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격 (7) >
이른 오후쯤.
넓은 분식집에서 오프닝 및 식사 촬영을 마친 ‘우리네 식탁’팀은 뿔뿔이 흩어진 참이었다. 안종학과 연백광, 하강수와 화린, 강우진과 홍혜연 팀으로 촬영팀이 나눠진 것.
스승과 촬영지가 달랐으니까.
그 3개 팀에서 총괄 연출인 윤병선 PD는 주방팀에 붙었다. 즉, 강우진과 홍혜연 쪽이었다. 아무래도 ‘우리네 식탁’ 주제가 요리다 보니, 메인인 윤병선 PD가 함께하는 게 그림상 맞긴 했다.
어쨌든.
“자자, 자리부터 잡읍시다!!”
강우진 팀이 몰린 것은 당연히 촬영 스튜디오였는데 일반적인 곳은 아니었다. 주방 스튜디오였다. 음식을 해야 하니 당연했다. 적당히 인테리어된 넓은 주방, 그 앞으로 비치된 식탁들, 각종 그릇, 여러 주방 도구, 냉장고 등등.
조명이나 촬영장 느낌만 빼면 딱 주방이었다.
그런 스튜디오에 ‘우리네 식탁’ 팀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미 대여한 상태기에 촬영 세팅은 거의 끝났고, 조명이나 소형 카메라 등만 배치하면 끝이었다.
이쯤.
“우진씨, 혜연씨 끝났습니다!!”
외부에서 메이크업을 마친 주방팀 두 명이 스튜디오로 진입했다. 긴 생머리를 묶은 홍혜연이나 강우진에게 투명 마스크가 전달됐고, 천천히 마스크를 쓰던 우진은 주방 스튜디오를 가만히 둘러봤다.
‘아- 음식 관련 촬영 같은 건 다 이런 곳에서 하나 보네.’
뭐, 당연하겠지만 그에겐 신세계였다. 하지만 신기함을 티 내진 않는다. 마이크에 이어 ‘우리네 식탁’ 전용 앞치마가 둘에게 전달됐으니까. 베이지 톤에 ‘우리네 식탁’ 로고가 박힌 앞치마였다. 곧, 식탁 주변으로 자리를 잡은 윤병선 PD가 비죽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두 분 다 요리를 해보긴 한 텐데- 음, 너무 밍밍하게 진행되면 연습하는 느낌이 안 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진짜 식당을 운영해보는 식으로 가볼게요. 손님은 우리가 하고 주문을 받아서 요리하는 것까지. 혜연씨, 와인 안주 잘 만드신다고요?”
던져진 물음에 앞치마를 꽉 메던 홍혜연이 약간 어색하게 답했다.
“아니요? 잘 만든다기보다는 사람이 먹을 정도로만.”
“음음. 그 정도면 충분하죠.”
“충분해요?”
“배우면 되잖아요? 그럼 일단 요리 테스트는 혜연씨부터 가보죠. 홀하고 보조는 우진씨가 봐주시고.”
우진은 홍혜연의 앞치마 멘 모습에 몰래 넋을 놨다가 가까스로 답했다.
“주문받고 요리 보조하면 됩니까?”
“맞아요,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자자 다들 자리 앉읍시다!”
작가들 포함 수십 스탭들이 우수수 비치된 식탁에 앉았다. 곧, 메인으로서 주방에 들어서던 홍혜연이 당황했다.
“이, 이렇게 갑자기??”
명백히 어버버대는 홍혜연. 탑여배우로서의 관록은 온데간데없다. 물론, 그녀의 모습은 이미 촬영 중이었고 우진은 속으로 감탄했다.
‘저런데도 예쁘면 안 되는 거 아님?’
뭐가 됐든 어느새 자리를 잡은 수십 스탭 중 윤병선 PD가 우진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 주문이요-”
손님인 척 연기. 이에 강우진이 그에게 무심한 얼굴로 다가갔다.
“네, 말씀하세요.”
“저희 김치전 주세요.”
뒤쪽 주방에서 홍혜연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기, 김치전?? 안 해봤어요 그거!”
대답은 손님인 윤병선 PD가 했다.
“천천히 하셔도 돼요, 검색해서 만드셔도 되고. 뭐든 오케이!”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는 홍혜연. 하지만 손님들의 주문은 김치전이 끝이 아니었다.
“저희요! 라면 주세요, 떡라면!”
“파스타 되나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컨셉 한식이라면서요?!”
“안되면 비빔밥 주세요-”
주문이 한 번에 후루룩 밀린다. 홍혜연은 사고가 뒤죽박죽인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덤덤하게 주문을 적은 우진이 빌지를 주방장에게 내밀었다.
“김치전, 떡라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파스타 안 되면 비빔밥.”
주방장이 내밀어진 빌지를 보며 기겁했다.
