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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를 길들이는 방법-189화 (189/258)

# 189화 아, 여왕이시여 (2)

폴리모프. 드래곤이 사용하는 변신 마법이다. 원장님이 무시무시한 날개 달린 도마뱀의 모습을 숨기고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이 마법 덕이다.

상식과 논리를 벗어난 이 힘은 천사소녀 X티처럼 대충 바뀌는 게 아니라 종의 기원을 바꿔 버린다. 그렇다고 마력의 질은 따라 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 개념만 따지면 완전히 바꿔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마법인 만큼 제한이 있었다. 본래 폴리모프 마법은 자기 자신에게만 쓸 수 있다. 하지만 원장님은 내 특수한 체질을 거론하며 그동안의 연구로 날 폴리모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했다.

대신 폴리모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길게 잡아도 4개월이며, 이런저런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했다.

난 당연히 반발하며 그 부작용이야말로 내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역시 쓸데없는 일이었다.

죽지는 않으며 크게 고통스럽지도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말라는 한마디로 내 저항을 일축해 버렸다.

결국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난 잠시 정신을 가출시켜 놓고 기계적으로 일의 내용에 대해서 질문했다.

속으론 하기 싫은 마음이 부글부글 터져 올랐지만 다년간의 경험으로 포기하는 게 이롭다는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원장님은 역시 내 의사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미리 준비한 자료들을 건넸는데, 순전히 날 우딸리깔딸리로 폴리모프시킨 이후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잠자코 자료를 읽어 가던 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숨을 격하게 들이마셔야 했다. 생각만 해도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4개월 동안 인간에 우호적인 우딸리깔딸리 세력들과 지내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자격을 갖추면 되는 일이죠? 참 쉽네요. 우딸리깔딸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저라도 금방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꼼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그러나 원장님은 정말 해맑게 웃으며 ‘역시 내 가디언’이라고 칭찬했다.

처음 들었을 땐 드래곤의 인정이 참 설렜지만 이제 그 칭찬은 더 이상 날 기쁘게 하지 않았다.

“만약 성공하더라도 그 뒤는…….”

걱정되는 건 많았다. 일의 중요도도 그렇고,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뒤의 일도 문제다.

과격한 우딸리깔딸리들은 어떻게 막아 내지? 높으신 인간들은 과연 협상을 체결하여 ‘만만한 계층’을 위한 법적 제도를 만들어 줄까? 애초에 인식이 나빠져만 가는데 종의 갈등을 법적 조치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까?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운다지만 이런 경우는 태초 이후 처음이다. 이종족이 수천 년 역사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잖아.

“인간 측은 내가 어떻게든 해 볼게요. 큰 간섭은 하지 못하겠지만 드래곤의 명함을 접어도 할 일은 많을 테니까요.”

원장님이 말했다.

여왕이 강림하는 곳에, 지구를 무대로 하는 거대한 협상이 시작될 거라고.

“과격한 우딸리깔딸리들은 여왕의 강림에 반응할 테지만,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만큼 여왕이 움직이기 전까진 굳이 나서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다정 씨가 가장 중요해. 여왕에게 제대로 목소리를 전해야 해요. 여왕이 자식들을 위한 심판을 보류할 만큼 큰 목소리를.”

드래곤 스케일에 대해선 항상 기겁하고 겁먹었지만 이젠 확실히 인류 존망을 건 대역(大役)이다. 아직까진 크게 와 닿지 않았음에도 배꼽이 간질간질거리는 게 묘한 불쾌감이 든다. 젠장, 마물 똥 치우는 일이 즐겁지.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방법을 물었다.

“솔직하게 말하세요.”

원장님이 대답했다. 우딸리깔딸리들은 거짓말을 혐오하는 자들이라며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 여왕이 강림하면 인간과 지낼 수 있게 화평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그 외에 조언은 없었다.

비상한 계획도 딱히 없다.

“알았어요. 젠장.”

면전에서 욕을 했지만 원장님은 탓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내 머리 위에 올렸다.

마나가 요동친다. 손바닥으로부터 막대한 힘이 정수리로 흘러들어 온다.

그 후 오랫동안 그렇게 있어야 했다. 대단한 마법도 손짓 한 번에 시전하는 원장님이라도 폴리모프를 펼치기까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옷을 따로 준비할걸 그랬어요.”

난 팬티로 몸을 가리고 원장님을 올려다봤다. 다행히 아침에 갈아입어 냄새는 나지 않는다.

