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1화 (1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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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흔히 말하는 안 좋은 전설 같은 것이 있다. 즉 남들이 듣기에 매우 흉흉하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들 말이다.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면 동네 아저씨들이 가지 말라는 곳에 호기심으로 갔다가 끝내는 시체 혹은 영원한 행방불명 당했다는 그런 흉흉한 이야기들 말이다. 아니면 어떤 수상한 사람이 마을에 왔는데 그 사람들이 아이들을 유혹하여 데려가고는 다시는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들 말이다.

병윤이 살고 있는 마을도 그런 흉흉한 전설 같은 것들이 많았다. 그 중 위안부 이야기도 그 것들 중 하나였다. 어느 누나가 돈 많이 번다고 어떤 수상한 사람을 따라가다니 알고 보니 사창가에 팔려갔다는 그런 이야기와 비슷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집으로 돌아온 병윤은 집에서 자신의 아버지 길남효가 통곡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누나가 그 안 좋은 전설에 당첨되었다는 사실 역시 말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스스로에게 의문을 던져 보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문이 던져졌다.

‘왜 하필 우리 누나지?’

지금의 도깨비 같은 능력도 이 의문을 풀지는 못했다.

“장씨 아저씨 다시 말해 봐요?! 그 오쿠보 방직이라는 데가 어디에요?!”

병윤은 갑작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기지 못하고 장씨 아저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병주 역시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충격을 먹기는 했지만 애써 냉정 침착을 지키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병윤의 행동에 바로 제제에 돌아갔다.

“이 녀석이 야! 이게 무슨 행동이야!”

병주는 병윤의 손목을 잡고, 멱살을 잡고 있던 병윤의 손을 풀어 헤쳤다. 그리고는 손목을 잡고 완강하게 병윤을 장씨 아저씨 곁으로 떼어냈다.

“헉헉.”

장씨 아저씨는 갑작스러운 멱살에 숨이 막히다 이내 병주의 제지에 숨이 통하는지 헉헉 거렸다.

“너 나가서 이야기 좀 해!”

병주는 장씨 아저씨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는 얼른 병윤의 손목을 잡고 문 밖으로 나갔다.

“아이고! 효순아! 효순아!”

아빠 길효남의 통곡소리에 병주는 나가면서 얼굴을 굳힌다.

방 안에는 목을 내놓고 울부짓는 길효남과 큰 형 병재, 장씨 아저씨만 남았다. 병재는 아빠의 감정 상태를 볼 때, 장씨 아저씨와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얼른 얼굴을 장씨 아저씨에게 돌리고 입을 열었다.

“장씨 아저씨. 좀 제대로 된 설명을 부탁할게요.”

“그게...”

“아까 위안부 징발업자에게 제 여동생이 팔아 넘겨졌다고 했잖아요. 그게 도대체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이죠?”

장씨 아저씨는 제대로 화가 난 병윤과 달리 엄숙하면서도 조용한 눈빛으로 추궁하는 병재가 더욱 무서운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장씨는 마음을 다 잡고 자신이 아는 바를 설명해주었다.

“그 위안부라는 것은 있지. 한 마디로 말해서 매춘이야. 그 것도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말이지.”

“예에?! 매춘이요?!”

“나도 처음에는 위안부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조금 조사를 했어. 그런데 알고 보니까 열이 뻗치더군. 한 마디로 말해서 성노예를 돌려 말한 단어였어.”

“성노예라고요?!”

“그래. 내 아는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그 인신매매를 하는 업자들이 총독부에게 일감을 맡아서 조직적으로 처녀들을 납치한다더군.”

“으으으. 이 개 자식들이!”

병재는 장씨 아저씨의 자세한 설명을 듣자마자 병윤처럼 흥분했다. 그러다 갑자기 감정을 죽이고는 잠잠해졌다.

“그 효순이는 되찾을 수 있는 거겠죠?”

장씨 아저씨는 그 말을 듣고는 입에 자석이 붙였는지 다물었다. 그리고 병재와 길남효를 보고는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장씨 아저씨에게 화풀이할 것이 분명할 지경의 분노에도 병재는 가까스로 침착을 되찾았다.

“휴우... 장씨 아저씨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오히려 이 소식을 거짓 없이 전달해주신 고마운 분이신데. 그리고 아까 병윤의 행동은 죄송합니다. 내가 책임지고 그 놈의 자식을 혼 구멍 낼게요.”

