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353화 (35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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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7년 1월 13일, 일본 시모노세키, 이 곳은 지금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패전의 여파로 인해 일본 본토는 잿더미가 된지 오래였고, 그 속에서도 재건을 발버둥을 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멀쩡하게 남아있는 건물들은 별로 없었고, 지금 짓고 있는 건물들 역시 새롭게 지어나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 주택가 인근의 어느 부잣집 저택의 한 방, 고급스러운 하카마를 입은 한 노인이 장죽을 들고, 담배를 피우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똑! 똑! 똑!-

방 밖에서 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노인은 자신이 피우는 장죽의 불을 꺼뜨리고, 장죽의 담뱃대를 재떨이 위로 한 다음 말한다.

“왔나 보군...”

-똑! 똑! 똑!-

노인은 팔짱을 끼고 의자에 몸을 기댄 후 문 밖으로 엄숙하게 말한다.

“문은 열려 있으니 들어오게나.”

그 말에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방문이 끼익하고 열리며 두 사람이 들어온다. 두 사람은 중년과 청년으로 한 눈에 보기에 닮은 것으로 볼 때, 부자사이로 보였다. 노인은 중년 남성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왔는가?”

중년 남성은 그 말에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노인에게 말한다.

“어르신을 뵙습니다.”

노인은 그 말에 눈을 지그시 감고는 조금 명상을 하다가 이내 팔짱을 풀고, 눈을 뜨며 중년 남성에게 한 마디 말한다.

“인사는 여기까지. 자세한 본 이야기는 앉아서 하지.”

중년 남성은 패기 있게 노인에게 대답한다.

“옙!”

중년 남성과 청년은 테이블에 있는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고 노인을 지그시 바라본다. 노인은 흠흠 거리며 청년을 힐끗 쳐다본 후 중년 남성에게 말한다.

“저 청년은 자네 아들인가 보군?”

중년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 질문에 대답을 한다.

“예. 맞습니다. 이번에 어르신에게 소개시켜주려고 직접 데려온 아이입니다.”

노인은 그 말에 청년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청년의 눈빛에는 강렬하고 또 호기심이 가득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년 남성에게 말한다.

“참으로 헌앙한 젊은이군.”

“하하. 어르신의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래. 이번에 자네 아들까지 대동시킨 것을 보면 자네 아들 일자리를 나에게 청탁하러 온 것인가?”

중년 남성은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제가 어찌 감히 어르신에게 청탁을 넣을 생각을 하겠습니까?”

노인은 그 말에 슬그머니 미소를 짓고는 중년 남성에게 말한다.

“그런가? 흐음. 일단 일은 잘 하고 왔겠지?”

그 말에 중년 남성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중년 남성의 얼굴을 보자 노인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한 마디 말을 한다.

“쯧. 얼굴을 보니 알겠군. 실패했나 보군.”

그 말에 중년 남성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실패 원인은 뭐지?”

“실패를 했다기보다는 일을 치르지 못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중년 남성의 말에 노인은 아리송한 얼굴을 한다.

“일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라. 전 한반도 방첩부대장 사이토 이카무라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정도라면 뭔가 무슨 이유라도 있겠지?”

중년 남성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아는 사실을 노인에게 고한다.

“저 그게 일을 벌일 아이들이 행동하기 힘든 배경입니다.”

“흐음. 그 말은 즉 잠적을 해야하는 상황밖에 없다는 이야기겠군.”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노인은 그 말에 얼굴을 대차게 구기고는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묻는다.

“그 상황을 불러일으킨 것은 누구지?”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질문에 긴장을 하고, 진지하게 대답한다.

“길씨 일가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노인은 흉신악귀 같은 얼굴로 분노를 참기 힘들었는지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하고 친다. 어르신의 그런 반응에 사이토 이카무라와 그의 아들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다.

노인은 거친 호흡을 하며 이를 뿌드득 갈고는 중얼거린다.

“길씨... 그 놈들을 그냥 놔두어서는 안 되겠군.”

사이토 이카무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속으로 어르신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행동했다가는 불타는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기에 참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노인은 점차 자신의 분노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이 분노는 속으로 삭혀 때가 되면 폭발시킬 것이다.

어느 정도 감정이 진정된 노인을 보고, 이제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것으로 보이자 사이토 이카무라는 곧 노인에게 한 가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현재 잠적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들에 대해서 추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격? 나를 감히 추격한다고?”

