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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38화 (38/115)

제38화.

“캬아아악! 이 더러운 새끼! 가만 안 둔다! 캬아아악!”

몸을 곰처럼 거대화시킨 햄찌가 색귀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잡아끌었다.

하지만 색귀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이 쥐새끼가! 어딜!”

뒷덜미를 붙잡혔던 색귀가 임기응변을 발휘해 상의를 벗어던지고, 품속에서 가위를 꺼내 햄찌를 향해 휘둘렀다.

서걱!

날카로운 가위 날이 햄찌의 팔을 스치며 길게 생채기를 내었다.

“캬아아악! 햄찌 아프다! 캬아아아악!”

놀란 햄찌가 뒤로 훌쩍 물러났다.

슬쩍 스친 것 같은데, 상처가 매우 심했다.

깊은 건 물론 상처의 길이가 거의 20센티미터는 넘어 보였다.

주르르르륵….

흘러내리는 피의 양도 꽤 심했다.

팔이라서 망정이지 만약 목이라도 베였다간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뀨우우?”

햄찌는 본능적으로 색귀가 휘두르는 가위가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스릉!

실제로, 색귀의 손에 들린 가위로부터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딱 봐도 매우 예리한 건 물론이고, 강도도 장난이 아닐 것 같았다.

“노옴.”

색귀가 햄찌를 알아보고 으르렁거렸다.

“아까 낮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그 쥐새끼가 아니더냐!”

“캬아악! 그렇다!”

“역시 그랬구나! 어쩐지 웬 수상쩍은 놈들이 내 뒤를 따라오는 것 같더라니! 으득!”

색귀는 자신의 불길한 예감이 맞았음을 확인하고 이를 부득 갈았다.

“이 쥐새끼야! 그 뺀질뺀질하게 생긴 놈과 비둘기는 어디 있느냐!”

“캬아아악! 햄찌 쥐새끼 아니다! 캬아아악!”

“이놈이!”

“가만 안 둔다! 캬아아아악!”

화가 난 햄찌가 색귀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그러나 색귀는 햄찌의 공격에 쉽게 당해 주지 않았다.

색귀가 제아무리 삼류를 갓 벗어난 이류라고 해도, 오랜 세월 틈틈이 무공을 익혀 온 무인.

게다가 햄찌보다 레벨도 57이나 높았기에, 당연히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촤라락!

색귀가 휘두르는 가위는 예상대로 대단히 날카롭고 단단했다.

번쩍번쩍!

가위 날에서 서늘한 섬광까지 뿜어져 나오는 걸 보면, 보통 대단한 물건이 아니었다.

“캬아아악! 햄찌 아프다! 캬아아아악!”

“크흐흐흐! 이 쥐새끼야! 네놈의 사지를 잘라 주마! 크흐흐흐흐!”

“캬아아악!”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된 햄찌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색귀의 가위는 숲의 대정령인 햄찌의 방어력을 손쉽게 뚫어버린 거로도 모자라 매우 강력한 출혈 효과를 일으켰다.

주르르르르르륵…….

가위에 베인 상처들로부터 피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흘러나왔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크흐흐흐! 쥐새끼 주제에 감히 날 잡을 수 있….”

그때.

퍽!

번개처럼 난입한 연오랑의 발차기가 색귀의 가슴팍에 작렬했다.

“커헉!”

저 멀리 나가떨어진 색귀가 벽에 부딪혔다.

와르르르!

벽이 무너지며 흙더미가 색귀를 덮쳤다.

흙으로 대강 빚은 벽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야! 햄찌야! 괜찮냐! 허억! 허억!”

연오랑이 숨을 헐떡이며 햄찌를 부축했다.

“뀨우. 주인놈아. 왜 이렇게 늦었냐. 햄찌 걸레 됐다. 뀨우우.”

“미, 미안. 허억, 허억.”

“뀨?”

“저 새끼가 좀 빨라야지. 갑자기 슝 하고 달리더라고. 죽어라 쫓아오긴 했는데. 헉헉. 좀 늦었다. 헉헉.”

연오랑은 이제 갓 53레벨을 찍고 각성한 상태.

반대로, 색귀는 110레벨의 이류고수.

연오랑이 경공술을 사용한 색귀를 뒤쫓기가 쉬울 리 없었다.

“뀨우. 알겠다. 햄찌 좀 쉬고 있겠다. 뀨. 주인놈이 마무리해라. 뀨우.”

“그래.”

햄찌와 교대한 연오랑은 우주근원진기를 운용해 날뛰던 호흡을 가다듬었다.

