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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30화 (30/258)

# 30화 쥐라기 공원 (4)

기이한 공룡들의 행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탐사에 나섰다.

난 호수 주변을 둘러보며 담수성 환경에서 생활하는 어룡들을 관찰했다.(당연히 골렘은 잠수정의 기능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육식 공룡보다 더 흉포하다고 알려진 어룡들도 생태계에 속하지 않은 우리는 절대 공격하지 않았다.

호수의 하구에 도달하자 늪지가 보였다. 늪지를 지나면 바다가 나오고, 바다를 건너면 분명 지구가 아닌 어떤 곳이 나올 테지만, 궁금하긴 해도 절대 가고 싶진 않았다.

원장님은 차원 붕괴를 언급하며 절대 섬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했었지. 붕괴가 일어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라나?

그래서 바다로 가지 않고 늪지를 관찰했다. 호수의 하구에 생성된 늪지엔 물수세미, 검정말 등 침수 식물과 잔대, 파피루스 등 습생 식물들로 가득했다. 현 생태와 달리 식물도 엄청나게 거대했다.

“초식 공룡이 생활하기에 최적의 장소군요.”

만화가의 말에 늪지를 세심하게 관찰하다가 갈대 아래서 꿈틀거리는 작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공룡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탓에, 내가 골렘을 지상 모드로 바꾸고 늪지에 안착하는 동안 다른 네 명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가이드, 녀석들의 크기가 1m밖에 되지 않다고요? 이상하네, 작은 녀석들은 대부분 나무 위에서 생활하지, 늪에서 생활하는 녀석은 보고되지 않았는데. 혹시 새로운 종인가?”

“이 섬이라면 신종을 발견하는 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겠지요.”

바퀴가 없는 부유 골렘은 늪에서도 수월히 움직일 수 있었다.

녀석들을 발견했던 늪 기슭의 거대 갈대에 도착하자, 확실히 볼 수 있었다.

“고대 거북인가? 아니,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요. 저런 공룡은 저도 처음이네요.”

“와, 귀엽다!”

“저게 귀엽다고? 닌자 거북이처럼 생겼구먼.”

약 1억 년 전, 트라이아스기 때부터 살았던 고대 거북 프로가노케리스.

처음엔 프로가노케리스인 줄 알았으나 엎드려 있던 세 마리의 공룡이 우릴 발견하고 몸을 일으키자, ‘거북’ 따위가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공룡 오타쿠, 만화가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종이란다. 그럴 것 같았다. 세상에, 저렇게 생긴 파충류가 어딨어?

정말 기괴하게 생겼다.

백수가 비유했던 닌자 거북이라는 말, 제법 와닿는다.

얼굴은 거북이처럼 생겼고, 피부는 거칠고 두꺼워, 악어보다 더 우둘투둘한 느낌이었다.

마찬가지로 거북이처럼 등껍질이 있었으나 검고 윤기나 ‘거북’이라기보다 ‘투구벌레’의 갑각과 비슷했다. 크기는 1m 남짓으로 작았으나 그건 놈이 ‘일어나기 전’의 크기였다.

앉아 있던(혹은 엎드려 있던) 녀석들이 일어나자 덩치가 두 배는 더 커진다.

놈을 파충류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유,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다. 마치 리자드맨의 거북이 버전 같다.

등껍질 안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앉아 있을 땐 거북이처럼 짧던 다리가 길쭉하게 뻗어져 사람처럼 일어났다. 단순히 거북이가 일어난 모양새가 아니다.

이족 보행에 익숙한 듯, 마치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선 모습이다. 다른 공룡들처럼 우릴 적대하진 않았으나, 처음 보는 생김새의 녀석들과 마주하니 꽤 꺼림칙했다.

도감을 열어 놈들의 정보를 파악했다.

[악동 도마뱀(αναστ?τωσηΣαυρο?)]

곡룡류(갑옷 공룡)

크기: 1.5~2.5m

-관측된 공룡 중에 가장 지능이 높다. 물속에서 생활하나 육지 생활에도 적응한다. 이족 보행도 하는 듯. 어룡이 먹고 남긴 사체들을 뜯어 먹는 청소꾼이지만, 먹이가 없을 시 사냥도 하는 것 같다. 녀석들의 지능은 돌고래 수준이며, 수만 년 동안 천적이 없어 기이한 본성을 진화시켰다. 요주의가 필요함!

