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41화 (24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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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병재가 사실 처음 특성에 얻은 것은 지난 미국에서 있었던 강의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병재의 강의는 미국의 재생치료센터에서 엄청난 인기를 차지고 있었다. 그들 중에 현직 의학교수까지 있었으니 오죽하겠나?

병재는 그렇게 열심히 강의를 하던 와중 새로운 문구가 떠오른 것을 발견했다.

-축하드립니다. [교육]교육숙달에서 비밀스러운 행동의 반복으로 남들이 알지 못하는 특성을 해금하게 되었습니다. (특성 불타는 배움의 의지 : 교육생들의 의지가 자동적으로 불타오릅니다.)-

그렇게 뜬 특성은 [교육]교육숙달의 설명 란에서 나오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강의를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강의에 자동적으로 집중을 해준다는 것이다. 그 특성을 얻은 직후부터 자신에게 강의를 받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남달라 진 것을 조금이나마 느꼈다.

물론 그 의지가 너무나도 역력해서 한 때 곤란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진지 오래이다. 병재는 주현필과 정필중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재생치료병원의 근무는 어떤 식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까?”

한동안 동경했던 곳에 입성하게 된 주현필은 알고 싶은 것이 많은지 연신 궁금한 얼굴로 자신의 직장 선배가 되는 정필중에게 질문하자 정필중은 조금 생각을 하더니 이내 알려줄 것은 알려준다.

“기본적으로 근무형태는 각 의사들이 담당하는 진찰제야. 다만 전문분야 별로 나누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체계는 쓸 수가 없어.”

주현필은 그 말에 궁금해 하면서 묻는다.

“그건 왜 그렇습니까? 병에 따라서 분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자네는 일반 사람들이 이비인후과, 내과, 정형외과, 그 외 다양한 병의 종류를 달달 외우리라 생각하는가?”

그 말에 주현필은 알아차렸다는 얼굴을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래서. 하기야 아직 글도 못 읽는 사람들이 천지이니 어려운 단어를 쓰면 쓸수록 조금 혼잡이 생길 가능성이 있군요.”

정필중은 그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래. 그래서 이 곳은 재생치료는 물론 각 종 병들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안 돼. 즉 여러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한다는 뜻이지.”

“으음. 여러 분야에 대한 공부라면?”

“아까 내가 말한 비뇨기과, 안과, 정형외과, 내과 등 여러 전문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습득이 되겠지.”

주현필은 그 말에 입이 벌어지면서 병재와 정필중을 쳐다본다.

“그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입니까?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도 모자를 판국에 여러 분야에 분산되면 어중지간한 사람이 됩니다.”

정필중은 병재를 쓰윽 보더니 주현필의 말에 공감하면서 말한다.

“그래. 자네의 말이 옳고 옳아. 한 가지 우물이라도 제대로 파야 되는데 말이야. 하지만 여기서는 한 가지 우물을 파는 것도 좋지만 여러 우물도 제대로 파야 한다네. 그래서 모든 의사들이 이 곳에 일을 하러 배우러 가지 않은가?”

주현필은 그 말에 일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한 얼굴을 하고는 말한다.

“그렇게 되면 상당히 피곤한 일이지 않습니까? 한 가지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 손을 봐야 한다니. 일의 집중이 너무 심한 것으로 보이는 걸요.”

정필중은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병재의 눈치를 보고 주현필에게 말한다.

“내가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배운 것이 그 것들 다 인데. 내가 어떻게 하겠어? 하지만 난 후회는 안 해. 저 녀석에게 배운 것만 가지고 독립해도 난 먹고 살 수는 있어. 다만 저 녀석의 실력에 비해서 난 죽도 밥도 되지 않지만 말이야.”

주현필은 그 말에 자신보다 어린데도 담담한 표정을 짓는 병재를 쳐다본다. 하기야 재생치료라는 굉장한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니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나? 다만 그런 인물이 조선에서 알려지지 않고, 징용에 끌려가 미국에서 활약을 펼쳤다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이지만 말이다.

이 때, 주인아주머니가 예의 국밥 세 그릇을 자리에 앉은 세 사람에게 내놓았다. 주인아주머니는 병재와 정필중을 바라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유. 단골이 여기에 찾아와서 다행이야. 요즘 얼굴 보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

정필중은 그 물음에 피식 웃고는 대답한다.

“나 경성에 가게 생겼어. 시골 팔자인 내가 말이야.”

