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18화 (31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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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병윤과 여운형은 서로 자리에 앉으면서 대면을 하고 있었다. 여운형은 흠흠 거리면서 한 마디 말을 한다.

“자네는 순자의 성악설을 믿는 편이군.”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한 마디 말을 해준다.

“성악설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본성이 너무 착하지 않습니까? 전 에이브리엄 매슬로우가 말한 욕구계층이론을 따를 뿐입니다.”

“욕구계층이론?”

여운형이 병윤의 말에 흥미를 느끼자 병윤은 슬슬 설명하기 시작했다.

“총 5단계로 나뉜 계층이론입니다. 1단계, 내 사는 것이 중요하다. 2단계, 내 안전이 중요하다. 3단계, 내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다. 4단계, 난 위로 올라가고 싶다. 5단계, 난 정상에 도달하고 싶다. 과연 사람들은 어느 단계에 속해 있을까요?”

“그거 참. 어렵군. 대다수의 민중들은 1단계, 2단계 일 것이고, 살 만한 사람들은 3단계, 4단계일 것이고, 나 같은 사람은 5단계일 것이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제 행동에 이걸 비교해서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되겠습니까?”

“으음. 한 마디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그리고 자네가 하는 행동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원하는 것이군. 그렇게 따지면 자네가 이기적인 것이 이해가 되겠군.”

병윤은 후후 웃으면서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사실 이기적인 것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가 이익을 주는가에 따라서 다릅니다.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라면 이익을 주면서 살아가기를 원하죠. 그 것이 1, 2단계를 충족시킬 수 있는 보험 같은 것이니까요. 선생님은 한반도에서 여러 곳에서 지지를 받는 이상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뇌물이나 이간질이나 모함, 그리고 흑색선전 등 그런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여운형은 그 말에 흠칫 하더니 이내 얼굴을 잠시 찌푸리면서 말한다.

“자네는 그런 것을 쓸 수 있다는 말인가?”

“선생님은 그런 것을 사용하지 않을 뿐입니다. 선생님은 자신 만의 이상을 위해 깨끗한 길을 걸어 나가실 분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

“저 역시 제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이 악독하고 원망을 듣는 길일 수도 있고, 선생님처럼 사람들에게 찬양을 받으며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사람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런 인간입니다.”

“자네를 잘못 보았는지 모르겠군.”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한 마디 대답한다.

“잘못 보신 것이 아니라 실망했다는 말이 옳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겠군. 그래서 더더욱 이 자리에 앉아서 자네를 만나야겠어.”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입을 꾹 다물고, 여운형을 바라본다.

“자네의 말을 잘 들어보았어. 분명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지. 그러나 자네는 나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 그건 인정하지. 자네는 결코 참지 않는 사람이니까 말이야. 그러나 자네는 정당해. 적어도 상대를 맞섬으로써 정정당당함을 추구하지. 하지만 상대가 도를 넘으면 자네는 기필코 그 방법을 쓰고야 말겠지. 욕과 원망을 얻어먹는다고 해도 말이야. 그래서 자네는 나에게 필요를 하다네. 자네가 지금 한반도에서 하는 활동을 보면 나와같은 자들은 잘 알 수가 있어. 진정 한반도에서 필요한 이들이 누구인가를 말이지. 자네가 작년 해방 때,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 일을 잘 지켜보았지.”

병윤은 여운형의 말을 조용히 듣기만 하였다.

“해방이 되자마자 자네는 가장 먼저 태양 전지를 만들기 시작하더군. 전기는 누구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게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덕분에 일본인 기술자들의 손에 운영하는 여러 발전소가 정지를 해도 민중들은 전기 사용에 불편함이 없어. 그 다음부터는 필요한 산업들을 짓기 시작하더군. 올해에 완공된 비료, 시멘트, 철강, 기계, 전자, 상하수도 설비, 이 것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니 전부 다 민중들에 필요한 설비들이야. 백범이나 우남이나 전부 다 그런 것을 파악했겠지.”