그다지 위험할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원장님은 녀석들이 공룡 중에서 가장 똑똑하다며 요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공룡들을 관찰하며 원장님이 부탁한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생태계 순환’을 벗어난 공룡들을 찾아내라는 것이다. 공룡 사파리의 목적을 상기시켰다.

공룡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자는 내 대담한 제안에 다른 이들이 말했다.

“전 찬성입니다. 굉장한 일입니다! 공룡을 만져 보다니, 꿈만 같아요. 그것도 분명 우리가 처음 발견한 게 분명한 신종을요!”

“호수 근처의 늪지는 생태계의 보고지요. 이곳을 이루는 지층을 꼭 조사하고 싶긴 하나… 저 공룡들하곤 접촉하고 싶지 않습니다. 난 괜한 위험을 자초하진 않을 겁니다.”

“와! 공룡도 만져 볼 수 있어요? 찬성!”

“뭐, 자소서에 이런 거라도 쓰면 요즘 세상에 스펙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찬성.”

난 어깨를 으쓱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아니, 당신들 보고 하라는 건 아닌데.

교수를 제외하고 다른 세 명은 공룡과의 접촉을 원하는 듯했다.

웃기는 노릇이다. 익숙해지니까 이제 공룡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마주치는 공룡들마다 교감을 시도하고 있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했던 말들이 환청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룡들은 대부분 동물보다도 단순한 녀석들이었다.

강박처럼 새겨진 기이한 생태계의 순환을 따른다는 점을 제외하면 ‘먹는다, 싼다, 교미한다.’ 이 세 가지가 녀석들의 주된 목표였다.

“접촉은 저만할 겁니다. 네? 위험하니까 안 된다니까요. 아니, 당연하잖아요? 누가 공룡하고 악수를 하고 싶어 해요?”

교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내 말에 반발했으나, 의견을 들어줄 생각은 없었다.

공룡 사파리에 신청했을 때부터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란 건 알았지만, 아무리 괴물과 이계인이 날뛰는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생물을 만져 보고 싶어 하다니, 이상한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은 교수를 도와 탐사 장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난 홀로 악동 공룡들에게 다가갔다. 제법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녀석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교감을 위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생각해 보면 그들을 탓할 게 아니다.

나도 제정신이 아니다. 요 근래 기괴한 일을 많이 겪으며, 좁쌀만 한 담이 커질 대로 커졌다고 해도 공룡과 교감을 위해 다가가는 꼴이라니.

코앞까지 가까워졌으나 녀석들은 멀뚱히 바라만 볼 뿐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난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아까부터 시도해도 교감이 되지 않으나 접촉만 한다면 보다 용이하게 연결될 수 있겠지.

그러나 파르르 떨리는 손끝이 녀석들의 등껍질을 만지기도 전에, 갑자기 사람이 전속력으로 달리듯이 악동 공룡들은 두 다리를 세차게 놀리며 쏜살같이 도망쳤다.

맥이 빠져 뺨을 긁적일 때였다.

“꺄악!”

“이… 이놈들이! 떽! 이거 먹는 거 아니야!”

“으악! 가이드! 가이드!”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조사 장비를 설치하던 네 명이 다섯 마리의 악동 공룡에게 둘러싸인 채 위협받고 있었다. 놈들은 교수의 탐사 장비를 훔쳐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달아나던 악동 공룡의 방향은 골렘이 정차한 곳이었다.

끼루룩-! 끼루룩-!

“설마?”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웃음소리다.

처음 발견한 세 마리의 악동 공룡, 도망쳤던 놈들은 멀리서 날 향해 ‘비웃고 있었다’.

알아차렸다.

미끼였던 것이다.

관심을 돌릴 미끼.

황당하기 그지없다.

“하이재킹? 공룡들이?”

악동 공룡은 사람들을 해치진 않았다.

하지만 교수의 탐사 장비를 비롯하여, 만화가의 태블릿과 여대생의 배낭마저 훔쳐 갔다.

또한 놈들의 목표는 그것에 그치지 않고 차량마저 탈취하고자 하는 듯했다.

