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5권] 162회 - 공포의 샌드위치
식사 시간에 레스는 누군가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반쯤 넋을 놓고 생각 없이 식사했던 그는 그 말을 듣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물었다.
“방금 뭐라고?”
“괜찮은 거야?”
살짝 텁텁하게 들리는 억양과 걱정하는 목소리로 몸집이 거대한 흑인이 레스에게 말했다. 흑인은 막 모닥불 위에 올려놨던 주전자를 치우고 프라이팬을 올리려던 참이었는데 몸집과 손이 너무 커서 프라이팬이 접시처럼 보였다. 근육들 때문에 셔츠가 주름 없이 팽팽했고 소매를 걷은 팔뚝의 상박근은 돌덩어리 같았다. 삭발한 머리에 깔끔하게 면도 된 입가, 구릿빛 피부와 거대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눈은 동그랗고 눈동자는 깊은 호수만큼 잔잔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푸른빛을 띠어 그리 험상궂어 보이지는 않았다.
레스는 씹던 걸 삼키고 대답했다.
“괜히 그런 걸 왜 물어?”
“방금까지 건빵 2인분을 물 한 모금 없이 먹고 있었어. 눈빛은 완전히 죽어버렸고. 물을 아끼면서 밥 먹는 습관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잖아.”
레스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속이 더부룩하고 텁텁한 기분이 들었다. 침을 삼키려고 했는데 입안이 바짝 말라서 쓴맛만 났다. 그는 겸연쩍어하는 표정을 짓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 양반보다는 괜찮겠지.”
“틀린 말은 아닌데 왜 저놈 입으로 들으니까 이상하게 들릴까.”
레스가 가리킨 방향에 있던 금발 머리 사내가 누운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구시렁거렸다. 턱부터 목까지 자라난 수염들은 잡초처럼 하관을 모조리 덮어버렸고 뒤로 넘긴 머리카락들은 햇볕에 빛이 바래 모래처럼 색소가 희박했다. 처진 눈꼬리에 수평선을 그리는 눈썹과 뾰족한 턱, 홀쭉한 볼살에 뚜렷한 이목구비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묘한 결과물을 이루었다. 게을러터진 들개가 잠기운이 없는데도 낮잠을 자려고 뒹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저 얼굴과 표정을 보면 되리라. 사내는 팔에 댄 부목을 고쳐잡으면서 또 구시렁거렸다.
“난 총알 한 번 맞고 마차에서 한 번 떨어졌다가 팔 한 번 삐끗하고도 아직도 죽을 거 같아. 그런데 넌 하루 만에 한쪽 팔이 박살 나고, 총알을 몸에 모아 담은 채 상공 백 미터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달리는 열차에서 올가미에 묶여서 떨어지고, 자기 몸에 칼까지 박아넣고 고양이한테 냥냥 펀치까지 두들겨 맞았는데 어떻게 일주일 만에 일어났냐?”
“현대 의학의 힘이겠지.”
레스는 투덜대다가 흑인이 친절하게 내민 머그잔을 받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머그잔에는 김이 피어오르는 차가 담겨 있었다.
“고마워 아비투스.”
“도움이 필요하다면 뭐든 말해. 말 안 해주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거든.”
레스는 상대와 눈을 마주치면서 잠깐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왜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딱히 눈썰미가 좋지 않아도 그쪽이 고민을 속에 눌러 담으면서 지내던 거 훤히 보여. 나야 대위님의 부하고, 넌 우리 포로지만 그래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는 아비투스의 말을 듣고 입가만 이상하게 비틀었다.
“마음 써주는 건 고마운데 뭐가 필요할지 나도 몰라.”
아비투스는 길게 콧김을 내쉬고 프라이팬을 불 위에 올리고 근처에 놔둔 기름종이로 감싼 고깃덩어리의 포장을 한 장씩 벗겨냈다. 그리고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고깃덩어리를 군용 대검으로 얇게 도려내면서 조각을 팬에 떨구고 주걱으로 기름 덩어리를 휘휘 저어 팬에 둘렀다.
“저쪽 산의 허리에 구름이 낀 걸 보니 오늘은 추울 거야. 든든하게 먹어둬.”
누워있는 사내가 아비투스를 향해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던졌다.
“나보다 포로가 먼저냐? 내 걱정은 안 해?”
