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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의 고인물로 살아남기-21화 (22/222)

21. 준비는 끝났다.

한눈에 봐도 움직이기 편해 보이는 간소한 드레스를 입은 플로라 피에람이 그곳에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도박에서 형편없이 깨진 모양.

그 사실이 어지간히 분했는지. 플로라는 눈물마저 글썽거리면서 사내를 삿대질했다.

“분명 첫 번째 컵에 들어가는 거 다 봤는데! 왜 중간에서 나오냐고!”

“하하. 아가씨의 눈이 제 손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것뿐이죠. 슉슉슉.”

사내는 정중한 어조로 말했지만, 입으로 슉슉― 소리를 내며 양손을 현란하게 움직였다.

누가 봐도 약 올리는 모습에 플로라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어이쿠. 이러다가 불덩이라도 쏠 기세네.’

플로라의 마음속 불덩이가 더 자라나기 전에, 이안이 얼른 끼어들었다.

“이야, 플로라. 넌 또 왜 여기 있냐. 한가해?”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플로라가 휙 뒤돌아보았고. 이내 이안의 얼굴을 확인하고 인상을 구겼다.

“또 너야? 그리고 누가 함부로 내 이름 부르래.”

“뭘 이름 정도로. 우리 사이에.”

“우리 사이가 뭔데!”

빽하고 소리를 지른 플로라가 짜증 난다는 듯이 말했다.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난 귀족이라고. 너 같이 아무것도 없는 평민이…….”

“됐고. 여기서 혼자서 뭐 하냐고. 또 니네 가문 시종들 피해서 도망친 거냐? 너는 시종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내가 왜 미안해해야 하는데?”

반발심으로 나온 물음이 아닌, 진심으로 왜 미안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

이안은 새삼 눈앞의 소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실감했다.

플로라가 팔짱을 끼며 이어 말했다.

“그리고 혼자 다니는 거 다 허락받은 거거든? 어차피 코르디스에서는 혼자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예행 연습하는 거라고. 아버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허락을 받아냈거든.”

“이야. 그것참 대단하네.”

“흥.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어.”

이안의 살짝 비꼬는 듯한 어조를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플로라는 한껏 으스댔다.

‘왠지 논리적으로 설득했다기보다는 떼를 썼을 것 같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래서. 넌 왜 뜬금없이 도박하고 있는 거야.”

“허허. 도박이 아니라 승부라 칭해주세요.”

“돈 놓고 돈 먹기 하는 게 도박이지 승부는 무슨.”

이안의 신랄한 말에 사내의 웃는 표정에 살짝 금이 갔다.

플로라는 다시 생각나니 열 받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니. 구경하고 있더니 갑자기 나를 지목해서 해보겠냐고 제의하는 거야. 주위에서도 갑자기 환호하길래 나도 모르게…….”

‘공사 당했구만.’

이안은 주위 구경꾼들을 둘러봤다. 이 중에서 몇 명은 바람잡이일 터.

값비싼 옷을 입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얼굴을 한 플로라는 분명 좋은 먹잇감이었을 거였다.

“분명 구경할 때는 눈에 다 보였는데…… 꼭 3번째 4번째에서 지더라고. 이거 진짜 사기 아니야?”

명문가 출생의 플로라다. 아무리 마법사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육체 능력은 일반인보다 뛰어날 터.

그런 자신이 연달아 패배한다는 사실이 납득이 가지 않는지, 사기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반은 틀리다고 한 건, 적어도 승부에서는 이 사내가 사기를 치지 않기 때문이다.

반은 맞다고 한 이유는…….

사내가 당당하게 말했다.

“저는 언제나 정정당당한 승부를 지향합니다. 저에게도 긍지란 게 있거든요. 사기를 친다는 말은 아무리 귀족 아가씨라도…… 좀 불쾌하군요.”

사내는 언짢은 얼굴로 그리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플로라가 할 말도 딱히 없었다.

사기 증거를 찾거나 한 것도 아니니까.

“어쨌든, 아가씨와는 더는 승부하지 않겠습니다.”

“뭐? 왜!”

“같은 사람과는 다섯 번까지만 승부하는 것. 그게 제 원칙입니다. 가끔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저와의 승부에 거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도박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 건전한 이유다. 하지만 실상은 상대를 벗겨 먹기 위한 안전장치일 뿐이다.

“아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만약 나랑 승부를 더 안 해주면!”

“그리고 예쁜 아가씨한테 더 돈을 받는 것도 마음이 안 좋고요.”

“이, 예쁜…… 그래. 원칙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화를 내다가도 속내가 뻔히 보이는 칭찬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진 플로라에게 이안이 물었다.

“그래서. 얼마나 털렸는데.”