사이토 이카무라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노인에게 이야기한다.

“현재 그들의 개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냄새를 맡고 쫓아오고 있습니다.”

“방법은?”

“예에?”

“그들을 뿌리칠 방법을 이야기했다.”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순간 당황했다. 방법이라. 그 것을 알고 있으면 이미 그 자리에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침묵하면 결국 노인의 화가 자신에게 쏟아지기에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아무래도 한반도에 심어둔 어르신의 부하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압박으로 그들을 물리칠 수 있나?”

그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고개를 숙이며 노인에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

노인은 사이토 이카무라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그래. 그 놈들에게 있어서 만만치 않는 상대인가 보군.”

“한반도에 있는 우리 꼭두각시들은 지금 살기위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길씨 일가를 압박시킬 힘과 영향력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노인은 그 말에 얼굴을 대차게 찡그리고는 말한다.

“비록 꼭두각시라고 하지만 그들에게는 높은 직위의 사람일 텐데?”

“무리입니다. 만약 그들이 지위를 이용하여 길씨 일가를 공격하다가는 그들의 지위는 물론이고, 모든 것을 폐기처분해야 할 정도로 망가집니다.”

노인은 그 말에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괜히 길씨 일가를 건드린 것이 노인에게는 조금 후회스럽다고 여겼다.

“그래서 일단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는 그 이야기인가?”

“최대한 몇 년 동안은 그 아이들을 계속 잠적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크으으. 빌어먹을. 그냥 이승만을 죽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을 내가 왜...”

“......”

사이토 이카무라는 노인의 말에 공감을 했다. 비록 자신이 따르는 어르신이었지만 길씨 일가를 괜히 건드린 것은 엄청난 실수나 다름없었다. 이번에 몰래 한반도로 가서 일을 진행하려 했던 사이토 이카무라 역시 끈질긴 추격에 큰 일 날 뻔했기 때문이다.

‘두렵군. 장차 어르신의 계획에도 방해는 물론 어르신과 우리들 역시 집어 삼키고, 부술 수 있는 세력이라니. 휴우. 이거 예감이 안 좋아.’

일단 한반도에 대한 이야기는 이대로 끝을 낼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어르신의 대다수 기반들이 한반도에 있었고, 그 때문에 어르신은 한반도의 기반들을 다시 제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지만 지금은 그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노인은 사이토 이카무라를 바라보며 한 마디 묻는다.

“그래? 그 화족 제도를 올해 5월에 폐지하기로 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어르신.”

노인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말한다.

“잘 됐군. 일본의 버릇없는 녀석들과 뒷방 늙은이들이 원래 귀족이었다는 이유로 거들먹거리는 것이 눈꼴 시렸는데.”

“......”

사이토 이카무라는 노인의 말에 맞장구치는 것보다 침묵을 선택했다. 비록 공식적인 호칭이 벗겨져 없어지는 것이지만 그들의 부와 명예, 그리고 세력은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컸다. 노인은 사이토 이카무라의 아들을 쓰윽 보더니 이내 그에게 한 마디 말한다.

“자네 아들 말이지. 내 사업장에 소개를 시켜주지.”

그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감격한 얼굴로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고 대답한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 지경이 된 나를 끝까지 따르는 것에 대한 보상이야. 내가 다시 재기하기 위해서라면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그 도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노인은 아버지 따라 고개를 숙이는 사이토 이카무라의 아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그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래. 자네 이름은 무엇이지?”

그 물음에 사이토 이카무라의 아들은 씩씩하게 대답한다.

“사이토 히데츠구라고 합니다.”

“기억하겠다. 아버지 따라 나에 대해서 충성을 다 바쳤으면 좋겠구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어르신!”

사이토 히데츠구는 매우 고마운지 어르신에게 저절로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해서 사이토 히데츠구는 어르신의 세력에 포섭되었다.

어르신에게 인사를 드리고 저택에서 나가는 발걸음 중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자신의 아들 히데츠구를 바라보며 한 가지 말한다.

“어르신을 어떻게 보는가?”

그 말에 히데츠구는 싱긋 웃으며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말한다.

“모든 것을 잃은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여깁니다.”

히데츠구의 신랄한 말에 사이토 이카무라는 흠흠 거리며 히데츠구에게 말한다.