“지렁이처럼 흙에서 양분을 빨아들이고 알아서 살 텐데 뭐하러. 말 나온 김에 오늘 하루는 반쯤 파묻어줘야겠다. 내일 아침에는 그 잔디밭 같은 수염에 새싹이 날지도.”
지극히 일상적인 어투로 아비투스는 대꾸했다.
“내가 지렁이면 너는 빅풋이나 새스콰치다. 언젠가 괴물 사냥꾼한테 잡혀서 콱 죽어버려.”
“면도 좀 하라는 뜻이야 얼간아. 더럽다고. 그리고 바다에서 온 빅풋이나 새스콰치는 없어 카르델. 넌 바다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비투스는 대검 끝에 꽂아둔 고기 조각을 직화로 그을리고 카르델의 얼굴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카르델은 목의 힘으로 머리를 한 번 들썩거리고 입으로 칼에 꽂힌 고기 조각을 낚아채고는 질겅거렸다. 레스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말을 툭 던졌다.
“그쪽은 서로 알게 된 지 얼마나 됐어?”
아비투스가 팬에 올린 고기들을 주걱으로 뒤적거리면서 말했다.
“전쟁이 터지고 나서 반년 뒤에 만났으니 거의 4년이지. 대위님하고는 전쟁이 나기 전부터 면식이 좀 있었어.”
레스는 불이 타는 소리와 고기가 지글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뜸을 들이다가 물었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에는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지?”
“조각배를 타고 작살과 그물로 물고기를 잡았어. 그런데 해가 지날수록 어획량이 점점 줄어갔지. 왕국에서 온 고기잡이배가 우리가 사는 섬으로 오기 시작했거든.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적어졌고 먹여야 할 식구는 너무 많았어. 나 말고 다른 형제가 둘에 누이가 셋, 부모님은 물론 증조할아버지까지 집에 계셨으니. 어느 날 왕국에서 군인들을 모집한다더군. 입대하면 집에 입 하나 줄일 수 있었고 월급도 고기잡이보다 훨씬 좋아 보였어. 그리고 난 장남도 아니었지. 그렇게 살던 섬을 떠나 군복을 처음 입었던 게 벌써 10년 전이야.”
아비투스는 팬의 손잡이를 붙잡고 요령 좋게 손목의 힘으로 팬을 크게 들썩 올려서 내용물들을 한꺼번에 가지런히 뒤집었다. 텅. 치이이익.
“난 언제나 가족이 많으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했어.”
아비투스는 레스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설명하기 어렵군. 나한테는 당연한 공간이었으니까. 그래도 가족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해. 원수 같은 자매도 있고 원수 같은 형제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없이 혼자는 너무 끔찍하잖아. 그런 운명은 상상하기조차 싫군.”
“그런가.”
표정 없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레스를 향해 아비투스가 꼬챙이에 다 익은 베이컨을 꿰어서 내밀어줬다. 때마침 요리하는 냄새라도 맡았는지 하딘과 루나, 피카니, 타티아나가 모닥불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차례대로 익숙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아갔다. 카르델과 아비투스 사이에 안장을 놓고 의자 삼아 하딘이 삐딱하게 앉으며 레스에게 물었다.
“아비투스가 옛날이야기를 하던데 웬일로 자네가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가졌나?”
“심심해서. 요즘 거의 말을 안 했더니 턱이랑 혀가 굳어서 아픈 참이기도 하고.”
루나가 레스의 바로 옆에 앉으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마음의 상처는 사람을 통해서 고쳐야 하거든요. 비록 외상을 영영 고치지 못하더라도 시도와 과정만으로도 많은 결실이 있답니다.”
“그냥 심심했을 뿐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어? 그거 제게 주는 거예요?”
루나는 레스가 내민 베이컨이 꿰인 꼬챙이를 받으면서 눈을 크게 떴다.
“이거 전에 건빵을 너무 먹어서. 바싹하게 잘 구워졌네요.”
아비투스는 다른 고기 꼬챙이를 먼저 하딘에게 전하고 그다음으로 피카니에게 건넸다. 피카니는 가장 구석지고 불빛이 안 닿는 어두운 자리에 앉아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마차 짐칸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타티아나에게도 고기 요리가 전달됐다. 위치상 그녀는 레스의 등 뒤에 있었기에 잠깐 그것 때문에 레스가 옆으로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한동안 서로 말없이 식사에만 열중하다가 하딘이 누워있는 카르델에게 말을 걸었다.
