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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노면전차 바깥에서 보는 풍경은 꽤나 정겨웠다. 언제나 익숙한 농촌, 그리고 자연의 풍경이 눈에 보인다. 다만 문경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점촌에 가까워질수록 건물들이 점차 많아지더니 이내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구간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장평균은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옆에 있던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정말 건물이 많아 졌네요.”
“그렇지.”
병재는 창문 밖에 있던 하나의 고층건물 하나를 바라본다. 물론 그 고층건물이 동협 그룹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장평균이 병재에게 한 마디 묻는다.
“그런데 제일 큰 형님. 저 고층 건물을 굳이 지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 무슨 소리야?”
“제가 아버지에게 듣기로는 고층건물이라는 것은 높은 지가 때문에 형성되는 특수한 건물이라고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흠...”
“땅값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접근성이 용이하고, 그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까 어쩔 수 없이 고층 건물을 짓는다고 말이죠.”
어리기 하지만 본질을 바라보는 장평균의 말에 병재는 잠시 생각하다 답을 해준다.
“뭐 그런 게 정답이겠지.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고 어떤 도시에 고층 건물을 떡하니 세웠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냥 고층 건물 하나가 아니겠어요?”
“아니지. 이건 내 동생에게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고층건물 하나가 촉진제 역할을 해준다고 하더군.”
“촉진제?”
“아무 것도 없던 도시에 그런 고층 건물 하나 둘이 세워진다고 생각해봐라. 그럼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아무래도 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래. 그런 심리를 노리는 것이지. 물론 손익을 철저히 계산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통하지 않겠지만 사람들이라는 것이 꼭 철저히 손익만 따지는 사람들이 있겠어? 허영심, 그리고 전망을 읽겠지. 뭔가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걸 세운다 하면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 같은 것이 있다고 추론하지 않겠어?”
장평균은 그 말에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대답한다.
“복잡하네요.”
“그래. 그만큼 고층 건물 하나 세우는 것도 그만한 생각들이 들어간다는 것이지. 네 아버지가 말해준 것은 아무래도 자연 발생설 같은 것이겠군.”
“으음. 자연 발생설이라...”
그 때, 두 사람에게 지쳤다는 어조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두 사람 뭐 그렇게 어려운 말들을 주고받아?”
그 말에 병재는 피식 웃으며 그 말을 한 여자아이 효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 녀석아. 잘 배워둬. 이런 말들이 너에게 있어서 다 살이 되고, 피가 되는 말들이야.”
“에잇! 됐거든! 매번 정치 경제 이야기만 꺼내면 지겨워 죽겠어.”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런 시점에서 노면전차는 어느 정거장에 다가오자 병재는 정거장에 하차하겠다는 사인을 보내는 벨을 누르고, 두 사람에게 한 마디 말한다.
“어서 내리자. 다음 정거장이 목적지이니까.”
“예.”
그렇게 두 아이는 병재를 따라 노면전차 정거장 밖으로 내린다. 정거장 밖은 꽤 번화한 구역이었는데,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기는 하지만 반 수이상이 양복 혹은 서양에서 유행할 복장들이었다. 그만큼 이 곳 사람들은 꽤나 세계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두 아이 다 말끔해 보이는 한복이었지만 다른 옷차림에 꽤나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병재는 그런 두 아이의 심리는 읽지 않은 채 어느 한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두 아이에게 한 마디 말한다.
“저기 어딘지 알지?”
그 말에 장평균, 효혜는 병재가 가리킨 건물을 바라본다. 약 5층 규모의 건물이지만 상당히 넓은 건물이었다. 서울에 있다는 화신백화점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건물이었다. 명목은 동협 노동자 상인연합회 백화점이라고 되어 있는데, 사실상 동협 그룹에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수입시설이기도 했다.
간단하게는 동협 그룹 및 그와 관련된 기업들에게 나오는 생필품들을 서로 주고받다 팔았는데, 이 때를 기화 점으로 상업이 번성했다. 그러다가 병윤이 아예 백화점을 구상하게 되었는데, 동협 그룹에서 직접 운영하는 백화점보다는 동협그룹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하는 상인연합회에 가까웠다.
여기서 백화점 건설과 전체적인 운영만 동협 그룹이 손 보고 있었다. 나머지 물건을 팔아넘기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기에 입주한 가게 주인들이 수익을 보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러고도 꽤나 번화의 중심에 서기 바빴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울에 화신, 동화, 중앙 백화점이 있다면 문경에는 이 것이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리고 다른 백화점보다 차별점이 있는 것이 백화점 주변에 헬기들이 오고가는 대형 물류창고가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빨리 외국에 있는 수입품들을 입수하기 쉬웠다는 점이다.
