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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화 〉[3권] 98회 - 해결사 (98/188)



〈 98화 〉[3권] 98회 - 해결사

피카니는 동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가워서 힘들었다. 간신히 다시 만났는데도 안부를 묻거나 반가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카르델은 그렇다 쳐도 아비투스마저도 벌레 보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포드는 대체 저들이 왜 이러는지 영문을 몰라 당황했다.

“무슨 문제 있나?”


아무도 나서서 대답하지 않았다. 피카니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 괜히 바깥을 살피는 시늉을 했다. 하딘은 미뤄두었던 무언가가 속에서 터지려는 걸 억누르고 화제를 돌렸다.

“아자리아는?”

이번에는 카르델과 아비투스가 표정을 굳히고 하딘의 시선을 피했다. 하딘은 속에서 끓고 있던   억누르고 한숨을 쉬었다.


“됐어. 말 안 해도 알겠으니까.”

하딘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전에는 못 봤던 사람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톤토요?”

톤토가 손바닥을 보이며 답했다.


“바오.”


“뒤에 타.”


“생명을 죽이기는 쉽지만 살리기는 까다롭지.”


톤토는 기다렸다는 듯 뜀틀을 타듯 말 위로 가뿐히 올라갔다. 뒤에 탄 사람이 자기 옷을 단단히 붙잡자 하딘은 일행들에게 미리 그려둔 약도를 건넸다.


“다음 집결지다. 내가 오기 전에는 나대지 말고 사리고 있어.”


약도를 받은  아비투스였으나 하딘의 시선과 말이 향하는 곳은 피카니였다. 그들이 떠나려 하자 레오포드가 말을 던졌다.


“타티아나 양에게 안부 전해줘.”

“곧 여기로  거야.”

레오포드와 늑대는 톤토의 말에 같이 눈썹을 들썩였다. 곧 말에 탄 두 사람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조용하고도 무거운 시간을 겪어야 했다. 피카니와 두 군인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레오포드 때문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아비투스가 건조한 투로 운을 떼었다.


“따라와. 집결지로 가기 전에 기관총부터 옮겨야 해. 히콕하고 마담도 거기 있어.”


그들에게 걸음을 맞춰주면서 레오포드가 기가 찬다는 투로 말했다.


“조심하라는 뜻으로 알려준 건데 그걸 가져왔나?”

카르델은 터덜터덜 팔을 흔들었다.

“전장에 비하면 대단치도 않아. 어쩌다 최신형 기관총이 저기 간 거야? 강도당했나?”

“나중에 주둔지의 병참 담당관을 심문해보게.”

카르델과 아비투스는 혀를 찼다. 가만히 있기만 뭐했던 피카니는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우리한테 기관총이 있다고요?”


카르델이 계속 말했다.


“그래 우리가 군가로도 허벌나게 자랑하던 그 맥심 기관총. 방금 그걸 도심지에서  갈겼지. 갱단 시절에 죽인 것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한 번에 갈려 나가더라.”


“본토에 알려지면 영창으론 안 끝나겠지.”


아비투스가 다른 사람 일처럼 말했다. 주변에 위험한 기색은 없었다. 공원에서 일어난 난리 때문에 사람들이 저쪽으로 몰린 덕이다. 피카니는 레스 일행에 관한 걸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목을 가다듬고 카르델에게 말을 걸었다.

“카르델 캐시디.”

“뭐야 닭살 돋게 갑자기 내 이름을 왜 불러.”

뭔가 얘기를 풀어놓을 거라는 조짐을 느끼고 일행은 걸음을 멈췄다. 주목이 자신에게 쏠리자 피카니는 마른 침을 삼키고 말했다.

“탐 캘러헬에 대해서 압니까?”


“왜 묻는지 모르겠는데 알긴 알지 피해자로서.”


“피해자로서?”


표현이 의미심장해서 피카니가 눈을 가늘게 떴다. 카르델이 레오포드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냥 댁이 말해.”

레오포드는 입가를 씰룩이다가 발을 움직였다. 어쩌다 보니 일행은 자연스럽게 그를 앞장세우고 따라가는 구도가 됐다. 그의 자신 있는 태도를 보고 갈 길은 아는 거냐고 굳이 묻는 사람은 없었다.


“나하고 친구들은 각자 전문 분야가 있어. ‘마담’은 오랜 세월 축적된 인맥으로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자잘한 뒤처리를 맡아. 나하고 슌카와칸은 당장 급하게 쫓아야만 하는 대상이 있을  나서고. 캘러헬은 우리가 만든 판을 마무리하지.”

아비투스가 말을 받았다.

“즉 핑커튼에서 가장 잘 싸우는 사람입니까?”

“최대한 압축하면, 맞아.”


카르델이 순서를 받았다.

“그래서 그 사람 이야기는 왜 나온 건데.”