“......”

“그 두 사람이 자네를 비롯한 자네 형제들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해. 그래야 자신들이 이 한반도에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니까 말이야. 자고로 정치적 영향력은 민중들의 지지가 얼마만큼 달려있는 가에 따라서 달라지지. 난 백범이나 우남을 한 번 살펴보았네. 그들이 과연 민중들에게 얼마나 다가가는지 말이야. 그리고 난 실망을 했네. 그들은 전혀 민중들을 위해 봉사할 사람들이 아니야.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이전 투구하는 사람들이지. 민족과 나라를 고상하게 내높으면서 그저 나라의 완성과 자신의 지위를 위해 올라가는 사람이야.”

병윤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면서 오히려 여운형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선생님도 그들에 대해 모함을 할 줄은 아시는군요.”

“그런가? 자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군. 하지만 내가 본 사실과 시선은 이렇다네. 자네가 그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난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의문이 듭니다. 그 두 사람이 과연 권력을 위해서 일제에 왜 투신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말입니다.”

“그들이 광명을 찾기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승만 박사는 제 큰형의 말을 들어보니 편하게 있으면서 고상하게 다닌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그 역시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동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백범 선생은 과연 권력을 위해 일제에게 폭탄을 던지게 만들 사람이었습니까? 저는 그 옆에서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는 전혀 민중들을 무시할만한 사람도 아니고,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사람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들은 그렇습니다. 정치적 독단을 저지를 수 있을지언정 적어도 민중의 요구에 귀를 안 기울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을 한다.

“과연 자네의 말도 옳다네. 그들도 일을 하지. 내 시선이 옳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번에 그들에 대해 안 좋게 말한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네. 내가 과격했는지 모르겠네.”

“......”

“그래도 하나의 생각이 드는군. 자네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들어봤나?”

“토사구팽이라.”

“그래. 사람들이 왜 토사구팽을 하는지 아는가? 그 개가 단순히 커져서 팽을 하는가? 그건 아니야. 그 개가 자신에게 위협이 될 때, 비로써 팽을 한다네. 내가 보기에는 그들에게 자네는 그런 운명을 당할지 모르겠군.”

병윤은 그 말에 장고를 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물론 내 생각은 그렇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는 나도 모르니까 말이야.”

병윤은 이틈에 생각을 끝내더니 이내 여운형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것으로 확신이 섰습니다. 선생과 저는 안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도덕적인 실망, 그런 것은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그 것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솔직히 시간을 더 돌려서 생각을 해봤습니다. 과연 선생이 위로 올라가면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지. 그러다가 이내 선생이 말한 토사구팽이 생각이 났습니다.”

“......”

병윤의 말에 여운형은 조용히 귀를 기울여 듣기를 청한다.

“선생님은 과연 저에게 토사구팽을 안 저지를 사람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선생님은 그런 생각을 애초에 안 가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선생님 주위의 사람들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원래 정치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자 선생님은 민중들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칩시다. 이제 정식 정부가 수립되었고, 나라는 커져갑니다. 이제 선생님은 크나큰 암 덩어리를 발견합니다.”

병윤의 상상이상의 가정에 여운형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그 암 덩어리가 동협 그룹 자네들인가?”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미 나라의 중요한 설비들은 제 동협 그룹이 차지하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 것들을 나라를 위해 국유화시킬 준비를 해놨습니다. 하지만 건국 후, 다른 사람들과 국민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나라를 집어삼킬 동협 그룹의 해체를 명할 수도 있습니다. 자 선택입니다. 선생님은 과연 저를 내칠 수 있겠습니까? 저를 포섭하고자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겠습니까?”

“자네는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제 가정이 맞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미래는 그렇습니다. 백범 선생과 우남 선생 같은 경우는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달콤하게 이야기를 하겠죠. 시민들의 요구를 잘 알겠다. 그러니 저 동협 그룹의 회장에게 이야기를 하여 시민들의 불편을 없애겠다. 그러니 참아달라고 말이죠. 그래도 사람들이 못 참겠다, 정의를 요구한다하면 그 두 사람은 그 사람들을 짓밟을 사람입니다.”

