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80화 (28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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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정필중이 갑작스럽게 들어온 경찰들을 보고는 묻는다.

“아니 당신들은 누구시오?”

그 때, 이정재 형사 옆에 있던 김 형사가 앞으로 나서서 소개한다.

“수도경찰청에서 왔소. 그리고 이 쪽은 우리 주임님이시오.”

정필중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한다.

“아 그렇습니까? 잠시지만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정재 형사는 그 물음에 분위기가 느껴지는 병재의 모습을 보고, 조금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정필중을 향해서 한 마디 말한다.

“알았소. 조금 기다리지.”

그렇게 경찰 둘이 병실 밖으로 나가자 병재는 다시 시선을 심영에게 돌린다. 심영은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러니까...”

병재는 심영의 말들을 듣고, 얼굴이 진지하게 바뀐다. 그리고 심영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알겠소. 그럼 난 가겠소. 정 형 수고하게나.”

정필중은 병재의 반응에 기쁜 듯 말을 한다.

“일이 잘 되었군. 알겠네. 부디 행운을 빌지.”

그렇게 병재가 심영이 있는 침실에서 떠나자 곧바로 이정재 형사와 김 형사가 침실 안으로 들어간다. 이정재 형사는 자신과 지나친 병재의 모습을 보고 인상이 깊었던지 병실 밖으로 시선을 둔다. 김 형사는 이정재 형사를 보고 의아한 눈빛으로 묻는다.

“주임님.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조금 강렬한 분위기를 느껴서 그런가? 나랑 상관없는 일이겠지.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하면 되겠지.”

그리고는 이정재 형사는 심영을 바라보며 취조를 한다.

한편,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병재는 병원 앞에 있는 자동차에 탑승을 한다. 운전기사는 고씨 남매 중 여동생인 고희수가 운전하고 있었다. 고희수는 뒷좌석에 앉아 중절모로 얼굴을 반쯤 가린 병재를 뒷거울로 바라보면서 묻는다.

“일은 어떻게 잘 되었습니까?”

“일단 심영에게서 정보를 얻은 결과로 그 박출환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었소. 위치는...”

병재가 심영에게 들은 위치를 알려주자 고희수는 곧장 운전대를 잡고, 그 위치에 해당하는 곳으로 차량을 운전한다. 그렇게 고희수가 운전을 할 때 동안 병재는 안주머니에서 총을 꺼내며 살펴본다.

‘쏘지 못했다. 제길...’

총을 실질적으로 쓴 것은 자신이 유럽 전선에서 탈출했을 때의 일이었다. 그 때, 사람에게서 총을 처음 쏘았다. 다만 죽이고자 쏜 것이 아니라 무력화하기 위해서 쏘았을 뿐이다. 그런데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고 죽이고 싶었던 박출환을 보고도 총을 쏘지 못했다. 무언가 본능이 그를 죽이는 것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그 자식만큼은 죄값을 치르게 만드려고 했는데...’

병재는 괴로워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총이 있는데 쏘지를 못했다. 그저 죽이고 싶다고 말만 하는 앵무새나 다름없다고 자신을 여겼다.

‘휴우. 아직은 기회가 있어. 아직은.’

병재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든다. 그리고 스산한 눈빛으로 창문을 바라본다. 그 때, 자동차의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바퀴는 점점 덜 돌려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멈춘다. 고희수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이 곳이 조선공산당 건물 앞입니다.”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여기를 기다려 주십시오.”

“예.”

고희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을 하고, 운전대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본다. 병재는 그런 고희수의 모습을 피식 웃고는 차문을 열어 차량 밖으로 나간다.

건물 앞에는 인민복과 붉은 별이 그려진 빵모자를 쓰던 경비원들이 몇 명 있었다. 그 경비원들은 건물에 다가오는 병재를 경계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는 그에게 다가가 묻는다.

“이 곳에 무슨 일로 찾아왔소?”

병재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경비원의 질문에 대답한다.

“이 쪽에서 찾을 사람이 있습니다. 원래 그 친구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고 하던데. 여기에 오면 말을 해준다고 하더군요.”

병재에게 물은 경비원들은 조금 의심스러운 눈초리였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들어오시오. 어떤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묻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선공산당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병재는 어느 정도 발걸음을 옮기다가 안내 사무원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병재는 그 여성들에게 다가가 묻는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동무님.”

동무라는 말에 병재는 조금 속으로 당황스러웠지만 참고, 일단 장단에 맞추고자 하였다. 병재는 자신에게 말을 건 여성을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여기에 찾을 사람이 있다오. 여성 동무.”

“찾을 동무가 어떤 이름을 가지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여성 동무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박출환 동무를 찾고 싶소.”

