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05화 (505/633)

0505 / 0633 ----------------------------------------------

[3부] 지옥의 한반도

미국에서 소련의 의도에 대해 한창 해석하고, 고민하고, 당황해 있을 이 시점에서 지금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북한 함흥 북한 관저 회의장 안이었다.

남일 장군은 침착하게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먼저 남한의 주둔군에 대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현재 남한의 총 사단 수는 대략 20개 사단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 중 약 열 개 사단은 우리와의 경계선에 맞대고 있고, 다섯 사단은 압록강에 2개 사단은 수도, 나머지 3개 사단은 각 지방에 있습니다. 그 중 우리가 일을 벌인다면 맨 처음 맞대는 상대들이 바로 평안-함경 정확히 말하자면 낭림산맥에 방어선을 놓고 있는 열 개 사단입니다. 특히 원산 쪽 서쪽에 있는 법동군과 남쪽에 동해안과 맞붙는 안변군 경계선에 남한 기갑여단 2개와 기계화사단 둘이 배치되고 있고, 낭림산맥에는 현재 강습산악사단 여덟이 배치되고 있습니다.”

남일 장군은 지휘봉으로 현재 파악된 국군 배치 현황을 지목하며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그 설명을 듣고 있던 사람들은 자못 심각해진 얼굴이었다. 특히 김일성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가고 있었다. 그는 설명을 다 듣자마자 남일에게 한 마디 질문을 던진다.

“그럼 우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10개 사단으로는 남한을 전면적으로 탈환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미리 약속되어 있던 중국 인민공화국군이 행동을 개시하지 않으면 바로 우리 북한이 망할 지경입니다.”

남일 장군의 뼈있는 한 마디에 다들 술렁이고 있었다. 느끼고는 있었는데 남일 장군의 설명에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일성이 굳은 얼굴로 남일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만약 중국 인민국화국군이 행동을 개시한다고 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때는 남한의 대응 방식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약 남한이 우리 북한의 침공을 주로 본다면 한시라도 빨리 우리 쪽을 밀어붙이고, 중국 인민공화국군 쪽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그대로 밀릴 수밖에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후 중국 인민공화국군의 도움을 받아 우리 영역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전쟁의 주도권은 그들이 갖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다른 경우는?”

“만약 남한 쪽이 중국 인민공화국군 쪽을 주로 본다면 우리 군의 탈환에 대해서 방어를 할 경우가 높습니다. 그러면 남한이 담당하는 전선은 길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남일 장군은 붉은 색 펜으로 압록강과 낭림산맥을 그린다. 그러자 남한의 전선이 ㄱ자로 나타나면서 감당해야할 전선의 길이가 늘어났다. 김일성은 그 말에 ‘흐음’ 소리를 내며 남일 장군에게 말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이점이 있는가?”

“우선 남한의 전선이 길어지기 때문에 투입해야할 병력과 물자들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즉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남한은 더더욱 괴롭게 여길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런 방어 전략도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묘수일 수도 있습니다.”

“묘수라고 한다면?”

“중국 내부에 있지 않습니까? 이미 그들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아차 하면서 이제 이해가 간다는 얼굴을 짓는다.

“그렇군. 남한 쪽을 빨리 밀지 못하면 중화민국군이 행동을 개시한다는 것인가?”

“예. 그렇게 된다면 중국 인민공화국군의 병력은 다시 제 자리로 되돌려 놓고, 그들을 처리하러 갈 것입니다. 우리들에게는 도와주었다고 생색내고 철수하고 말입니다.”

김일성은 그 말에 이빨을 뿌드득 갈고는 한 마디 중얼거린다.

“상당히 빌어먹을 상황이군. 그럼. 후방에서 적들을 혼란시키는 것은 어떤가?”

그 말에 자리에 앉아있던 박헌영이 화들짝 놀랐지만 굳이 나서지 않고, 조용히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말에 남일 장군은 어렵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현재도 대대적으로 남한만의 게릴라 부대가 준동하고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제 작년에 제주도에서 제압된 작전을 놓고, 하나둘씩 공산 봉기들을 손쉽게 제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 역시 대책은 세워두고 행동하는 편입니다.”

“그럼 우리 군이 행동해야할 최선의 수가 있는가?”

“답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중국 인민공화국군이 우리 행동에 발 맞추어 행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가능성은?”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다른 방법들도 성사되기에는 어려울 듯 보입니다. 혼란을 주든지 선공을 가하든지 잠시의 분란을 견디고, 바로 반격에 나설 것이 분명합니다. 거기다 저들 역시 자체적으로 무기들을 설계 생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들 보병은 아예 돌격소총까지 개발하고, 자체 생산하며 운용하고 있고, 무장헬기는 물론, 신형전차까지 발주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전차들을 도입하여 훈련하고 있지만 저들의 전차에 비해 수도 질도 좋지 않습니다.”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그 말에 남일은 고개를 숙여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위원장님.”