주인아주머니는 그 말에 에구머니나 하고 놀라며 되묻는다.

“뭐? 경성을? 출세했네. 출세했군. 경성이라니. 거기는 상당히 발전된 도시가 아닌가? 사람은 서울에 보내라는 옛 말이 있는데. 진정 출세했구나.”

정필중은 주인아주머니의 입담에 싱긋 웃고는 말한다.

“흥. 경성도 별 거 없어. 사실 내 자의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강의하러 가는 것 뿐이니 3개월 후에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

주인아주머니는 그 말에 조금 실망하고는 정필중에게 말한다.

“끄응. 3개월간이라고? 난 또 엄청 들떴네. 그나저나 병재 총각은 경성에 갈 생각은 있수? 병재 총각이야말로 각지의 사람들에게 유혹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정필중과 주현필은 그 말에 피식 피식 웃고는 병재의 반응을 기대한다. 병재가 주인아주머니에게 시선을 두고 한 마디 툭 내뱉는다.

“여기가 집인데 어디를 떠납니까?”

주인아주머니는 그 말에 호호호 웃으며 말한다.

“그 말 그대로 나올 줄 알았어. 하기야 병재 총각이 언제든 문경에서 떠나고 싶으면 떠날 수 있었겠지. 지금 이 문경 시골구석이 한창 개발 중이라고 하지만 말이야. 내 평생 문경 점촌에서 살았지만 이렇게 건물들이 들어서고, 공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이야. 왜인들이 석탄을 비롯한 자원 찾겠다고 발발 돌아다니는 꼴을 제외하고 말이지.”

“뭐 앞으로 문경은 많이 발전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골의 풍경이 점차적으로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입니다.”

병윤의 말 한 마디에 주인아주머니는 조금 씁쓸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짓는다. 한평생 지냈던 고향의 분위기가 점차적으로 사라진다는 말에서 자신의 추억도 영원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 때, 정필중이 하하 웃으며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한다.

“일단 그렇게 되었으니 이 것이 마지막 국밥이 되겠나? 하여튼 잘 먹겠수다.”

그 말을 하고 난 뒤, 이 셋 중 가장 연장자인 정필중이 먼저 수저를 들고, 한 숟가락 떠먹기 시작한다. 역시 이 맛이었다. 중독될 것만 같은 맛. 집사람의 밥하는 실력도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집을 따라가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정필중이 먼저 수저를 들자 주현필과 병재 역시 하나 둘 국밥을 먹기 시작한다.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세 사람의 모습에 주인아주머니는 쓸쓸한 얼굴을 그만 두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세 사람을 지켜본다. 문경의 모습이 바뀐다 한들 병재와 정필중을 비롯한 재생치료병원의 조선인 의사들은 계속 여기에 찾아올 것 같았다.

같은 시각, 병윤과 측근들 및 한독당 지부의 사람들, 유지들, 그리고 연대장 병주를 포함한 광복군 간부 및 문경에 자리 잡은 미군 대대의 간부들이 점촌에 있는 한 견본용 집을 체험하고 있었다. 동협 건설회사의 사장 민상현은 긴장한 얼굴을 하고 병윤을 쳐다본다. 병윤은 이 곳 저 곳 견본용 집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병윤의 만족스러운 표정에 민 사장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때, 병윤이 민 사장을 보고 한 마디 툭 던진다.

“그런데 전기난방 체계는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 것입니까?”

민 사장은 그 말에 안도도 잠시 다시 긴장하면서 대답한다.

“그거야 회장님이 알려주신 방향대로 다 건설하였습니다. 지금 창밖을 보시면 알겠지만 창문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저게 다 태양전지입니다. 즉 창문으로도 쓸 수 있고, 태양전지로도 쓸 수 있는 기상천외한 물건입니다.”

그 말에 동협 그룹의 사람들은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순간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창문은 물론이고, 전기를 변환시켜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이라니 그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전력이야 지붕이든 창문이든 얻으면 될 일이지만 그 전력으로 어떻게 난방을 하는지 설명을 좀 해주세요.”

그 말에 아! 하고는 민 사장은 조금 당황하다가 이내 병윤 따라 참가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럼 전기 난방 체계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민 사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 발걸음을 잠시 옮겨 거실 벽에 놓인 하나의 작은 장치에 있는 버튼들을 누른다. 그러자 바닥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신발을 벗고 여기에 들어왔기 때문에 바닥의 온도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집 안에서도 신발 신고 생활하는 미군 대대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독당 문경 지부장 현철환이 바닥의 온기를 발바닥으로 느끼면서 놀라워하고는 이내 민 사장에게 말한다.