“박출환 동무 말씀입니까? 잠시 기다려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알겠소. 동무.”

병재는 이 자리에서 조금 기다렸고, 여성 동무는 자료들을 꺼내 살피다가 박출환의 행적에 대해서 알아보고는 병재에게 한 마디 알려준다.

“그런데 동무 왜 그 이를 찾는지 궁금합니다.”

그 물음에 병재는 멋쩍어 웃더니 한 마디 말한다.

“아 사실은 그 친구와 나랑은 고향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경성에 와 자리를 잡는다는 소식을 알고, 나 역시 여기에 참석하려고 왔습니다.”

“예. 그렇습니까? 혹시 찾고 있는 박출환 동무가 낙랑극회 소속이 맞습니까?”

병재는 그 말에 잠시 긴장했지만 여성 동무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나 역시 정확히는 모르오. 그 친구가 그저 경성에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오. 그런데 그 친구 낙랑극회 소속입니까? 그런데 낙랑극회는 무엇입니까?”

여성 동무는 그 말에 한숨을 푹 쉬고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으음. 정확히 잘 모르고 있군요. 예. 알겠습니다. 사실 그 이는 어제 밤에 함경도 북조선인민위원회로 파견을 나갔습니다.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동무.”

병재는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더니 여성 동무에게 한 마디 말한다.

“휴우. 그 친구가 여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하던데. 헛소문이었나. 알겠소. 수고들 하시오. 동무들.”

그렇게 병재는 발걸음을 돌려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려던 찰나였다.

“쯧. 연기는 좋았고, 목소리도 좋았지만 당신의 얼굴은 너무 알려져 있는 것은 아닌가? 병재군?”

뒤의 목소리를 듣자 병재는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그 곳에는 박헌영과 그의 경비원들로 보이는 인물이 서 있었다.

“......”

박헌영은 병재를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그래. 자네가 여기를 찾은 이유는 솔직히 없어 보이는군. 그런데 박출환 동무를 찾는다니 사실 가장 이상한 일이야. 박출환 동무는 그저 조선공산당에서 소속된 인물들 중 하나이지만 예전으로 치자면 잡일꾼에 해당되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자네가 특정해서 찾다니. 나로써 상당히 궁금한데.”

병재는 그 말에 긴장한 얼굴로 중정모를 벗어 박헌영에게 목례를 취한 뒤 한 마디 말한다.

“이정 선생님이셨군요. 그를 찾는 이유는 상당히 개인적인 일로 선생님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일입니다.”

박헌영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글쎄. 한독당을 비롯한 우익들에게 상당한 후원자가 되는 자네가 그를 개인적으로 찾는다는 것이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이라. 정말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

“한 마디 말을 던져보죠. 당신에게 있어서 신념이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맞습니까?”

박헌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병재가 한 마디 묻는다.

“그럼 개인적인 원한은 신념에 비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긴다고 보시지요. 선생님에게 있어서는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쯧. 알겠군. 알겠네.”

박헌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재를 바라보더니 한 마디 말을 한다.

“자네의 가족들이 김일성과 한바탕 했다는 것을 들었네.”

“그 쪽의 눈에는 제 동생이 눈에 가시인 것으로 보였나 봅니다.”

박헌영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리고는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지. 병신 같은 짓이지만 말이야. 자네에게 정녕 묻겠네. 자네는 아직 공산주의에 대해서 싫어하는 것인가?”

“이 말을 하면 그렇습니다만. 제가 미국에서 활동했는지라. 알다시피 미국은 상당히 반공주의적인 분위기를 띄우죠. 이 것으로 답변이 되었습니까?”

박헌영은 휴우 한숨을 내쉬면서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안타깝군. 그래도 나 역시 한 마디 하겠네. 공산주의의 진면목은 왜곡하는 자들로 인해 편견으로 갇혀 있다고 이 말을 하고 싶네. 솔직히 말해서 자네와 자네 동생들은 우리 한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이들이지. 좌우를 넘어 이념을 넘어 필요한 사람들이야. 언제든 이 쪽은 열려 있다네. 그럼...”

박헌영은 결국 경비원들을 데리고 갈 길을 갔고, 병재는 다시 한 번 목례를 취한 뒤 제 갈 길을 갔다. 그리고 건물 앞에 있는 차량에 탑승하고는 뒷좌석에 등을 기댄다. 고희수가 뒷거울로 병재의 모습을 보더니 묻는다.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기랄. 아주 운이 좋은 녀석입니다.”

병재는 주먹을 꽉 쥐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고희수는 거울로 바라보는 병재의 모습에 조금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놓쳤습니까?”

“그렇습니다. 동생이 있는 곳으로 운전을 해주십시오.”

“예. 그럼 알겠습니다.”