그러나 병재의 말에 장씨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아니. 아니야. 가족이 끌려갔다는데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보통이지. 안 그러겠나? 오히려 미안해다네. 자네들에게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주어서 말이야.”

그러고는 장씨 아저씨는 매우 미안한 표정으로 병재와 통곡을 내놓고 소리치는 길남효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금 내 친우가 저런 상태이니 내가 여기 있어봤자 뭐 할 것도 없겠군.”

“죄송합니다. 장씨 아저씨.”

장씨 아저씨는 슬며시 일어서고는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 나갔다. 방에 병재와 아빠 길남효가 남자 장남 병재는 길남효를 감정을 수습할 수 있도록 돌보았다.

한편, 병주와 병윤은 집 뒷마당 구석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는 오히려 병주가 병윤에게 화난 목소리로 소리치고 있었다.

“이 자식아! 너 왜 그런 행동을 한 거야?! 아버지 친우가 네 친구야?!”

“......”

병윤은 할 말을 잃은 듯 넋 나간 표정으로 바닥을 보고 있었다.

“우리 누나가 끌려갔다는 소식에 나도 엄청 화가 나. 얼른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고.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 유일한 소식을 전해준 장씨 아저씨의 멱살을 잡다니! 너 진짜 혼 구멍 나고 싶어?!”

“......”

병주는 병윤의 넋 나간 표정에 자신이 이런 말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여겼다. 병주는 병윤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병윤아! 정신 바로 차려! 누나 아직 살아있어! 끌려갔다는 소식뿐이야. 엉?!”

“...... 끌려갔으면 소식이 없는 거 아냐? 난 누나와 헤어진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형은 걱정도 안 돼?!”

그렇게 병윤은 울부짖으면서 병주를 밀치고는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병주는 병윤을 보고 잡을 생각을 못하고 가만히 서서 병윤이 뛰쳐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한편 감정의 소용돌이를 이기지 못하며 뛰쳐나간 병윤은 자신이 자주 가는 익숙한 장소로 갔다. 바로 푸른 돌을 주웠던 산 계곡의 시냇가로 말이다.

그리고 병윤은 거기서 눈물을 흘렸다.

“누나... 누나!!!”

병윤은 무릎을 꿇으면서 고개를 하늘로 향해 연신 누나만 소리쳤다. 누나와 헤어질 당시 그 기억은 매우 생생했다. 그러나 그 것이 마지막이라니. 병윤은 자신의 예감을 저주했다.

“흑 흑... 흑...”

그 때, 시냇가에는 병윤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병윤의 친구 송감연이 나무 뒤에서 잠시 쉬다가 병윤의 모습을 발견했다.

“저 녀석 왜 저래?”

우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 병윤 이기에 송감연은 저 녀석 뭐라고 잘못먹었나 싶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얼씨구 이게 무슨 일이래? 저 녀석 왜 울부짖고 난리야?’

마치 남의 일처럼 쳐다보는 송감연이었지만 이내 그나마 친구인 병윤을 보고 한숨을 쉬고는 병윤에게 다가갔다.

“임마! 너 왜 그래?”

“누나... 흑... 흑... 흑...”

병윤은 ‘누나’라는 단어만을 반복한 채 울고 있었다.

‘뭐야? 이 녀석. 내가 말해도 듣는 척을 안 하네.’

송감연은 여전히 울고불고 난리 난 병윤을 보고는 말을 걸 자신이 없어졌다. 송감연은 병윤을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

병윤이 송감연을 알아채고 감정을 가까스로 진정시킨 것은 몇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 때서야 송감연은 병윤이 어떤 일에 닥쳤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너의 친 누나인 효순 누나가 위안부 징발업자에게 팔렸다고?”

병윤은 대답할 힘도 자신도 없는 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허. 갑자기 일을 하다가 공장의 사장에게 팔려가다니? 이 무슨 허황된 소리야?!”

“......”

“젠장! 효순누나라면...”

송감연은 병윤의 감정과 공감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생각을 정리한 송감연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라니?”

송감연은 답답하듯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끌려갔으면 찾아야지.”

“찾는... 다고?”

“그래!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효순 누나를 구출 하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아까 너의 입으로 말했잖아. 그 오쿠보 방직이라는 곳에서 너희 누나가 일했다고. 그러니 거기서부터 시작해야지.”

“......”

-뿌득!-

병윤을 세게 앙 다물었는지 어금니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송감연의 귀까지 들렸다. 병윤의 눈빛은 아까의 우울함과는 달리 열기로 가득 찼다.

