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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가문의 무신이 되었다-67화 (67/237)

67화

<두칸 (1)>

두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뜨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곳을 안 건 둘째 치더라도 이 주변은…….”

“네 제자들과 소환수들이 지키고 있을 거라고 말하려고 했지?”

두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판데모니움 내부에서도 제자를 많이 받기로 유명한 두칸은 그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제자들이 많았다.

특히 수제자의 경우엔 6레벨에 도달한 실력자로, 이렇게 적들을 안쪽으로 들일 만큼 허술한 실력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만한 전력을 바깥에 두고 왔으니 그렇지.”

“음?!”

두칸은 그제야 일행의 근처에 있는 번쩍번쩍한 갑옷들의 존재감을 알아차렸다.

워낙 라데우스의 마법사들에게 시선이 팔린 터라 차마 인지하는 것이 늦어 버렸다.

“기사로군. 그것도 상당한 실력자들.”

“그렇지.”

“크흐흐, 웃기는군. 언제부터 라데우스의 콧대 높은 놈들이 기사들과 손을 잡았지?”

두칸의 입가에 대번에 비웃음이 걸렸다.

대번에 마법사들의 뺨이 붉어지려던 찰나, 엘림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대륙 공적인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데 자존심 정도야 얼마든지 버릴 수 있지!”

“……이놈.”

“우릴 걱정하기 전에 네놈의 목이나 먼저 걱정하는 것이 어떠한가? 고작 혼자서 우리 모두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느냐?”

엘림이 추측한 두칸의 실력은 무려 7레벨.

하지만 이곳엔 6레벨의 마법사가 셋이나 있고, 그 마법사들을 보조해 줄(기사들이 들었으면 발작할 말이지만) 기사들도 다수 있었다.

“흐, 충분하다 못해 넘친단다, 아가들아.”

하지만 두칸은 비웃음을 흘리며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내리쳤다.

쿵!

끼기기긱!

끄르르르!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아공간에서 무려 열 개체나 되는 중갑을 입은 언데드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의 정체를 확인한 엘림이 침음을 흘렸다.

“……데스나이트.”

두칸이 차갑게 눈을 빛내며 엘림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일반적인 마법사 이상으로 흑마법사는 사전에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느냐에 따라 전력이 극과 극으로 갈리지. 너희가 아무리 좋은 아티팩트로 무장한다고 해도 나 역시 이날을 위해 30년을 준비했다.”

철컥!

데스나이트들이 나타나자마자 케프렌의 기사들이 칼을 뽑으며 라데우스 마법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무래도…….”

“저놈들은 우리 상대인 것 같군.”

이곳에 온 기사 전력은 아녜스를 포함해 네 명.

나머지 여덟은 바깥에서 두칸의 제자들과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10 : 4라는 전력 차였지만 기사들은 자신만만하게 데스나이트들과 맞섰다.

“어디에서 객사한 삼류 기사의 시체를 되살렸는지는 몰라도 그게 케프렌의 기사들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 주마!”

“케프렌이라고?”

두칸은 진짜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허 참. 물과 기름이 뒤섞일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로군.”

“이번 일에 한해서다, 흑마법사.”

기사들의 검에 시퍼런 검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분명 케프렌에서도 나름 정예가 분명한지 저들은 자신만만하게 먼저 데스나이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기사들의 모습을 보며 엘림이 네르하의 이름을 불렀다.

“네르하 라데우스.”

“네.”

“내가 굳이 너를 이곳까지 데려온 이유를 알고 있느냐?”

현재, 네르하의 선배인 페텔과 헤젤은 바깥에서 기사들을 보조하기 위해 빠져 있었다.

원칙상으로는 아직 일개 생도인 네르하 역시 이런 위험한 전장엔 들어오지 않아야 정상이다.

사실, 이 판을 모두 설계한 네르하가 후방으로 빠지는 일은 있어서 안 되었지만 엘림의 입장은 또 다르니 말이다.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서입니까?”

“맞다. 또한 공을 세우게 하기 위함도 있다.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는 이번 미션을 넘어 본가에서 봤을 때도 특별한 공훈을 세우는 셈이 된다.”

그만큼 흑마법사와 연관된 일에 라데우스의 방침은 확고했다.

“잘 봐둬라. 아무리 너라 해도 고유 계통을 각성한 마법사들의 ‘마도전’을 보는 건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네르하는 그제야 엘림의 배려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고레벨의 마법사들이 펼치는 마도전을 보게 되는 건 처음이었다.