김일성은 그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우리들의 작전 개시일은 6월 25일입니다. 그 때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행동을 개시할 준비를 하십시오.”

김일성의 발언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화들짝 놀란다. 특히 인민군 포병사령관이었던 김무정은 벌떡 일어서서 외친다.

“그 때 결정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전력 차가 있는데도 행동에 나서는 것입니까?”

그 말에 김일성은 잠시 김무정을 노려보다 한 마디 말한다.

“이미 낙장불입이오. 이대로 가다가 전력 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갈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아주 좋은 기회조차도 잡지 못할 것이오.”

“으음... 하지만 이대로 행동하면 우리 북한이 망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럴 일이 없도록 장군 같은 사람들이 잘 하면 되지 않소?!”

김일성의 일갈에 김무정은 ‘끄응’ 하고 자리에 털썩 앉는다. 25일에 행동을 개시하겠다는 김일성의 말에 자리에 앉은 이들 모두 수군거린다. 박헌영 역시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말한다.

“아니.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 말에 박헌영 옆에 있던 이승엽이 말한다.

“어떻게 되기는... 그 것보다 자네가 더욱 적극적으로 남한 해방을 주장하지 않았던가?”

박헌영은 그 말에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이런 상황에서 강하게 주장해봤자 뭐가 되겠는가?”

“하긴 그렇겠지. 이건 완전히 바위에 계란 던지기밖에 더 되겠는가?”

“그 것보다 문제는 남한 쪽에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들의 국력은 더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네. 저 김일성의 조급함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군.”

“휴우. 그러게 말이다.”

다들 술렁이고 있자 김일성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탕탕치며 소리친다.

“이렇게 술렁이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까지 마음을 못 잡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럴 때는 투표를 하는 것이 좋겠군요. 가, 부, 그리고 기타 이렇게 셋으로 나눌 터이니 투표합시다.”

그 말에 사람들은 술렁거리다 이내 한 사람이 일어서서 김일성에게 질문한다.

“기타가 가장 많으면 그건 어떻게 됩니까?”

“기타에 적힌 내용을 보고, 그 내용을 가지고 다시 토론하는 것입니다.”

그 말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은 벌써부터 지쳐 보인다. 아무래도 긴 시간이 필요할 듯 보인다. 하지만 이대로 자리를 뜰 수 없는 사항이라서 다들 얼굴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김일성의 제안을 받아들여 투표에 나선다. 그렇게 북한은 남한 탈환을 위해 투표를 하고 있었다.

북한 쪽에서는 남한 쪽을 침공하느라 한창 정신이 없을 시점에 남한 역시 마찬가지로 군 내부에서는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특히 문경에 새로 제 3 군단장에 임명된 병주는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아니 비상사태는 언제까지 계속되는지... 허참...”

그 말에 병주 앞에 서 있던 제 10 강습산악사단의 사단장 고호윤 준장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명목상 북한의 침공에 대비하고자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정말 한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그 신성모 국방부 장관은.”

고호윤 준장은 신성모에 대해서 입에 담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병주 역시 밥 맛 떨어진다는 얼굴로 신성모에 대해 한 마디 말한다.

“안 그래도 북한과의 경계선에 배치된 병력들을 다시 배치한다고 말하지 않나? 또 멀쩡한 예비군을 해체시켜서 그 동북청년단 측에 넘겼다고 하면서?”

“또 신성모가 동북청년단의 명목상 수장이지 않습니까? 그 것 때문에 군단장님을 이렇게 적대시하니.”

“쯧. 그 작자가 나에 대해 이리저리 험담하고, 불이익 주는 것은 개인적 악감정에 의한 것이라 치자고. 그런데 왜 우리 군단을 전진 배치시키는지 모르겠어.”

그 말에 고호윤 준장은 한 마디 말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겠습니까?”

“없으면 다행이겠지. 동생 측 정보망에 따르면 북한 측에서 침공을 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고 한다더군.”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전력 차가 눈에 뻔히 보이지 않습니까? 이 국군이 제가 보기에 아주 지랄 같은 구석들이 있어도 북한군 정도는 가볍게 밟을 수 있지 않습니까?”

“전력 차가 그만큼 벌어져서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은데 방심은 말게나.”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 북한 측에 인지하고 있을 텐데, 과연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겠습니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말이지. 그리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김일성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시는군요.”

“머리는 잘 돌아가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지. 만약 전력 차가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고호윤 준장은 생각하다 한 마디 대답한다.

“아무래도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는 이상 안 될 것입니다.”

