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0화 (110/930)

충돌Ⅱ

시드미안 경 일행이 던전을 발견한 그다음 날 저녁, 어둠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희미한 빛이 나더니 세 명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중 한 사람은 검은색 가죽 갑옷을 입고 흑색 망토를 날리는 상당한 미남자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60세는 되어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그 남자도 검은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그도 옆의 젊은이처럼 근육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고, 학자처럼 생긴 것으로 보아 그의 직업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한 명은 당당한 체구의 30대 중반의 젊은이로 그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차고 있는 검은 노인이나 옆의 젊은이와 달리 가벼운 샤벨이 아니라 길이 1미터, 폭 16센티미터, 무게가 40킬로그램 이상은 나가 보이는 브로드 소드(Broad Sword : 광검, 廣劍)였다.

“이곳이냐?”

“예, 스승님.”

노마법사는 거의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작은 이층집을 가리키며 제자에게 물었다.

“저기에 보이는 게 목적지가 아니냐?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에?”

“부하 녀석들 중에 쓸 만한 무사가 없기에 조금 조심하는 것뿐입니다, 스승님.”

노마법사는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눈길로 제자를 바라봤다. 그는 자신의 제자가 그만큼 신중해진 것이 대견스러웠던 것이다.

“좋아, 제법 많이 늘었구나. 그렇다면 다론, 저기 지하에 네가 가져온 그 책들이 있었다는 말이냐?”

“예, 스승님. 그중에서 스승님이 흥미 있어 하실 만한 것 세 권만 가져온 것이지요. 그 외에도 그 던전에는 1천 권이 넘는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가져다 드린 그 마법 도구들도 모두 그 던전에 있던 것들이구요.”

스승은 제자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에는 사람들이 뒤따라 올 테니 그들에게 지시해 그걸 본국으로 옮기면 되겠구나.”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렇게 직접 와 보실 필요는 없을 텐데,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클클,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좀 빠져나와 있다고 해서 이번에 진행되는 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참, 스승님.”

“왜 그러느냐?”

“전에 심부름할 만한 똑똑한 아이를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주 괜찮은 아이를 하나 구해 놨습니다. 게다가 잠자리에서 스승님이 회춘(回春)하시는 데 보탬까지 될 만하니 일거양득이죠.”

“누군데 그러느냐?”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모시는 드로아 대 신전의 수련생입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 데다가 머리도 잘 돌아가거든요, 하하하.”

“클클… 다론, 네가 웬일이냐? 내 생각을 다 하고…….”

“존경하는 스승님께 그런 간단한 것 하나 못 해 드리겠습니까? 마음 쓰지 마십시오. 어서 가시지요. 으응?”

다론이라 불린 그 청년은 집으로 가려다 말고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러느냐?”

“저, 보초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좀…….”

“혹시 네가 없다고 들어가서 모두들 자는 것은 아니고?”

“보초를 철저히 서라고 지시해 놨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보초를 안 서는 간 큰 짓거리를 할 부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침입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보자…….”

그 노인은 가만 가만 주문을 외우고, 시동어를 외쳤다.

“뷰 마나 포스(View Mana Force)!”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 노인의 눈에는 이 주변에 어떤 것이 마나를 띠고 있는지 그 마나의 양에 따라 특이한 영상이 되어 잠시 비쳤다. 마나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빨간색으로, 마나를 가장 적게 가진 것은 보라색으로……. 일종의 적외선 안경을 끼고 사물을 보는 것과 비슷한 영상이 노인의 눈에 비쳤고, 노인은 상대의 수와 힘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고민이 떠올랐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네놈은 도대체 뭘 조사한 거냐? 얼마 전에 들은 보고로는 위험한 추격자는 없다고 하더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갑작스런 스승의 질책에 다론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옹색하게 대답했다.

