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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경성의 한 건물 안, 병윤이 병재와 고씨 남매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병윤이 병재를 바라보고는 조심스럽게 한 마디 말한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물음에 병재는 이빨을 뿌드득 갈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억세게 운이 좋은 녀석이야. 제기랄.”
병윤은 병재의 대답으로 일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병재의 눈빛은 아직 포기한 눈빛이 아니었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어. 심영이라는 작자가 박출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낙랑극회의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알게 되겠지.”
병윤은 병재를 바라보고는 하아 한숨을 쉰다.
“쯧. 이렇게 일이 된 이상은...”
병윤은 고씨 남매를 슬쩍 쳐다본다. 고경열이 병윤의 눈길에 조금은 긴장한 눈빛으로 병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경열씨. 당신이 조선공산당 건물들을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혹여 박출환이 있나 없나 확인을 했으면 합니다.”
“으음. 인력을 대동하고 가도 괜찮겠습니까?”
병윤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경열은 병윤의 반응에 미소를 짓는다. 그 때, 병재가 병윤에게 한 마디 물었다.
“넌 박출환이 조선공산당과 연관이 되어 있다고 믿는 것이냐?”
“제가 알아보았는데. 낙랑극회는 기본적으로 조선연극동맹에 속한 극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연극동맹은 조선공산당의 산하 단체이지요. 박출환의 지위가 대단치 않아서 문제입니다. 만약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른 작자였으면 금방 추격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네 말은 한 마디로 놓칠 수 있다는 말이군.”
“예. 그런 가능성도 생각해야 합니다. 큰 형님.”
“으음... 알겠다. 네 말대로 해라.”
“많이 피곤하신 것 같군요. 쉬십시오.”
“하아...”
병윤의 말에 병재는 발걸음을 돌린다. 병재의 얼굴은 실망과 분노가 얽힌 상당히 복잡한 얼굴이었다. 병재는 침대에 엉덩이를 대고 눕는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대면서 아까의 일을 회상했다.
자전거를 타고, 박출환이 타고 다니는 차량을 추격해서 기필코 죽이고자 하였는데. 죽이지 못했다. 자신은 총을 가지고 그를 쏘려고 했지만 그 때, 박출환이 차의 브레이크를 걸었고, 총의 조준점은 그 때 박출환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했다.
-뿌드득-
이가 저절로 갈렸고,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마를 댄 손은 침대를 친다. 그 후 병재는 손을 꽉 쥐었고, 입술을 깨물었다.
“심영을 찾고 난 뒤 한 번 알아보자고.”
병재는 그렇게 되뇌면서 앞으로의 일을 다진다.
1946년 3월 13일, 심영은 눈을 떴다. 그리고 흐려진 시야는 점차 또렷해지고, 자신을 향해 바라보는 한 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눈에 보였다.
“여기가... 어디이오?”
심영을 바라보던 장년 의사는 심영을 향해 한 마디 말한다.
“아, 병원이오. 안심하세요. 어... 지혈제를 썼고 응급 수술을 했어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이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 말에 심영은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밑이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감각.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이 상황에 심영은 장년 의사를 바라보고 말한다.
“아래쪽에... 감각이 전혀 없으니... 어떻게 된 거요?”
심영의 물음에 장년 의사는 딱하다는 눈빛으로 심영을 쳐다보며 말한다.
“아... 하필이면 총알이 영 좋지 않은 곳에 맞았어요.”
심영은 그 말에 의아한 눈빛으로 의사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건 무슨 소리요?”
장년 의사는 심영의 물음에 할 수 없다는 눈빛을 하며 사실을 말해준다.
“에... 어느 정도 완쾌된 뒤에 말해주려고 했는데... 잘 알아두세요. 선생은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에, 다시 말해서 성관계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오. 에, 총알이 가장 중요한 곳을 지나갔단 말입니다.”
심영은 장년 의사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장년 의사를 향해 외친다.
“아니. 이보시오. 이보시오. 의사 양반! 아이고...”
장년 의사는 애타게 부르는 심영의 모습에 안심하라는 말투로 대답한다.
“안정을 취하세요. 흥분하면 다시 출혈을 할 수가 있어요. 그렇게 되면 걷잡지 못합니다. 그러니 푹 쉬세요.”
그 때, 심영이 장년 의사를 향해 한 번 더 말한다.
“나 이렇게... 오래 있을 수가 없소... 전화, 전화 좀 갖다 주시오!”
장년 의사는 갑작스러운 심영의 요구에 다그치며 외친다.
“이보세요! 여긴 지금 중환자실입니다, 전화는 없어요. 당신은 다른 병원에서 안 돼 가지고 이리로 왔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아. 전화 몸에 해로우니까, 그냥 푹 쉬세요.”