“그렇지. 만약 북한 측이 빌릴 수 있는 외부의 힘이라면. 이런 행동에 대해서 이해가 갈지 모르겠군.”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군단장님 동생이 계시는 중화민국 측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뭐 중국 인민공화국 측에서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세계전사를 보게. 특히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어떻게 대처했을 것 같나?”

“아무래도 뭔가 보이는 것 같군요. 제가 말씀드리자면 1차 대전 시기 독일군은 두 전선에 양면전쟁을 하면서 한 쪽에는 수비를 하며 시간을 벌었고, 한 쪽에는 그 시간을 소모하며 한 쪽을 묵사발로 만들어 양면전쟁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2차 대전 시기에서 독일군은 소련과 불가침 협정을 맺어 동쪽 전선을 봉쇄하고, 그 사이 프랑스 등 서쪽 전선을 정리하여 다시 전력을 소련 쪽에 투입시켰습니다.”

“그래. 자네가 말하지 않았는가? 중국 인민공화국군이 어떻게 행동하지에 대해서 말이야.”

“우리 측을 주로 놓고, 중화민국 측을 조로 놓는다는 말씀입니까?”

“왜 믿지를 못하겠나?”

병주의 말에 고호윤 준장은 잠시 생각하다 섬찟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설마라는 생각을 하다 잠시 무언가가 떠올랐습니다. 북경과 한반도 사이의 거리를 말입니다.”

“그 걸 떠올렸다면 왜 중국 인민공화국이 왜 그렇게 행동할 것인지 알 수가 있겠군.”

“예. 군단장님이 생각하신대로라면 중국 인민공화국은 우리 쪽을 완전히 밀어붙여 북경을 공략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아니면 전선을 정리하게 만들고, 중화민국에 전력을 놓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위치는 북경과의 지척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그럴 의사가 없다고 하여도 말이지. 그들에게는 우리 한반도가 중화민국과 군사 협력을 맺어 북경 쪽에 군사력 투입을 막고 싶겠지.”

고호윤 준장은 그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게 된다면 큰 일이 아닙니까?! 압록강과 낭림산맥, 전선은 두 배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병주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자 고호윤 준장이 대답한다.

“설마...”

“그래. 그 설마야. 알고 있지 않나? 내 의견이 묵살 당했어. 정치적인 이유로 말이야.”

“신성모 그 작자가 군단장님의 의견을 거부했다는 것입니까?”

“명목상 수락한 상황이지. 잘 알겠다고 말하면서 말이야.”

“으음...”

“그런데 내가 보기에 신성모 그 작자 아무런 행동도 안 하고 있어. 자기 세력을 불리는 것에 정신이 팔려 있지. 자신을 제외한 세력을 밀어버리려고 말이야.”

“미친...”

고호윤 준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며 김을 내뿜자 병주는 진지한 얼굴로 고호윤 준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아무래도 최악의 사태를 위한 계획을 미리 짜두어야겠어.”

“최악의 사태라면?”

“경상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전부 함락당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고호윤 준장은 그 말에 ‘에엑’ 소리를 내며 되묻는다.

“아니 그런 최악의 상황이 오겠습니까?”

“지금 듣고도 못 느끼겠나? 아무래도 내가 예견한 상황의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단 만약이라는 말을 붙이겠는데. 그런 상황이 온다면 해결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수가 무엇인 것 같나?”

“아무래도 국부군과 미군들이 움직여서 중공군의 움직임을 봉쇄하여 철수시키고, 하나씩 탈환하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 맞아. 그런 전략이 수립되고 움직이겠지.”

“으음...”

“뭐 그런 상황이 안 오면 나야 좋겠지만 말이야. 헛짓이라도 일단 짜둬야 겠지.”

“그런 상황에서도 비장의 수가 있습니까?”

병주는 싱긋 웃으면서 고호윤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자네. 광복군에 들어오면서부터 처음 전투에 나설 때 기억하나?”

고호윤 준장은 그 말에 몸 서림을 치며 대답한다.

“그 망가진 건물 사이에서 움직이는 시가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설마...”

“아쉽게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전투는 그런 거야.”

“으음. 시가전을 벌일 장소는 어디입니까?”

“우리가 선 이 곳. 문경. 문경에서 시가전 상황을 짜두고, 전략을 만들어야겠어. 중공군이든 아니면 북한군이든 이 문경에 들어가는 순간 지옥이 시작될 정도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병주에게서 분위기가 확 피어올랐다. 마치 이 문경을 그들의 무덤으로 안내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방 안을 꽉 채운다. 고호윤 준장은 그런 병주의 얼굴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비록 만약이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이 상황을 반전시킬 것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과연 병주가 말한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까요? 그럴 상황을 높여주는 사람들이 상층부에 있기는 합니다만. 예를 들면 최악의 국방부 장관이라는 신성모가 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