“상태는 어떠냐?”
“총 맞은 데는 그냥저냥이고. 팔은 제대로 쏠 수 있을 만큼 회복되려면 더 걸리겠구먼요.”
루나가 꼬챙이를 불가에 가까이 대면서 말했다.
“확실해질 때까지 부목은 풀면 안 돼요. 특히 저희는 지금 객관적으로도 영양소를 고루 챙겨 먹는 상태도 아니니까요. 지금 식단이 계속되면 저희는 근대 시대의 해군이나 선원들처럼 영양 결핍과 괴혈병으로 죽을 거예요.”
카르델이 주먹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 올리면서 반응했다.
“옳은 말 하셨습니다. 특히 저희에게 부족한 게 있죠. 알코올! 염병할 맥주 한 병이면 당장이라도 누구 모가지 하나는 맨손으로 따올 수도 있겠어! 이대로 내가 죽게 되면 내 묫자리에 ‘게리 페니 에일’이랑 같이 묻어줘. 라거는 안 돼! 특히 아카수스산 말 오줌이랑 같이 묻었다간 귀신으로 살아나서 쫓아올 줄 알아.”
카르델은 소리를 지르면서 배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윗몸이 저절로 벌떡 올라갔다. 하딘이 카르델의 입에 베이컨을 하나 던져주면서 주면서 말했다.
“우리나라 맥주가 어때서?”
그는 순식간에 입안에서 베이컨을 분쇄해서 삼키고 아주 격정적인 태도로 웅변했다.
“어쩌면 대대로 용사들이 튀어나올 수 있었던 비결도 거기에 있는 걸지도 모르죠. 아무거나 처먹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가 단위로 진화한 거라고요. 진화론에도 그렇게 나오지 않습니까 마법사님? 나약한 놈들은 도태돼서 대장 같은 개체만 남은 거죠.”
루나는 게슴츠레 눈을 뜨면서 고개를 저었다.
“카르델 씨가 방금 진화론을 언급하셨는데, 자연계에서는 아무거나 잘 먹는 개체보다 오히려 맛을 제대로 구분하는 개체일수록 생존율이 높아요.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대위님과 저의 조국은 식사에 공들이는 걸 가식으로 여기는 쓸데없는 문화가 있기는 해요.”
“들었죠?! 우리 중에서 제일 가방끈 긴 사람도 저렇게 말하잖아요! 그것도 같은 나라에다가 같은 귀족 출신이!”
레스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 상황이 왠지 재밌어져서 한쪽 무릎을 세우고 거기에 팔을 걸치면서 편하게 자세를 잡았다. 그러다 뜬금없이 인기척이 느껴져서 옆을 흘겨보니 타티아나가 쪼그려 앉아 양손으로 턱을 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타티아나가 그의 시선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다.
“루나 씨는 참 특이한 사람이야. 엄연한 종교인인데 진화론을 부정하지 않잖아. 안 그래?”
“난 진화론 몰라.”
레스는 대충 대꾸하고 다시 상황에 집중했다. 카르델의 웅변과 루나의 증언이 하딘의 정신적 자부심을 건드렸는지 루나를 향한 그의 말투에 필사적인 기색이 서리기 시작했다.
“마법사님. 엄연한 조국의 문화잖습니까. 분위기 띄워주려고 맞춰줄 필요 없습니다.”
루나가 여태껏 보인 모습 중에서도 손꼽히게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대위님. 다른 나라에서 식사해보신 적 있나요? 민간 지역에서요.”
하딘의 눈빛과 표정에서 자신감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민간인 신분으로? 어…. 아뇨.”
“그냥 굽거나 삶거나 날로 먹거나 데치는 것 말고 다른 거 드셔본 적 있나요?”
“아뇨.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도 요리할 줄 압니다. 예전에 제가 직접 잡은 사슴을 요리해주고 다 같이 나눠 먹었는데 반응 좋았어요.”
카르델이 끼어들었다.
“그럼 아비투스가 취사병 출신이었다는 걸 밝히면서 먹는 걸 전담하던 것도 그때라는 거 기억하시겠네!”
