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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13화 (13/237)

13화

<리브라 (1)>

라데우스 휘하 전투 마법사 육성 기관 리브라.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라데우스 가문에서 전투원을 육성하는 기관인 만큼 리브라는 대륙에 존재하는 여타 교육기관과는 여러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찾아가는 것 자체가 입소 시험이라.”

리브라는 입소자에 대해 재능을 따지지 않는다. 물론 재능이 없다면 조기에 낙오하게 되겠지만 하여튼 정책 자체는 그렇다.

“매해 리브라에 입소하는 이는 약 백여 명 전후예요. 그에 비해 도전자는 거의 오백에 달하죠.”

클로이아는 나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네르하에게 알려 주었다.

“라데우스와 인연을 맺은 가문의 구성원들. 일반적인 마탑을 거부하고 전투 마법사의 꿈을 좇는 이들. 라데우스에 들어가 신분 상승을 꿈꾸는 범부들까지, 매년 아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여요.”

“끔찍하군.”

리브라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다면 라데우스에서 중용되는 건 확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라데우스는 검술의 명가 ‘케프렌’과 대륙을 양분하는 초거대 세력. 일개 가문의 저력이 어지간한 국가의 무력을 넘어서는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 찾아가기가 그렇게 어렵나? 입학자가 2할이나 되는 걸 보면 또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당연한 말이지만 리브라는 일반적인 교육기관과는 다르다. 목적이 목적이니만큼 외부의 위협에 늘 노출될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보안이 철저할 수밖에 없다.

몇월 며칠 몇 시까지 리브라의 위치를 찾아내 도달하는 것이 입소 시험이라는 건…….

‘철저히 숨겨도 모자랄 판에 굳이 간자가 잠입하기 쉬운 방법을 선택하다니…… 뭔가 이상한데?’

네르하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클로이아가 아미를 찡그리며 말했다.

“모르셨어요?”

“뭐가?”

“리브라의 위치.”

“모르는데?”

“당신, 직계 맞아요?”

‘네르하’의 기억엔 딱히 없고, 지금까진 실력을 높이는 데만 집중해 왔기에 리브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네르하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자 클로이아는 두통이 인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리브라의 위치를 말해 주었다.

“리브라는 팔라레스트 산맥 정상에 위치해 있어요.”

“팔라레스트 산맥?”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곳이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한동안 고민하던 네르하는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손뼉을 딱 치며 외쳤다.

“아! 북쪽에 있는 그 뒷산들을 말하는 거냐?”

“팔라레스트 산맥을 뒷산 취급하는 미친놈이 내 주군일 줄이야…….”

팔라레스트 산맥은 다름 아닌 이곳, 마도 도시 베리타스에서 고작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장소를 말함이었다.

“가깝네.”

“네. 가깝죠. 그곳에 오르는 건 별개의 일이지만.”

클로이아는 뭔가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리브라가 위치한 산맥의 최고 해발고도는 약 4천 미터 정도 돼요. 또 접근성이 좋지 않아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수천 미터나 되는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고요.”

이젠 이 세계의 도량형에 익숙해진 네르하는 살짝 침음을 흘렸다.

“4천 미터라, 좀 빡센데?”

중원에서 오악(五嶽)이라 불리는 명산들의 높이가 대략 2천 언저리 정도임을 감안할 때 확실히 높은 곳은 맞다.

“그렇다는 건 입소 시험의 진짜 의도는 리브라의 위치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그 산에 올라가는 것이군.”

“그렇죠.”

확실히 그런 곳에 위치해 있으면 굳이 숨기지 않아도 외부에서 쳐들어오기 힘들긴 하겠다. 마치 마교의 본거지인 십만대산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 그런 산맥에 올라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 할 텐데?”

네르하의 의문에 클로이아는 피식 웃으며 김이 나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당연히 집안의 뒷바라지를 받죠. 뭘 새삼스레…….”

“엉?”

