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법사는 일단 안정권으로 벗어났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파멸의 불꽃까지 날려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노마법사가 뭔가 생각에 열중한 듯 거의 무의식적인 걸음걸이로 왕궁의 한쪽 구석에 있는 이동 마법진에서 자신이 기거하는 곳으로 걸어가자 그 뒤를 따라오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그놈이 죽었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스승. 제자는 좀 더 큰 소리로 물었다.
“스승님, 그놈이 죽었을까요?”
“으응? 아마도 죽었을 거다. 비록 내 실력이 모자라서 ‘파멸의 불꽃’이 완전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 위력이라면 제아무리 마스터급이라도 아마 살아남기 힘들지. 어쨌든 며칠 후에 놈들이 있는 곳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와라.”
“예.”
“대지의 기억에 물어서 놈들의 정확한 신상을 파악해야 한다. 어쩌면 그 녀석은 코린트가 가진 세 명의 소드 마스터들 중 한 명일 거야. 본국이 중흥의 깃발을 올리는 데 최고의 장애물이다. 철저히 조사해서 돌아오는 즉시 나한테 보고해라. 알겠느냐?”
“예.”
제자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는 걸 멍하니 바라보면서 스승은 중얼거렸다.
“코린트가 이번 일을 눈치 채지 못해야 할 텐데……. 만약에 그놈이 코린트에서 보낸 자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미래를 관장하는 신이시여. 제발 크라레스를 버리지 말고 지켜 주십시오.”
방에서 로니에 사제가 땀을 훔치며 나오는 걸 보고는 팔시온이 급히 물었다.
“어떻습니까?”
“흐음, 샤이하드 님의 가호로 위험한 지경은 넘은 것 같아요. 어쨌든 상당히 심한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런 대 폭발이 일어난 거죠?”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마법사들에게로 돌아갔다. 화학 약품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 세계는 마법이 너무 발달하는 통에 과학의 발전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과학은 일종의 마법의 시녀라고 할까?
과거 화약이란 물질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마법사가 한 방 날리는 것보다도 파괴력이 떨어지니 자연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무리 과학적으로 뛰어난 병기를 만들어 냈다 해도 타이탄에 비하면 형편없었기에, 이 시대의 과학은 최강의 마법 병기 타이탄의 파괴력에 가려 빛을 잃고 있었다.
가스톤은 아직 별 볼일 없는 수련 마법사라서 일행의 의문을 해결해 줄 수 없었기에, 그 또한 자신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안토니가 약간은 쑥스러운 듯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험, 내가 보기에는 이번에 사용된 마법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익스플로우전, 또 하나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폭발과 함께 느껴진 암흑의 기운……. 흑마법입니다.”
“흑마법이라구요?”
흑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또 그걸 익힌 자들은 모두 악당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이게 왜 정설로 굳어졌냐 하면 옛날 용사 이야기에도 있지 않은가? 용사가 무찌르는 대상은 사악한 흑마법사, 못된 드래곤, 마신 등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이나 마신을 악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영영 주인공이 이길 가능성이 없어지게 되므로 주로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는 마신에게 영혼을 팔아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사악한 흑마법사였다.
그렇기에 그게 사실이라면 전설이 아닌 실지로 사악한 흑마법사와 전쟁을 벌이는 용사가 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지미와 라빈이 묻자 안토니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 흑마법이야. 그것도 대단한 수준의! 어쩌면 그 엄청난 위력으로 봤을 때 대마도사일지도……. 8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폭발의 여력에 집이 반쯤 박살 났을 정도니까 말이지. 어쨌든 상대는 두 명 이상이에요. 마법에 의한 폭발은 두 번 있었죠. 익스플로우전은 5사이클급의 파괴 마법이니까 아마도 적은 둘 다 최소한 마법사 또는 마도사 클래스라고 봐야겠지요.”
순수 백마술만을 쓰는 사람은 마법사, 그 외의 흑마법, 정령 마법 등 두 가지를 함께 익힌 자들을 마도사라고 부른다.