“레오포드 씨가 말하기를 그 친구들한테 캘러헬이 갔다고 합니다.” 피카니가 말했다.


일행들은 갑자기 여태껏 들리던 발소리가 줄어서 뒤를 보았다. 카르델이 쥐고 있던 총까지 땅에 내려놓고 자기 머리를 감싸 쥐며 웅크리고 있었다. 대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그는 몸을 추슬렀다. 카르델이 눈동자를 떨면서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하나 들어 올렸다.

“그놈 혼자야?”

피카니와 아비투스는 영문을 몰라서 레오포드를 바라보았다. 레오포드는 잠깐 대답을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내가 같이 오라고 했네. 오늘이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좋아. 나중에 나타날 거 같으면 언질 좀 줘. 땅에 얼굴 박게.”

카르델이 머리를 흔들고 몸을 추스르자 아비투스가 물었다.

“대체 뭐가 문제야?”

“떠올리게 하지 마.  아직도 그것들 때문에 악몽을 꾼다고!”


같이 지낸 시간이 길지는 않았으나 피카니는 그가 지금보다 공포에 몰린 걸  적이 없었다.











레스 일행은 순식간에 공원을 나왔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켈러헬이 안내해준 방향으로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당장은 쫓아오는 기색도 없었다. 자신들이 겪은 혼돈이 거짓말로 느껴질 정도로 조용한 밤거리였다. 비록  조용함이 평화로운 조용함은 아니지만 어쨌든. 유일한 위협은 걸어가는 내내 캘러헬이 부르는 노래였다.

“튀긴 양파가 좋다네. 튀긴 양파가 맛있다네. 맛있어서 하나만 먹으면 우린 사자가 된다네.”

샤카자이아가 친구들에게 속삭였다.


“대체 무슨 노래냐 저거?”


“모르는 가사지만 느낌이 군가 같네요.”

아자리는 아까 귀가 먹었던 쪽을 손으로 탁탁 때려서 원래대로 돌아온 걸 느꼈다. 그녀의 지팡이 덕분이다. 그들은 도로 한복판에 있었다. 아까 싸울 때 여기까지 영향이 닿았던지 주변의 가로등 대부분이 고장 나 있었다. 켈러헬이 발을 멈추고 일행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이제부터 레오하고 만날 생각이었는데 그랬다간 골든아워를 놓칠 거야. 일단 내 집으로 향해도 괜찮을까? 거기에 의약품도 있어.”


레스는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정신이 몽롱했다. 대답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그들의 표정을 보고 켈러헬은 다시 걸었다. 잠시 뒤에 샤카자이아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쫙 빠져.”


아자리가 대답했다.


“저도 그래요. 마법의 시간이 끝났네요.”


지금까지 억지로 무시해왔던 피로가  여자에게 한꺼번에 몰려왔다. 켈러헬은 들려오던 발소리가 더뎌지는  눈치채고 생각에 빠졌다. 그대로 주변을 살피다 그가 무언가를 찾아냈다.

“저것 좀 빌려야겠군.”


공원 근처에는 곳곳에 인력거가 놓여있었다. 켈러헬은 들고 있던 유탄발사기를 외투의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 인력거에 매여있던 쇠사슬을 고무줄 뜯듯 맨손으로 부숴버렸다. 아자리와 샤카자이아는 방금 자신들이 본 게 뭐였는지 이해가  돼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어리둥절하고 있는 일행을 향해 켈러헬이 외쳤다.

“어서. 2인승이지만 그쪽 아가씨는 작으니까 딱 되겠어.”


나쁜 의도는 없었겠지만 아자리는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조금 상했다. 어쨌든 그들은 지시에 따랐다. 레스는 샤카자이아와 켈러헬의 부축을 받고 앓는 소리를 내며 인력거에 올랐다. 그의 바로 옆자리에 샤카자이아가 앉았고 두 사람 사이에 아자리가 비집고 들어갔다. 레스가 맥 빠진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밖에 없냐?”

다  남자랑 다  여자 사이에 어린아이가 끼어있으니 꼴이 딱 나들이 나온 가족이었다. 아자리하고 샤카자이아는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 켈러헬은 앞으로 가서 인력거를 끄는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그때 거리 저편에서 거친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샤카자이아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자동차 소리 같은데.”

일행들은 나란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랬다.


“꽉 잡아!”


켈러헬이 그렇게 외치고 인력거를 끌자 좌석에 있던 일행들은 목이 뒤로 휙 젖혔다. 그 반동으로 아자리는 모자가 벗겨져서 샤카자이아가 잡아주지 않았으면 잃어버릴 뻔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어찌나 강한지 달리는 열차 지붕에 매달리는 기분이었다.

“왜 갑자기 너하고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지?”

