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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39화 (39/115)

제39화.

안휘성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화전민 유 씨는 자신과 딸을 구해준 청년이 두려웠다.

흉악범으로부터 구해 준 것은 정말 고마웠고,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눈앞이 막막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두려운 건 두려운 거였다.

자신과 딸을 구해 준 저 청년이 흉악범을 고문하는 모습이 어찌나 무시무시하던지, 오금이 다 지렸다.

퍽! 퍼억! 퍽퍽! 빠악!

쾅! 콰아앙! 퍽!

“으악! 으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색귀가 연신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러워했지만, 연오랑은 멈추지 않았다.

“불어! 이 새끼야!”

“크아아악!”

“어쭈? 안 불어? 불으라고!”

“대, 대체 뭘 불라는… 크아아악!”

“모르겠고! 아는 대로 불어! 이 새끼야!”

“으아아아아아아악!”

“안 불어? 그럼 더 맞아!”

“뭘 물어보고 불라고 말해야지 불… 으아아아아악!”

색귀는 억울했다.

도대체 뭐가 궁금한 건지 자꾸 뭔가를 불라면서 때리는데, 아무것도 묻질 않으니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이 미친 새끼야!!! 뭘 물어나 보고 불라고 해야 불 거 아니냐고!!!’

색귀는 자신을 패는 연오랑이 아주 제대로 미친놈이자 천하의 개또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듯 뜬금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를 리가.

“…….”

“…….”

오죽했으면 지켜보던 화전민 유 씨와 그의 딸도 어이가 없어 침묵을 지켰을까.

“불어! 불어어어어어어어!”

“으아아아아아악!”

“이래도 안 불어?”

“크아아아악!”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으아아아악!”

그렇게 색귀에 대한 연오랑의 밑도 끝도 없는 폭력은 거의 2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거 주인놈아 그만해라. 뀨우.”

보다 못한 햄찌가 연오랑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구. 구구구.”

꼬꼬도 꾸벅꾸벅 조는 와중에 연오랑에게 그만하라고 지저귀었다.

“슬슬 그만하려고. 후우.”

연오랑이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우. 힘드네. 옛날엔 한 10시간 패도 끄떡없었는데. 체력이 문제야, 체력이.”

“뀨. 그렇다, 주인놈아. 주인놈도 이제 나이 생각해라. 뀨우.”

“그래야지.”

그때.

“제,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제발….”

완전히 걸레짝이 되어 버린 색귀가 연오랑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애원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바아알….”

“내가 말했지.”

연오랑이 색귀의 귓가에 속삭였다.

“살려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그만해요, 차라리 관아로 끌고 가 주세요, 그냥 죽여 주세요. 이런 말 해 봤자 소용없다고 했을 텐데.”

“제, 제발….”

“제발은 x발.”

“컥!”

“지난 20년 동안 너한테 당한 피해자들도 그렇게 빌었을 텐데?”

“그, 그건.”

색귀는 그 서늘한 지적에 말문이 막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때 넌 어떻게 했냐?”

“…….”

“살려 달라고. 이러지 말라고. 울고불고 빌었던 사람들한테 어떻게 했냐고.”

“…….”

“니 x대로 다 했을 거 아냐. 몹쓸 짓 하고. 죽이고. 가끔은 일부러 살려 뒀다지?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라고? 악몽에 시달리면서?”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그만….”

“x까.”

연오랑이 싸늘하게 색귀의 말을 잘랐다.

“나도 네가 했던 거랑 똑같이 해 줄 거야.”

“흑흑…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이게 문제지? 이게?”

연오랑이 지난 2시간 동안 절대 건드리지 않던 색귀의 그곳을 가리키더니, 발로 힘껏 내리찍었다.

퍼억!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색귀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워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그래, 너는 이게 문제야. 이게.”

“크아아아아아아악!”

“이게 문제라고.”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연오랑은 색귀의 그곳을 향해 무차별적인 발길질을 퍼부어 대었고, 그곳을 완전히 뭉개 버렸다.

연오랑은 멈추지 않았다.

슥.

