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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509화 (50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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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지옥의 한반도

문경의 백화점에서 병재와 아이 둘이 한창동안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중국 중경 총통관저의 총통실에서 병윤은 굳은 얼굴로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한다.

“결국 북한에서 일을 치르기로 작정했군요.”

그 말에 보이차를 마시던 신유철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병윤에게 한 마디 묻는다.

“저번에 네가 보여준 자료에 의하면 남북한 간의 차이점이 상당히 심할 텐데 왜 북한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심을 하게 된 걸까?”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들썩이며 한 마디 말한다.

“제가 그걸 알고 있으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아무리 봐도 승산이 없는 전쟁인데. 더군다나 그런 것에 동조하는 중공 역시 웃기기는 하지.”

“뭐 다시 말하면 형님의 세력에게는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쯧. 네 나라의 희생을 동반하는 기회를 잡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그러지 마십시오. 이런 일에 동조한 중공에게 엄청 후회가 될 수 있도록 이 기회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결정을 하게 된 것을 피눈물 나게끔 뼈저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병윤은 그 말을 하고선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병윤의 속에서도 전쟁의 참화가 자기 나라 안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니 울분이 치솟아 올랐다. 신유철은 그런 병윤의 모습을 보고 한 숨을 지으며 말한다.

“일단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 않은가?”

“이 정도 정보라면 믿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씨 남매가 직접 캐온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고씨 남매라. 그래. 네가 그리 확신한다면 나 역시 너를 막을 수 없겠지.”

신유철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에서는 상당히 아쉽다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병윤은 한숨을 쉬고 신유철에게 한 마디 말한다.

“둘 다 서로 상당히 바빠지겠습니다. 저는 한국과 중국을 왔다갔다 전황 및 물자 보급에 신경을 써야하니 말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시며 대답한다.

“네가 없는 자리에 걱정하지 말아라. 그리고 여차하면 이 것도 있으니.”

신유철은 품 안에서 하나의 기기를 꺼낸다. 바로 동협 그룹에서 양산하기 시작한 핸드폰이었다.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한 달 전에 나라 간 중계소를 건설하였으니 통신에는 별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렇지. 이런 긴박한 때에 이런 것이 개발되니 말이야. 적어도 말은 전달해줄 수 있으니 다행인가?”

“말씀을 들어보니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군인이라서 그런지 통신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상부의 명령, 그리고 주위 부대의 통신이 끊겼을 때 느끼는 공포감은 뭐 느끼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않는 것이 좋을 정도야.”

“흠.”

“뭐 그렇다는 이야기이지. 그나저나 간략화된 무전기는 아직까지 개발이 안 된 모양이야?”

“간략화 된 무전기라면?”

신유철은 이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한다.

“이 정도 크기의 무전기 말이야.”

“아무래도 배터리 문제도 있고, 또 군용 중계기도 설계 개발해야 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쯧. 어떠한 전투 지간에 서로 간의 연락은 급우선이라고. 특히 공격할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

“너무 재촉하지 마십시오. 회사 안에 있는 연구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개발이 될 것입니다.”

“휴우. 나도 많이 조급해졌군.”

“......”

신유철은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말한다.

“미국의 반응은 어때?”

병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신유철에게 대답한다.

“아시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는 한반도에서 전쟁 터지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는 경우는 수영장에 불이 났다는 것과 똑같다’라고 말입니다.”

“그거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애치슨 라인을 선언하면서 했던 말이지?”

“예. 그 것 때문에 대통령 세력에 상당한 당혹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물론 미국 공화파 세력에서는 그 선언에 대해서 불만어린 감이 없지 않아 있더군요.”

“하기야 미국 민주당보다 공산 세력을 더 싫어하는 족속들이 그 이들이니 말이야.”

그 말에 병윤은 탁자 위에 놓인 코코아를 한 잔 마시면서 말한다.

“그나저나 만약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일단 대전략 자체는 미리 짜두었다. 광동에 있는 백숭희 장군, 그리고 호북성에 있는 두율명 장군이 동시에 남경을 포함한 주위 지역을 탈환하려고 할 거야.”

“상대는 임표입니다. 그 두율명 군대를 박살냈던.”

“그래서 두율명 장군 역시 심기일전하고 있지. 이번에 지면 나락이라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으니 말이야.”

“흠.”

“그리고 아무리 임표라고 한들 한반도에 신경을 쓰면 버텨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이번 기회를 위해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생각하면 고이 써주어야 하지 않겠나?”