친구들이 정색하고 있는 와중에 레스가 홀로 몽롱한 목소리로 꿍얼거렸다. 아자리도 불현듯 며칠 전에 모터바이크를 몰았을 때가 생각나려 했다. 자동차는 아직도 그들 한참 뒤에 있었다. 아직 자동차들의 성능이 대단치 않은 덕도 있지만 캘러헬의 인력거가 조금  빨랐다.


운전사가 약이 올라서 페달이 부서지도록 밟자 거리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말을 타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자리는 그들의 옷차림하고 인상들이 눈에 익어서 파스낙의 친위대라는  바로 알았다. 분명 레스가 쏜 총에 맞았을 텐데 멀쩡했다.

아자리가 외쳤다.

“캘러헬 씨? 재촉하기는 싫은데 저 사람들 총을 꺼내고 있어요.”


“괜찮아.”


그는 숨도 안 차는지 차분하게 대답했다. 체력이 뛰어나다는 말로 표현할 수준을 초월해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쫓아오는 사람들이 쏘기 시작했다. 자세를 낮춰서 숨고 싶어도 자리가 꽉 찬 인력거 위에서 숨을 곳은 없다. 총알들은 멍하니 있는 일행들 코앞에 멈추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휘어졌다. 샤카자이아가 아자리에게 물었다.


“방금 네가  거지?”

“아뇨. 그러려던 참이었는데요.”


일행들은 약속이라도 한  뒤쪽에 놨던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캘러헬의 어깨에 뭔가 올라타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환하게 빛이 나는 조그마한 사람이었다. 동그랗고 큼직한 까만 눈자위에 하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띄었고 누에나방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머리카락이 붓털처럼 단정했다. 등에도 누에나방의 것과 닮은 투명한 날개가 달려있었다. 양손으로 감싸 쥘 수 있을 만큼 조그매서 나이를 추측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으나, 아무튼 그들의 눈으로는 어려 보였다. 신체 비율하고 인상이 그러했고 걸친 옷도 반바지에 아동용 정장이었으니까. 소년처럼 보였고 또 소녀처럼도 보였다.

아자리가 뒤늦게 깨닫고 외쳤다.

“페어리?!”

얼이 빠지고 눈이 휘둥그레진 그들을 향해 페어리가 양팔을 크게 흔들어서 인사했다. 샤카자이아가 가장 놀라서 그녀는 턱까지 떨구고 입을 가리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경악하는 게 아니라 감탄하고 있었다. 입을 가리는 것도 환호성이 나오려는 걸 참기 위함이다. 레스가 다짜고짜 물었다.


“저거 뭐야?!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탐정에게 동반자는 필수!”

캘러헬은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경쾌하게 답했다. 페어리가 뜬금없이 자기 몸집만 한 푯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어디에서 꺼낸 건지는 코앞에서 보고도 아무도 몰랐다. 푯말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데 글자를 못 읽는 샤카자이아가 아자리를 빤히 바라보자 그녀가 대신 소리 내서 읽어주었다.


“아주 기초적인 클리셰.”

“무슨 뜻이야?”


“설명하기 복잡해요.”

아자리는 어째서인지 싸우면서도 느껴지지 않았던 두통이 나려고 했다. 추격자들은 그들이 정신을 판 사이에 더 늘어나 있었다. 파스낙의 친위대들이 페어리를 보고는 앞다투어서 외쳤다.


“역시 같이 왔었어!”


“있다고! 여기 있어!”


“어떻게 합니까?!”

말을 타고 계속 달려왔던 우두머리 총잡이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멈춰! 포기해!”


우두머리 총잡이와 그의 부하들은 쫓는 걸 멈추고 모였다. 자동차는 그의 지시를 듣지 못했고 또 소속도 달랐기에 계속 레스 일행을 따라갔다. 총잡이 중 하나가 점점 멀어져가는 인력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대로 돌아가면 파스낙이 우릴 가만두지 않을 텐데.”


우두머리 총잡이가 말했다.


“지금  둘을 상대하고도 곱게 죽을 수나 있을  같아? 특히 우리가?”

“물론 아니지.”


다른 총잡이가 끼어들었다.


“내 생각엔 슬슬 빠질 때가  거 같아.”

다들 뜸을 들여서 생각하다가 이내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기색이 일렁였다.

“확실히.”

“파스낙 밑에서 재미 많이 봤지만 뼈까지 묻을 수는 없지.”

“벌써 용사까지 나타났는데 그다음에 뭐가 나타나겠어?”


“괜히 간 보지 말고 일찍 빠져야 해.”

우두머리 총잡이가 헛기침으로 시선을 끌고 말했다.


“고양이가 풀려났다.”

부하들 모두 침 뱉거나 한숨을 쉬는 등 탄식을 참지 못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안단시움 전부 모아와. 어차피 결판을 내기는 해야 했어.”

인상을 구기는 그들 옆으로  다른 자동차가 지나갔다.

