그래. 인간들의 도시는 하늘이 열려있고, 그건 던전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단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감정은 던전 내에서는 효율적으로 가둬서 빼앗을 수 있지만, 하늘이 뚫려 있다면 흡수하기 힘들겠지?”

“아아……”

운디르나 선배님께서 차근차근히 설명해 주시지만, 도시의 화려함에 오히려 눈이 뺏겼다.

그리고 정보도 마음에 걸린다. 특히 도시 연도라던가……

“세이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아하하, 아니에요.”

“흠- 자꾸 그러면 안은 채로 구석구석 만질 거야?”

“아니, 사양합니닷.”

그리고 여기 나오면서 네임드들을 수납하고 있었지만, 운디르나 선배님은 수납해제를 하려 하자 내 손을 잡으신다.

“그 아이들은 잠시, 지금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잖니?”

“알겠습니다.”

왠지 시엘과 소멜이라면 수납된 상태에서 나를 찾을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 둘이서 버려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운디르나 선배님은 나를 향해 방긋방긋 웃으면서 인간들의 거리를 걸었다.

마치 나와 운디르나 선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느껴진다.

인간들의 도시는 직접 내려와 보니 판타지 풍의 도시처럼 느껴진다.

번화가를 걸으며, 방긋방긋 웃는 운디르나 선배님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인간들을 향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웃을 수가 없었다. 괴롭히고 싶다는 마음, 장난감처럼 마구잡이로 가지고 놀고 싶다는 마음만 솟아오른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될 텐데,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심지어 운디르나 선배님이 잘 참고 있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자, 우리 도시 중앙의 호수로 가 볼까?”

“인간들의 도시가 싫으시다면서 즐기시는 거 아니에요?”

“음, 거기서 싹 쓸어버릴 거야. 주기적으로 홍수가 나는 건 아무도 모르겠지?”

“그, 그런가요……?”

운디르나 선배님은 상당한 마이 페이스라서 나는 굉장히 많이 휘둘린다.

선배님을 따라가니, 화려한 거리들이 모이는 중앙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호수에 다가가 운디르나 선배님이 생긋 웃더니, 호수의 물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한다.

“선배님. 저는 안전한 거겠죠?”

“응응~ 우리 세이나는 내가 공기 방울로 지켜줄 테니까, 우리 가장 높은 곳에서 인간의 도시가 쓸려나가는 모습을 지켜볼까?”

순간 기대해버렸다. 인간들이 수몰되는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만 솟아오른다.

전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마음가짐으로 전 세상에 돌아간다면 사이코가 될 것 같다.

호수는 그러는 동안에도 몸집을 불리며, 거대한 물보라가 중앙에서 치며 엄청난 해일을 일으키며 도시 중앙에서 솟아오른다.

“하하, DMP를 쓸어 담을 시간이야~”

“이래도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는 건가요?”

“주기적으로 청소를 해 줘야지. 안 그래? 인간들은 던전이라는 에너지가 모인 곳에서 자연 발생하는 몬스터와 같은 녀석들이라고. 그런 몬스터라면 우리 세이나처럼 후배가 태어나는 게 좋아.”

“…….?”

해일의 너울을 따라 운디르나 선배님과 내가 탄 물방울은 공중으로 치솟는다.

그 상태로, 해일은 도시의 중앙에서 점점 밀려가 도시의 끝으로 뻗어 나간다.

하지만 사람들은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일을 당해서인지, 너무나도 침착하게 대응을 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거리에 있는 건물들, 그곳에 있는 문과 창문에 갑자기 강철이 둘러지고, 사람들은 침착하게 근처 건물로 대피한다.

“아우우우, 저것들은 왜 저렇게 잘 피하는 거야!”

한 가지 방식으로밖에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아서, 라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차마 나오지는 않았다.

생긋생긋 웃는 물의 정령 선배님이 너무 기뻐 보여서 그 기분을 해치고는 싶지 않았다.

해일은 열 번 정도의 너울의 형태로 뻗어 나가고, 운디르나 선배님과 나는 광장에 홀로 남겨졌다.

혹시나 사람이 죽었을지, 궁금해서 다시 도시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도시 이름: 물의 도시 - 운디르나

도시 연도: 2181년

도시 인구: 501,214명

도시의 등급: S

아무리 잘 대처한다고 해도 한 번에 만 명이라는 사람이 수몰되었다. 어쩌면 매우 적은 수치일지도 모른다.

그러는 와중에도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는 빠르게 줄어든다.

과연 민간인을 학살하는 게 맞는 건지, 나는 계속해서 의문이 든다. 그러면서도 몬스터의 감각, 인간들이 그저 기생충이나 벌레, 혹은 데이터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자꾸만 솟아오른다.

선배님은 한바탕 한 게 후련한 듯, 물의 흔적이 잔뜩 있는 공원의 튼튼한 벤치에 누웠다.

“이렇게 한 번쯤 화풀이해 줘야 한다니까? 저 녀석들이 내 소중한 네임드의 목숨을 얼마나 많이 가져갔는데 말이야.”

“음……”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끼면 안 돼, 그런 식으로 약하게 마음먹은 마스터들이 얼마나 많이 인간들에 의해 심장을 잃었는지 아니?”

“…….”

왠지 할 일을 했는데도 침울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운디르나 선배님의 곁에 푹 안기니 괜스레 싱숭생숭한 마음만은 놓인다.

멍하니 정보창을 보며 줄어드는 숫자를 보고 있던 중, 갑자기 도시 중앙에 빛이 나며 인구에 해당하는 숫자가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한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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