“하기야 이종인 세력이 있던 남경이 어이없게 함락된 측면에는 중국 공산당 간첩들이 존재하니 말입니다. 그 것 때문에 한창 내부 정리를 하지 않았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텁텁하다는 얼굴을 지으며 대답한다.

“막상 조사해보니 공산당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거기에 초창기에 이 쪽으로 밀려 나오는 패전병들을 잘 수습하고, 전력을 정비하는데 얼마만큼이나 시간이 걸렸는지 휴우. 힘들었지.”

“제가 옆에서 도와드리기는 했는데. 보니까 상당히 힘겨워 하더군요.”

“그래. 너도 회장 자리에 앉으니 알 거야. 조직의 수장이라는 것이 얼마만큼 책임과 또 긴장감을 가져야 하는지.”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창동안 이야기를 하다 뭔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나저나 티베트와 대만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그 말에 신유철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한 마디 대답한다.

“일단 티베트 문제 관련해서는 태도를 봐야겠지. 겉으로는 중국 내의 내전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고 말을 했지.”

“예. 저번에 티베트에 두 대사가 동시에 들어와서 설전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중공 쪽에서는 우리 뒤를 쳐주면 아예 자체적으로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우리는 아예 가만히 행동하지 않는다면 절대 무력 침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을 했으니 말이야.”

“만약 티베트가 중공 쪽의 손을 들어주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러면 골치가 아파지겠지. 그래서 우선 불가침 조약부터 체결할 예정이야.”

“불가침 조약이라.”

“적어도 미국의 공증을 받아 조약을 체결하면 티베트 쪽에서도 안심할 수 있겠지. 중공 쪽에서 자유중국의 세력이 커지면 티베트를 가만히 놔두겠냐고 말을 해도 말이야.”

“그 말을 들어보니 티베트는 별로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내가 말한 것은 무력 침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야. 티베트는 청조 때 중국의 땅인 만큼 회복해야할 국토야. 하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자치권을 허락할 생각은 가지고 있어.”

“만약 중공의 부탁을 받아 침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군요.”

신유철은 그 말에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럴 때는 우리 쪽 괴뢰국가를 만들 수밖에 없지. 직접 다스리지는 않아도 우리 뒤를 치지 못하게끔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또 대만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만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 적어도 그 곳 역시 독립을 하겠다는 의사가 없다면 자치권 정도는 허락할 생각이다.”

“둘 다 기본적으로 자치를 허락하겠다는 의미입니까?”

“대만에서 사건이 터진 것은 그 곳의 분위기를 모르고, 멋대로 행동한 행정관들 때문이라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중앙에서 그 쪽을 간섭하는 것은 그 곳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측면에서 할 생각이다.”

“흠...”

“왜 마음에 안 드냐?”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한다.

“제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적어도 형님의 뜻이 그런 것이라면 저 역시 지지할 마음은 충분히 있습니다.”

“흠. 그 말은 내가 한 선택이 네가 생각했을 때도 적절하다는 것인가?”

“상황에 따라 강경책과 유화책이 효율이 있는지의 차이입니다. 대만 같은 경우는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유화책이 더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티베트는 잘 모르겠군요. 아직 그 곳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 말입니다.”

“흠. 그렇군. 그나저나 난 월남이 더 신경이 쓰이더군.”

“월남 말입니까? 그런데 그 곳은 이미 프랑스와 전쟁 중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프랑스는 월남을 다시 식민지로 보유하려고 하고 있고, 월남은 독립 전쟁 중이니 말이야. 문제는 월남이 독립을 완수한 뒤 우리 뒤를 찌를 가능성이 있어서 그래. 알다시피 월남과 우리 중국과의 사이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

“그래도 한반도에 전쟁이 날 동안에는 베트남은 별반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어느 정도 대비는 해놓아야 되겠지. 계획이 실시하는 동안 뒤가 당해서는 안 되니 말이야. 일단 계획에 방해될 만한 요소들을 차례차례 제거하고, 실시하는 것이 좋겠지. 그나저나 이 곳 중경공단을 그 곽조현 상무에게 맡길 생각인가?”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그럴 생각입니다. 뭐 걱정 되시는 것이 있습니까?”

“아니. 다만 사람 욕심이라는 것이 자리가 주어지면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어서 말이지.”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신유철에게 말한다.