“예? 저는 세심히 조사했습니다. 혹시나 하고 조사해 봤지만 코린트 제국에서는 드래곤 하트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구요. 그러니까 트루비아에서 추격대를 보냈다고 해도 뛰어난 기사는 아닐 겁니다. 드래곤 하트를 훔친 후에 트루비아 기사들 중 그래듀에이트급은 특별히 따로 동태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른세 명으로 줄어든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들 중에서 자리를 이탈하고 있는 사람은 단 다섯 명. 그중 세 명은 몬스터 토벌을 위해 변방에서 싸우고 있고, 또 한 명은 사이가 나쁜 이웃 나라 토리아 왕국과의 국경선을 순시한다고 갔고, 또 한 명은 발트라 공국에 사신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누가 추적을 해 봤자 별 볼일 없는 인물이라고……. 윽!”

그의 말이 끊긴 것은 갑자기 스승이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기 때문이다.

“전에 드래곤 하트를 훔쳐올 때 네 녀석에게 검을 날렸다던 그 수상한 기사도 조사해 봤냐?”

“예, 쭉 조사했지만 아무래도 코린트에서 보낸 인물은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그랬다면 코린트가 아직까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죠. 그렇다면 트루비아의 기사인데…,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그래듀에이트급은……. 아윽!”

이제는 아예 있는 힘껏 정강이를 차 버리고 나서, 그 고통에 주저앉은 제자를 내려다보며 스승은 단호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멍청한 녀석! 그렇게 말했는데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 신경 쓰다니…….”

일단 제자에게 화풀이를 끝낸 스승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이드 마나 포스(Hide Mama Force)!”

이쪽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움직임을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차단한 후 스승이 제자 녀석을 노려보았다.

“잘 들어. 네놈도 뷰 마나 포스의 주문을 알고 있을 테니 저 안을 봐라. 얼마나 호화찬란한 인물들이 있는지 보란 말이다.”

그러자 그 젊은이도 스승처럼 주문을 외워서 내부를 살펴본 다음 얼이 빠진 표정이 되었다.

“저 안에는 뛰어난 인물이 네 명 있다. 둘은 그래듀에이트급에 조금 못 미치는 인물이지만, 나머지 둘은 그래듀에이트급을 오래전에 초월해 버린 뛰어난 인물들이지. 그중 하나는, 정말이지 나도 저렇게 선명한 붉은빛을 띠는 인물을 본 적이 없어서 말을 못 하겠는데, 어쩌면 말로만 듣던 마스터급인지도 모른다. 저 정도로 강력한 마나를 몸속에 가지고 있다니……. 그리고 남색의 인물 둘, 하나는 조금 더 짙은 남색인 걸로 봐서 마법사다. 저 정도 떼거리가 안에 있는데 그들이 그냥 놀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마법사는 몸 안에 마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닌 주위의 마나를 움직이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하는 존재기에 사물이 가진 마나의 양을 보여 주는 뷰 마나 포스 마법에는 마나가 많지 않은 것, 즉 남색으로 보인다. 그 외에 마나가 없는 무생물이나 마나가 거의 없는 것들은 보라색으로 보인다.

여기서 팔시온의 경우 마법과 검술을 함께 사용하기에 그의 몸은 마법사처럼 일종의 통로로써 발전되었다. 따라서 마법사의 특징이 함께 나타나므로 오히려 평범한 사람에 가까운 색깔로 내려갔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이지 그의 검술 실력은 미카엘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

스승의 힐책에 제자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떠듬떠듬 말했다.

“저, 저도 그게 어떻게 된 건지…….”

노마법사는 무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칼리오!”

“예.”

“혹시 문제가 벌어질지 모르니 자네가 앞에서 나를 좀 지켜 주게.”

“예.”