고희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자동차의 엑셀을 오른쪽 발로 밟는다. 그리고 운전대를 잡아 차량을 움직인다. 뒷좌석에 기댄 병재는 얼굴이 구겨지면서 괴로워한다. 결국 다 잡은 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 녀석의 죄 값을 치르게 만들려고 했지만 못 치르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이런 제기랄. 왜... 왜... 그 녀석이 그 쪽으로 간 거야...’

병재는 지금 분노로 이성을 거의 잃기 전의 상황이었다. 자신의 가족을 이렇게 만든 녀석을 처벌하고 싶었는데. 그 것이 무위로 돌아갔다. 병재는 분노 뒤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총을 쏘지 못함에 대해서 후회를 했다. 그렇게 패배감과 자괴감에 빠진 병재는 한숨을 푹 쉬면서 눈을 감는다.

같은 시각, 병윤은 중국군정 사령관 신유철에게 불려갔다. 그리고 중앙청 그의 집무실에서 서로 차와 코코아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달 전에도 너 역시 이 곳을 찾아왔는데. 그런데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의 결성식에 참가를 하다니. 상당히 의외인데?”

병윤은 그 물음에 후후 웃으면서 코코아 한 잔을 마시고 대답한다.

“이번 노동단체의 결성은 좌익에게 쏠린 노동세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에 제가 무릎 쓰고 참가했습니다.”

“쯧. 한독당의 김구와 이승만이야 자신의 세력이라서 참석을 하지만 넌 그럴 필요가 없는데. 굳이 참석해서 그들을 빛내줄 이유가 없잖아. 솔직하게 말해서 너 다른 곳에 목적이 있었지? 응?”

“국제극장 습격 사건.”

병윤이 조용한 한 마디에 신유철 사령관은 멍한 말투로 읊는다.

“국제극장 습격 사건... 으음? 그게 네 목적이었군. 쯧. 병윤아. 너 역시 깡패들처럼 일을 저지르려고 생각 하냐? 요즘 좌우익 대립으로 내 머리 터질 것을 생각하고 일을 저지르는 거지? 응?”

병윤은 그 말에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신유철에게 말한다.

“사실 조금 사정이 있습니다. 원래 그 쪽에 제 가족들의 원수가 있었거든요.”

“원수라... 박출환을 말인가?”

병윤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신유철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으음. 그 자가 그 쪽에 있었다니. 그런데 원래 그 작자를 처리하기 쉬운 방법으로 납치나 주변 인물 매수를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사실 저 역시 그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작자는 상당히 교활하더군요. 아예 사람을 붙어서 같이 다닙니다. 조용히 처리하기에는 곤란할 정도로 말이죠.”

신유철은 그 말에 쯧 하고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렇게 어려워서 이런 일을 저질렀던가?”

“이런 말을 하면 변명일 수도 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에휴 한 숨을 쉬면서 병윤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 한 번 해봐라. 이야기 듣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사실 반규영 일파가 심영을 처리하기 위해 거행한 일입니다. 저와 제 형제들은 박출환을 처리하기 위해 그 일에 끼어든 것이고요.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결과적으로 난장판을 피웠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

“쯧. 알겠다. 그래서 일은 어떻게 되었어? 처리했어?”

그 물음에 병윤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하아 한숨을 내쉰다. 신유철은 그런 병윤의 반응을 보며 쯧쯧 혀를 차며 말한다.

“알만 하겠군. 처리하지 못했던 것이냐?”

“모든 준비를 다 갖췄지만 그 자식의 운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흠. 그래. 쯧. 알겠다. 하늘이 그에게 더 살 운명을 주는군.”

“......”

“그래. 사실 내가 너를 부른 것은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그렇다.”

병윤은 의아한 눈빛으로 신유철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 것이 무엇입니까? 형님.”

“이번에 경성에 문경에서 했던 것처럼 40층짜리 건물을 짓기로 하였다고 한독당 당수에게 들었어. 사실이야?”

병윤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예. 경성에 지금 공사입니다. 왜 그러십니까?”

“사실 추가적으로 그 주택들을 건설하고자 해서 말이지.”

현재 병윤이 알고 있는 경성의 건설현황은 문경과 비교하였을 때, 100채라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건설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더해서 수주를 한다니. 병윤은 의아한 시선으로 신유철에게 묻는다.

“경성에 100채를 건설하는 것으로 저는 아는데 상당히 부족합니까? 형님.”

“부족해. 경성으로 유입하는 인구들에 비해서는 말이지.”

병윤은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는다.

============================ 작품 후기 ============================

결국 경성에 추가적으로 수주하는 수주왕이 되어가는 병윤. 레이드 실패한 병재입니다.

댓글들을 달아주시면 상당히 감사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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