“상관없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따라서 어느 정도 고생했으니 중경공단 정도는 넘겨줄 수 있습니다.”

“허. 통이 크군.”

“실질적인 중경공단의 지분은 형님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네 지분도 어느 정도 있지. 하여튼 진짜 통이 크군. 그만한 규모의 회사들을 통째로 그 사람에게 맡길 거냐?”

“그 사람이 야심이 있든 없든 상관없습니다. 제가 보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적어도 저에게서 떠나간다 한들 형님을 잘 보필해주면 괜찮지 않습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한 마디 중얼거린다.

“호구인지. 아니면 통이 진짜 큰 것인지 모르겠군. 쯧. 힘 있는 사람들이 다 너 같으면 좋겠다.”

“뭘 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신유철은 그 말에 하하 웃으면서 병윤에게 말한다.

“농담 같지만 난 진심이야. 솔직히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 거의 다 자기 보신과 또 약자들을 착취할 생각에 빠졌지.”

“휴우. 그렇게 말하니 공산주의가 왜 생겼는지 알겠습니다.”

“그래도 빨갱이가 되어서는 안 돼. 그 곳에서 정의로운 사람이 있다한들 정의만을 평가해야 할뿐. 네가 생각해도 공산주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잖아?”

“사람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욕심이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너무 방조했다가는 사회 전체가 썩어 들어갈 것입니다.”

“그게 내가 말하는 기업 효율론 이냐?”

“단순히 말해서 제가 말하는 것은 기업 효율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분배를 해야 할지에 대한 것입니다. 노동자들을 어떻게 설득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지에 대한 이론이고, 전 그에 따라서 행동할 뿐입니다.”

“뭐 네 그 말을 두고, 빨갱이 사업가라고 지껄이는 인간들도 있더라.”

“그런 작자들은 그냥 구태의연한 작자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 주기 아까워서 꼼수란 꼼수를 다 부리다가 성장도 못하는 인간들이죠. 그 사람들의 욕은 저에게 있어서 칭찬이나 다름 없습니다.”

“쯧. 그 말을 그 사람들 앞에서 해봐라.”

“만나면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 그래. 알겠다. 그나저나 언제 돌아갈 생각이냐?”

그 말에 병윤은 벽면에 걸려있는 달력을 보고 대답한다.

“6월 18일에 집으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아마 형님을 다시 뵈는 것은 몇 개월 후의 일일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계속 활동할 생각이냐?”

“작은 친형께서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다고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연락을 자주 하니까 말이에요.”

“최악의 사태라. 그 쪽에서의 최악의 사태라면 우리 쪽도 끔찍하겠군.”

“누누이 말하지만 국제 정세에서 중국과 한국은 힘을 합쳐야 되지 않겠습니까?”

“국제 정세에 따라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군.”

“그렇게 생각하면 서운하지만 국가 간의 일은 아무래도 형님과 한국 정부가 정할 일이니 어쩔 수가 없네요.”

“그래도 너 역시 한국 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냐?”

그 말에 병윤은 미묘하게 웃으며 한 마디 대답한다.

“글쎄요.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전 굳이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계는 한 마디로 거미줄 같은 것이라서 말이죠.”

“흠. 거미줄이라. 이해는 가는군.”

“일단 중경공단에서 생산하는 물품들은 형님이 잘 사용해주십시오. 또 세금 문제 관련해서는 평상시대로 거두시고, 문제가 있으면 저에게 연락해주십시오. 그럼 제가 달려가서 해결하겠습니다.”

신유철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네 녀석이 보고 싶을 때마다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되겠군.”

“그렇다고 너무 자주 부르지는 마십시오. 저 역시 조국에서 일이 있으니 말입니다.”

“쳇. 알겠다. 알겠어.”

신유철은 조금 아쉽다는 얼굴을 하며 병윤을 바라본다.

그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두 사람간의 대화가 끝이 나고, 병윤은 총통실에서 나가 중경공단을 지휘하게 될 곽 상무에게 어느 정도 말을 해준다.

그리고 약 일주일 뒤 병윤은 신유철의 배웅 아래서 헬기를 탑승하고는 다시 조국으로 귀국한다. 한국에서의 전쟁이 터질 가능성을 대비하고, 또 전시 상황에 걸맞게 조직 운영을 바꿀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일 전쟁 동안의 회사 조직 운영 경험이 병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전쟁 터지면 미국 신문에 이런 대문이 실리겠네요. '수영장에 불이 났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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