칼리오라 불린 무사가 브로드 소드를 빼 들고 앞에 서자 그 노인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 주변에는 넓은 마법진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런 식으로 주문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 이동 마법진은 위에서 사람이 뛰고 구른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다. 또 마법진을 만드는 시간은 조금 많이 걸리지만 직접 공간 이동 마법 주문을 외울 때와는 달리 그 시동어를 외치기 전까지 마법진 자체가 가지는 마나로 저절로 유지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그 마법진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과 자신이 데리고 온 두 명을 명확히 지정해 놓고, 또 다른 주문을 외워 두 가지 마법을 그 무사의 무구(武具)에 걸었다. 그러자 무사의 브로드 소드는 옅은 무지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갑옷 역시 같은 빛을 띠었다.

일단 앞에서 지키는 기사에게 방어 마법을 걸어 준 후 노마법사는 또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만일을 대비한 모두를 위한 주문이었다.

“매직 파워풀 실드(Magic Powerful Shield)”

매직 파워풀 실드는 마법 방어막 중에서도 최상급에 들어가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치자 제자가 약간은 놀란 듯이 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을 대비해서다. 방어 마법은 확실히 걸어 놨으니, 이제 저 집과 함께 저 안에 있는 놈들을 박살 낸 후에 탈출한다. 너는 최고로 강한 공격 마법 주문을 외워라.”

“예.”

그의 제자가 나름대로 자신이 익힌 최강의 주문을 외우고 있을 때 노마법사 또한 흑마술 최강의 주문을 외우기 위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살린다는 명제 하에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자신의 국가가 예전처럼 위대해진다면 자신의 영혼이 어떤 대가를 치르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가 계약을 맺은 악마는 어둠의 마왕 크로네티오……. 악마라는 존재들은 보통의 신들과 달리 상하 관계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강대한 악마를 불러내 계약을 맺을수록 흑마술의 파괴력이나, 또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대신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상대가 자신이 계약한 악마보다 더 뛰어난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경우 자신의 공격이 별 소용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어둠의 마왕은 악마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마신……. 그는 악마의 힘을 믿고 자신이 시전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상대는 마스터급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을 때 그 집의 문이 열리면서 다크가 걸어 나왔다. 다크는 멀찍이서 기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고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기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면 다크도 동태만 살펴보며 그냥 있었을 텐데, 그 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중원에 있을 때도 느낀 거지만 위험한 인물일수록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법. 그 때문에 산책 삼아 밖으로 나와 본 것이었다.

어쨌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실력을 동원하여 주문을 다 외운 제자는 자신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어떤 인물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녀석과의 거리는 4백 미터 정도……. 그는 주문의 힘을 유지하면서 스승을 살짝 쳐다봤다. 스승도 방금 전에 주문을 완성해 놓고 그제야 다가오는 인물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가 저 녀석에게 주문을 날려라.”

흑마법은 온 정신을 집중하여 마나를 끌어 모으는 작업이 선행되는 게 아니기에 스승의 표정은 주문을 외우기 전과 같았다. 하지만 흑마법은 그 마법을 펼치면서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어쨌든 마법이란 게 위력이 강할수록 힘이 많이 소모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 힘이 언제 투입되느냐의 미세한 차이만 존재할 뿐…….

어쨌든 제자는 스승의 말대로 이쪽으로 다가오는 자를 향해 자신이 모아 놓은 힘을 개방하며 시동어를 외쳤다.

“익스플로우젼(Explosion : 폭발)!”

그의 손에서 붉은빛의 파동이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상대는 그들 쪽으로 몸을 튕기듯 날아오르며 검을 뽑아 들었고, 그 검에서는 푸르스름한 선들이 뻗어 나왔다. 그걸 보면 상대는 확실한 소드 마스터! 검술의 극한을 깨달은 자. 검에서 뿜어 나오는 무형의 기운을 유형의 기운으로 승화시킨 자.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이었다.

꽈꽝!

두 개의 기운이 맞부딪치며 엄청난 대 폭발이 일어났다. 노마법사는 그 엄청난 폭발 속을 뚫고 튀어 나오는 상대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 5사이클급 최강의 파괴 주문으로도 놈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이다. 그걸 알아채자 노마법사는 그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을 향해 곧장 흑마법의 힘을 개방했다.