“원장님, 울렁거려요. 주변 모든 게 다 어색해요. 이게 그 불쾌한 골짜기 효과인가? 지독한 악몽을 꾸는 것 같네요.”

단지 1미터 아래에서 본 세상이었으나 난쟁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모든 게 기묘하게 느껴졌다. 어릴 때 살던 동네를 성인이 되고 나서 가면 ‘동네가 이렇게 작았나’ 느끼곤 한다. 반대로 작아지니 ‘세상이 이렇게 컸나’ 싶다.

*

나 또한 그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나, 찾아보니 생각보다 더 그들은 지구에 잘 적응했다. 단순 노동자만이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의 특기를 살린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난 그중 가장 만만한 세력부터 가기로 했다.

인간과 어울리길 원하는 첫 번째 우딸리깔딸리 세력은 놀랍게도 축산업자들이다.

스페인에 ‘카우토소’라는 축산업 회사가 있다. 지금 시대에 보기 드물게 소를 방목해 자연에서 키운다.

카우토소의 신선한 고기와 우유는 최상급 식재료로 유명했다. 소를 방목해서 키우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대전이로 인해 생겨난 변화 중 하나로 이제 가축은 특별한 곳에서밖에 키울 수 없다. 아주 예전에 발의한 법인데, 기억하기로 가축들이 마물을 유인한다는 이유였나?

실제로 마물들이 축사를 습격하는 횟수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자 이제 방목은커녕 개인 축산업자가 축사를 가지지도 못하게 되었다.

이해는 한다. 소는 정말 불쌍한 생물이다. 기이하게도 그들의 육질을 다른 세계의 마물들이 가장 좋아한다. 단비도 그렇고, 포근이도 썩은 소고기를 가장 좋아했었지.

아무튼 여러 기이하고 다양한 복합적인 요소들로 축산업은 많이 제한되었는데, 스페인의 카우토소만은 달랐다.

나도 고기를 먹는 입장에서 고기의 맛을 중요시하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딸리깔딸리들이 축사를 운영한다라. 흐음.”

사타리언, 오크, 드워프와 레프러콘. 그들이 왜 오우거나 우딸리깔딸리들과 달리 ‘사회적 약자’ 종족이 아닐까.

그들의 종족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다만 지구의 산업에 녹아든 덕이다.

사타리언은 제약과 의료, 오크는 전쟁과 보안, 드워프와 레프러콘은 말할 것도 없이 마도구의 생산.

인간은 도리어 필요에 의해 그들을 존중한다.

“카우토소가 스페인 축산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이것도 필요에 의한 존중이겠지.”

궁금했다.

과연 어떻게 우딸리깔딸리들이 스페인 축산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된 거지? 원장님의 자료에 의하면 착취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 거겠지.

이번엔 원장님이 ‘우딸리깔딸리’가 받는 차별을 경험해 보라며 민간 공항을 이용하라고 했다. 난 짐을 챙기자마자 곧바로 스페인으로 향했다.

시작부터 난관이다. 공항 수속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복잡했다. 그리고 불친절하다. 모르는 걸 질문하면 때리기라도 할 기세다. 비행기에 타서도 마찬가지. 내가 버젓이 있음에도 자리가 좁다는 이유로 내 자리에 개인 짐을 놓기도 했다.

스페인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다시 버스로 환승해야 했는데 은근한 차별이 득실거렸다. 하루 전까지 인간으로 있어 봐서인지 차별은 더 깊게 다가왔다. 특히 날 덥석덥석 안아 드는 인간들이 상당히 불쾌했다.

내가 작다고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던가? 동양인이라고 눈을 찢는 인종차별보다 더 심하잖아.

인간인 나라도 인간들을 불신할 것 같다. 난 불쾌함만 쌓인 채 동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카우토소 목장에 도착했다. 난 신입으로 위장 취업해 우딸리깔딸리가 하는 일을 하게 된다.

“환영합니다, 다젤로스님. 카우토소는 처음이신가요?”

“네. 스페인도 처음입니다.”

“괜찮습니다. 지내기에 불편함은 없으실 거예요. 우선 시설부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카우토소 사무실에서 숙소와 시설들을 안내받았다. 목장은 무척이나 넓었고, 이동을 위해선 작은 카트를 타야 했다. 드문드문 우딸리깔딸리들이 보였는데 그들은 서울 도심의 난쟁이들과 달랐다. 맑은 표정. 그들은 원래 저런 기운을 가진 자들이었구나.