“이 것도 보일러를 이용한 방법입니까?”

민 사장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답한다.

“예. 우선적으로 전기로 열을 만든 뒤 그 열로 물을 데워서 데운 물이 바닥은 물론 샤워에서도 쓸 수 있게끔 관을 타고 옮기는 체계입니다. 즉 연료 데우지 않다고 된다는 뜻입니다.”

그 대답에 현철환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문경에 주둔한 미군 대대장 찰스 에드윈 중령은 조금 놀랍다는 얼굴로 민 사장을 바라보며 묻는다.

“이런 체계를 사용하다니 상당히 편리하군요. 이런 체계는 지금 건설되고 있는 주택단지의 가구에서 전부 다 채용되는 것입니까?”

민 사장은 그 말에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원래 이 체계는 이 한반도의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체계입니다. 이른바 온돌이라는 것인데. 바닥 밑에 빈 공간을 만들어 그 공간에 더운 공기를 순환시키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이 것을 한 단계 진보시킨 것이 바로 이 것입니다.”

에드윈 중령은 그 말에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민 사장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자신의 직속상관인 병윤의 눈치를 살핀 후 곧 다음 장소로 사람들을 이끈다.

민 사장이 사람들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긴 것은 부엌이었다. 부엌에는 전기렌지, 미국에서는 핫 플레이스라는 물건이 싱크대 옆에 놓여 있었다. 현철환은 전기렌지에 관심을 보이고는 검지로 전기렌지로 가리키며 민 사장에게 말한다.

“이건 도대체 뭡니까?”

민 사장은 현철환의 질문에 잘 해주었다는 얼굴을 짓고는 순순히 대답한다.

“이른바 전기아궁이라는 물건입니다.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서 요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물건입니다. 예전 중경공단에서 생산된 물품인데. 이번에 문경에서도 생산되어 이 견본용 집에 적용이 되었습니다. 이 전기아궁이를 보시면 돌리는 버튼이 있습니다. 이 버튼은 전체적으로 열의 세기를 조절해주는 것으로 꺼짐의 상태인 0에서 최대 화력인 10단계까지 조절될 수 있습니다. 일단 5단계에서 물이 펄펄 끓습니다. 그 것만 참고하시면 될 일입니다.”

미군 대대의 사람들 역시 깜짝 놀라기는 했는데, 전기 대신 가스버너라는 물건을 사용 중에 있었다. 그런데 그 가스를 쓰지 않고, 전기로 조리에 이용한다니 그야말로 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유지들 역시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상당히 편리해 보이는 부엌을 바라보니 자신의 아내 혹은 첩이 만족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 보였다. 민 사장은 곧 싱크대에 연결된 수도꼭지에서 꼭지를 위로 올리자 수도꼭지의 관에서 물이 나온다. 민 사장은 곧 꼭지의 양 옆으로 돌리면서 한 마디 말한다.

“이건 물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도꼭지입니다. 이번 동협 관수회사의 상류시설이 갖춰지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물론 지금 지어진 급수시설에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급수시설은 아무래도 비상용이니 어쩔 수 없는 감이 있습니다. 급하면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조절되는 수도꼭지에 사람들이 꽤 놀란다. 병윤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민 사장은 부엌에 설치된 냉장고의 문을 열면서 말한다.

“이건 다들 아시다시피 냉장고입니다. 여기서 물은 물론이고, 각종 음식물들을 상하지 않게 보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 사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반응은 그저 그랬다. 사실 냉장고야 일제시기에서도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재력이 있다면 사용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민 사장은 사람들을 이끌고, 방 안 곳곳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화장실 안에 있는 싱크대, 양변기, 그리고 샤워기 및 욕조가 있었다.

그 외에도 방 안 분위기를 사람들이 느끼게 해주고, 거실에 설치된 TV까지 보통 사람들이라면 부러워하는 것들이 천지였다. 민 사장은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고는 말한다.