헐떡이면서 색귀와 싸울 순 없을 테니까.

“후우.”

연오랑의 호흡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무렵.

“크으윽!”

흙더미에 파묻혔던 색귀가 몸을 일으켰다.

우둑! 우두둑!

연오랑이 색귀를 향해 다가섰다.

“지금부터 내가 선택권을 줄게. 잘 들어?”

“……?”

“첫째, 곱게 항복하고 뒈질 때까지 처맞은 다음에 관아로 끌려가든지. 둘째, 반항하다가 뒈질 때까지 처맞고 관아로 끌려가든지.”

“그야 당연히 곱게 항복하고 뒈질 때까지 처맞은 다음에… 음?”

색귀는 얼떨결에 대답했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닫고 인상을 와락 구겼다.

‘뭔 차이야?’

선택지가 좀 이상했다.

항복해도 뒈질 때까지 처맞고.

항복 안 해도 뒈질 때까지 처맞고.

어쨌거나 뒈질 때까지 처맞고 관아로 끌려간다는 건 똑같지 않은가?

항복을 하든 안 하든.

“이 새끼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

“무슨 소리긴.”

우두둑!

연오랑이 손가락 관절을 꺾으며 대답했다.

“네가 지금부터 뒈질 때까지 처맞을 거란 소리지.”

다음 순간.

빠악!

연오랑의 주먹이 색귀의 얼굴 정중앙에 꽂혔다.

* * *

항복?

그딴 거 안 받기로 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이 아니라.

쓰레기한테도 미안하네.

어쨌거나, 이런 놈들은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패줘도 직성이 안 풀린다.

그래도 죽이면 현상금이 깎이니까 죽기 직전까지만 패야지.

어?

빈틈이다.

퍽!

“커헉!”

색귀 놈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지며 코피가 푸확! 터져 나왔다.

역시 선빵필승.

지금부터 확 몰아쳐서…….

촤라락!

색귀가 그 와중에 본능적으로 가위를 휘둘러 반격을 해 왔다.

나풀~

내 머리칼 한 올이 흩날리는 게 보였다.

‘뭐지? 분명 완벽하게 피했는데? 설마 저 가위 때문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색귀 놈이 든 가위가 아니면 머리칼이 잘린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특이하게 가위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방천가위]

과거 비장(飛將)이라 불렸던 천하무쌍 여포의 무기 방천화극의 양쪽 날을 떼어내 만든 가위.

대단히 날카로우며, 단단하므로 무기로 사용하면 무시무시한 흉기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오랜 세월 살인에 이용되어 피를 흠뻑 마신 상태라 정화가 필요하다.

분류 : 도구 (가위)

등급 : 신화

내구도 : 4,199 / 5,000 (수리불가)

사용제한 : 재단사 / 대장장이 전용

레벨제한 : 없음

효과 :

- 재단 마스터리 +30레벨

- 절삭력 +800%

- 사정거리 +5cm

- 출혈 확률 +300%

특징 : 경지에 이른 재단사나 대장장이가 아니면 이 가위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없으며, 진짜 쓰임새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정거리가 조금 더 길다.

‘여포가 사용하던 방천화극의 날을 떼어내서 만든 가위라고???’

잠깐.

그럼 이 세계에도 삼국지에 등장하는 여포가 있었다고?

방구석 여포 말고?

[심안 추가 통찰 효과]

전설 등급의 의류, 방어구, 장신구 등을 수리할 때 유용한 도구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질긴 실인 천잠사(天蠶絲)를 자르고 재단할 수 있기에 전설의 갑옷 천잠보의(天蠶寶衣) 제작에 필수 도구이기도 하다.

천잠보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하게 좋은 아이템이겠지.

아니, 그럼 그 좋은 아이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가지고 그따위 더러운 범죄나 저질렀다고?

너 진짜 안 되겠다.

괘씸해서 한 대라도 더 패 준다, 내가.

“이 새파란 놈이 비열하게 기습을 하다니! 네놈 손가락부터 삭둑삭둑 잘라 버릴 것이다!”

색귀가 코피를 철철 흘리며 공격을 가해 왔다.

슥, 스윽.

색귀의 공격을 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설프긴.’

레벨은 높긴 한데 제대로 수련해 온 무인이 아니라 그런지 움직임이 너무 허술하다.

쩝.

빈틈이 너무 많아서 어딜 공격해야 할지 고르기도 힘들 정도네.

이 정도면 같은 110레벨들 중에서 최약체겠는데?

하긴.

인피면구 쓰고 범죄나 저지르는 흉악범 주제에 수련이라고 열심히 했을까.