용의 형태가 되었던 주단과 클로이아의 경우엔 정상적인 마도전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으니까.

“가자!”

“네. 대장!”

이전, 흑마법사들의 뒤를 쫓았던 두 명의 마법사들이 엘림의 뒤를 따라 자리를 박찼다.

“이 망할 부나방들 같으니!”

두칸은 팔을 활짝 펴며 본격적으로 마기를 개방하기 시작했다.

7레벨에 이른 사령술의 대가답게 데스나이트가 아니더라도 두칸이 부릴 수 있는 소환물은 많았다.

쿠구구구!

‘호오?’

대번에 지하에서 수많은 뼛조각… 아니, 뼈의 덩어리가 튀어나오며 거대한 동물의 형상을 취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스켈레톤 비스트!”

“단순한 소환수가 아닙니다! 강력한 항마력이 느껴집니다!”

“본 드레이크다! 알렌, 너는 기사들을 지원해라!”

아까 전 보았던 가고일보다 훨씬 위협적인 본 드레이크가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흥미롭군.’

대체 어떤 원리로 바닥에서 뼈가 튀어나오는 건지, 그리고 그 뼈에 들어 있는 막대한 마력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증이 도진다.

“라이트닝 볼텍스!”

촤르르륵!

소환수들을 갈아 버릴 기세로 엘림이 캐스팅한 전격 마법이 나선을 그리며 날아가기 시작한다.

전격 계열의 고유 계통을 개화한 엘림은 그 뒤로 전신을 전격으로 감싸며 두칸에게 돌진했다.

‘……오오.’

마치 뇌신과도 같은 모습으로 두칸이 소환한 소환수들을 갈아 버리는 신위.

그리고 그 뒤로 두 명의 마법사가 각각 마력사(魔力絲)와 대지 속성의 마법을 펼치며 뒤를 따랐다.

‘광범위 포격보단 퇴로를 차단하고 적을 맞혀 잡는 수법이군.’

전신에 마력사를 펼쳐 하늘로 날아갈 퇴로를 차단하고 대지 마법으로 땅으로 꺼질 우려도 막아 버린다.

그리고 그 사이로 파고들어 강력한 화력을 지닌 엘림이 적을 타격하는 심플하지만 강력한 협공.

‘세 명의 마나가 공명하면서 힘이 증폭되고 있다. 진법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군!’

물론 구파 수준의 고차원적인 합진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가 다루는 속성이 다른데도 저렇게 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건 상당히 대단하다고 볼 수 있었다.

“바울르크의 창!”

전격 계열에서 일가를 이룬 바울르크라는 마법사가 개발한 뇌전의 창이 엘림의 손에서 생성되었다.

“흐흐, 다크 미스트 홀더(Dark mist holder).”

이전, 가스터란 대머리 마법사가 사용했던 흑마법이 두칸의 손에서 펼쳐졌다.

차이점이라면 가스터의 마법은 주변 공간에 퍼지며 시야를 차단하는 데 주력을 두었다면, 두칸의 마법은 본인 주변을 감싸는 것에 그쳤다는 것이었다.

“죽어라!”

엘림이 쏘아 보낸 전격의 창이 그대로 안개를 꿰뚫었다.

퍼석!

안개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면서 그대로 두칸의 심장 부분을 관통하고 지나갔지만.

‘타격이 없다?!’

구멍이 뚫린 안개는 다시 뭉게뭉게 뭉치면서 그대로 두칸의 육체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엘림이 신음을 흘렸다.

“흑마법으로 아스트랄 보디를 만들어 전격을 흘려버렸군.”

“크크큭, 정답이다.”

“역시 7레벨의 흑마법사. 보통이 아니구나.”

아스트랄 보디.

책에서 잠깐 읽어 본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중원에서 대체할 말을 찾지 못해 영체, 혹은 원영신처럼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 완성했던 그 초월적인 경지가 아닐까 싶었는데.

‘그건 아니야. 그 정도로 아득한 느낌은 없다. 물리력을 무시한 건 맞지만 뭔가 편법을 사용한 것 같은데…….’

그때, 그 대머리가 펼친 것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아니, 오히려 그것보단 저 마법이 원래의 효용이라고 봐도 좋을 터.

‘무적은 아닐 거다. 분명 깰 방법이 있을 거야.’

네르하는 가라앉은 눈으로 방금 두칸의 수법을 깰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네르하가 뒤에서 생각에 잠기고 있을 때, 전투는 더욱 격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콰과과광!

파지지직!

대지가 흔들리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쳐 댄다.