“입소자 대부분은 라데우스와 관련이 있는 마법 가문 출신이나 재력가의 자손들이 대다수예요. 자기 힘만으로 산에 등산하는 무모한 자는 그런 가문의 힘이 없는 자들뿐이고요.”

통계적으로 그런 무모한 짓을 통과한 자는 한 기수를 통틀어 많아야 두셋 내외라고 한다.

“제가 알기론 작년에는 한 명도 없었을걸요? 그도 그럴 것이 조기에 포기하지 않는 이상 입소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는 셈이니까요.”

그런 지형이라면 돌아가는 것 자체가 목숨을 걸어야 하니 확실히 그럴듯하다.

“어차피 걱정할 게 뭐 있겠어요? 네르하 도련님은 그냥 주변에서 알아서 리브라의 입구까지 레드 카펫을 깔아 줄 텐데.”

“…….”

아무리 네르하가 가문에서 세력이 약해도 일단은 3층 저택에서 십여 명이 넘는 시종들의 수발을 받으며 사는 몸이다.

그 근원은 라데우스. 정확히는 네르하의 친모 ‘로젤리아 라데우스’의 재력에서 나오며, 당연히 그녀가 친아들인 네르하를 아무런 준비 없이 리브라에 보낼 리 없었다.

‘……어머니라.’

로젤리아 라데우스와는 지난 세 달간 두어 번 정도 만난 적이 있었다.

한번은 동굴에서 빠져나왔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은 네이하와 만났던 이후에.

‘굉장한 야심가였지.’

자식에 대한 애정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로젤리아는 진지하게 여동생 네이하를 가주로 만들 생각으로 네르하를 대했다.

즉, 네이하가 한 사람의 마법사로 완성될 때까지 그녀를 지키는 울타리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어머니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

“뭐가요?”

“리브라라는 곳은 어디까지나 ‘전투 마법사’를 육성하는 기관이잖아? 그런 곳에 들어가는 시험에 권력이나 집안의 힘을 빌리다니.”

“……네?”

“에휴, 요즘 젊은것들은…….”

“…….”

적어도 이번 기수에서 그 권력과 집안의 정점에 위치한 놈이 지금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걸까?

클로이아의 눈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마치 맨몸으로 도전할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그럴 생각인데?”

“……진짜요?”

네르하는 어깨를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지난 몇 달 동안 알차게 단련한 덕에 붙기 시작한 근육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험한 산맥에 자리를 잡은 기관에서 굳이 입소 조건에 알아서 찾아오라는 걸 넣은 이유가 뭘까?”

“…….”

“물론 가문 간에 격차를 인정하고 태생이 안 좋은 녀석들을 걸러 내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르하는 눈앞에 있는 클로이아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전투원’이라는 건 단순히 싸움만 잘해서는 안 돼. 마법사가 마법을 잘하면 그냥 고위 마법사라 부르지 전투 마법사라고 부르진 않는다고.”

정마대전에서 마교의 숨통을 끊은 이들은……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다른 동료보다 무공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임무를 끝까지 지속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의 정확한 판단력. 무엇보다 자신보다 실력이 높은 상대와 마주쳐도 한 칼을 먹일 수 있는 배짱!”

“네, 네르하 도련님?”

“그런 요소를 갖추어야 비로소 전투원이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

“리브라가 정말로 라데우스의 무력을 대표하는 이들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분명 확고한 교육 방침과 비전이 있을 터. 시작부터 이런 식으로 남에게 기대는 법을 알려 주진 않을 거야.”

네르하의 추측을 모두 들은 클로이아가 멍하니 입을 열었다.

“어쩌면…….”

“……?”

“어쩌면 리브라는 네르하 도련님에겐 거대한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겠군요.”

과거에 그녀가 리브라와 무언가 인연이 있었나?

클로이아의 눈은 어딘지 모를 옛 과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네르하는 입술을 비죽이며 투덜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 이상은…….”