구경하는 태도로 가만히 있었던 아비투스가 움찔거렸다. 그가 눈만 굴리면서 다른 사람들하고 시선을 교환하다가 소심해 보이는 몸짓으로 슬그머니 몸을 뒤로 뺐다. 침묵이 감돌려는 기미가 보이자 루나가 언성을 높였다.
“전 수석 마법사로 취임하고 나서 여왕 폐하하고 같이 만찬을 나눈 적도 있어요. 그 뒤에 어쩌다 르바티아에 있는 교황청으로 출장 나갈 일이 생겼죠. 저 혼자 처음으로 나가본 해외여행이어서 길을 많이 헤맸는데 급한 대로 길거리에서 팔던 피자 마르게리타와 에스프레소를 같이 먹었더니. 그게 만찬 요리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고요! 아마도 교황청 근처에서 사 먹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타티아나가 웃음을 참으려고 입가를 가리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레스는 그 분위기에 전염되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면서 최대한 점잔 떨었다. 하딘이 눈가를 부여잡으면서 사실상 패배를 선언하자 카르델이 다음 먹잇감을 찾다가 레스를 삿대질했다.
“사쿠라비! 너 예전에 내가 핑커튼한테 잡혔을 때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궁금했었지?”
“지금 그게 왜 나와?”
“아무튼! 너 토스트 샌드위치라는 거 아냐?”
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딱히 위험하게 들리진 않는데.”
여태껏 가만히 있던 피카니가 평평하게 펼친 손을 수평으로 들어 올리면서 설명했다.
“식빵 하나에다가 소금과 후추 같은 조미료로 간을 하고 바싹 구워. 그리고 맨 빵 2개 사이에 그걸 끼워서 먹는 거야. 요리라기보다는 식빵 3개를 입에 구겨 넣는 요령에 가깝지.”
레스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인류에서 가장 강한 국가가 그런 걸 먹는다고? 가장 문명화된 나라가? 식민지도 제일 많아서 문화 흡수량도 많은 나라가? 진짜?”
피카니가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과 문화적 수준은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 진심으로. 어쨌든 토스트 샌드위치하고 댁이 받았던 고문하고 무슨 상관이야?”
카르델이 하마터면 팔에 대고 있던 부목이 풀릴 정도로 거칠게 몸짓하며 외쳤다.
“1주일 가까이 날 굶겨놓고 캘러헬이 바게트로 그걸 만들어서 나한테 대령하더라. 마실 것이 필요하면 정보를 불으라는 거야!”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 레스가 검지를 위로 올리며 넌지시 물었다.
“그러니까. 통째로?”
“그래! 팔뚝만 한 거 3개! 물리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너희들 상상에 맡긴다. 1주일을 굶었던 참이니 어떻게든 한 입 깨물었는데 입천장하고 목 안쪽이 다 까져서 피로 흥건해졌지. 침 대신 피로 적셔가며 겨우 삼켰어.”
타티아나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가며 중얼거렸다.
“웃고 넘어가기에는 정말 잔인하네. 확실히 식(食) 고문은 유서 깊은 방법이지.”
“그 양반도 참….”
레스는 미간을 손끝으로 눌러서 머릿속이 아파지는 걸 참았다. 그리고 카르델은 아직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 둘도 죄책감을 느끼기는 하더라. 바게트를 모욕해서! 신성한 음식으로 몹쓸 짓을 했다며! 나중에 음식으로 장난하는 건 좀 아니었다며 카페 오레를 내게 대령해줬는데 까진 입속이 지져지는 와중에 커피는 맛있어서 더 고통스럽더라! 그리고 이건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이야!”
목청이 나갈 정도로 과거의 아픔을 다 털어내고 카르델은 제풀에 지쳐서 윗몸이 풀썩 뒤로 쓰러졌다. 온갖 감정이 담긴 일행들의 시선을 다 받아가며 카르델은 자기 팔로 눈가를 가리다가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바보처럼 웃다가 또 구슬프게 울었다.
“시발 제발 맥주 한 병만…. 하느님….”
레스가 루나에게 물었다.
“저런 종류의 심리적 외상도 고쳐질 수 있나요?”
“다시 태어나야겠는데요.”
루나는 전문가다운 냉정한 말투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