연오랑이 색귀의 손에 들려 있는 방천가위를 집어 들었다.

[알림: <방천가위>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연오랑은 아무 말 없이 히죽 웃으며 색귀의 바지를 내리고, 완전히 뭉개져 피떡이 되어버린 그곳을…….

“아, 안 ㄷ….”

“돼.”

싹둑!

“…….”

색귀가 기절했다.

“뀨우? 주인놈아? 그거까지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뀨?”

“뭐가 심해. 뭐가.”

연오랑이 햄찌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나도 없는데!”

“…….”

“자식이 어딜 xx를 달고 지옥에 가려고.”

연오랑이 기절한 색귀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자식은 지옥에 갈 때도 고자여야 돼. 후후후. 그리고 관아에서 이 자식한테 거세를 시키진 않을 거 아냐. 기껏해야 저잣거리에 내놓고 사형이나 시키겠지.”

“뀨. 그건 그렇다.”

햄찌는 연오랑의 말에 십분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띠링!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54레벨 달성!]

[알림: 55레벨 달성!]

상대적으로 높은 레벨의 적을 제압해서 그런지 꽤 많은 양의 경험치가 주어졌고, 레벨이 쭉쭉 올랐다.

좋아, 아주 좋아.

띠링!

응?

알림창이 또 떠?

[알림: <땅콩수확자>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땅콩수확자는 뭔데.

아.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다.

이 게임… 온갖 괴상망측한 칭호로 사람 조롱하는 게임이었지.

[땅콩수확자]

악인을 응징하며 땅콩을 수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분류 : 칭호

등급 : 일반

효과 :

- 수확한 땅콩 1개당 모든 스탯 +1

현재까지 수확한 땅콩의 수 : 2

참고 : 땅콩을 아무리 많이 수확해도 땅콩이 다시 자라나지는 않으니 헛된 기대는 하지 말자.

주의 : 오직 악인의 땅콩을 수확해야 스탯이 쌓이므로, 엄한 사람의 땅콩을 수확하는 악행을 저지르지는 말자.

수확한 땅콩 1개당 모든 스탯이 1씩 오른다고?

놀리는 것 같지만 성능은 꽤 괜찮아 보였다.

실제로 칭호의 효과가 바로 적용되며 모든 스탯이 2씩 오른 게 눈에 보이기도 했고.

근데… 지금 누구 놀려?

‘정말 헛된 기대는… 하면 안 되는 건가요? 흑흑흑.’

주르륵.

한 줄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껴진다.

내 땅콩 돌려내…….

‘그나저나 이 칭호도 계속 업그레이드되려나?’

판타지 서버에는 특정 행동을 계속하면 칭호가 점점 더 업그레이드됐었는데.

그건 이 게임만의 고유 시스템이이니까, 어쩌면 계속 나쁜 놈들의 땅콩을 수확하다 보면 업그레이드가 될지도?

마침 땅콩 수확할 때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도구도 생겼잖아?

슥, 스윽.

방천가위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허리춤에 매달았다.

앞으로 나쁜 놈들 땅콩 수확할 때 써야지.

그렇게 쓰라고 있는 아이템이긴 한데 뭐 어때?

내가 재단사나 대장장이도 아닌데.

높은 경지를 이룩한 재단사나 대장장이한테는 이 방천가위가 매우 유용한 도구겠지.

하지만 내게는 나쁜 놈들의 땅콩을 수확하는 데 쓰는 도구고.

색귀에게는 악행을 저지를 때 쓰는 상징적인 무기인 거고.

자고로 물건이란 쓰는 사람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는 거 아니겠어?

“뀨! 주인놈아! 이거 받아라! 뀨우!”

햄찌가 색귀의 행낭을 뒤져서 안에 있는 물건들을 내게 가져다주었다.

[알림: <상급 인피면구 (男)>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미혼약>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이가닌자의 훈도시>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은자 50냥>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알림: <금창약>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인피면구라.

이래저래 쓸 만할 것 같긴 한데 찝찝해서 쓰겠어?

사람 얼굴 가죽으로 만든 거잖아!