클로이아는 검지를 입술에 대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금칙 사항입니다.☆”

뚜둑!

순간, 네르하의 주먹 관절이 두들길 적을 찾는 소리를 내었다.

* * *

일주일 뒤.

“도련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네르하가 머무는 저택의 집사장인 게드는 아침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네르하가 단 한 명의 수행원만을 대동하기로 결정하자 그는 기겁해하며 네르하를 말렸다.

“로젤리아 마님께서 준비하신 초일류 탐험가와 호위 부대가 대기 중입니다. 그들을 놔두고 고작 수습 집사인 사미르만을 데려가시는 건…….”

“상관없어. 어머님의 배려엔 감사하지만 굳이 다른 놈들처럼 수행원을 덕지덕지 붙일 필요는 없어.”

“그, 그래도!”

네르하는 게드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말라고. 이 일로 집사장에게 불이익이 갈 일은 없으니까.”

“그, 그건 매우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게드의 표정이 대번에 활짝 펴졌다. 라데우스의 일급 집사답지 않게 보신주의인 이 집사장은 언젠가는 갈아 치워야 할 인물이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게드와 시종들은 사미르를 데리고 저택을 나서는 네르하를 묘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이라고 지난 몇 달간 네르하가 보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다.

당장 이전과는 달리 근육이 붙은 육체만을 봐도 그 변화를 확실히 느낄 정도였으니까.

다만 옛날처럼 저택에 온종일 있지 않고, 단련 시설과 클로이아의 서고에만 들락거리는 탓에 네르하가 정말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아차린 이는 별로 없었다.

“도, 도련님……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지금이라도 호, 호위를 붙이시는 게…….”

네르하에게 동행을 지목당한 수습 집사 사미르는 울상을 지으며 네르하의 뒤를 따랐다.

“여기서부터 목적지까지 얼마나 멀다고? 어차피 넌 산을 타지도 않으니 잠자코 따라와.”

“그, 그래도 중간에 습격이라도 당하면…….”

네르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사미르의 뺨을 주욱 잡아당기며 인상을 썼다.

“너도 어느 정도 전투를 배웠을 텐데 뭘 그리 약한 모습이야?”

“그, 그건!”

“명령이니까 까라면 까라.”

네르하는 사미르가 보이는 유약한 모습이 연기임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라데우스의 집사는 마법을 배우진 않지만 설사 수습이라 할지라도 어지간한 기사 못지않은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당장 네르하에게 굽실거리는 게드만 해도 충분히 일류고수라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수습 집사인 사미르 역시 실전이라면 그 배커나 제크론도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봤다.

그걸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약한 척’을 하는 꼴이 좀 가소로웠긴 했지만 말이다.

네르하는 팔라레스트 산맥 입구까지 가는 마차에 몸을 실으며 생각에 잠겼다.

‘클로이아는…… 잘 해결되었으려나?’

리브라에 입소하면 최소 5년은 그곳에 박혀 있어야 한다.

당연히 클로이아와는 긴 이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날 확실하게 밀어주겠다며 어딘가로 사라지고 소식이 없는데, 뭐 괜찮겠지?’

뭐, 그녀라면 어지간해선 걱정할 일이 없는 실력자이긴 하다.

라데우스 가문에 나름 익숙해진 지난 3개월 동안 클로이아를 넘어서는 실력자는 전에 봤던 내부 지원국 국장 ‘펠릭스 라데우스’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으니까.

그렇게 네르하가 도시에서 나와 북쪽으로 향하고 있을 때.

‘꽤 많군.’

네르하는 자신처럼 북쪽으로 향하는 마차의 행렬이 꽤나 많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도 그들 대다수는 리브라에 입소하려는 이들이나,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함께하는 자들일 것이다.

그 예측이 맞았는지 북쪽으로 향할수록 같은 길로 향하는 마차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

사비연 퓨전 판타지 소설

(주)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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