그래도 레벨이 깡패라고, 힘과 속도 자체는 매우 빨랐다.

내공도 상당한 것 같고.

‘천천히 패면 되지, 뭐.’

느긋하게 색귀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 중간중간 반격을 넣어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퍽! 퍼억!

계속해서 유효타를 꽂아 넣는데도 색귀가 안 쓰러졌다.

맷집 보소?

‘딜 부족이네.’

렙 차가 심하다 보니 아무래 패도 데미지가 안 들어가는 거겠지.

“악! 이 새끼가! 크악!”

화가 난 색귀가 내공을 끌어올리며 죽자 살자 덤벼들었다.

우웅!

속력금쇄진으로 느리게 만들고.

“크으윽! 가, 갑자기 왜 이러… 크윽!”

색귀가 느려진 자기 움직임에 당황하는 사이.

퍽!

색귀의 무릎을 찍었다.

“으악!”

색귀의 움직임이 주춤! 하고 살짝 무너졌다.

퍽!

다시 색귀의 무릎을 찍었다.

“크아악!”

색귀가 조금 더 허물어졌다.

퍽! 퍽! 퍼억!

속력금쇄진의 지속되는 동안 계속해서 색귀의 무릎과 발목만 집중적으로 노렸다.

“이 개새끼야!!!”

절뚝절뚝!

색귀가 무슨 좀비처럼 절뚝대며 내게 덤벼들었다.

“하아아아아암~”

속력금쇄진이 끝났지만, 색귀의 움직임은 여전히 느려 터져서 하품이 다 나온다.

왜냐고?

속력금쇄진이 끝나기 전에 무릎이랑 발목을 작살내 놨으니까.

제깟 놈이 양쪽 무릎뼈가 다 박살 났는데 어떻게 버텨?

자, 그럼 슬슬 본격적으로 패 보자.

우웅!

필멸무참진을 펼쳐 색귀의 방어력을 깎았다.

“뀨우! 주인놈아! 햄찌가 도와준다! 급급여율령! 뀨우!”

햄찌가 쳇바퀴를 불러내 굴리며 버프를 걸어줬다.

어디부터 패 주지?

콰앙!

색귀의 명치에 강타를 꽂아 넣었다.

“……!”

색귀가 번개에라도 맞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끅! 끄으으윽!”

“아프냐?”

“끄으으윽!”

“어떡하냐? 이제부터 시작인ㄷ….”

“우웨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색귀가 뿜어낸 토사물이 내 얼굴을 덮쳤다.

* * *

“야 이 @#$@~#!@#!@#!@# !@#!@#!@$#@$%$^#%@#4 !@#$!@$$#@$$#%#$^!#@!#!#%#@%$@$야!!!”

졸지에 색귀의 토사물을 뒤집어쓰자 화가 나서 온갖 쌍욕이 튀어나온다.

이런 x발!

x나 더러워!

“이 개 #@$@#$#@$#@$@# @!~#!#@$@$^@#$#!$!@#%#%$@$##@가!!!”

이 미친놈이 명치 한 방 맞았다고 토하는 게 말이 돼?

하긴.

레벨만 높았지 불쌍한 피해자들 상대로 양학이나 저지르던 놈이 잘 싸우면 그것도 이상하긴 하다.

…는 그래도 이건 너무 더럽잖아!

“이 !@#!@#!@#@!#$R$&$% !@#!@#!@#@!#@!@야!!!”

넌 뒈졌다.

내 손으로 죽여 버릴 거야.

“잘 들어라.”

“커헉!”

색귀의 머리채를 움켜잡고 경고했다.

“지금부터 살려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그만해요, 차라리 관아로 끌고 가 주세요, 그냥 죽여 주세요. 이런 말해 봤자 소용없으니까 그냥 조용히 처맞다가 뒈져라. 알겠지.”

“끄어어어어!”

“죽어 이 새끼야!”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죽어, 죽어어어어어어엇!!!”

너무 화가 나서, 일단은 분이 풀릴 때까지 색귀 놈들 두들겨 패 주기로 했다.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현상수배 : 색귀>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1/1)]

[알림: 관아로 색귀를 데리고 가서 현상금을 받으세요!]

너무 화가 나서 퀘스트창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

[알림: 주의하십시오!]

[알림: 색귀를 죽여 버리면 관아로부터 받는 금액이 줄어듭니다!]

[알림: 생포해 가면 포상금이 은자 1,000냥이고 죽여서 시체를 가지고 가면 은자 700냥입니다!]

이럼 좀 얘기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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