그렇게 말한 장년 의사와 같이 있었던 간호사는 심영이 있는 병실 밖으로 나간다. 심영은 병실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혼잣말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뭐라고, 전화가 없다고? 아니 그보다도, 조금 전에 뭐라고 했나, 날 보고... 성 불구자가 됐다고? 고자가 됐다, 그런 말인가?”
심영은 그렇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독백을 하더니 감정이 격해지면서 외친다.
“고자라니, 아니, 내가 고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에잇! 고자라니!! 내가, 내가 고자라니!! 내가, 으아아아아...”
심영은 그렇게 외치며 속으로 굉장히 괴로워했다.
‘안 돼, 안 돼!! 내가 고자라니, 말도 안 돼... 반규영이 이놈, 이건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허허허 으흐흐 허허허! 말도 안 돼...’
심영은 엄청 괴로워하면서 몸을 뒹굴었다. 그러자 아래쪽에 격한 고통을 느끼고는 몸을 그만 움직인다. 그 뒤에 심영은 장년 의사 말처럼 몸을 쉬게 한다.
한편 사건 조사차 계속 탐문을 돌아다니던 이정재 형사는 흩어져서 조사하던 부하 경찰 김 형사가 나타나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주임님!”
김 형사의 외친 목소리에 이정재 형사는 김 형사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 한 마디를 건넨다.
“왜 그래? 어디 불이라도 났어?”
그 말에 김 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대답한다.
“심영이가 있는 곳이 드러났습니다.”
김 형사의 말에 이정재 형사는 반색하고 말한다.
“그래? 어디야?”
김 형사는 그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정재 형사에게 말을 한다.
“백병원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백병원? 을지로 근처 말이야?”
“예.”
이정재 형사는 그 말에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아니 거긴 경찰들이 찾아봤는데 없다고 그랬잖아!”
그 외침에 김 형사는 변명하듯이 말을 한다.
“처음엔 그랬는데...”
“그랬는데 뭐야?”
“아마 심영이가 1차 병원을 거쳤다가 그리로 간 모양입니다. 싣고 다니던 택시 운전수가 신고를 했어요. 출혈이 심했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그... 총알이 하필 낭심을 맞아서 앞으로 남자 구실을 할 수 없다고 하던데요?”
그 때, 이정재 형사는 김 형사의 말을 들으면서 물을 마시다가 낭심을 맞았다는 대목에서 물을 뿜고 말았다.
“켁. 뭐, 뭐야? 불알 말이야? 커억. 누가 그래? 의사가 그래?”
“예.”
“재수 더럽게 없는 놈이군. 왜 하필 거길 맞아서. 아참, 근데 이거 누가 알아? 짱깨 놈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어?”
김 형사는 그 말에 한 마디로 대답을 한다.
“중국군정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수도경찰청에 이 일을 일임을 한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경성에 있는 짱개들이 얼마나 공산주의를 싫어하는지 잘 아시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중국군정이 그런 지시를 내렸다는 말이야? 허참 별꼴이군. 원래라면 공산당의 충돌이라면 말리고 보는 그 인물들이 말이야. 언제 방침을 바꿨데? 하여튼 잘 됐군. 가 보자고. 차 준비해.”
“예. 주임님.”
김 형사가 차를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급히 옮길 때, 이정재 형사는 김 형사의 말을 아직도 떠오르면서 한 마디 말한다.
“병신... 하필 거길 맞아가지고. 재수 대가리하고는. 쳇.”
한편, 심영이 백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병윤과 병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재는 이 소식을 전화로 전해준 정필중에 대해서 한 마디 말한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 형? 그 심영이라는 작자가 백병원 안에 있다고요?”
-그래. 내가 치료를 하기는 했는데 말이지. 아 하필이면 그런 녀석이 병원에 찾아가지고, 재생치료를 하려다가 말았다. 쯧. 빌어먹을. 네가 경성에 왔다는 말을 듣고, 한 번 이런 웃기는 사실을 한 번 전달했는데. 반응이 왜 그래?-
병재는 그 말에 침착하게 얼굴을 바꾸면서 정필중에게 한 마디 말한다.
“휴우. 나 역시 그 심영이라는 작자를 찾고 있거든요. 원래 박출환이 어디에 있는지 한 번 그에게 취조하려고 했습니다.”
-허? 그래? 쯧. 난리가 난 것에 대해서 백 의사 역시 싫어할 텐데. 어쩔 수 없군. 자네 사정이 그러니 내가 최대한 협조를 하지.-
“감사합니다. 정 형.”
그리고 병재는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주먹을 꽉 쥐면서 씩 웃는다. 병재를 바라보던 병윤이 그를 향해 한 마디 말한다.
“기분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큰 형님.”
“박출환을 찾을 단서를 찾았다. 일단 나는 그 심영이라는 작자에게 가볼 생각이다. 넌 어떻게 할 거냐?”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전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늘 역시 약속이 있어서 말이죠.”
병재는 휴우 한숨을 쉬고선 병윤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쏘며 말한다.