“모, 몰라요. 전부 안 해봤어.”
강우진이 차분히 말했다.
“천천히 하세요. 좀 늦어도 돼요.”
“네?”
“욕 좀 먹으면 되니까.”
“우진씨?”
억지웃음 짓는 홍혜연에게 우진이 검지로 메뉴 하나를 찍었다.
“떡라면. 라면부터 하시면 될 것 같은데.”
“맞아. 라면.”
“나머지는 일단 라면 끓인 다음에 도전하시고.”
“알았어요!”
결정 내린 홍혜연이 주방 이곳저곳을 뒤적이다가 적당한 냄비를 꺼냈다. 근데 좀 크다. 우진이 낮은 목소리로 지적했다.
“커요.”
“아, 커요? 그럼.”
“거기 밑에. 오목한 거로 하시면 돼요.”
아바타 마냥 냄비를 빠르게 바꾸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움직임은 대체로 엉성했다. 라면 봉지를 뜯을 때도, 물을 채울 때도, 떡을 냉장고에서 꺼낼 때도. 그냥 초보 그 자체였다. 이에 윤병선 PD나 스탭들은 만족했다.
“좋은데요?”
“그렇지? 느낌이 좋아.”
실수투성이지만 그들이 딱 좋아하는 그림이었으니까.
“근데 우진씨는 진짜 1도 안 도와주네요? 그러라고 말하긴 했지만 아예 지켜볼 줄은 몰랐네.”
“둘 다 엉성해서 괜히 일 크게 키우기 싫은 거 아닌가?”
“하긴 괜히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도 있지.”
이어 15분쯤 지났나?
-탁!
비장한 얼굴의 홍혜연이 완성된 라면을 우진의 앞에 올렸고.
“떡라면 완성.”
그녀의 얼굴을 덤덤히 보던 우진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라면 쪽으로. 그리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뭐, 속으로 평가를 뱉긴 했다.
‘수영도 할 수 있겠는데.’
이를 모르던 홍혜연이 괜히 투덜댔다.
“뭐. 왜요.”
“아니요. 어떻게 잡을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만든 떡라면은 말 그대로 국물이 찰랑찰랑 넘칠 듯 가득했다. 홍혜연의 포부를 모두 담기엔 그릇이 매우 작았다. 허나 어떻게든 라면은 윤병선 PD의 앞에 도착했다. 이내 그와 작가들의 젓가락질이 시작됐다.
-후르릅!
표정들이 미묘하다. 특히, 윤병선 PD가 그랬다. 그런 그가 우진에게 나무젓가락을 내밀었다.
“우진씨도 먹어 볼래요?”
“아- 예.”
강우진이 라면을 뜰 때 주방에 있던 홍혜연도 그의 옆에 붙었다. 곧, 입안 라면을 우물대는 우진에게 눈 커진 홍혜연이 물었다.
“어, 어때요?”
큰 반응 없이 라면을 꿀떡 삼킨 우진의 답은 짧았다.
“라면 맛이 납니다.”
스탭들이 웃음을 참는다. 반대로 홍혜연은 미간을 좁혔다.
“···라면이니까 라면 맛이 나겠죠. 맛있냐 없냐를 물은 건데?”
“그 중간쯤의 라면 맛이요.”
“하, 뭐야 진짜. 그럼 이번엔 우진씨가 주방 들어가 봐요. 내가 홀 볼게.”
기다렸다는 듯이 윤병선 PD가 허락했다.
“선수 교체!”
우진은 차분하게 주방으로 걸어가긴 했지만 솔직히 약간 떨리긴 했다. 이런 많은 사람 앞에서 요리한 적은 처음이니까.
‘어우, 뭔가 긴장해서 그런가? 배에 가스 차는데.’
그 모습을 보던 작가들이 작게작게 웃었다.
“어머, 우진씨 비장한 거 봐.”
“왠지 저러다 또 국물 가득한 라면 나올 것 같은 건 나만 그래요?”
“근데 우진씨는 요리할 때도 평소처럼 뭔가 시니컬하네, 은근 귀엽다.”
“그래도 오늘 우진씨 당황하는 건 볼 수 있겠다.”
그렇게 강우진이 주방에 입성하자마자 홍혜연이 주문을 받았다. 오더는 그녀가 받았던 것과 같았다.
“김치전이랑 떡라면!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파스타 안 되면 비빔밥이요. 우진씨도 라면부터 할 거죠?”
허나 이번 주방장의 첫마디는 지시부터였다.
“아니요. 혜연씨 들어와서 재료 좀 꺼내 주세요.”
“어- 어? 재료요?”
“네. 메뉴 동시에 만들 거니까. 일단 김치하고 대파, 소시지, 청양고추, 홍고추······”
말을 하면서 우진은 여러 냄비를 빠르게 세팅했다. 부침용, 라면용, 파스타용. 뭔가 강우진의 눈빛이 변했다.