난 혹시 그들이 지성을 가진 이종족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차량을 타지 않고 ‘들고 도망치는’ 놈들의 모습에 차량도 그저 놈들에게 있어서 ‘빼앗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공룡들이 차를 훔쳐 타고 달아났으면, 세상에 그것만큼 황당한 상황이 어디 있겠는가?

경량화 마법이 걸려 있다곤 하나 제법 무거운 차량을 무리 없이 옮기는 놈들이다.

냐앙-!

뀨!

난 아무런 보험도 없이 공룡들과 교감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내 어깨 위엔 야옹이가, 등엔 포근이가 붙어 있었다.

단지 두 마리의 마물을 데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된다.

이유가 있다.

녀석들과 교감하면 난 초인이 되기에.

화르르!

포근이의 불꽃이 가슴을 태운다.

“미안, 넌 됐어.”

그러나 지금은 포근이의 힘이 필요한 게 아니다.

포근이는 시무룩해하며 꼬리로 내 등을 찰싹 때렸다.

“야옹아, 가자.”

검은 고양이가 남색 눈동자를 빛낸다.

점점 날카로워지는 감각, 부풀어 오를 듯 팽창하는 허벅지 근육, 신발을 꿰뚫고 자라난 발톱. 몸은 깃털처럼 가볍고, 머리털은 마치 성감대라도 된 듯 주변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몇 주 동안 고층 빌딩 사이를 오가며 이 감각은 익숙해졌다. 그리고 익숙한 만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악동 공룡은 사람이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다.

찰박! 찰박!

진흙 바닥을 세차게 내딛는 소리가 1초 동안 일곱 번 들려온다.

넓은 보폭, 한 번 발을 내밀 때마다 2m.

인간을 초월한 뜀박질로 악동 공룡을 따라잡은 건 불과 30초.

끼로우-!

우선 차량을 들고 도망치는 악동 공룡들, 일행과 뒤처진 녀석들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 팼다. 역시 공룡이라 튼튼하다. 데굴데굴 굴러 자빠진 악동 공룡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그러나 감히 내게 덤벼들지 못하고 꽁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한다.

“내 조사 장비가 아직……! 부탁이오! 장비가 없으면 난 지금까지 헛고생을……!”

“차에 타세요. 보호 모듈이 작동되고 있으니 다른 놈들이 오더라도 안전할 겁니다.”

평야 쪽으로 도망친 악동 공룡들은 어느덧 시야의 끝에 있었다.

하지만 난 조급해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가자, 야옹아.”

냥!

보다 교감이 깊어진다. 그럼으로 난 점점 바뀌어 갔다.

고양이는 쥐를 쫓는다. 혹은 도망치는 걸 쫓는다.

그건 사냥꾼으로서의 본능,

야옹이로부터 답습한 숙련된 사냥꾼의 본능이다.

나도 모르게 궁둥이가 흔들흔들, 들썩거린다.

“자… 자네? 꼬리가?”

교수의 말에 야옹이와 교감이 깊어지면 꼬리도 돋아난다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지만, 사실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오로지 목표는 사냥감을 잡는 것이다!

냥냐냥-!

내가 내는지, 야옹이가 내는지 모를 울음소리와 함께 난 악동 공룡의 뒤를 쫓아갔다.

*

잡는다.

잡았다.

아핫!

한 놈, 두 놈. 세 놈!

못 일어나!

너냐? 네가 들고 있냐?

이제 두 마리 남았다.

평야까지 도망쳤구나.

하핫!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신난다.

물어뜯고 싶지만, 참아야지.

사냥을 한다는 것, 이런 기분이구나.

짜릿해. 기분 좋아. 다른 건 생각나지 않아.

내 앞의 먹잇감과 그걸 쫓는 나만 있을 뿐.

녀석들은 주춤거려, 하지만 이내 어딘가로 달려가.

거긴 동굴이잖아!

하지만 문제없어. 내 눈엔 환하게 보이는걸!

두 마리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네.

괜찮아. 놓치지 않아.

야호!

뛰어올라 녀석들을 낚아채.

아냐, 목덜미가 아니라 녀석들이 빼앗아간 할아버지의 장비부터.

좋아, 성공했다.

이제 녀석들하고 ‘아주 잠깐’ 놀고 싶어.

놀고 싶…….

