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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속 서큐버스-25화 (2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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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본 것을 확인하러 시엘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나왔다.

몸이 약해진 부분들, 근육이 굳은 것 같은 부분들은 빠르게 낫지 않고 여전히 움직일 때마다 후들거린다.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듯, 심장이 없어서인지 상당히 적적하고 무서운 느낌이다.

올라오자마자 무섭게 생긴 스켈레톤들을 가장 큰 3번째 방에 불러모았다.

“하나, 둘……”

분명히 이렇게 새면서 생각한 거지만, 운디르나 선배님은 몬스터들의 수를 세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사소한 것에서부터 배울 게 많은데, 왜 다 배우지 않고 나왔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어쩌면 한 구역을 받아서 네임드처럼 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일부 부분은 생략되고, 자동으로 운영되었던 게임과는 달리 현실은 더 복잡하다.

“…… 열셋.”

스켈레톤 킹 한기, 스켈레톤 메이지 3기, 그리고 스켈레톤 상급 병사 8기, 적당히 소환한 스켈레톤 15기. 이전의 기록이다.

다행히도 상급 병사는 열을 갖춰 서 있어 8기라는 점을 잘 알 수 있었고, 킹이나 메이지는 딱 보기에도 분간이 되니 알기 쉽다.

“스켈레톤 중에 등급 업을 한 건 없지?”

스켈레톤 킹이 삐그덕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스켈레톤은 100 DMP로 가장 싼 몬스터지만 이렇게 되면 손해가 막심하다.

아니, 손해가 아닐지도, 피자를 시키고 남은 게 4499 DMP니, 지금의 DMP를 확인해 보았다.

4631 DMP

손해다. 분명히 엄청난 양의 DMP가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한 칸을 늘릴 수 있는 300 DMP가 아니라, 132 DMP밖에 벌지 못했다.

그만큼 도굴꾼들은 잔챙이였다는 소리이기도 하고, 죽음을 경험하게 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DMP 획득량이 적은지도 알려주는 단적인 수치다.

분명히 도굴꾼들은 스켈레톤 등에 대한 사냥 방법은 알고 있었을 테고, 내 방심이 불러온 일이 얼마나 큰지도, 그리고 피자 한 판에 10 DMP라는 수치도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되었다.

“주인님…… 인상 펴.”

“마스터님, 왜 그래요?”

“아니……. 우리 아무래도 긴축재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긴축재정? 그게 뭐예요? 먹는 건가요?”

대식가인 타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하지만 깨물어주고 싶은 그 모습도, 지금의 심각성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다.

그래도 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으니, 단순한 도굴꾼들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올 게 뻔하다.

있는 몬스터들도 스켈레톤보다는 이제 더 다양한 몬스터와 함정을 부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4631 DMP, 작은 방은 최소 6칸은 되어야 하므로 방 한 개에 2400 DMP.

뼈를 깎는 심정으로 몬스터 소환 메뉴에서 일단 잃어버린 스켈레톤 2기를 소환해 보충한다.

[200 DMP를 이용하여 스켈레톤 2기를 소환합니다.]

“아휴……”

“주인님, 왜 그래?”

“마스터라면 분명히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실제로 돈, 아니 포인트를 써본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알게 되었다.

정말 선배님의 던전에서 모의전을 하며 쉽게 DMP를 얻었던 때가 나았을지도 모른다.

5만 DMP가 아니라, 10만 DMP를 쌓아두었는데도 던전 하나를 운영하기가 빠듯하다.

“던전이라면 보물 상자도 있어야겠지?”

“미야아아아-“

“응? 무슨 소리야 소멜?”

소멜이 나를 부르는 듯 내 팔을 톡톡 치면서 운다.

소멜이 하는 말은 정말 가끔 이해할 수 있다. 소멜이 강한 의미를 담아 말할 때만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멜에게 감각 공유를 하면 될 것 같지만, 감각을 공유한다고 속마음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미야아. (운디르나 마스터님이 오신데)”

“응? 벌써?”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로 활짝 웃어버렸다. 초보 던전 마스터, 물론 게임상에서는 아무리 랭킹권에 이름을 날렸다는 사람, 아니 이제는 서큐버스이지만 초보에겐 그만큼 큰 증원군이 없을 수가 없다.

선배님이 오신다는 소리는 마치 구원의 손길이 나에게 다다르는 느낌, 하지만 다양한 몬스터들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나는 헛기침하고 모른 척을 했다.

“흠흠, 그래 다들 본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스켈레톤 킹은 성대가 없어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공허한 소리를 내며 나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왕에게 하는 인간의 예인지, 그런 멋들어진 예를 표하고 스켈레톤들을 인솔해서 떠난다.

“시엘, 일단 던전 안을 확인하고 싶은데 가볼까?”

“네, 주인님”

시엘은 방긋방긋 웃으며 내 옆에 와서 들어준다.

시엘의 푹신한 목에 어깨를 걸고, 하나둘 발걸음을 옮기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빠르게 몸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맘껏 던전 안을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지만, 일단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가봐야 한다.

