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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님과의 결혼, 저도 지금 알아 (150)화 (150/167)

150화

한편 마물들이 몰려오는 곳의 맞은편, 디란타 대공령과 제국의 경계.

몰려오는 마물의 규모를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그들은 아주 착잡한 얼굴이었다.

“아주 신나서 달려오고 있다는데요?”

감찰기사의 말에 그림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걸 막아야 한단 말이죠?”

“예. 반드시.”

그 말은 황제의 암살자 집단인 시즈 중 하나가 받았다.

“생각보다 수가 많습니다.”

정찰을 나갔던 감찰기사가 재차 말했다.

“어느 정도?”

시즈와 그림자가 동시에 물었다. 감찰기사는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예상했던 것의…… 두 배 정도?”

“……두 배?”

이게 무슨 도박판도 아니고 두 배라는 소리가 쉽게 나올 수가 있나?

보고를 듣던 다른 감찰기사는 뒤로 넘어가려고 했다.

“두 배가 아니라 네 배가 와도 막아야겠죠.”

하지만 그림자 중 하나, 미엘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검을 털어 보이며 물었다.

“어차피 정면 대결할 생각은 아니었잖아요?”

그 말에 모여 있는 세 집단이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곳에 필요한 병력을 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

게다가 이미 대공령에서 이곳까지 오는 길에는 온갖 함정과 마법진들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에 당해 반쯤 너덜너덜해진 마물들을 처리하고 막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그냥 기사가 아니라 암살과 잠입, 교란이 전문인 그림자와 시즈가 함께 있는 병력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작전을 펼치는 사이에 마물을 상대할 정예 병력도 있었다.

감찰기사단이자 디란타 대공령의 기사들.

그들은 이 제국에서 마물을 상대하는 것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독보적인 집단이었다.

“마물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감찰기사 젠이 엄숙하게 말했다.

시스테인 휘하의 그들은 가장 단체 훈련이 잘된 자들답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수가 많은데 감찰 쪽에선 문제없으시겠습니까?”

그림자 미엘이 물었다.

감찰기사들은 수가 예상보다 두 배라는 소리에 절망하는 것도 잠깐, 이미 회복한 상태였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맨날 이랬는데요, 뭐.”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마물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를 디란타 영지 한가운데에서 버텨 온 자들이었다.

마물을 상대하며 체력을 비축하는 데에 도가 튼 자들이란 뜻이었다.

“그럼 먼저 가서 힘을 좀 빼놓겠소이다.”

그들을 보다가 시즈들이 몸을 일으켰다.

황제 휘하의 암살자 집단 시즈는 검을 쓰는 자들은 물론 마법을 쓰는 자들까지 있었다.

“그럼 우리도.”

그에 지지 않겠다는 듯 그림자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 사이로 미엘이 손짓했다.

“근처에 트랩을 더 깔아 둬.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놈들이라 트랩을 피할 정신은 없을 테니.”

“알겠습니다!”

그림자와 시즈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그러는 그들 사이로, 멀리서 들려오는 마물의 울부짖음이 지나갔다.

―크아아!

―쿠쿵! 쿵!

확실히 그 중간에 미리 깔아 둔 마법진과 함정들이 일하고 있는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에 다 당해 버렸으면 좋겠지만, 마물들이 그런 놈들이었으면 세 집단이 애초에 이곳에 모일 일도 없었다.

“곧 온다.”

―스릉!

감찰기사 젠의 말에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디란타 대공령 밖에서 마물을 상대하는 건 감찰기사들도 처음이었다.

게다가 다른 집단과 공조해서 마물을 물리치는 것 역시 처음이었다.

“모두 처치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끄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인다, 알겠나!”

젠의 우렁찬 명령에 감찰기사들이 일제히 답했다.

“예!”

시즈와 그림자, 감찰기사단의 공통된 목표는 단 하나.

디란타 대공 전하께서 마물이 나오는 게이트를 없애고 대공령 안의 마물들을 정리한 후 돌아오실 때까지, 버티는 것.

“얼마나 장기전이 될지 모르니 각자 체력 보전에 신경 쓰도록!”

감찰기사들이 제각기 각오를 다지는 가운데, 시즈와 그림자들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 무리의 수장에게 단단히 주의를 받고 온 후였다.

‘그래도, 내가 너희를 사랑해 준 만큼은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니?’

리엔 황태후의 말을 들은 그림자.

‘비슷한 집단이라도 수준 차이가 난다는 걸, 확실히 보여 줘라.’

황제 카리스의 말을 들은 시즈.