아크의 마법사 셋은 분명 상당한 수준에 이른 마법사가 맞았지만 그와 맞상대하는 두칸 역시 이전에 상대한 주단과는 수준이 다른 강자였다.

네르하는 전황을 살피며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 가면 양패구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남아 있는 마력량과 체력을 고려하여 계산한 결과는 동수.

체력이야 엘림을 비롯한 아크의 마법사들이 우위지만 두칸은 철저한 준비와 압도적인 마력량으로 수없이 소환수들을 불러오며 물량전을 벌였다.

‘그렇다고 딱히 우리 쪽 화력이 달리는 것도 아니야. 분명 어느 시점에서 둘 중 하나가 승부를 걸 테고, 이대로라면 서로가 큰 타격을 입은 채 끝난다.’

그렇게 되면 유리하게 되는 건 기사 전력이 남아 있는 이쪽이다.

그런데 상대가 그걸 모를까?

‘뭔가 비장의 수가 있나?’

제삼자인 네르하가 알아차린 만큼,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표정을 보면 분명 전력을 다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자는 표정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법이다.

하지만 두칸은 이쪽을 깔본 것치고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상당히 진지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자신이 불리한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한 자는 아닐 텐데?’

그때, 두칸이 마력을 폭발시키며 승부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크하하! 이제 끝을 보자!”

“그거 좋은 생각이군!”

기존 데스나이트를 제외한 소환수를 유지하던 것을 포기하고 두칸의 지팡이 끝에 막대한 마기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보조해!”

짧은 명령이었지만 엘림의 뒤에 있던 마법사들은 빠르게 수인을 영창하며 엘림의 마법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어?’

한순간, 네르하의 뇌리에 한 가지 가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엘림과 마법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받아치지 말고 피해!”

“뭐, 뭐라고?!”

“크하하하! 눈치가 빠른 애송이구나! 하지만 늦었어!”

두칸의 지팡이에서 검보랏빛의 광선이 쏟아져 나왔고, 그건 그대로 엘림과 마법사들이 펼친 거대한 에너지 구체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광!

“크아아악!”

“캬아악!”

그대로 막대한 충격파가 터지며 엘림과 두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젠장!’

네르하는 그제야 두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양패구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무언가 상황을 뒤집을 비장의 수를 펼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두칸의 ‘목적 자체’가 양패구상이었던 것이었다!

“커, 커헉! 에, 엘림…… 대장!”

엘림을 제외한 두 명이야 정신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정면에서 두칸의 마법과 맞선 엘림은 완전히 정신을 잃고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크, 크흐, 크흐흐흐…….”

하지만 두칸 역시 피해가 만만치 않았는지 전신에서 수증기가 흐르는 모습으로 지팡이에 간신히 몸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젠장.”

네르하는 자책하며 엘림에게 뛰어갔다. 그러고는 빠르게 엘림의 신형을 부축하며 몸 상태를 살폈다.

‘위험하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대수롭지 않다.

하지만 진짜는 문제는 마나선. 즉, 혈이 들끓으며 내부가 폭주하기 직전의 상태라는 점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내장이 그대로 파열되어 엘림은 죽어 버릴 것이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고 있던 다른 마법사가 치료 마법을 시전했지만.

“제, 젠장! 치료가 듣지 않…… 쿨럭!”

마력의 폭주는 단순히 외상을 치료하는 치료 마법으로는 회복할 수 없다.

고위 사제급이 축복을 걸지 않는 이상, 내상 전문 마법사가 직접 마나를 주입해 다스려줘야 한다.

“쿨럭! 쿨럭!”

하지만 지금, 엘림의 부하 마법사들은 그럴 기량도 부족하거니와 방금 전의 충돌로 자신들의 몸 역시 상당히 약화된 상태였다.

“아, 안 돼…….”

부하 마법사들이 서서히 창백해지는 엘림의 모습에 절망하려던 찰나.

탁!탁!탁!

네르하가 빠르게 엘림의 전신에 혈도를 쳐서 기혈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네, 네르하 라데우스, 지금 무슨 짓을?”

“조용히.”

천원무극신공이 만들어 낸 황금빛의 마나가 엘림의 전신으로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6레벨에 달하는 마법사의 폭주는 현재 네르하의 수준으로는 절대 감당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 폭주 정도는 어떻게든 다스릴 수 있었다.

“으, 으으!”

터질 것만 같이 붉던 엘림의 안색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가!”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마나선을 조절해 폭주를 진정시키는 짓은 6레벨 마법사인 그들도 엄두를 못 낼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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