“파스타 면도요. 거기 아래 있네요.”
“아···네. 여기.”
“마늘 얇게 썰어 줘요. 천천히 해도 돼요.”
곧, 홍혜연은 저도 모르게 마늘을 썰면서도 우진을 힐끔했고.
‘뭐, 뭐야?? 왜 만들 줄 아는 거야??’
재료 준비부터 전문가 포스가 줄줄 흐르는 그림에, VJ부터 윤병선 PD나 작가들이 수군댔다.
“우진씨 지금 라면만 끓이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면? 파스타도 만들려는 거??!”
“어어어? 우진씨 칼 들었어요.”
그때였다.
-탁탁탁탁탁탁탁탁탁!
스튜디오 전체로 우진의 현란한 칼질 소리가 가득하게 퍼졌고.
“헐?”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십 분 뒤.
어느새 스튜디오 전체는 각종 음식 냄새가 가득해졌다. 그리고.
-스윽.
“마지막 떡라면이요.”
떡이나 대파로 데코가 된 떡라면이 홍혜연의 앞에 놓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진짜 동시에 다 만들었네??!’
주문받은 모든 음식이 완성됐다. 김치전과 파스타 비빔밥 지금의 떡라면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다. 홍혜연이 보조를 조금 해주긴 했지만, 거의 강우진이 혼자 해낸 것과 같았다. 그럼에도 손을 씻는 우진은.
“······”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반면, 떡라면까지 확인한 윤병선 PD와 작가들이 두 눈을 끔뻑였다. 아니, 이 스튜디오의 수십 스탭들 전원이 그랬다.
“내, 냄새가 너무 좋은데요?”
“그러니까요. 왜 냄새가 좋아요?”
“것보다 방금 우진씨 요리하는 거······자취 요리 정도가 아니던데.”
“칼질···겁나 섹시했죠? 거기다 재료 손질하고 그런 게 막 거침이 없었어.”
“PD님. 우진씨 왜 요리 잘해요?”
내가 알겠냐? 윤병선 PD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쯤 약간 상기된 얼굴의 홍혜연이 젓가락을 들고 빠르게 다가왔고.
“아, 다들 뭐해요. 식잖아. 나부터 먹어 봐도 돼요?”
무심히 손의 물기를 닦던 우진은 극심히 뛰는 심장에 애써 찬물을 끼얹었다.
‘맛있겠지? 응, 맛있을 거야. 와- 씨.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음식 먹는 거 은근 떨리네??’
동시에 긴 생머리를 잡은 채 파스타를 입에 넣는 홍혜연. 그리고.
“!!!”
그녀의 눈동자에 번개가 쳤다.
“······엥?”
“왜, 왜요??”
흠칫한 윤병선 PD도 재빨리 김치전을 적당히 찢어 입에 넣었다. 재밌는 건.
“허!!”
반응이 같다는 것. 여기서부터.
“아 몰라. 저 라면부터 먹어 볼게요!”
“난 파스타!”
“숟가락 좀요! 비빔밥 비빌게요!”
작가들부터 전 스탭들이 음식에 달려들었고, 파스타를 후르릅 먹은 메인 작가가 양손으로 입을 막으며 외쳤다.
“악! 뭐예요?? 너무 맛있잖아!!”
전염되듯 다른 스탭들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쏟아졌다. 그 모습을 묵묵히 보던 우진은 속으로 흡족했다.
‘나이스.’
이때 윤병선 PD의 옆에 붙은 메인 작가가 속삭였다.
“PD님······이거 요리 스승님이 필요 없을 정돈데요?”
“그, 그러게. 아니 왜 전부 맛있냐?”
그 순간 무전이 울렸다.
“이양우 셰프님 도착했습니다!!”
스승님이 도착했다는 신호. 뒤로 배가 불뚝 나온 이양우 셰프가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어이구, 냄새가 좋은데요? 벌써 요리 시작하신 건가?”
밝은 미소를 머금은 그였고, 윤병선 PD나 스탭들이 일어나 이양우 셰프를 일단 반겼다. 곧, 잠시간의 인사 타임. 물론 강우진이나 홍혜연 역시 마찬가지.
그러다.
“이야- 김치전에 파스타?? 요리 엄청 많이 하셨네요?”
마이크를 차던 뚱뚱한 이양우 셰프가 식탁에 놓은 음식들을 발견했다. 왜인지 약간 당황하는 윤병선 PD. 다른 작가들도 비슷한 반응. 그러거나 말거나 이양우 셰프는.
“어라? 근데 음식 때깔이 뭔가······연습용이 아닌데요?”
성큼성큼 식탁으로 다가가 요리들을 훑는다. 그러다 왜인지 미간을 작게 찌푸린 그가.