‘그래 감연의 말이 맞아! 누나를 찾는 것이 급우선이야.’

“그런데 오쿠보 방직까지 어떻게 가는지가 급우선인데...”

감연은 병윤에게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내 방법까지 생각 못 한 눈치였다.

“...... 점촌으로 갈 거야.”

송감연은 병윤의 말에 이제야 생각이 난다는 듯 박수를 딱 치면서 말했다.

“점촌에 역이 하나 있었지 참.”

“난 집으로 가볼게.”

병윤은 곧바로 일어서고는 얼른 발걸음을 옮겼다. 병윤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송감연은 병윤에게 소리쳤다.

“야! 야! 어디가?! 야!”

홀로 산 계곡을 내려온 병윤은 우선 장씨 아저씨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얼른 곧장 마당의 마루에 쉬고 있는 장씨 아저씨에게 다가와 말했다.

“저 아저씨...”

“......”

장씨 아저씨는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아니다...”

“그런데 그 오쿠보 방직이라는 곳이 어딘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장씨 아저씨는 그 말에 바로 침묵했다.

“아저씨. 오쿠보 방직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제 누나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으음...”

장씨 아저씨는 이내 한 숨을 쉬고는 찬찬히 병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오쿠보 방직이라는 곳은 경성의 중구에 있는 공장이지. 오쿠보 도이미치라는 녀석이 운영하는 곳이야. 주로 여공들을 많이 고용하는 곳인데. 그런데... 그런 곳인지는 몰랐어. 그런 곳인지 몰랐다고...”

장씨 아저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병윤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숙연해졌다. 장씨 아저씨도 자신의 누나를 친딸처럼 아끼는 사람이었기에 저런 모습은 당연했다.

“죄송합니다.”

병윤은 모든 정보를 들었다는 듯 눈물짓는 장씨 아저씨를 뒤로 한 채 장씨 아저씨 네를 빠져나갔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저녁 내내 엄마와 아빠는 끙끙 앓았다. 큰 형 병재와 작은 형 병주는 불편한 얼굴로 집에서 지냈다. 다만 울고불고 난리칠 것 같은 병윤은 조용히 있었다.

모두들 잠든 시간에 병윤은 조용히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저번에 배워두었던 기술 [은밀]을 이용하여 집 마당까지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신발까지 조용히 신었던 병윤은 마루 밑 어두운 곳에 숨겨두었던 천 가방을 꺼내 메었다.

병윤은 집 울타리선을 넘어서자 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빠 엄마, 그리고 큰 형, 작은 형, 누나 찾을게요.’

병윤은 흙바닥을 방바닥삼아서 절을 하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마치 몇 달을 안 볼 것처럼 고개를 돌리며 집을 나갔다.

모두들 잠든 시간이라서 마을 안거리에 사람은 없었다. 병윤은 조심스럽게 거리를 따라서 점촌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야! 같이 가야지!”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병윤은 소리가 들리는 곳을 황급히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자신처럼 짐을 싼 감연이 있었다.

“너가 왜 여기에?!”

“쳇! 불알친구 녀석이 혼자서 누나 찾는 것이 꼴 보기 싫어서 기다렸다. 왜?”

“야 임마! 이게 장난인 줄 알아? 너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나도 장난 아닌 거 아니까 걱정 말고 너나 신경 쓰세요.”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병윤은 어쩡쩡한 눈빛으로 감연을 쳐다 보았다.

“나야 나를 제외하고 큰 형, 작은 형 있으니까 걱정은 없는데 너는 외아들이잖아. 아버지가 걱정 안 하셔?”

감연은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야 이 자식아! 왜 내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고 난리야! 내 아버지는 나 없이 잘 먹고 잘 사니까 걱정 말라고!”

“마지막 기회야! 돌아가!”

“싫어! 나도 전생에 거머리였다고! 네가 싫어도 난 널 따라갈 거야!”

“너까지 다칠 수 있어.”

“그럼 너는 다치는 것을 아는데 왜 나가는데?”

“나야 너네집 사정과는 다르잖아.”

“헹! 그건 아까 내가 말했는데?”

병윤은 마치 억지로라도 찰거머리처럼 붙겠다는 감연의 의지가 담긴 시선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에라! 난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결국 병윤은 포기선언을 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누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병윤의 생각과 달리 감연까지 둘러붙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두 소년의 누나를 찾기위한 대여정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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