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285화 (2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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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김일성은 목소리가 떨리면서 송수화기를 붙들고 묻는다.

“무슨 큰 일이기에 이렇게 호들갑인가?”

그렇게 김일성이 용기를 내서 묻자 송수화기 속 수신부분의 목소리에는 전혀 진정이 되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지... 지금 청진 제철소가 파손되었습니다.-

“파손? 무슨 소리야? 확실히 이야기를 해! 파손이야. 손실이야. 붕괴야 뭐야.”

-청진 제철소가 불에 타고 있습니다.-

그 말에 김일성은 암담한 표정을 짓고는 한 마디 말한다.

“무... 뭐야?! 그게 정말이야!? 지금 소방대원들은 어떻게 되고 있어?! 빨리 대처를 하란 말이다!”

-지금 현재 연락되는 소방인원 동무들을 동원하여 지금 제철소의 화재를 끄고 있지만...-

“미친. 그 때 동안 전소하면서 생기는 피해는 제기랄.”

김일성은 머릿속에 온통 병윤의 편지 내용이 생각났다. 선물이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 틀림없었다. 김일성에게 있어서 정말로 욕이 나오는 작자였다.

“빨리 피해를 잡고! 곧장 자재들을 모아서 수리할 준비를 해!”

-예! 위원장 동무!-

“빌어먹을 엄청 피곤하군.”

김일성은 자신이 앉는 의자에 털썩 앉아서 등을 기댄다.

한편, 함흥의 한 건물 안에서는 고씨 남매가 자신들을 보고 환하게 웃는 박철건을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너무 좋아하는 것 아니오? 아니면 우리가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서 기쁜 것이오? 일이 성공해서 좋은 것은 상관없는데 자만하는 버릇은 안 좋다오.”

“맞아요. 맞아.”

박철건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고씨 남매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청진제철소의 파괴를 성공적으로 만든 주인공들인데 이렇게 나라도 축하해주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래. 성과는 어떤가?”

그 말에 고경열이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박철건에게 말한다.

“뭐. 최소 2개월은 수리에 전념해야 할 정도요. 그 때까지는 적어도 그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강철들은 눈에 볼 수 없겠지.”

“허. 그렇군. 그런데 어떻게 일을 처리했는가?”

그 말에 고경열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이내 고개로 고희수를 가리킨다. 즉 ‘나는 한 것 별로 없으니 내 여동생에게 물어보라.’는 말이었다. 박철건은 그런 고경열의 태도에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내 고희수에게 시선을 두고 묻는다.

“그런데 어떻게 처리하였나?”

“답은 간단해요. 매수죠.”

“매수?”

박철건이 조금 놀란 얼굴로 고희수에게 묻자 고희수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원래 제철소 같은 중요시설에는 침투해서 폭탄을 설치하기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정보를 모은 뒤 매수를 해서 일을 처리했어요.”

“허. 매수를 시도하다가 이참에 밀고하려는 사람이 있을 텐데. 꽤나 대담하구만. 하여튼 결과론적으로 성공을 했으니 다행인가?”

고희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성공을 했으니 다행이죠. 북한에 대해서 불만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저는 그들과 잠시 손을 잡는 것에 불과하죠. 일단 제철소 주요 장소에 폭탄 설치는 끝이 났고, 시각이 되면 제가 멀리서 스위치를 누르면 콰콰쾅 폭발이 되는 거죠. 회장님이 이런 폭탄을 개발했다니 천만 다행이에요.”

폭탄이라는 단어에 무표정한 고희수의 얼굴에는 잠시지만 기쁨이 느껴졌다. 그런 고희수에게 박철건은 속으로 한 마디 말한다.

‘이런 미친 폭탄마 여자 같으리라고.’

고경열이 박철건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뭐 여기서의 보수는 받을 필요가 없겠군. 어차피 문경으로 돌아가면 회장님이 따로 보수를 챙겨주시니 말이오. 그나저나 당신도 여기에 있다가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오?”

박철건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여기서 중개상을 하면서 내가 얻는 이득이 많어. 겉으로는 자본주의를 배격하지만 소련의 사람들과 북한에서 어느 정도 방귀를 뀐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동협 그룹의 물품을 좋아하거든. 참으로 모순 덩어리들이야. 병신들.”

고경열은 박철건이 풀어 놓는 말에 피식 웃고는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은 문경에 계시는 회장님이 당신에 대해서 염려스러워서 하는 말이오. 뭐 결정은 당신이 하는 거지만 말이지.”

박철건은 그 말에 조금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고경열에게 대답한다.

“그 것 눈물 나게 고맙구만. 어차피 난 여기서 목표 액수를 채우고 철수할 거니까 그리 걱정은 말게나.”

“쯧. 목표액수라. 회장님께 따로 받는 월급도 있지 않소? 전직 밀수꾼주제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오?”

“욕심이라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기회라는 것은 있을 때 잡아야 하는 거야. 어차피 기회는 위험성을 동반하는 경우지. 수익이 있는 곳에 위험이 있고, 위험이 있는 곳에 수익이 있다는 말 몰라? 그리고 여기서 내 특기를 살려서 한 것 벌어두어야지. 회장님이 몰래 이 곳에서 보낸 물품들을 여기서 밀매하는 것도 짭짤하다니 말이야.”