“아…”

거대한 존재가 몸을 일으켰고, 그제야 난 정신을 차렸다.

난 야옹이와 깊이 교감하여 완전한 야생성을 발휘했다. 이성보단 본능이 앞섰고, 사냥의 기쁨을 느끼며 악동 공룡들을 쫓아갔다.

늪지를 벗어나 평야까지 도망친 녀석들을 한 마리, 두 마리씩 넘어트리고 장비를 훔쳐 간 악동 공룡 두 마리를 잡기 위해 동굴 안까지 쫓아, 마침내 마지막 녀석들까지 ‘사냥’할 수 있었다.

간신히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은 맹수의 욕망을 참아내며 교수의 장비를 배낭에 챙겼다.

그러나 난 아직까지 만족하지 못했고,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 고생시키게 만든 괘씸한 악동 공룡들을 괴롭혀 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곧바로 깨닫지 못했었다.

고양이는 사냥감에 집중한다. 의외로 그 외의 자극은 쉽게 무뎌진다. 낚싯대 장난감으로 고양이와 놀아 본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것이다. 변명이라면 너무 깊이 야옹이와 교감한 것, 악동 공룡에만 집중하고 있던 난 눈치채지 못했다. 동굴의 안, 이곳이 녀석의 둥지라는 걸.

끽-!

끽-!

두 마리의 악동 공룡은 재빨리 등껍질에 몸을 숨겼다.

날카롭게 돋아난 손톱으로 툭툭 건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새끼들 설마.”

직접적으로 몸이 닿자 녀석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아니, 녀석들이 먼저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이건 교감이라기보다 일방적인 약올림이다.

녀석들은 등껍질 안에서 키득거리고 있었다.

“유인한 거야?”

교활한 거북이 새끼들!

녀석의 둥지엔 공룡들의 사체가 즐비했다. 기이한 건 ‘알껍데기’도 많았다는 것이다.

최강의 육식 공룡이라고 하더라도 먹다 남긴 사체가 이토록 많다는 건 부자연스럽다.

더군다나 알껍데기이라니, 티라노가 배고프면 다른 공룡의 알도 먹었겠지만 둥지까지 가져오진 않았을 거야. 분명 녀석이 모두 사냥한 게 아닐 것이다.

악동 공룡은 날 육식 공룡의 둥지로 유인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렇게 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티라노에게 잡아먹히길 유도하는 것.

‘악동 공룡, 분명 공룡 사체를 주워 먹는 청소꾼이라고 그랬지.”

녀석들이 가진 영리하고 교활한 사냥법에 대하여 깨달았다.

아마 악동 공룡은 다른 공룡의 알, 새끼를 훔쳐 이곳까지 어미 공룡을 유인했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포식자’들에게 일부러 쫓겼던가.

동물의 생태계에선 사냥을 위해 자기보다 더 강한 포식자를 이용하는 사냥법이 드문 건 아니나, 공룡에게도 있을 줄은 몰랐다. 녀석들은 발은 빠르나 다른 공격 수단은 전혀 없었다.

교수에게서 장비를 빼앗아가긴 했으나 사실 당황하지 않았다면 쉽게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녀석들은 확실히 성인 남성보다 약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장님은 녀석들에게 천적이 없다고 하였다.

난 ‘녀석’이 내게 시선을 돌리기 전에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미 녀석은 내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저 흉포한 본성을 드러내기 전에 날 탐색하는 것일 뿐이다.

쿵!

한 발자국, 가까워진다.

악동 공룡들이 녀석의 거대한 발에 밟혔으나 등껍질은 멀쩡했다. 그렇다. 천적이 없는 이유, 녀석들의 등껍질은 육식 공룡이 가진 강력한 턱과 이빨로도 깨부술 수 없기 때문이다.

쿵!

둥지를 침범당한 녀석은 잔뜩 뿔이 났다. 지금까지 육식 공룡들은 생태계 순환에 포함되지 않은 ‘인간’을 무시했었다. 하지만 먼저 우리가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았기에 가만히 둔 것이다. 잔뜩 화난 녀석은 날 잡아먹을 마음으로 가득했다.

난 침착하게 배낭을 열었다.

녀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천천히.

세 개의 봉을 꺼내어, 조립한다.

부디 놈이 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지 않기만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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