“자세한 것은 날이 밝는 대로 녀석들이 있었던 곳에 가서 대지의 기억에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밤도 늦었으니 이만 쉬고 내일 좀 더 정보가 모이면 의논을 하지요.”
다음 날 아침, 일행 모두가 모여서 쑥덕거리고 있었다. 어쨌든 상대방에 엄청난 실력의 마도사가 있는 이상, 마음 편히 추격하기는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힘이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 안토니, 뭔가 알아낸 게 있으면 좀 말해 주게.”
시드미안 경이 말하자 안토니 크로와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팔시온과 함께 쭉 둘러보고 놈들의 발자국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자들인지 알아보기 위해 리멤버런스 오브 더 어스(Remembrance of The Earth :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그 위에 서 있었던 인물들이 어떤 자들인지 조사했습니다. 그때 공격한 인물들은 세 명이더군요. 그들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보여 주게.”
안토니 크로와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이미지(Display Image)!”
안토니의 머리에 들어 있던 기억이 자그마한 영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들의 앞에는 세 사람이 자그마하게 나타났다.
“바로 이들입니다. 대지에 기억된 그들의 능력을 측정해 보면, 이쪽의 중무장을 한 무사는 그래듀에이트급입니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둘은 마법사죠. 보나마나 저 노인이 어제 흑마술을 구사한 마도사라고 생각됩니다.”
“흐음…….”
“혹시 이 중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없나?”
그러자 팔시온이 곧장 대답했다.
“저기 있는 젊은 마법사는 그때 라나를 납치했던 녀석이에요. 그 녀석이 틀림없어요.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4에서 5사이클 정도? 가스톤보다는 훨씬 윗줄의 마법사였으니까 말입니다.”
팔시온의 말을 안토니가 약간 수정해서 말했다.
“5사이클이 맞을 겁니다. 어제 첫 번째 폭발을 일으킨 마법은 5사이클 주문인 ‘익스플로우젼’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젊은 쪽이 5사이클급 마법사, 노인이 최소한 6사이클급의 마도사일겁니다.”
6사이클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약간 찔끔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6사이클급의 마법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통 어떤 나라에 가도 6사이클급의 마법사라면 궁정 제1마법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주 강대한 마법을 자랑하는 코린트나 마도 왕국 알카사스 등 몇몇 나라만이 7사이클급의 대마법사가 있었고, 전 세계를 통틀어 7사이클은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마법이란 것은 배우기가 힘들었고, 보통 사람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뼈 빠지게 평생 수련해서 올라갈 수 있는 경지로 6사이클을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적이 6사이클의 마법을 구사하는 놈이라니…….
모두들 침묵에 빠지자 시드미안 경이 살며시 말문을 열었다.
“안토니의 추측이 정확하다면 그들은 또 한 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군. 이렇게 되면 전에 죽은 녀석까지 그래듀에이트 두 명, 마도사 한 명, 마법사 한 명인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래듀에이트급을 많이도 보는군. 요즘은 그래듀에이트급을 키우는 학교라도 있는 모양이지? 제기랄! 국가 정도의 세력이 후원하지 않는 한 그 정도 고급 인재를 가질 수는 없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갑작스런 미디아의 말에 시드미안 경이 움찔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미디아 양? 기사 둘을 국가가 아닌 단체에서 모으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렵네.”
“그렇다면 지금 저희 파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팔시온이나 미카엘 같은 경우 그래듀에이트급은 안 되지만 그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죠.”
시드미안 경은 피식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미디아 양. 말하는 도중에 가로막아서 미안하지만 그래듀에이트급과 그에 근접한 것과는 천지 차이네. 내가 정확히 설명을 해 주지. 진짜 그래듀에이트 자격을 통과한 인물이라면 팔시온과 미카엘 같은 사람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적수가 될 수 없어. 그만큼 서로 간의 실력차는 상당한 거야.”