“쳇. 돈만 밝히는 매정한 인간 같으리라고.”

“기회를 잡는다고 말하면 될 걸세. 뭐 솔직히 나에게 있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조금 있다가 여기서 철수해야지. 회장님이 다른 것을 나에게 맡긴 것은 없나?”

“맡긴 것이라. 특기 하나 살리는 것이 어떻소? 요즘 일본과의 밀수건이 하나 있는데 말이야.”

“일본과의 밀수라. 꽤 거대한 기회이군. 뭐 동종업계 측에서는 그 것에 목숨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거기는 그냥 죽는 것이고, 당신 같은 경우는 비공식적으로 공인받는 경우이지. 할 거요? 말 거요?”

박건철은 그 말에 양 입꼬리를 위로 올린채 한 마디 말한다.

“당연히 해야지. 안 하면 병신이 아닌가? 솔직히 밀수해서 문제되는 것은 한반도에서 부족한 식량들을 일본에서 내빼돌려서 문제가 아닌가? 난 다른 것을 취급할 테니 상관없는 말이겠지.”

“물론 당신에게도 한 가지 말이 더 있소. 만약 그런 일을 맡는다면 당신께서는 동종업계의 정보들을 잘 수집해서 혹여 문제 있을 거래에 대해서 회장님께 살짝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요.”

박철건은 그 말에 얼굴을 잠시 찡그리다가 이내 침착하게 변한다.

“하기야. 세상은 공짜란 없는 법이지.”

그 때, 조용히 침묵하고 있던 고희수가 박철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우리들의 탈출을 위한 수단은 어떻게 되었어요?”

박철건은 그 말에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미 다 준비는 해두었어. 지금이라도 갈래?”

고씨 남매는 그 제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고경열이 흠흠 거리면서 박철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차피 함흥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한 후 떠날 생각이었으니. 우리들을 쉽게 떠나보낼 생각은 마시오.”

“쯧. 내 행동방식에 대해서 완전 파악을 했군.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큰 거래가 있을 예정이야. 자네들도 지켜볼 텐가?”

고씨 남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철건의 제안에 승낙한다.

시간이 지나, 박철건의 가게에 소련군 무리들이 찾아왔다. 소련장교 두 명과 다섯 명의 병사들이 눈에 띄었다. 박철건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들을 바라본다. 그 때, 소련장교 한 명이 박철건을 보고 반갑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 마클라크(러시아어로 중개상) 박. 여기에 있었나?”

“약속한 시간에 찾아왔군. 무엇을 사기 위해 찾아왔나? 빅터?”

빅터라는 장교는 박철건을 바라보다가 한 마디 말한다.

“뭐 이 것 저 것. 이번에 동협 그룹에서 전기아궁이라는 물건이 있다고 하던데. 그거 여러 개 있나?”

박철건은 그 물음에 싱긋 웃으면서 빅터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거야 이미 여러 개 장만을 해두었지. 다만 신상품이라서 꽤 비싸. 그거 미국에서도 물건이 몇 개 남는 것이 없는 것이지. 뭐 한반도에서도 매물 없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사실 나 같은 경우는 동협 그룹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챙겨왔지.”

빅터는 그 말에 얼굴이 반색하며 박철건을 쳐다보고는 묻는다.

“오오. 그럼 그 물건들을 보여줄 수 있나?”

박철건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한 마디 말한다.

“물론이지. 잠시만 기다리라고.”

그 때, 빅터 옆에 있던 장교 한 사람이 빅터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어떤 곳이야?”

빅터는 그 물음에 대답을 한 마디 말한다.

“알다시피 중개상이지. 업무는 밀거래이지만 말이야.”

“뭐? 밀거래? 이거 잘못 하다가 못이 날라 갈수도 있을텐데.”

빅터는 그 말에 피식 웃고는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흥. 윗대가리들도 여기를 잘만 찾아오는데 뭘. 우리가 이용 못할 것은 없지.”

그 말에 빅터를 바라보는 장교는 감탄한 얼굴로 그에게 말한다.

“햐. 역시 눈치 빠른 빅터라니까 언제 이런 것을 알아냈대?”

“뭐. 이것저것 윗사람 따라가면 아는 사실이지. 안드레아 너를 봐서 이번에 같이 다니는 거니까 감격해하라고.”

“미친 놈.”

그렇게 장교 둘이 투닥투닥 거릴 때, 박철건이 상자 하나를 들어서 계산대 위로 놓았고, 그 상자를 개봉해서 하나 둘 물건들을 보여준다. 빅터와 안드레아는 박철건이 보여준 물건들을 보고, 안드레아는 감탄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게 그 전기로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란 말이지?”

“그래. 그 매캐한 연료를 태울 필요 없는 물건이란 말이지. 그냥 버튼만 누르면 어떤 환경에서도 다 사용이 가능한 물건이야. 그 곳이 겁나 추운 동토라고 말이지.”

