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던전 속 서큐버스-60화 (60/95)

00060 <-- 신입 던전 마스터와 신입 모험가 조합 지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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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그래서 안 된다고 했잖아요!”

“헤헤, 미안……”

“손들어요! 아직 인간들이 제대로 오는지 안 오는지도 모르는데 과소비, 아휴.”

“죄송합니다…….”

“빠짝 들어요!”

어째서 나는 시엘에게 혼나는지…….

그건 시엘이 화났기 때문이고, 그저 시엘이 화났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아니, 과소비가 원인이다.

“내려간다!”

“넷……!”

후, 이제 막 회복한 사람을 벌 세우는 시엘도 무섭다.

다른 아이들도 시엘에게 꽉 잡힌 건지, 아리에타 언니는 안 보이고 그저 나만 벌을 서고 있을 뿐이다.

“자, 이제 일어나세요.”

“……네.”

시엘과 함께 있는 여기는 자연 필드.

다만 인공 태양을 만들지 않았기에 밤 필드로 만들어졌다.

나무가 일곱 그루, 그리고 덤불 약간의 자연 밤 필드.

가로 12m, 세로 12m, 높이 8m의 온실 같은 분위기가 난다.

자연풍이 이런 좁은 공간에서 부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필드의 속성이라지만 너무 작고 비쌌다.

“그래서 이게 72000 DMP라는 거죠?”

“응……”

“고마워요.”

시엘이 무슨 말을 한 건지, 너무 작게 속삭여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더 시엘에게 다가갔다.

“고맙다고요…….”

“여기는 시엘의 방이야. DMP를 모으는 데로 자연 필드를 늘일 생각이니까.”

“……. 그전에 던전 구조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지금 나의 던전은 입구 - 흙 필드 - 해변 필드 - 석굴, 불 필드 - 자연 방이라는 순서로 만들어져 있다.

사실상 코어 부분인 석굴이 중간에 껴서 애매한 정도, 당분간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던전 구조를 옮기는 것 자체는 코어 방을 옮기는 것처럼 DMP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옮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게임 시절엔 순간이동 장치라도 있었는데, 던전 꾸미기 메뉴에서 찾아보니 정말 있었다.

순간 이동기: 10000 DMP

비싸다.

지금 남은 건 29485 DMP.

고민하고 있던 참에, 리파가 자연 필드까지 들어온다.

그리고 나를 뒤에서 습격, 꼬리를 잡지는 않지만 뜨거운 몸으로 매달린다.

리파가 그렇게 팔팔 끓는 정도로 뜨거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범한 인간보다는 뜨겁다.

“주인, 배고파……”

“아, 리파는 내 음식을 먹고 싶구나?”

“…… 아냐.”

뒤돌아보니, 리파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딱 보기에도 꼬리와 귀를 궁금하다는 듯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모습.

밤 필드를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처럼 빛내는 화염 꼬리가 복실복실하게 빛난다.

요즘 시엘은 내가 자는 1주일 동안, 리파의 저 꼬리를 노리지는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다.

“주인님, 저도……”

“그래그래, 다들 먹으러 가자. 해변 필드로 나갈까?”

“아니, 여기서……”

“……시엘?”

시엘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이고 내 옷자락을 부끄러운 듯 잡는다.

나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걸 알지만, 나는 나의 네임드 모두를 사랑할 뿐이다.

시엘의 저런 모습도 귀엽고 순수하게 빛난다. 금발의 엘프 시엘은 나의 첫 네임드이기도 하고, 우리 던전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이다.

“그래, 시엘, 우리끼리 먹을까?”

“주인, 나도 끼워 주는 거지?”

“그래! 리파.”

시엘은 리파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리파는 도도하게 와서 앉는다.

하지만 행동과 저 불처럼 빛나는 꼬리와 귀는 반대로 움직인다.

마치 빨리 앉으라는 듯 재촉하는 꼬리털의 불길에 시엘을 옆으로 앉히고 앉았다.

“어느 걸 원하니 다들?”

“저희가 처음 먹은 거요.”

“주인, 치킨이 좋아.”

“그래, 둘 다 원하는 거로 줄게.”

나는 DMP 메뉴에서 음식 주문을 한다.

소환진이 열리며 음식이 나타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게다가 이 메시지까지, 내가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 ‘주문’할 수 있으니 내 요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10 DMP로 치킨을 한 마리 주문합니다.]

[10 DMP로 피자를 한 판 주문합니다.]

동시에 나타난 패스트푸드에, 리파는 행복하게 웃으며 닭다리를 뜯는다.

내 시선을 느낄 때까지, 기름진 치킨을 으적으적 씹다가 내 눈을 보고는 다시 무표정으로 오물오물 씹는다.

그에 반해 시엘은 나에게 반쯤 기댄 채로 피자를 먹는다.

“주인님, 다른 애들 말고 나를 더 봐주면 안 될까?”

“응 그러면 안 돼, 다들 착하고 아름다우니까.”

“치, 그래서 요즘 매주마다 네임드를 늘리는 거지?”

“그야…… 내가 원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주인, 나를 원하지 않지?”

리파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일어난다.