“이것이 이번에 동협 건설회사에서 계획하는 주택 가구입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정말 뭐라 해야 할 지. 척 봐도 돈이 있는 사람이 쓸 만한 건물인데. 이걸 동협 그룹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다니. 정말이지 병윤의 배포는 상상이상이었다. 병윤이 현재 계획하고 건설하는 규모의 단지만 하여도 14800가구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1가구 당 최소 가족의 수가 4명이니 그렇게 따지자면 최소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정말 규모 하나만큼은 아주 무시무시했다.

민 사장은 지금 사람들의 기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자신의 회장은 한 마디로 돈지랄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자신 역시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중국에서 어마어마하게 벌은 돈으로 직원용 주택들을 계획하고 건설하는데 이렇게 규모로 짓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보통 사람이라면 직원들을 위해 저런 주택들을 지어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거다. 직원 복지에 대해서 눈을 뜬 사람들이 기숙사를 만들어주기는 하는데 비해 이건 그야말로 돈지랄이다. 돈지랄이야. 하아. 하기야 나 역시 그런 회장님의 배포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것이지만 말이야.’

병윤은 돈지랄이든 뭐든 본전은 되찾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걸로 돈을 벌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그 때, 에드윈 중령이 박수를 치고는 병윤에게 다가가 말한다.

“문경에 있는 미군 대대와 계약을 맺었으면 합니다.”

그 말에 병윤은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에드윈 중령을 쳐다보며 말한다.

“으음. 계약이라. 미군정 사령부에서 허가가 떨어진 것입니까?”

에드윈 중령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그건 아니지만 필시 미군정 사령부도 이 모델하우스를 본다면 엄청 만족스럽다고 여길 것입니다. 더욱이 회장님이 이끄시는 기업집단은 나의 조국이나 유럽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으니 저의 행동을 오히려 지원해주었으면 지원해주었지. 별 말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에드윈 중령을 보고 말한다.

“일단 계약할 마음은 저도 있지만 아무래도 행정적인 절차는 밟고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날 우려가 없을 것입니다.”

에드윈 중령은 그 말에 조금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고 말한다.

“끄응. 즉시 계약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회장님의 말씀은 명심하겠습니다. 미군정 사령부와 직접적인 허가를 받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예.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건물에 대해 직접적인 관리는 이 민 사장에게 일임하였으니 가급적 그를 통해 계약을 진행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 말에 에드윈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시선을 병윤에게서 민 사장에게 향한다. 민 사장은 그 눈빛에 흠칫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쉰다. 그 때, 현철환이 민 사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그런데 이 가구의 가격은 보통 얼마로 예상하시는 것입니까?”

현철환의 물음에 민 사장은 잠시 병윤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대답을 한다.

“일단 생각하는 액수는 만 원입니다. 다만 그 금액을 한꺼번에 납부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니 아무래도 분할납부 방식을 적용해야할 것입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곧 민 사장에게 말한다.

“만 원이요? 여기에 있는 모든 물건들 및 집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 것보다 배는 더 될 것 같은데. 만 원은 정말 싸지 않습니까?”

“으음.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동협 그룹에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비어진 집은 시장의 가격에 거래가 될 것입니다.”

현철환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민 사장의 말에 동감한다. 하기야 이런 집을 만 원에 내놓다니. 직원 복지의 명목 하에 이런 가격은 가능한 셈이다. 그 때,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그런데 동협 그룹에 일하고 있는 사람이 도중에 그만두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쫓겨나는 것입니까?”

그 말에 민 사장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대답한다.

“우선 동협 그룹과 한 번 계약을 맺은 이상 그대로 10000원이라는 가격은 그대로 유지가 될 것입니다. 임금 및 물가수준에 따라서 그 가격은 변동이 되겠지만 직원들의 생계에 결코 타격을 줄 수 없는 범위 하에서 결정할 것입니다.”

한 마디로 동협 그룹에 일하다 그만둔 사람이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는 것이고, 그대로 분할납부만 하면 종적으로 집을 온전히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병윤이 말 한 마디를 덧붙여서 말한다.

“물론 이런 것을 노려서 동협 그룹에 입사를 하고, 그 곳에 입주를 한 뒤 계약을 끊고, 그대로 눌러 앉는 사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대비한 방책들도 생각하고 있으니 혹여나 그런 방법은 사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끄응’ 침음성을 흘리면서 병윤을 바라본다.

============================ 작품 후기 ============================

끄응 현대식 집을 짓게 되네요. 그리고 전기아궁이라고 불리는 현실의 전기렌지는 도대체 언제 발명된 물건인지 알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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