“플레임 오브 루인(Flame Of Ruin : 파멸의 불꽃).”

노마법사의 손에서 일어난 어둠의 기운이 앞에서 달려 들어오는 상대를 향해 뿜어졌다. 그와 함께 일어난 무시무시한 대 폭발. 거의 150미터도 안 되는 근거리에서 대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 폭발의 화염은 마법사 일행을 덮치지 못했다. 노마법사가 노파심에 걸어 뒀던 매직 파워풀 실드에 막혀 그 암흑의 기운이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마법사는 그걸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재빨리 적이 죽었는지 확인할 여유도, 시간도 없이 곧장 공간 이동을 위해 설치한 마법진을 움직이는 시동어를 외쳤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짓은 다 했으므로 재빨리 탈출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만약 놈이 살아 있다면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었다.

“이동!”

곧이어 그들은 약간의 빛을 살짝 뿜더니 곧장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시드미안 경 일행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이곳에서 발견한 마법책들을 회수해 갈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들을 넘겨준 후 또다시 추격에 나설 건데……. 또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휴식을 취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때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고, 붉은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며 대낮처럼 실내를 밝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시드미안 경과 팔시온이 자리에서 뛰어 일어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일어난 두 번째의 폭발…….

순식간에 폭풍이 몰려와 한쪽 벽의 유리창들이 다 박살 나 버렸고, 일부 약한 벽들은 폭발하듯 무너져 버렸다. 그걸 보고 놀란 라나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했고, 시드미안 경이나 팔시온, 미카엘, 스미온은 검을 뽑아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남은 지미와 라빈, 미디아는 마법사들을 보호했다. 마법사들은 즉시 공격 마법 주문을, 또 로니에 사제는 신성 마법 중에서 방어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밖으로 뛰어나온 일행들은 8백 미터쯤 떨어진 지점에 엄청난 구덩이가 패인 것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글쎄요. 일단 가 보죠.”

모두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그쪽으로 서서히 접근해 들어갔다. 엄청나게 큰 구덩이에서는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을 뿐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거대한 구덩이 옆에 다 찢어진 옷을 입고 심한 상처를 입은 채 뻗어 있는 다크를 볼 수 있었다. 팔시온은 즉시 다가가 다크를 흔들었다.

“이봐, 다크!”

하지만 다크의 움직임은 없었다. 팔시온은 다크의 경동맥(頸動脈 : 머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목에 있는 동맥)에 손을 대 보았다.

“아직 살아 있습니다. 이봐 미카엘, 스미온. 둘 다 근처를 좀 수색해 봐. 뭔가 이상한 놈들이 있는지.”

“알겠어.”

미카엘과 스미온이 검을 들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팔시온은 다크를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팔시온과 시드미안 경이 도착했을 때 남은 일행들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않고 공격 및 방어 준비를 갖춰 기다리고 있었다. 팔시온은 로니에 사제를 보고 외쳤다. 역시 치료에 있어서는 신관을 따라갈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가 다쳤습니다. 빨리 치료해 주세요.”

로니에 사제는 급히 팔시온 쪽으로 다가왔다. 나머지 인물들이 아직도 주위를 향해 의심스런 눈초리를 던지고 있을 때, 마법사들은 서로 의논을 하더니 웅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금 일찍 주문을 완성한 안토니가 외쳤다.

“뷰 매직 포스!”

그 상태로 안토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주문을 완성한 가스톤도 시동어를 외쳤다.

“뷰 마나 포스!”

둘은 한참 주위를 살펴보더니 안토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위에 보이는 마법의 기운은 없어.”

“저쪽과 저쪽에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혹시 그쪽으로 간 사람 있어?”

가스톤이 묻자 팔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미카엘하고 스미온이 수색 중이야. 그 둘뿐이라면 놈들은 공격 후에 재빨리 도망간 모양이군. 쥐새끼 같은 놈들…….”

팔시온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로니에 칸타로와 사제의 손에서는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는 손을 다크의 몸에 올려 치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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