“저기 PD님. 이건.”
뭔가를 파악하곤 대뜸 젓가락을 집어 파스타 담긴 그릇을 들었다. 일단 냄새부터 맡는 그. 이어서 더욱 미간 골이 파인다. 다만, 말보단 파스타 한 젓가락을 입에 넣어 씹는다.
딱 몇 초 만에 그가 헛웃음을 뱉었고.
“하- PD님.”
윤병선 PD나 작가들을 보며 읊조렸다.
“이거 연습용이 아니라 시범용이었네요? 혹시 저 말고 다른 셰프님도 부르신 겁니까?”
“예?”
“아니, 그런 얘긴 없었잖아요. 혹시 뭐 셰프끼리 대결해서 스승을 정하고 그런 게 있어요? 그건 좀 곤란한데요.”
이 순간.
“······”
“······”
“······”
윤병선 PD를 포함해 홍혜연, 작가들 등의 시선이 모두 앞치마 멘 강우진으로 향했다. 그중 머리를 긁던 윤병선 PD가 작게 읊조렸다.
“저야말로 난감한데요. 그거 우진씨가 만든 거라.”
그러자 잠시 멍때리던 이양우 셰프가 포커페이스의 우진을 보며 어버버댔다.
“이이, 이걸 우진씨가 만들었다구요? 다른 셰프가 아니라?”
자기 입으로 인정한 꼴이었으니까.
다음 날인 24일 점심쯤.
강원도 쪽의 한 산속에 있는 한식집. 전체적으로 가옥 느낌이 물씬 나는 한식집이었다. 특이한 건 오늘따라 이 한식집 주변이 붐빈다는 것. 촬영 장비는 물론이며 많은 스탭들이 뛰어다닌다.
그것을 감싼 수많은 구경꾼들까지.
오늘 이 가옥 한식집에서 ‘우리네 식탁’의 1일 식당을 촬영할 예정이니까. 그래서인지 간판도 오늘은 다른 것이 달렸다.
-<우리네 식탁(1일 식당)>
한식집의 내부는 넓었다. 메인 홀과 서브 홀로 나뉘었다. 테이블만 다 합치면 최소 10개는 넘어 보였고, 홀의 모든 곳엔 소형 카메라들과 VJ들이 포진됐다.
그리고.
“여기 개이쁘다.”
“무조건 인스타 각이지.”
이미 초대된 손님들로 홀은 북적북적했다.
“화린······미모 미쳤네.”
“아까 옆에 지나갈 때 소리 지를 뻔했잖아. 너무 예뻐서.”
“연백광도 얼굴 개 작아.”
“어어! 저기 하강수! 와- 진짜 배우는 배우네. 그냥 탄성밖에 안 나와.”
와중, 에너지가 넘치는 연백광이 주방에 들어갔다가 음식을 들고 나왔다. 김치전이었다. 그 김치전은 여자 두 명이 온 테이블에 올려졌고.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연백광의 외모에 홀렸던 여자들이 가까스로 김치전을 먹었다. 곧, 눈이 커지는 둘.
“헐- 맛있어.”
“맞지? 바삭바삭하고 간도 딱이고. 진짜 대존맛.”
“주방 누구지?? 요리 해주는 셰프 따로 있는 건가 봐.”
여기서 간장을 그녀들 테이블에 놓은 연백광이 비죽 웃으며 답을 던졌다.
“저희 주방 메인 우진 형. 아니, 강우진님이 하세요!”
한편, 베트남 다낭.
정신없는 숲속 ‘실종의 섬’ 촬영터. 다만, 지금은 오전 촬영을 마친 참인지, 백여 명 스탭들이나 배우들 모두는 각각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당연히.
-팔락.
커피를 홀짝이며 촬영 콘티를 확인하는 권기택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가 뜬금 고개를 돌려 조감독을 불렀다.
“내일인가? 우진씨 복귀하는 거.”
잔잔한 물음에 조감독이 빠르게 답했다.
“예, 감독님. 내일 이른 아침 비행기고 도착하면 점심 전쯤 될 것 같습니다.”
“음.”
“촬영은 이른 오후부터 잡혀 있긴 합니다.”
“몇 씬 빼. 좀 쉬게 했다가 밤에 한 씬 정도 찍는 거로 하지.”
“알겠습니다.”
이때였다.
-♬♪
권기택 감독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뱉었다.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집은 그가 살짝 멈칫했다.
‘안 감독님이 또?’
상대가 최근 연락 왔었던 안가복 감독이었으니까. 살짝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권기택 감독이 텐트를 벗어나며 깍듯하게 전화를 받았고.
“네, 감독님.”
핸드폰 너머로 안가복 감독의 늙은 목소리가 바로 들였다.
“권 감독, 베트남은 여전히 덥구만.”
< 포격 (7)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