목장은 굉장한 시설이었다. 특히 놀란 건 조기 경보 시스템이다. 이곳은 인간이 사는 곳과 떨어져 있다.

대한민국이나 각 나라의 중요 도시엔 체계가 잘되어 있어 갑작스러운 전이 발생에도 쉽게 대처할 수 있으나, 이만한 면적의 대지에서 소를 방목하여 키우다가 마물이 흘러들어 오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전이가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방심할 순 없다.

난 친절한 안내인에게 카우토소의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받았다. 지금까지 전이로 인한 마물들의 습격이 몇 차례 있었으나 모두 무사히 막아 냈다. 대단한 시설이다.

한 차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지났다.

“다르긴 달라.”

배정받은 숙소까지 안내하면서 많은 걸 챙겨 준 인간 안내인은 감명 깊었다. 지금의 내 모습은 다정이 아닌 다젤로스, 미묘하게 천대받는 우딸리깔딸리다. 또한 노동자로 왔다. 하지만 이리 존중해 준다.

킁, 이게 당연한 거겠지만.

난 우딸리깔딸리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과연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며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침대는 우딸리깔딸리를 배려한 듯 높이가 낮았다. 싱글 사이즈이나 나한텐 킹 사이즈로 느껴진다.

“내일부터 알아보면 되겠지.”

*

첫날.

우딸리깔딸리 반장을 만나 우딸리깔딸리들이 작업하는 구역에 도착했다. 이때까진 별 이상한 일은 없었다. 우딸리깔딸리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상식선에 있었고, 반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조언을 들으며 구역에 도착했을 뿐이다.

하지만 도착하고 나서부터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곳엔 소들이 있었다.

눈이 한 개, 뿔이 네 개, 다리가 여섯 개인 소.

반장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뭐냐고.

그는 친절히 대답했다.

아무리 방목 소라고 하더라도 카우토소가 왜 축산업의 일인자가 되었겠냐고. 비밀은 이것에 있었다.

이계와 지구 토종 소를 교배한 새로운 품종의 소.

우딸리깔딸리들은 소지만 소가 아닌 소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으하하. 놀랐나? 우리 카우토소가 값싼 가격에 뛰어난 품질의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이유지.”

반장하곤 친하게 지내야 하지만 도무지 물어보지 않고선 견딜 수 없었다.

“이거 사기 아닙니까?”

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사기 맞지. 킹크랩을 작은 게라고 속여 파는 거야. 으하하. 게다가 분명 명시했다고? 자넨 카우토소산 소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나?”

반장은 품질 관리표라는 걸 보여 줬다. 소고기를 살 때 흔히 보여 주는 표였다. 스페인 소고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알파벳 등급 표시를 하지만 카우토소 소고기는 등급 표시가 달랐다.

그래, 확실히 등급이 다르긴 했다.

하지만 그걸 가지고 어떻게 이계 품종의 소라고 생각해? 사기잖아.

마물을 먹는 지경까지 왔다곤 하지만 소고기의 영역만큼은, 이런 비유는 생명에게 할 표현은 아니지만, ‘순정’이 최고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감춰서 파는 것이다.

“위험하지 않아요? 스페인 식약청에서 가만히 둔대요?”

“식약청? 도시 출신이라더니 이상한 단어도 아는군. 안전해. 오히려 더 건강하지. 병도 안 걸리니까.”

그는 소고기의 품질에 대해서 축산 장인처럼 자부했다.

지금까지 즐겨 먹던 소고기가 사실 이계 품종의 소라니. 꺼림칙하긴 하지만 이제 현대사회에서 윤리를 따질 건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그런데.

반장은 내 표정을 보더니 껄껄 웃으며 스페인에선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했다. 얼마 전에 TV로도 나왔다던가?

하지만 스페인 소고기가 이계 품종이라는 뉴스는 현대사회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국가의 정상이 죽어 나가는 판국인데 소고기를 신경 쓰진 않겠지.

이계 품종과 교배한 새로운 종은 오로지 우딸리깔딸리들만 키울 수 있다고 했다.

확실히 이 소들은 평범한 지구의 소와 달랐다. 보통 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절로 푸근해진다. 한국의 황소들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다. 결국 먹힐 걸 알면서도 평생 밭을 갈지. 착한 녀석들이야(슬프게도 맛있는 게 죄라고, 예전엔 나도 소고기만큼은 먹지 않았으나 이젠 즐겨 먹는다).