“시엘, 전투가 벌어진 장소로 가자.”

“네! 입구 쪽에 있는 방이에요.”

깊은 쪽에 있는 방에서 바깥쪽에 만들었던 방으로 천천히 걸어 나간다.

먼저 돌아간 스켈레톤들이 나를 빤히 보고 경례한다. 무서운 해골바가지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내가 던전 마스터가 된 기분이다.

그대로 걸어 나가서 입구 쪽에 가장 가까운 방에 도착했다.

피가 쏟아진 희미한 흔적과 전투가 벌어진 흔적, 그리고 스켈레톤이 쓰러진 모습 등이 보인다.

스켈레톤의 마력석은 아직 미약하게 남아있지만, 나는 시엘에게 말해서 그들에게 안식을 주고 DMP를 회수했다.

두 기의 스켈레톤에게서 50 DMP씩 회수하니, 그래도 본전은 찾을 수 있었다.

천천히 던전의 방 안을 살펴보니, 전투의 흔적 등은 점점 벽과 바닥 등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던전의 회복성이라고 들은 부분, 선배님의 던전 안에서 모의전을 할 때도 이런 일이 있었었다.

정말 던전 벽을 마개조할 수준으로 뚫어대는 인간들이 망가트리는 것이지, 저런 잔챙이들은 던전의 자체 회복성만으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뭐, 인간들이 보면 던전이 살아 움직이는 무서운 모습이겠지만, 나에게는 저런 회복성이라도 없었으면 다시 던전을 제거하고 설치하는 끔찍한 DMP 소모가 일어났을 테니까.

그리고 나는 몬스터 소환 메뉴로 가서 더 효율적인 몬스터가 있을까 찾아본다.

익숙한 몬스터가 스켈레톤 칸 옆에 있다. 게임을 하던 사람들에겐 스켈레톤보다 더 인기 있는 점액형의 몬스터.

슬라임이 눈에 띈다.

슬라임

300 DMP

등급: F

점액형의 몬스터, 지능이 없지만, 마스터는 잘 분간한다.

슬라임은 물이란 물을 찾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무기물을 쉽게 녹인다.

물론 이건 게임 시절의 사양이고, 분명히 저런 성질로는 19금을 받았을 텐데 어째서 던전 온라인이 12세 이용가였는지 의문이 든다.

아무튼, 슬라임을 세 기 소환한다.

[900 DMP를 이용하여 슬라임 3기를 소환합니다.]

“스켈레톤들, 너희들은 뒤쪽에 있는 세 개의 방으로 후퇴해라.”

스켈레톤 세 기와 스켈레톤 메이지 한 기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슬라임 세 기가 폭신폭신, 퐁퐁 튀면서 움직인다.

“응? 주인님, 얘네들이 슬라임이야?”

“마스터님…… 저희는 마스터님을 저런 녀석들에게 뺏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무슨 소리인지, 슬라임이 이상하기라도 한 건지 바라본다.

슬라임은 진흙처럼 끈적끈적한 액체로 만들어진 녀석들이고, 게임상에서도 리얼하게 묘사되었던 것 같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 슬라임들은 마치 모 아이용 게임에 나온 것처럼 보송보송한 녀석들이다.

정보를 열어보았다.

등급: E

종족: 쁘띠 슬라임

레벨: 5

특수 스킬: 점액 발사, 무기물 녹이기, 약간의 지능

“음……. 원래 슬라임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지?”

“주인님, 범죄는 안 돼요!”

“맞아맞아, 우리로 충분하지 않나요?”

타피, 그러면서 내 머리카락 냄새 맡지 말거라.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슬라임들이 진화한 것 같긴 하니 이득이 아닐까?

“슬라임, 아니 쁘띠 슬라임들아, 너희는 이 방에 오는 인간들을 잡아먹으면 된단다.”

슬라임들은 각자 통통 튀기며 알았다는 듯 의미를 전해온다.

귀여워서 무심코 만지려다가, 시엘이 내 손을 탁 친다.

“주인님, 저 아이들은 무서운 녀석들이에요!”

“맞아맞아, 마스터님의 손을 녹여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내 네임드들은 슬라임을 굉장히 많이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만지고 싶다는 눈빛을 은근슬쩍 슬라임들에게 보내는 걸 보니, 내가 잠이라도 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맞다. 시엘, 소멜, 타피, 저번에 너희들이 놀던 개울가로 갈 수 있을까?”

“주인님, 주인님 몸으로는 바깥에 나가기는……”

“마스터, 약한 무리로는 무리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니…… 나도 산딸기를 먹고 싶어서 말이지.”

이왕이면 DMP 소모가 없는 쪽에서 먹어보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다.

인간들이 도망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부분이고, 슬라임들을 소환했으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으니까 말이다.

시엘과 타피는 입술을 쭉 내밀며 불만스럽게 나를 밖으로 데려다주었다.

오랜만에 맡는 바깥 공기는 상쾌했다.

========== 작품 후기 ==========

현실이 바쁘니 제 시간에 올리기도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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