“그래. 너 역시 일이 있었지. 미안하다. 나 때문에 여기에 오고.”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오히려 병재를 미소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박출환이 죄 값을 치르게 만드는 것은 우리 가족의 몫입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럼 난 갔다오마.”
“예. 큰 형님. 갔다 오십시오.”
병재는 트렌치코트를 챙기고, 중절모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긴다. 병윤은 그런 병재의 모습을 보면서 얼굴이 바뀌면서 한 마디 읊었다.
“부디... 잘 되어야 할 텐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백병원 입구, 거기서 병재는 기다리던 정필중을 만나게 되었다. 중절모를 벗은 채로 정필중을 바라보던 병재는 한 마디 말한다.
“정 형. 오랜만에 뵙습니다.”
정필중은 하하 웃으며 병재를 향해 말한다.
“내 연락 한 마디에 정말 총알처럼 달려오는군. 지금쯤 심영이라는 친구는 조금 있다가 내가 치료할 생각이야. 그런데 연락을 들어보니 경찰 쪽이 심영을 찾더라고.”
“끄응. 경찰이요?”
“아. 걱정은 마. 어차피 네 친동생들이 있잖아. 경찰들이 온다고 하여도 병재 자네의 행동에 방해하지는 못할 거야.”
병재는 그 말에 잘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럼 심영에게 안내를 부탁할게요.”
“그러지.”
병윤은 정필중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둘의 발걸음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결국 한 병실 문에 도착했고, 정필중이 문고리를 잡아서 끼익 열었다. 병실 침대에서 누워 있던 심영이 정필중과 트렌치코트와 중절모를 입은 병재를 바라본다.
“아니... 의사 양반은 그렇다 치고. 당신은 도대체...”
심영은 이 사태에 잠시 말을 잊는다. 그러자 정필중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심영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 이 사람은 원래 당신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는 사람이오.”
심영은 그 말에 시선을 정필중에게서 병재에게 돌린다.
“무엇이오? 나에게 궁금한 사실이 있다는 말을 말이오.”
병재는 심영을 쳐다보더니 한 마디 질문을 던진다.
“원래 찾는 사람이 있소. 이름은 박출환. 당신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오.”
심영의 눈은 확 커지면서 병재를 쳐다본다.
“뭐... 뭐? 박출환? 그 자식은 도대체 왜?”
병재는 심영의 반응에 침착한 눈빛으로 당황하는 심영을 말로 밀어 붙인다.
“내가 다 알아보고 행동하고 있소. 원래 난 박출환을 찾는 사람인데. 박출환이 당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알고 있소. 그러니 한 번 이야기를 해주시오.”
심영은 굳은 표정으로 병재를 바라보더니 한 마디 툭 던진다.
“내가 왜 그래야 하오? 당신을 보니 박출환을 쫓던 사람인 것 같은데. 알만하군. 박출환이 고향에서 죄를 짓고, 도망쳤다고 들었는데. 당신이 고향 쪽의 사람이오?”
“...... 그렇소. 이제 대답은 했소. 박출환은 어딨소?”
심영은 정필중과 병재를 바라보더니 침묵을 지킨다. 그 때, 병재에게서 드러나는 살기들이 심영을 향하기 시작한다. 심영은 갑작스럽게 몸이 떨린다. 병재의 눈빛은 호랑이의 눈빛이었다. 이미 부상을 당한 터라 심장이 약했던 심영은 침묵을 깨고 말한다.
“알았소. 알았소. 그만 두시오. 내 이야기를 하겠소. 제발...”
“말하시오. 허튼 소리를 하면 나 역시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일이오.”
심영은 한숨을 푹 쉬며 내 꼴이 왜 이렇게 되었냐며 자책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만큼은 살려야 했다.
“원래 박출환은 내 꼬붕이었소. 어제 그 습격이 있을 때, 박출환이 내 차를 가지고 달아났소. 그 덕분에 난 이런 꼴이 되었고, 아마 당신을 볼 때, 박출환은 조선공산당 사무실로 갔을 것이오.”
“정확한 위치는?”
심영은 그 말에 한숨을 푹 쉬며 병재에게 한 마디 하려던 찰나였다.
“뭐야? 여기는?”
바로 이정재 형사와 부하 형사인 김 형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심영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두 사람에게 말하려던 것을 그만두고, 두 사람을 쳐다본다. 병재는 갑작스러운 등장에 끄응 앓는 소리를 한다. 이정재 형사는 심영과 담당 의사로 보이는 정필중, 그리고 트렌치코트와 중절모를 쓰고, 흉흉한 분위기를 보이는 병재를 향해 긴장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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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식 형사에서 이정재 형사로 이름을 바꾸겠습니다. 원래는 문전식 형사로 밀어 붙이려다가 곽영주에게 걸려서 안 되겠습니다. ㅠㅠ
전 편의 댓글들을 보니 이야기가 허접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그 점에 대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데 박출환은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살려두는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