이 싸움은 제국 음지의 일인자를 가리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경쟁은 때로는 좋은 촉진제가 된다는 걸, 그림자와 시즈는 곧 몸소 보여 주게 되었다.

“쟤들은 뭐 때문에 저렇게 불붙었대?”

“몰라.”

물론 시스테인에게 ‘살아 돌아올 것’만 주문받은 감찰기사들은 그 기묘한 열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크오오오오!

그리고 그 열기 사이로 곧, 마물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전투 개시!”

우렁찬 젠의 목소리와 함께, 버티기 작전이 시작되었다.

*  *  *

―쾅!

시스테인은 처음에는 마력을 자제하는 듯했다.

그래도 다가오는 마물들을 없애 버리는 데에는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게이트가 있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마물들은 강해지고, 많아졌다.

“아까 남하하는 마물 무리도 봤잖아. 거기로 다 몰려간 줄 알았는데…….”

리벨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챙!

리벨에게 달려드는 마물들은 그림자의 검이 처리했다.

물론 그건 아주 일부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시스테인의 검에 쓸려 버렸다.

―쿠콰쾅!

시스테인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땅이 뒤집혔고, 마물들이 반으로 갈라져 흩어져 버렸다.

리벨은 검 한 자루로 건물을 무너뜨리네 어쩌네 하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시스테인은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잘하다간 산 하나도 없애겠는데?

그만큼 그의 마력은 강하고 거침없었다.

처음보다 훨씬.

“후우.”

그리고 그게 더욱 거침없어질 때마다, 그는 저를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잠시 눈을 감아 버릴 때도 있었다.

마물들 사이에서, 위험하게.

“시스!”

그 모습에 리벨이 기겁해 그를 불렀다.

시스테인은 그녀의 다급한 부름에 곧바로 리벨을 돌아보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서.

하지만 그건 리벨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

“아아아아니이쪽보지말고 뒤요!”

뒤에 마물 오잖아요! 리벨이 기겁해서 그의 뒤를 가리키려 할 때였다.

시스테인이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늑대 모습의 마물을 잡아챘다.

턱이 붙잡힌 마물이 울부짖기도 전에, 그는 손에 마력을 집중시켰다.

―파각!

살벌한 소리와 함께 마물은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괜찮으십니까?”

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요.”

뒷자리를 살피는 운전자를 보는 기분이었다. 리벨이 손을 내저었다.

“그보다 시스, 자제할 필요 없어요.”

리벨의 말에 시스테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마물들을 잡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분명히 동의했으면서도, 시스테인은 몇 번이고 거칠어지려는 제 검끝을 억눌렀다.

“…….”

리벨은 그가 왜 그러는지 알기에 더 그에게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필레 공작과의 전장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이성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크오오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맞이하는 마물들은 더욱 거대해지고 강해졌으며, 많아졌다.

“괜찮을까?”

리벨은 그림자들의 물샐틈없는 호위를 받으면서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자들은 시스테인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곤 답했다.

“아직 전혀 지치지 않으셨습니다.”

나인의 말이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암살에 능한 자들이었다.

상대의 컨디션을 파악해 최악의 컨디션일 때 덮치는 게 일인 자들.

그런 자들의 눈이니 정확할 터였다.

리벨은 다소 안심했다.

―콰콰쾅!

폭주하려는 때마다 저를 억누르면서도, 시스테인의 전진 속도는 빨랐다.

그렇게 얼마간을 더 전진했을까.

―쿵! 쿠쿵! 쿵!

어디선가 굉음이 울렸다.

그건 시스테인의 근처에서 나는 것이 아니었다.

“뭐야?”

리벨이 무심코 고개를 돌려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았다.

“……!”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돌아본 곳에서는 새까만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밝은 빛조차 새까맣게 죽여 버릴 것 같은 그 어둠은, 곧 어떤 모양을 토해 냈다.

한눈에 봐도 강력해 보이는 그 마물은.

“……사람?”

리벨이 눈을 크게 떴다.

사람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인간과는 눈 색이나 손톱 모양 등이 다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형이기는 했다.

한눈에 봐도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마물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검을 갈무리했던 시스테인이 그쪽으로 검을 뻗었다.

―챙!

그리고 리벨이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에, 마물의 길어진 손톱과 그의 검이 부딪혔다.

“헉.”

리벨이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마물의 힘에 시스테인이 뒤로 주우욱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스테인에게 아직까지 상처는 없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적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나인을 포함해 모두는 느끼고 있었다.

저걸 처리하는 게 마지막 고비가 될 거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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