사실 미디아는 그 귀한 그래듀에이트급 인물들이 싸우는 모습을 실질적으로 본 적이 없었다. 전에 그런 인물과 다크가 싸우기는 했지만 워낙 상대가 순간적으로 허무하게 무너져 버려서 그 실력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좋아요. 그럼 그래듀에이트급은 안 되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자가 두 명, 그리고 수련 기사 두 명, 그리고 수련 마법사 한 명, 그리고…….”
시드미안 경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거기에 여자 용병 한 명. 그 정도 전력을 지닌 파티는 아주 많아요.”
“아니에요. 시드미안 경께서는 여기에 없다고 한 사람을 빼셨어요.”
“아, 참. 다크말인가? 모험가 한 명 더 보탠다고 해서, 하기야 그의 실력은 좀 수상한 점이 많아. 그래듀에이트급을 처치했다면 최소한 그 이상은 된다는 말이겠지. 어제 일어났던 그 폭발에서도 살아남았고……. 어쨌든 모든 것은 다크가 정신을 차린 다음에야 알 수 있겠군.”
시드미안 경이 약간 더듬거리자 미디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격했다.
“그렇죠? 다크의 실력은 최소한 그래듀에이트……. 그 정도 실력자를 보유한 파티는 아마 없을 걸요?”
하지만 시드미안 경에게는 아직도 반박의 여지가 있었다.
“흐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하지만 다크처럼 어쩌다 한 명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겠지만……. 놈들은 벌써 50여 명의 병사들과 그래듀에이트급 두 명에 궁정 마도사급 한 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네. 그 외에 또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 대단히 힘든 모험이 될 수밖에 없을 거야. 지금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상대의 힘은 거의 국가에서 후원하는 정도의 수준이지. 자네들은 이 상태에서도 같이 모험을 계속 할 건가?”
서로 눈치를 조금씩 보는 것 같았지만, 곧이어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설혹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도 모험은 평생 가도 한 번 하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악당인 흑마술사를 해치운 용사 파티로서 살아 있는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데…….
모두 계속 추격에 가담할 뜻을 밝히자 시드미안은 팔시온에게 물었다. 팔시온이 안토니를 따라 나간 이유는 안토니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흔적을 찾아내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다 참가하겠다니, 정말 고맙네. 그건 그렇고 팔시온,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
“예, 가까스로 희미한 흔적을 찾아냈어요. 그 흑색 갑옷을 입은 놈을 얼핏 봤다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리고 회색 갑옷을 입은 패거리도……. 갈로시아 방향에서 오더라고 하더군요.”
“좋아, 그럼 성에서 병사들이 오면 여기 일을 맡기고 떠나도록 하지. 로니에 사제님, 그때까지 다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그 후에 집중적으로 행해진 치료 마법 덕분에 다크는 몇 시간 후에 깨어날 수 있었다. 다크는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깨어났다. 사실 중원에서도 그 정도 파괴력이 있는 무공에 격중되어 본 적이 없었다. 첫 번째 익스플로우전을 간단히 파괴한 후 뛰어 들어가다가 상대의 흑마법을 뒤늦게 눈치 챘고, 그걸 호신강기와 거의 본능적으로 펼쳐진 무상검법의 방(防), 망강(網剛) 정도로 때웠기에 제대로 된 방어가 힘들었다. 그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었지만…….
일단 자신이 깨어났을 때, 사방에서 원숭이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자 울컥 짜증이 밀려왔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누워 있는 사람 주위에 쭉 늘어서 있는가 말이다.
“으으응……. 쭉 둘러서서 뭐 하는 짓이야?”
“아, 이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군. 큰일 날 뻔했네. 이제 깨어났으니 어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지 않겠나?”
일순간 다크는 망설였다. 자신의 강대한 힘을 다른 인물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저들이 물어보는 걸 보니 어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고……. 또 자신이 상대를 얕잡아보고 사소한 실수를 해서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고 실토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크는 알짜배기는 빼고 그냥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어제 산책을 하는데 조금 앞쪽에서 대 폭발이 일어났지. 그다음에는 기억에 없어.”
그런 후 다크는 돌아누워 버렸고, 그 외의 잔 줄기는 각자가 상상해서 메울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만들어 낸 줄거리는 이렇다.
