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매듭,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밤 아홉 시로, 나는 혼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오후
여덟 시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잠과 각성의 중간적 지역이라는 것
이 존재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에는 나는 이미 각성의 중추에 있었다.
머리의 움직임은 완전히 정상을 회복한 것처럼 느껴졌다. 회색 원숭이에게
얻어맞은 뒷머리의 아픔도 사라지고 없었다. 몸도 나른하지 않고, 한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똑똑히 떠올릴 수도 있었다.
식욕도 생겼다-라기보다는 차라리 지독하게 배가 고팠다. 그래서 나는
맨 첫날밤에 들렀던 호텔 근처의 목로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안주 몇 개를
먹었다. 생선구이라든지, 삶은 야채라든지, 게라든지, 감자라든지 그런 것
들을 이것 저것. 가게는 전과 같은 정도로 붐비고 있었고, 같은 정도로 시
끌시끌했다. 무슨 연기인지 냄새인지가 가게 안에 가득 차 있었다. 누구
나가 다 큰 소리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매듭, 하고 나는 그런 카오스의 중심에서 스스로를 향해 물었다. 그리곤
조용히 입밖에 내어 말해 보았다. 내가 찾고, 양사나이가 잇는다.
나로선 그것이 어떤 일인지 충분히 이해되지 않았다. 너무나 비유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아마 그것은 비유적으로밖엔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일
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왜냐하면 양사나이가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나를 희롱하고 즐긴다는 그런 일은 아무래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시
그는 그러한 말로밖에 그것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형태로밖엔
나에게 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저 양사나이의 세계를 통해서-그의 배전반을 통해서-온갖 것과 연
결되어 있는 것이다, 하고 그는 말했었다. 그리고 그 연결에 혼란이 생겨
난 것이라고. 어째서 혼란이 생겨났는가? 내가 제대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매듭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
어 버린 것이다. 혼란해 있는 것이다.
나는 술을 마시고, 눈앞의 재떨이를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그래서 키키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꿈 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낀 것이다. 그녀가 나를 여기로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 무엇인가를 구하고 있었다. 바로 그렇기에 나는 리루카 호
텔로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이젠 내 귀엔 도달하지 못하
게 되어 있었다. 메시지는 차단되어 있었다. 무선기의 플러그가 빠져버린
것처럼.
어째서 이것 저것이 이다지도 막연해진 것일까?
이음새가 혼란해졌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나는 자신이 무엇을 구하고
있는 것인지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양사나이의 도움
을 빌어 사물을 하나 하나 연결해 가는 것이다. 상황이 제아무리 막연해
보이더라도, 하나 하나 견디고 참을성 있게 풀어 나갈밖에 없는 것이다.
풀어놓고, 그리고 연결한다. 나는 상황을 회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어디에도 붙잡을 데가 없다. 나는
높다란 벽에 달라붙어 있다. 주위의 벽은 거울처럼 미끌미끌하기만 하다.
나는 어디에도 손을 뻗칠 수가 없다. 붙잡을 데가 없다. 나는 어리벙벙해
있다.
나는 술을 몇 병인가 마시고, 계산을 치르고 밖으로 나섰다. 하늘에서
커다란 눈조각이 서서히 흩어날리고 있었다. 눈이 본격적으로 내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 탓으로 거리의 음향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들렸다. 나는
취기를 식히기 위해 그 블록을 휙 일주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내 발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안되겠
다,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어느 쪽
을 향하면 좋을지조차 알지 못한다. 녹슬어 버린 것이다. 녹슬어서 굳어진
것이다. 이렇게 혼자서 있으면, 점점 나 자신이 상실되어 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정말,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아무튼 어디서부터인지 시
작해야 한다. 저 프런트의 여자아이는 어떨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녀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나와 그녀 사이에는 무엇인지 마음이 상통하
는 데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가령 그녀와 함께 자고 싶다면 잘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될 것인가, 거기서부터
어디로 갈 수 있는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더 잃어버릴 뿐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로선 나 자신이 무엇을
구하고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무엇을 구하고 있는지가 파악되지 못하고 있는 한은, 헤어진 아내가 말하
는 것처럼 나는 온갖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블록을 일주하고, 그리고 또다시 일주했다. 눈은 조용히 계속
내리고 있었다. 눈은 나의 코트에 떨어져 잠시 헤매고, 그리고 사라져 갔
다. 나는 걸어가면서 머리 속을 계속 정리해 나갔다. 사람들은 하얀 입김
을 밤의 어둠 속에 띄우면서 내 곁을 지나갔다. 추위 탓으로 나의 피부가
쓰라렸다. 하지만 나는 그 블록을 시계 바늘 방향으로 계속 걸었고, 계속
생각했다. 아내의 말은 마치 저주와 같이 내 머리에 달라붙어 있었다. 하
지만 그것은 사실 그대로였다. 그녀의 말 그대로인 것이다. 이대로 하면
나는 나에게 관련되는 누군가를 영원히 상처입게 하고, 계속 손상을 입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달로 돌아가요'하고 말하고 나의 여자 친구는 사라져 갔다. 아니, 사라
져간 게 아니다. 돌아간 것이다. 그녀는 현실이라는 저 위대한 세계로 돌
아간 것이다.
키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녀가 최초의 착수가 되는 셈이었다. 하지
만 그녀의 메시지는 도중에서 연기처럼 꺼져버렸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나는 눈을 감고 회답을 찾았다. 하지만 머리 속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
다. 양사나이도 있지 않았고, 갈매기들도 있지 않았고, 회색 원숭이마저
있지 않았다. 텅 비어 있었다. 텅 빈방에 내가 혼자서 앉아 있을 뿐이었
다. 아무도 대답해 주지는 않았다. 그 방안에서 나는 나이를 먹고 늙어서
메말라 지쳐 있었다. 나는 이미 춤을 추고는 있지 않았다. 그것은 서글픈
광경이었다.
역 이름을 아무리 해도 읽어낼 수가 없다.
데이터 부족으로 회답 불가능, 취소키를 눌러 주시오.
하지만 회답은 다음날 오후에 와 닿았다. 여느 때처럼 아무런 예고도 없
이, 돌연. 회색 원숭이의 일격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