“요즘 일이 없어서 유리걸식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들에 비해서 넌 제대로 행운을 잡은 거다. 비록 전성기에 비해서 아니지만 어르신은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넌 그걸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사이토 히데츠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사이토 이카무라에게 말한다.

“그런데. 그 한반도의 길씨 일가라는 사람들은 누구죠?”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 잠시 멈칫하고는 땀이 진하게 밴 얼굴을 한다. 그리고 진지하고 엄한 얼굴로 자신의 아들 히데츠구에게 한 가지 말한다.

“아들이니까 내 한 가지 사실을 일러두겠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마라.”

히데츠구의 얼굴은 순간 웃음의 빛을 잃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몸을 벌벌 떨면서 긴장하는 모습이라니. 그런 아버지를 보지 못한 히데츠구로써는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하하. 관심은 안 보이겠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사이토 이카무라는 그 말에도 안심이 안 되는 얼굴을 하고선 말을 한다.

“그래. 너도 그들의 실체에 대해서 한 번 알아봐두는 것이 좋겠지. 저항할 수 없는 괴물 같은 이들이라고 말을 하면 이해하겠나?”

저항할 수 없는 괴물이라는 단어를 쓴 아버지의 말에 히데츠구는 가벼운 얼굴을 하고선 아버지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래봤자 우리 일본인들에게 지배를 받은 조선인들 아닙니까?”

“그렇게 방심을 하니까 이 일본이 이 꼴이 된 것이다.”

“......”

“사실 지난번의 독살 미수 건도 운이 좋아서 그렇게 진행한 거다. 평상시라면 이 일을 저지른 우리들이 도륙당할 지도 모르지.”

아버지의 말에 히데츠구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그들에 대한 공포가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이토 이카무라는 안 좋을 꼴을 보였다는 얼굴을 하고선 히데츠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게 다다. 그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들이야. 이런 말씀을 못 했지만 내가 모시고 있는 전성기에 있는 어르신이라도 그들 앞에서는 인간 앞의 개미새끼 한 마리일 정도이다.”

히데츠구는 그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같은 시각, 동협 그룹 본사 건물 안 병윤의 집무실에서 병윤은 두 사람의 남녀를 바라보고는 말한다.

“흠 놓쳤다는 이야기입니까?”

그 말에 바바리코트를 입은 남성 고경열이 병윤에게 고개를 숙이고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죄송할 것은 없습니다. 실패야 당연히 할 수 있겠죠. 다만 그들을 쫓는 것에 대해서 조금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고경열의 얼굴에는 죽을죄를 졌다는 그런 얼굴이었지만 병윤은 상관없었다.

“그래도 그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난 뒤에 바로 역이용해야겠습니다. 논두렁에 있는 미꾸라지는 여러 번 놓치고 잡는 것이 제 맛이거든요.”

병윤의 그 말과 함 동시에 분위기를 발산하자 세상 무서울 것 없는 고경열, 고희수 남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희들이 직접 일본 본토로 들어가서 배후를 밝힐까요?”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젓고는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쪽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당신들은 다른 일이 있습니다. 그걸 선택하는 것은 당신들이 할 일이지만요. 아 참 이거는 일에 착수했다는 착수금입니다.”

병윤은 책상에서 한 가지 서류를 꺼내고는 두 사람 앞에 내민다. 고경열이 그 서류를 받아서 읽어보자 거기에는 해당 서류의 소지자에게 20만원을 지불하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경열은 다시 책상 위에 서류를 내려놓고는 병윤에게 말한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우리는 프로입니다. 일을 실패했으면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서류는 다음에 받겠습니다.”

“......”

“비록 저희들을 아니꼬워하겠지만 이번만큼은 우리의 자존심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다시 서류를 집고, 책상 안 서랍에 넣고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그럼 이 실패한 일을 완수하면 가져가십시오. 그 것으로 되겠죠?”

그 말에 남매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 작품 후기 ============================

병윤과 고경열, 고희수 남매 간의 사이는 주종관계가 아니라 쌍방향 계약관계입니다. 그러나 병윤의 엄청난 분위기와 끝을 알 수 없는 능력에 그 두 사람이 병윤을 주군으로 생각하고 따르는 것입니다.

혹시 궁금하신 사항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해주십시오. 제가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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