레스 일행은 아직도 자동차에 쫓기고 있었다. 자동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계속 총을 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대로 내버려  수는 없으니 레스는 쏠 준비를 했다. 왼손으로 오른쪽에 있는 총집에서 총을 꺼냈으니 자세가 불편하고 시간도 걸렸지만 겨우 뽑아서  뒤를 겨눴다. 아자리가 물었다.

“왼손인데 괜찮겠어요?”

“난 원래 왼손도 써. 오른손보다는 느려서 그렇지.”

듣고 보니 예전에 레스가 자신은 거의 양손잡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레스가 계속 겨누기만 하다가 옆을 흘겨보면서 말했다.


“흔들리지 않게 잡아줄래? 아무래도 왼손이다 보니….”


아자리하고 샤카자이아가 팔을 뻗어서 그의 몸과 허리를 잡아서 눌러주자 레스는 쏘았다. 타이어가 터지는 순간 여태껏 무리해서 속력을 올렸던 자동차는 순식간에 방향이 틀어져서 도로를 벗어나 상점에 들이박았다. 추격자가  보이자 캘러헬은 끌고 다니던 인력거를 멈추고 숨을 돌렸다. 그가 땀 한 방울 하나  흐르는 이마에 소매를 훔쳐서 땀을 닦는 시늉을 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추격자들을 향해 캘러헬이 손가락질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하! 나의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올바른 승객들에게 무릎 꿇으라고 바보들!”


페어리는 캘러헬의 바로 머리 위에 우뚝 써서 팔짱을 끼고 으스대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무슨 뜻이야?”


샤카자이아가 아자리하고 레스를 번갈아 보면서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둘 다 골이 아파서 얼굴을 감쌌다. 그런데 캘러헬이 손가락질을 하던 방향에서 다른 자동차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레스 일행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캘러헬은 앉으라고 손짓했다.


“잠깐만.”

손짓한 그의 팔을 따라 페어리가 달려가다가 도움닫기를 해서 그들에게 날아갔다. 페어리가 레스에게 붙어서 다친 곳에 손을 대자 형광물질 같은 묘한 불빛이 깜빡였다. 한편 자동차는 코앞까지  있다. 차의 속력이 줄지 않는 걸 보아 근처에서 멈추지 않고 이대로 그들을 치어버리려는 거 같다. 캘러헬은 맞서 걸어갔다.

아자리는 그가 전에 봤던 비밀 권총이나 다른 무기를 꺼낼 거라 예상하고 지켜봤는데 캘러헬의 손은 꿈쩍도 안 했다. 그 대신 다리를 쳐들었다. 자동차에 치이기 직전에 캘러헬은 쳐들었던 다리를 내리찍었다. 눈 하나 깜빡일 정도의 순간에 수많은 파괴의 순간과 소음이 겹쳤다. 캘러헬의 발에 찍힌 자동차 보닛은 엔진까지 통째로 부서지고 앞바퀴가 있는 쪽이 도로에 파묻혔다. 관성 때문에 자동차 뒤쪽은 수직으로 치솟았다. 그가 보닛에 박힌 발을 뽑아버리자 자동차의 뼈대가 일그러지면서 앞유리창에 금이 갔다. 돌 부서지는 소리와 금속이 휘어지는 섬뜩한 소리가 가라앉을 즈음에 자동차 뒷부분이 땅으로 떨어졌다.


아자리가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카우보이?”

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옆으로 저었다.


“그래. 아니.  사람은 뭔가 달라.”

레스의 어깨에 페어리가 시치미 뚝 떼고 표정 없이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었다. 반쯤 부서진 자동차에서 사람들이 나오려 하자 캘러헬은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버리고 다시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지 않도록 주먹질로 때려서 그들을 가둬버렸다. 그사이 뒷좌석에 있던 사람들이 부서진 유리창을 넘어서 달아나고 있었다. 캘러헬이 쫓아가자 샤카자이아는 순간 동정심이 들어서 그만 봐주자고 말할 뻔했다.

달아난 사람들은 무작정 코앞에 있는 상점의 유리창을 깨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빵 가게였다. 캘러헬이 그들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싸우는 소리가 났다. 총성이 몇 번 들리고 사람들의 비명이 처절하게 울렸다.  캘러헬은 피로 물든 바게트를 들고 돌아왔다. 표면이 조금 부서져 있었다.


“깔끔하지 못해서 미안. 현장으로 돌아온 건 오랜만이라 익숙지가 않아.”


“괜찮아요.”

샤카자이아는 아주 자연스럽게 공용어를 발음했다. 캘러헬은 입가를 가렸던 스카프를 내리고 상어처럼 삐죽한 치열을 크게 벌려 바게트를 한입 크게 베어먹었다. 물도 없이 와그작와그작 씹으면서 그는 다시 인력거의 손잡이를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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