난처한 상황에서, 나는 어리바리하다가 아무 표현도 못 할 바에야 일어나 리파를 잡았다.

하지만 손이 미끄러지며 리파의 꼬리에 손이 갔다. 털이 부드러웠다.

“주인, 나는 싫다면서, 갈게.”

“리파, 먹던 건 다 먹고 가야지.”

“…… 그래.”

리파는 싫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꼬리는 잡아주어 안심했다는 듯 살랑살랑 흔든다.

다시 앉아 치킨을 뜯고, 시엘은 피자 세 조각을 먹고 내 무릎에 누웠다.

내 꼬리를 잡으려 하길래 말아서 숨긴다. 시엘은 잠이 부족한지, 내 무릎에서 다시 잠든다.

리파는 언제 온 건지, 크고 복슬복슬한 꼬리로 내 등을 덮는다.

“주인, 좋아?”

“응…… 최고야.”

“주인, 나도 봐줘. 나도 있어.”

“보고 있어, 마음의 눈으로.”

“……. 주인, 남자야?”

갑자기 리파가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하긴 지금 내가 하는 짓은 하렘의 중심에서 중도를 지키는 주인공 같은 포지션이다.

그런데 뭐, 외모는 서큐버스니까 분위기 자체는 그렇게 깊지는 않은데……

“주인, 나는 갈게. 잘 먹었어.”

“그래, 다음엔 내가 찾아갈게.”

“고마워, 주인.”

리파는 다시 자기 구역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내 무릎에서 잠드는 시엘을 바라보고, 부드러운 금발을 쓰다듬어주다가 다시 던전 경보를 느꼈다.

흙 필드는 던전의 회복성으로 보물 상자와 함정 부분은 회복되었지만, 몬스터는 DMP로 직접 소환을 해야 하기에 아무도 지키고 있지 않다.

“누구지……?”

100 DMP로 휘장을 사서 시엘에게 덮어준 다음, 석굴로 나와 맵을 열었다.

석굴에는 앉은 채로 선잠을 자는 르테아 언니가 있었다.

타피는 여전히 잠들었다. 지금은 아마 낮인 것 같다.

맵을 열자 크게 보이는 푸른 점이 입구에 있다. 그리고 확대하니 저번에도 보았던 익숙한 홀로그램이다.

다만 단신으로 돌파하면서, 함정이 발동하지 않는 걸 봐선 정말 타락된 엘타리스인 것 같다.

이쪽까지 단번에 오지만,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

해변 필드는 다섯 개의 방이고, 그중에서도 우리가 자주 가는 큰 해변 필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소멜은 아리에타 언니에게 전수받는 중이다.

그리고 모두들 잠이 들었다. 리파는 모르겠지만……

이쪽으로 온 엘타리스를 만나자, 이전에 느꼈던 무서운 감각과는 달리 조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모습은 똑같이 판금 갑옷으로 몸을 칭칭 두르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땋은 머리다.

“마스터, 인간들의 땅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그리고 가장 궁금했던 정보를 열어본다.

이름: 엘타리스 세이크라시아

종족: 세이나의 기사

레벨: 167

특수 스킬: 검성, 꿈의 길

아니, 대체 종족명은 왜 저런 거야?

뭐 전사가 아니라, ‘기사’라는 건 둘째치고, 레벨이 6이나 올랐다.

게다가 인간들에게 들키지는 않은 건지 궁금하다.

무릎 꿇고 시선을 내리까는 엘타리스를 일으켜 탁자에 앉히고. 찾장에 가서 밀크티를 탄다.

“마스터, 제가 하겠습니다.”

“어, 응. 으응……”

나보다 힘이 훨씬 강한 엘타리스에 의해 다시 탁자로 앉혀졌다.

궁금한 건 수없이 많지만,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물어볼 수는 없으니, 밀크티를 타는 엘타리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프란시아 모험가 지부는 내 던전 위에 만들어지는 거야?”

“네, 제가 그곳의 지부장입니다. 아무에게도 몬스터가 되었다는 걸 들키지 않았어요.”

“잘했어…… 이제 왕이니 모험가 조합장이니 이런 사람들을 섬기지는 않는 거지?”

“당연하죠, 제 마스터는 세이나님 뿐입니다.”

아직도 타락이니, 네임드 소환이니 하는 건 익숙하지 않지만, 나에게 정말 무슨 보정이라도 걸린 걸까?

리파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내 네임드들은 나를 좋아하게 되는 보정이라도 걸리는 것 같다.

“그러면 인간들은?”

“같이 왔습니다. 대략 이주 희망자 500명 정도요. 지금 위쪽에선 나무를 베어 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부족하지 않아? 황량한 들판이 있을 텐데……”

“그래서 부탁하러 왔습니다. 자연 필드를 만들어 주세요.”

“그거야 있긴 한데…… 내일 다시 오면 입구 쪽으로 올려 줄게.”

“마스터, 사랑합니다.”

“응?”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을 받고, 엘타리스가 밀크티를 놓고 올라가는 뒷모습을 지켜본다.

응, 이건 안 마시고 가는 거니? 잠깐 기다리고 DMP 음식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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