다크가 산책을 나갔다. 그가 걷는 방향에 어쩌면 상대방이 공격 준비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운 좋게? 으음, 이 다음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 정도 마법을 구사했다면 그걸 명중시킬 실력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래서 다크를 좀 더 닦달하자 답이 나왔다. 다크 왈(曰).
“첫 번째는 막았고, 두 번째는 맞았다. 그런 다음 이 모양이지. 더 묻지 마. 귀찮다구.”
그렇다면 첫 번째 날아온 익스플로우전은 간신히 막았고, 근처에서 폭발하는 그 충격 때문에 두 번째 마법은 조준이 빗나가서 그 앞에 맞았다. 그래서 저 모양이 되었다. 흐음, 말이 되는군.
만약 이게 줄거리라고 가정한다면 다크는 익스플로우전을 막았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5사이클급의 마법을 막았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어야 할까?’하는 의문이 일어나게 된다. 일행의 의문은 당연했고 그 답은 안토니가 내려 줬다.
“익스플로우전을 막았다면, 아마도 시드미안 경과 동급 정도라고 생각하면 맞을 겁니다. 그래듀에이트급은 상회한다고 봐야지요.”
모두들 그러려니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음 날 점심때쯤 병사들을 이끌고 도착한 기사에게 마법책들을 성으로 옮기라고 지시한 후 일행은 출발할 수 있었다.
마법 병기 타이탄
성내(城內)였기에 마법사들의 정장인 로브를 입은 토지에르 경은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사라진 드래곤 하트를 찾겠답시고 오는 놈들이 무시 못 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갖춘 놈들이라는 것이 예상을 벗어났을 뿐…….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되어 가고 있었기에 기분이 별로 나쁘지만은 않았다.
건물 안에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매달려 매우 바쁘게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일부 기술자들은 엑스시온 마무리 작업에 한층 더 분주했다. 토지에르 경은 그 기술자들 중 한 명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어떻게 되어 가나?”
한창 바쁘게 일하느라 자신의 뒤에 누가 왔는지도 몰랐던 기술자는 뒤를 돌아본 후 재빨리 일어서서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토지에르 경. 일은 순조롭게 되어 갑니다.”
“엑스시온들 안에 드래곤 하트는 아직 넣지 않았나?”
“예, 내일 봉인 작업이 시작될 겁니다.”
“지금 전 세계에 남아 있는 드래곤 하트는 몇 개 되지도 않으니까 아주 조심해서 다루게.”
토지에르의 말에 상대는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프로이엔 경께서 그걸 정확한 크기로 잘라 주셨습니다.”
“몇 개나 만들어졌나?”
“다행이 이번에 가져온 드래곤 하트는 많은 마나를 간직하고 있기에 아홉 개나 만들 수 있었지요. 조금 남았는데, 가져가시겠습니까?”
“나중에 내 방으로 보내 주게.”
“예, 다행히도 모두 다 준비되었으니 더 이상 드래곤 하트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됩니다.”
“흠…, 그럼 전에 가지고 있던 것까지 열두 개군.”
“예.”
“내일 봉인 작업을 보러 오겠네.”
“안녕히 가십시오, 토지에르 경.”
토지에르는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가며 흥겨운 듯 괴소(怪笑)를 흘렸다.
“흐흐흐, 대마법사 안피로스의 던전을 발굴한 것은 정말이지 큰 수확이었어. 그가 만년(晩年)에 개발한 ‘엑스시온’, 이것만 완성되면 이 엑스시온을 심장으로 열두 대의 블루 나이트(Blue Knight : 청기사)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폐하와 모든 국민들의 소망인 코린트 놈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꿈은 아니지. 흐흐흐.”
그가 지나고 있는 통로의 좌우에는 각 여섯 대씩 총 열두 대의, 어깨까지의 높이가 6미터 정도 되는 거대한 강철로 만든 사람 모양의 형상들이 서 있었고, 수많은 기술자들이 달라붙어서 여러 가지 손질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