그리고 색귀 놈이 쓰던 거라 더 찝찝하다고!

혹시 쓰더라도 깨끗하게 소독해서 쓰든지 해야겠다.

그나저나 이가닌자의 훈도시는 뭐야?

이가닌자?

훈도시?

이 자식 왜 일본 닌자들이 입는 속옷을 가지고 있는 건데?

무림 서버 월드맵에 일본을 모티브로 하는 지역이 있긴 하니까 딱히 문제 될 건 없지만.

나중에 그쪽에 가서 닌자들이랑 싸울 일이 있으려나?

“뭘 챙겨 왔어. 나중에 천천히 챙기면 되지.”

“뀨?”

“이리 와. 치료부터 하자.”

“뀨. 알겠다.”

햄찌부터 돌봐주려는데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상처 치료에는 <금창약> 아이템이 특효약입니다!]

금창약?

[알고 계셨나요?]

금창약이란 이 세계 사람들은 웬만해선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 기본 생필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상처의 소독, 치료에 쓰이지만 기침·콧물·감기·알레르기·복통·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도 쓰이는 진정한 만병통치약이랍니다!

“…상처 치료제라면서 복통 두통에는 왜 쓰이는 건데.”

생각해 보니까 옛날에 읽은 무협소설들에서 어디 다치기만 하면 금창약으로 치료했던 것 같기도?

“봐봐.”

“뀨?”

“약부터 바르고.”

햄찌의 몸에 난 상처에 금창약을 바르고, 색귀 놈이 가지고 있던 옷들 중 하나를 찢어 붕대를 매줬다.

굳이 상처를 꿰맬 필요까지는 없다.

어차피 내일 아침쯤 되면 말끔하게 나을 테니까.

괜히 숲의 대정령이겠어?

* * *

햄찌 놈을 치료하는데 화전민 부녀가 다가와 말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어휴.

많이들 놀랐을 텐데.

이렇게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기도 쉽지 않을 텐데.

“별말씀을. 어디 따로 크게 다치신 데는 없죠?”

아버지가 흠씬 두들겨 맞았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다만 제 딸아이가 크게 놀란 게 마음에 걸릴 뿐입니다.”

“저는 괜찮아요.”

그러자 딸이 의젓하게 대답했다.

“놀란 건 사실이지만 아버님께서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대협께 감사드려요.”

“제 딸아이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

흠.

행색은 가난한 화전민들인데, 어째 묘하게 기품이 엿보인다.

“대협, 어찌 그리 어린 나이에 그토록 고강한 무공을 익히셨습니까?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대협의 은혜가 없었더라면 저희 부녀는 큰 화를 입었을 것입니다.”

“아닙니다. 단지 저놈을 뒤쫓던 도중에 우연히 도와드리게 되었을 뿐입니다.”

“대협께선 정말 겸손하십니다.”

“별말씀을요.”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느 문파에 속한 누구이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부디 성함을 알려 주십시오. 저희 부녀가 비록 가난한 화전민이긴 하나, 언젠가는 반드시 대협께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저는 어느 문파의 무림인 같은 게 아닙니다. 저는 천인입니다.”

“아.”

화전민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머를 알긴 아나 보다.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셨군요. 저희 부녀가 몰라뵈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무례까지야. 하하.”

말하는 걸 들어 보니 평범한 화전민은 아닌 게 분명하다.

배운 티가 난다고 해야 되나?

“혹시.”

그래서 묻어보기로 했다.

“정말 화전민 맞으신가요?”

“예에?”

“말씀하시는 거나 몸가짐을 보니까 평범한 화전민은 아닌 것 같아서요.”

“아닙니다. 저희 부녀는 그저 평범한 화전민일 뿐입니다.”

“그런가요?”

아닌 거 같은데…….

‘슬쩍 볼까?’

심안으로 부녀를 통찰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에이.

그만두자.

굳이 그럴 것까지 있나.

내 갈 길이나 가면 되는 거지.

“대협, 저희 부녀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더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희 부녀가 대협께 드리는 증표입니다.”

띠링!

어?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화전민 부녀의 약속>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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