하지만 이 소들은 다르다. 사납다. 호랑이와 같다. 아니, 극심한 다혈질이다. 이계 품종의 어떤 소와 교배했는지는 몰라도 성질 더러운 놈과 교배한 것 같다.

“위험해요!”

목소리를 읽던 난 그중 하나가 갑자기 홱 돌아 날카로운 뿔을 들이밀며 우딸리깔딸리 직원에게 덤벼들려고 하는 걸 눈치챘다. 즉각 경고했으나 우딸리깔딸리들은 태연하기만 했다.

반장이 말했다.

“보기나 하게. 인간들이 왜 이놈들을 키우지 못하는지.”

우딸리깔딸리 직원 한 명이 제 몸만큼 큰 깃발 한 기를 들고 나섰다. 덤벼드는 거대한 덩치의 소에 비해 맞서는 자는 너무 작았다. 짓밟혀 죽는 상상만이 떠오른다.

마침내 거친 소의 뿔이 그를 무참히 꿰뚫으려고 했을 때, 그는 이미 소의 등에 올라탄 후였다.

그러자 우딸리깔딸리들이 박수를 쳤다. 대단히 위험해 보이지만 마치 운동경기를 보는 듯 그들은 갈채를 보냈다.

“잔인해 보이나?”

표정을 찡그리고 있자 반장이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녀석들은 지구의 소에 비해 모든 게 다 뛰어나지만 한 가지 고약한 버릇이 있지. 스트레스에 취약해. 며칠에 한 번 저처럼 분노할 때 어울려 주며 싸워야 하지. 녀석들에겐 이게 놀이야.”

인간들이 못 하는 것, 이런 거였군.

“스페인에서 투우사들은 존경받는 전사들이지. 그래, 우리는 모두 전사야.”

사실 모든 연관 관계가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투우와 스페인, 품질 좋은 소, 이계의 품종과 우딸리깔딸리. 이 괴상한 조합이 결국 우딸리깔딸리들을 스페인 사회에 녹아들게 했다는 거잖아.

구우우우!

“이놈이?”

목장 한 채당 살고 있는 소는 수십 마리.

“이런! 주기는 조율했는데 어찌 된 일이지?”

한 마리를 시작으로 갑자기 모든 소가 날뛰기 시작했다.

[단비야, 참아.]

이유는 나 때문이다.

정확히는 잠에서 깨어나 군침을 흘리는 단비의 살기 때문에.

“다른 작업자들도 모두 데리고 와!”

반장은 의외의 상황에 당황했지만 곧 대처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딸리깔딸리들도 황소보다 두 배는 큰 성난 수십 마리의 소를 감당하기엔 버거워 보였다.

맞다. 인간들은 이 작업을 감당하지 못한다. 물론 못 할 것도 없다며 능히 해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이곳에 있는 우딸리깔딸리들은 모두 제 덩치의 몇십 배나 되는 소에게 맞서지만 겁이 없었다.

하지만 우딸리깔딸리들도 못 하는 게 있다.

“휴우.”

난 한숨을 쉬며 난장판 사이로 걸어갔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와, 내가 목장주면 난리도 아니겠네.

하지만 키운 소와 돼지, 그것도 목소리를 들어 가며 친구처럼 지낸 녀석들을 고기로 판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못 했었다.

[날 봐.]

날뛰는 소들, 그 사이에서 난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녀석들은 깨달을 것이다.

구우.

“괜찮나?”

“엥? 왜 이래?”

“반장님! 벌써 풀렸는데요?”

“이상하군. 몇십 분은 뛰어다녀야 하는데.”

눈이 뒤집어진 채 분노하던 소들이 갑자기 ‘샤이’해졌다. 커다란 눈망울이 반짝거리는 게 마냥 귀엽기만 하다. 강아지보다 더 순해진 녀석들은 우딸리깔딸리들을 혀로 핥기까지 했다.

간단한 이치다.

분노 조절을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분노 조절을 하게 만드는 상대를 마주하는 것. 직접 겪어서 잘 알지.

구우우.

녀석들은 안절부절못하며 내게서 멀어지려고만 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니 냅다 엎드려 배를 깐다. 아니, 자기가 진짜 개인 줄 아나.

녀석들의 눈엔 내가 세상을 삼키는 마왕 정도로 보였겠지. 으하하.

난 우딸리깔딸리들 특유의 웃음소리를 따라 하며 웃었다.

투우사를 전사로 존경한다라, 첫 번째 일은 쉽게 풀릴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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