빅터의 설명에 안드레아의 눈빛은 더더욱 감탄스러운 표정으로 물건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것 저 것 만지면서 마치 장난감처럼 다룬다. 그 때, 빅터가 안드레아의 등을 치면서 한 마디 말한다.

“쯧. 그렇게 너무 손 묻히지 마라. 안 살 거면.”

안드레아는 그 말에 빅터에게 강렬한 눈빛을 하고 말을 한다.

“야. 살 거야. 살 거라고. 내 고향에 있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이런 물건을 놓아서 적어도 식은 스프를 먹이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쯧. 정신이 나갔군. 하기야 가스 배급도 잘 안 될 때가 있으니 이런 물품이라도 구입해야 한반도에 잘 파견나갔다고 말을 하니.”

그 때, 박철건이 빅터와 안드레아 두 장교를 보고서 한 마디 말한다.

“그래서 살 거요. 말 거요.”

빅터는 그 말에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박철건에게 한 마디 말한다.

“가격은 어떻게 되나?”

박철건은 그 말에 후후 웃으면서 빅터에게 한 마디 말한다.

“한 개당 250원.”

빅터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박철건에게 한 마디 말한다.

“뭐? 250원?”

그 말에 박철건은 찡그리면서 빅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이 빅터. 그 정도는 내가 깎아줄 수 있는 최대 가격의 물건이야. 원래 이 물건 미군정 내에서도 물품이 없어서 20달러나 하는 물건이라고. 여기 돈으로 치면 300원이지. 거기다 난 밀거래상이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250원이면 자네 사정 많이 봐준 거라고.”

빅터는 그 말에 끄응 하고는 박철건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박철건은 밀거래상 치고는 싸게 물건을 내놓는 편이었다. 그 덕분에 거래 물품이 없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 때문에 빅터는 안드레아에게 고개를 돌리더니 한 마디 말한다.

“이거 지금 사지 않으면 다음번에 국물 없을 것 같은데?”

안드레아는 그 말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의 돈은 1루블 당 10원 정도였다. 250원이면 25루블이라는 소리였다. 안드레아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빅터에게 시선을 두고 말한다.

“250원이면 25루블이니까. 으음... 젠장. 투자해야지. 빅터 말이 정확하니까 말이야. 돈은 여기에 있어.”

안드레아는 결국 빅터에게 돈을 건넸고, 빅터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박철건에게 다시 돈을 건넨다. 박철건은 돈을 확인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빅터에게 한 마디 말한다.

“좋아. 500원 딱 맞네. 두 개 가져가라고.”

빅터와 안드레아는 물품 두 개를 가지고 희희낙락거린다. 이번에 이 두 개의 물품으로 인해서 적어도 조리 상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두 장교를 따르던 병사들이 수군거리더니 이내 그들 중 한 명이 빅터에게 다가와 말한다.

“저. 장교님. 저희들도 여기서 물건 사도 괜찮겠습니까?”

빅터는 그 말에 한쪽 눈을 위로 올리더니 이내 생각에 잠기고는 대답한다.

“너희 능력껏 적당하게 구입하라고.”

그 말에 병사들 역시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빅터는 진지한 얼굴로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한 마디 말한다.

“대신 너희들도 알겠지만. 윗사람에게 군기 털린다고 빌미를 줄 행위는 하지마. 너희나 우리 둘 다 끝장나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그 말에 병사들은 피식 웃으면서 빅터에게 대답한다.

“저희들이 병신입니까? 이런 것을 함부로 발설하게?”

“자식들.”

병사들은 곧 돌아다니면서 박철건에 있는 진열대 중 가격표를 보면서 적당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집은 물건들을 각자 계산을 하는데. 빅터가 박철건에게 한 마디 물었다.

“그나저나 마클라크 박. 저기 두 사람은 누구야?”

빅터가 고씨 남매를 가리키자 박철건이 바로 대답한다.

“별 거 아니야. 그냥 이 가게의 손님이라서 말이지.”

“손님?”

“그래. 뭐 정확히 말하면 다른 밀거래 상의 경호원들이지.”

빅터는 그 말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박철건에게 말한다.

“허. 그거 흥미롭군. 그나저나 마클라크 박. 그 태양 전지는 언제 들어오는 거야? 윗대가리가 그것을 물어봐서 그래.”

“이봐 빅터. 그거 진짜 비싼 물건이야. 뭐 다음 주에 들여놓을 물건이야.”

“허. 다음 주에. 그런데 마클라크 박. 어떤 연줄을 잡았기에 그런 물건들을 척척 내놓을 수 있는 거야?”

박철건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빅터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 능력. 적어도 공급에서는 문제가 없어.”

박철건의 말 한 마디에 빅터와 안드레아는 부럽다는 눈빛으로 박철건을 쳐다본다. 박철건은 그 둘의 부러운 시선에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 작품 후기 ============================

김일성이 결국 엿을 먹었군요. 그나저나 밀수로 한 편을 때웁니다. 이야기 머리가 없는 작가는 항상 웁니다. ㅠㅠ

이야기에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물어보십시오. 친절히 대답해드리겠습니다. 관심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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