그런 것을 전해들은 병재는 두 아이를 데리고, 건물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두 아이의 눈초리에는 몇 번 와봤기에 별 감흥 없이 익숙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꽤나 화려한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천장을 밝히는 조명들은 물론이고, 그 조명 아래 로비에서 화려한 조각상 분수가 물을 힘차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물건들을 사려는 손님들과 그 아이들이 뛰면서 놀고 있었다.
거기에 간간히 군인들이 눈에 보인다. 아무래도 군인들 역시 사람이니 외박에서 나올 때마다 여기서 간혹 가다 물건을 사는 편이었다. 물론 영내에 PX가 있다고 하지만 꽤 귀중한 수입품들은 여기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군인들도 자주 들르는 편이었다.
그런 복잡한 분위기 속에서 병재는 두 아이를 쳐다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뭐부터 보고 갈래?”
“으음...”
두 아이는 한창동안 고심하고 있었다. 사실 저번에도 몇 번 와봤기에 볼만한 것들을 다 알고 있었다. 그 때, 이 백화점 관리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다가와 병재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병재는 그 말에 자신도 같이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고생하시는군요.”
“여러 번 찾아주신 단골손님들 아니십니까?”
병재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우리들만 단골손님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습니까?”
그 말에 병재는 어깨를 들썩이며 눈빛을 고심 중인 아이들에게 내비친다. 그 병재의 눈짓에 백화점 관리자는 이내 무슨 일인지 알아차린다. 그리고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또 공주님이 찾아오셨군요.”
“공주님?”
“아아. 그건...”
“간단히 은어 같은 것이군요. 잘 알겠습니다.”
“휴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직접 안내라도 해드릴까요?”
그 말에 병재는 손사레를 치며 한 마디 대답한다.
“굳이 이렇게 호사롭게 대접받으며 돌아다니고 싶지 않군요. 우리들 역시 그냥 하나의 고객으로 생각해주십시오.”
“하하. 손님을 대접하는 사람들이 저이지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가 없겠군요.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그럼.”
그렇게 백화점 관리자에게 인사를 한 병재는 두 아이에게 시선을 돌리며 묻는다.
“어떻게 정했어?”
결국 효혜는 고민한 끝에 한 마디 말한다.
“밥이나 먹으면 안 될까?”
병재는 그 말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네 녀석이 그렇지. 그런데 어느 식당에 가고 싶은데?”
“으음. 돈까스 집.”
“아아. 거기 말이군.”
정확히 말하자면 경양식 식당이고, 또 문경에 모여 살았던 일본인들 중 경양식 식당을 운영했던 한 사람이 맡아 지금 하고 있지만 효혜와 같은 아이들은 간단하게 경양식 식당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돈까스 집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골에서 돈까스를 먹어보는 것은 꽤나 진귀한 일이기에 문경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언젠가 한 번 문경으로 찾아갈 때쯤 아이들을 데리고, 그 돈까스 집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평균이 너는 어때?”
병재가 장평균에게 물어보자 장평균은 잠시 생각하다 한 마디 말한다.
“저도 돈까스 집에서 먹을래요.”
“그래. 쯧. 나 같으면 국밥 집을 가는데 말이야.”
장평균이 그 말에 한 마디 말한다.
“제일 큰 형님도 나이가 드셨네요. 어느새 세대차이가...”
그 말에 병재는 장평균의 머리에 약하게 꿀밤을 먹이며 말한다.
“이제 32세가 된 나에게 노인네 취급 하는 거냐?”
그렇게 투닥거리며 병재는 두 아이를 데리고 백화점 내부에 있는 그 돈까스 집에 찾아가기로 한다. 아이들이 방방 노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백화점 내부를 걸어가면서 드디어 그 돈까스 집으로 찾아갈 수 있었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모여 한산해진 상황이었는데 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모였다.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억지로 따라간 부모들부터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고 찾아온 사람들, 그리고 외박 나온 군인들까지 가지각색이었지만 빈자리는 어느 정도 남아 있기에 빈자리에 앉은 병재와 두 아이가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그 때 마침 서양의 웨이터 복장을 한 청년이 찾아와 주문을 받는다.
“주문 받겠습니다. 무엇을 주문해드릴까요?”
병재는 그 말에 메뉴판을 쓱 보더니 이내 조금 달라진 것들이 있는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이내 그 청년에게 묻는다.
“예전에 찾아왔을 때 하나의 돈까스만 있었는데, 꽤 새로운 것들이 많아졌네요. 특히 치즈 돈까스라든지 왕 돈까스 같은데.”