“......”

여운형은 병윤의 말에 조용히 장고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내 병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을 한다.

“자네의 가정에게는 문제가 있어. 과연 사람들이 자네의 동협 그룹을 해체하고자 그런 요구를 내걸까?”

“너무 크면 견제당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네는 순순히 나라를 위해 어느 정도 국유화시킬 기업들을 준비해 놨어. 사람들이 그 것을 참지 못해서 일어설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결코 착하지 않습니다. 동협 그룹을 해체하는 것이 정의로 보인다면 해체할 사람들입니다. 그 여파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나중에 생각할 사람들입니다.”

“자네는 민중들을 위해 베풀면서 자네는 그런 미래들을 상상하는군. 참 모순적으로 생각되지 않나?”

“그런 모순적인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자네는 나에게 두 가지 선택을 요구했군. 그런 사태가 일어날 때, 두 가지 선택을 할지에 대해서 말이야. 하지만 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무조건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거야. 아까 말하지 않았는가? 자네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이지. 자네의 행보를 지켜보면 나라에 이득이 되고, 국민에 이득이 되는데. 내가 과연 자네들을 내칠 수 있을까?”

“그 때가 되면 다를 일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나는군. 자네는 과연 이 사태에 대해서 가만히 있을까? 라는 상상을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자네는 나와 같이 나갈 미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군. 자네와 나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달라. 사람은 변하는 동물이자 맞춰가는 동물이야. 내가 자네에게 맞춰줄 지는 생각이라도 해보았나?”

병윤은 그 말에 오히려 싱긋 웃으며 여운형에게 한 마디 대답한다.

“선생님. 잘 말씀해드렸습니다. 선생님과 저와 같이 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선생님은 평화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습니까?”

“......”

“저는 다릅니다. 제 생각에는 무조건적인 전쟁 통일을 할 것 같습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얼굴을 대차게 구기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그건 도대체 왜지?!”

“선생님은 이미 준비가 되었습니다. 평화 통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하고,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민중들도 따릅니다. 그러나 과연 북한의 김일성이 선생님의 요구에 따르겠습니까?”

“으음...”

“선생님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와 김일성과의 대립에 대해서 말입니다. 김일성은 자신에게 해가 될 것 같아서 저와 동협 그룹을 파멸시키고자 한 자입니다. 그런 이가 과연 권력을 내놓고, 선생님의 이상에 따른다는 것이 너무 웃기지 않습니까?”

“......”

“북한의 김일성은 함경도에서 이미 나라를 건설하고, 자신의 왕국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가 과연 그 껍질을 깨고, 선생님의 이상에 동참하겠습니까?”

“그래도 분단만큼은 안 되네. 그리고 전쟁만큼은 안 되.”

“그건 제가 달린 의사가 아닙니다. 김일성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분단은 이미 강대국들에게 정해진 문제입니다. 한반도가 4개의 군정으로 갈라진 것을 보면 모르겠습니까?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우리 한국인들을 대동시켜 그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아주 희박한 확률로 선생님의 대의에 동참을 한다고 하여도 과연 소련에서 용납하겠습니까? 까닥하면 자신이 만든 것들을 날리게 생겼는데 말이죠.”

“......”

“그리고 전쟁. 전쟁은 솔직히 김일성의 성향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답이 나올 문제입니다. 그들은 결코 함경도에 만족할 생각은 없습니다. 전쟁을 일으켜 민중들의 피눈물을 흘리고, 가족을 잃어 절규하는 소리들이 한반도 전국에 통곡을 하여도 그들은 할 것입니다.”

“크으윽...”

여운형은 병윤의 말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병윤이 말한 말들에 대해서 그런 잔혹한 환경에 상상을 해보았다. 학살되고, 불타오르는 민중들, 가족들을 잃어 비명을 지르는 민중들. 여운형은 그 생각을 하자 계속 주먹을 부르르 떨고는 이내 병윤에게 소리친다.