“저번에 찾아온 손님이니 모를 수 있겠군요. 치즈 돈가스는 일반 돈가스 안에 치즈를 넣어 쫄깃함을 더했고, 왕 돈까스는 양이 부족하다는 손님을 배려해 만든 특제 돈가스입니다.”
병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 둘을 바라보며 말한다.
“뭐 시킬래?”
그 말에 효혜는 자신 있게 대답한다.
“난 많이 먹는 것이 좋아. 난 왕 돈까스.”
“평균이 너는?‘
“전 그냥 일반 돈까스로 주세요.”
이내 병재는 청년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한다.
“저는 치즈 돈까스 하나 주십시오. 치즈 돈까스 하나 왕 돈까스 하나 그냥 돈까스 하나.”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청년은 주문을 받은 뒤 물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물러간다. 장평균은 병재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한다.
“제가 듣기로는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던데 이 돈까스 집도 문경에 모여 살고 있던 한 일본인이 창업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래. 왜 떫어?”
“그냥 좀 그래요. 어른들이 일본인들을 싫어하는 것은 잘 알고 있거든요.”
“사실 더럽고 복잡한 이야기지만 일본에 귀국할 사람들은 이미 귀국하고도 남았지. 여기에 정착한 사람들은 사정 때문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이야.”
“사정이라고 한다면?”
“가족들이 조선인들이거나 혼혈이 된 아이들이 있다는 거지. 보통 일본인 촌이라고 한다면 일본인이 주가 된 경우보다는 그렇게 혼합 가족들이 많이 모여 살거든.”
“아...”
“이 사람들을 단호하게 내쫓아보낼 수 없고, 그래서 간단한 재교육만 한 뒤 정착하게 내버려둔 거야. 지난번에 후세 다쓰지 선생이 찾아와서 일정 연설을 한 이유에는 그런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도 한 몫 하거든.”
“역시 어른들 일은 상당히 복잡해요.”
“너도 크면 자연히 깨닫게 될 거야.”
“쳇. 그런데 그 후세 다쓰지 선생은 지금쯤 어디에 있어요?”
그 말에 병재는 잠시 고민하다 한 마디 대답한다.
“그 사람은 아무래도 동 일본에 기거하며 살고 있다. 그 곳이 북한처럼 공산화 국가가 된 지 오래라서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몰라.”
“제일 큰 형도 모르는 것이 있어요?”
“야. 임마. 난 전문분야가 달라. 난 의사라고 의사.”
병재가 그렇게 주장하자 장평균은 한 마디 대답한다.
“그런데 형님은 대학 교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거 솔직히 작은 아버지가 만드신 재단에 특채로...”
“임마. 그래서 내 가족이 비리를 저질렀다 이거냐?”
“그렇잖아요. 어른들이 말하는 인척 관계 같은 거 아니에요?”
병재는 피식 웃으며 장평균에게 한 마디 말한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난 그저 여기서 일할 뿐이야. 이 대학에 근무하게 된 이유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거지. 정말 출세를 위한다면 아까 네가 주구장창 가고 싶다는 미국에 가서 자리를 잡았을 걸?”
“에에?”
“뭘 모르는 가 본데. 날 아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그리고 나를 교수로 초청하겠다는 대학들이 많아. 교수로 채용 못 하니까 때때로 강의를 해달라고 초청하는 편이지. 어때? 그래도 인척 비리라고 할 거야?”
장평균은 졌다는 표정으로 병재에게 한 마디 말한다.
“우우. 그래도 인척 비리는 아닙니까?”
“그래. 그래. 난 더러운 비리를 저지른 의사다. 됐어?”
“쳇. 일부로 져주니 좀 그러네요.”
“아무 이야기나 듣지 마. 적어도 그 정보를 가지고 판단을 해야지. 뭐 아직 어린 너에게 너무 어려운 말들인가?”
“쳇. 막내 형님은 저랑 거의 같은 나이에 중국에 가서 사업체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어리게 취급하지 말아주시죠? 알만한 것들은 다 아는 나이 대입니다.”
“알겠다. 알겠어. 뭐 그 이야기를 하면 조금 복잡하겠네.”
“여러번 들었으니 다 알고 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이 말하면서 웨이터 청년이 주문했던 것들을 들고 나온다.
============================ 작품 후기 ============================
사실 한반도로 가는 중공군들 같은 경우는 일반 보병들보다는 국공내전들을 통해 노획한 장비들로 장비한 정예군들로 진출할 생각입니다. 다음 편에 자세하게 내용을 써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