“김일성이 그런 작자인가?! 자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병윤은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저는 내기할 수도 있습니다. 10년 내로 그들은 행동할 것입니다. 저는 동협 그룹을 걸겠습니다. 아예 사회에 환원하여 저는 그저 야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만큼 저는 그가 그런 행동을 하리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여운형은 병윤의 강한 확신에 대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잔혹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이렇게 힘든 시기에 전쟁이라니. 전쟁의 지옥이 여운형의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놓치는 것이 있는데. 그들이 과연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될까? 내가 일제의 고위층들과 만나보았는데. 전쟁은 순간의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 지속력이라고 들었어. 아무리 강군이라도 그들을 유지시킬 자원이 없으면 헛된다고 생각하네. 함경도에 웅크리고 있는 김일성이 그 것을 모를 리는 없네.”

“그들에게는 소련이 있습니다.”

“아. 물론 소련이 있기는 하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중국과 미국이 있어. 중국은 이미 자기 안에 있는 공산주의를 격멸시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지독하게도 반공주의적이지. 소련이 먼저 활동을 한다면 그 두 나라가 견제를 하지 않겠냐? 이런 말이야. 전쟁은 너무 기우가 아닌가 싶군.”

오히려 병윤은 싱긋 웃으면서 여운형에게 말을 한다.

“아까 제가 내기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반드시 그들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들의 야욕과 욕심은 한반도 전국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함경도가 작아서 그렇습니다.”

“반드시 전쟁이 벌어지리라 자네는 예상을 하는군.”

“그들에게 대화를 하고 따르겠다는 여운형 선생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저는 단연코 헛수고라고 말을 하겠습니다. 대화로 통일하는 시기는 이미 넘어갔습니다. 북한에 김일성이 자리를 잡은 이상 통일을 하려면 전쟁은 필수적입니다.”

병윤의 외침에 여운형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침묵한다.

“......”

여운형의 반응에 병윤은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고선 대답한다.

“그래서 저는 선생님과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잔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병윤의 말을 조용히 들었던 여운형은 다시 손목시계를 바라보다가 이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내 병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시간이 너무 늦었군. 자네에게 휴식이 필요한대. 시간이 많이 걸렸어. 미안하이. 하지만 우리 둘에게 잠시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겠어. 내일 다시 한 번 찾아뵙지.”

병윤은 그 말에 벌떡 일어서서 여운형에게 말한다.

“제가 배웅을 해드리겠습니다.”

결국 병윤은 여운형을 직접 배웅을 한 뒤 다시 그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옷을 벗고, 평상복을 갖춰 입고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 분은 분명 훌륭한 분이지. 그리고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선생은 나와는 안 맞는 사이다. 지금은 동행할 수 있지만 미래에는 결코 갈라서야 하는 사이다.’

여운형의 인품, 포부 등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병윤은 안타까웠다. 그러나 안타까움도 잠시였다. 병윤은 이미 확고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였다. 자신의 길에 맞는 사람들은 우익 진영이었다.

‘비록 나를 욕하는 사람들이 나오겠지만 그건 이미 각오한 일이지.’

병윤은 이미 선택을 했다. 이미 각오를 하였다. 이제 와서 길을 바꿔 탈 수 없는 노릇이다. 여운형은 다시 병윤과 만난다고 하지만 병윤은 이제 그와의 관계를 끊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분에게도 나와의 동행은 손해일 것이야.”

결국 병윤은 결정을 한다. 그리고 결정을 하자마자 샤워를 하고, 잠을 잔다. 자신은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소인배일 뿐이라고 되뇌면서 잠을 청한다. 그리고 내일 있을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집중을 한다.

============================ 작품 후기 ============================

휴 결국 병윤은 여운형과 같이 갈 사람이 아닙니다. 병윤의 성향상 그와는 가까이 갈 수 없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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