“금화 다섯 개.”

‘거하게도 해 드셨구나.’

금화 다섯 개. 이런 하찮은 도박에 날리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

정작 플로라가 신경 쓰는 건, 잃어버린 돈보다는 졌다는 사실 그 자체인 것 같지만.

화를 내다가 미지근하게 식어 버린 플로라를 뒤로 제치고, 이안이 앞으로 나섰다.

“저도 해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승부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우선 승부에서 이겼을 때의 보상을 설명해드릴까요?”

“그래 주면 좋고요.”

새로운 호구를 잡았다는 생각에 씨익 웃은 사내가, 깔고 앉아 있던 나무 상자를 열었다.

“저와는 총 다섯 번을 승부할 수 있습니다. 첫 승부에서 이길 시, 거신 돈의 1.5배에 해당하는 돈을 드리죠. 여기서 당신은 멈출 수도 있고,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총 다섯 번의 대결. 한 번씩 이겨나갈 때마다 상품은 더더욱 커진다.

이안은 혹시라도 자기가 아는 내용과 다른지 아닌지, 꼼꼼하게 확인하며 들었다.

“그리고 다섯 번의 대결을 연속으로 이겼을 때의 상품은 바로 이것! 로데올입니다!”

사내의 손에 들린 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노란 들꽃.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이 감탄을 터트렸다.

“오오! 굉장해!”

“로데올이잖아! 사람 손이 안 닿는 높다란 절벽에서만 자란다는…….”

“나도 도전해보고 싶은데?”

과연 저 중 몇 명이 미리 준비된 바람잡이일까.

어딘가 어색한 주위의 감탄을 끌어낸 사내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맹인이 먹으면 눈을 뜨게 해준다고 할 정도로 효과 좋은 약초죠. 약초 길드의 보증서가 있기에 가짜인지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저 약초를 얻기 위해 여기까지 온 참이었다.

약초의 효능은 민첩 능력치를 올려주는 것. 그리고 민첩 능력치는 동체 시력과 관련이 있다.

“어때요. 도전하실 건가요? 최소 참가비는 은화 한 개입니다.”

“한번 해보죠. 뭐.”

열심히 설명하던 사내가 씨익 웃었다. 새로운 호구가 하나 더 늘어 기분 좋은 눈치.

뒤에서 구경하던 플로라는 핀잔을 줬다.

“흥. 나도 못 맞췄는데, 너라고 가능할 것 같아? 쓸데없이 돈이나 낭비하지 말고 그냥 가지?”

“넌 조용히 뒤에서 구경이나 해.”

이안의 일갈에 플로라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도박이 시작되니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어야 했다.

사내가 주사위를 들어 이안에게 한번 구경시켜 준 뒤, 가장 왼쪽에 있는 컵 속에 쏙 집어넣었다.

“자, 그럼 첫 번째는 가볍게 시작하겠습니다!”

사내가 컵을 손으로 섞기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하자는 말과는 달리, 예상보다도 더 빠른 움직임에 이안이 황급하게 눈동자를 굴렸다.

‘컵은 모두 세 개. 그냥 찍기만 해도 3할. 엄청 빨라서 순식간에 놓칠 수 있지만…… 이네스 님?’

이안에게는 이네스가 있다. 아무리 저 사내의 손에 빨라 봤자, 대륙의 최강자였던 이네스의 눈에는 우스울 뿐.

그때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이네스가 마지 못 해 말했다.

[이것 역시 악마를 쓰러트리기 위해서겠죠?]

‘물론입니다. 악마를 무찌르고, 세계를 지키기 위한 작지만 의미있는 한 걸음이라 보증합니다.’

[차라리 말이라도 못 했으면 밉지라도 않을 텐데.]

자신의 능력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게 자괴감 드는지, 한숨을 푹푹 내쉬던 이네스가 답했다.

[왼쪽…… 이에요.]

“왼쪽이네요.”

중년 사내는 왼쪽의 컵을 들어올렸다. 이네스의 말대로 그곳에 주사위가 놓여 있었다.

사내가 과장되게 박수를 치며 외쳤다.

“하하하! 보기보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이군요. 바로 또 도전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여기서 멈추겠습니까?”

“계속해야죠.”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사내는 다시 주사위를 컵에 넣었고, 뒤에서는 플로라가 중얼거렸다.

“흥. 이 정도는 당연히 맞혀야지.”

“자 그럼 시작합니다!”

“와아아!”

바람잡이들의 환호성과 함께, 컵들이 다시 섞이기 시작했다. 아까는 장난이라는 듯, 더욱 빠르고 신묘한 움직임.

하지만 이번에도 이안은 거침없이 말했다.

“가운데네요.”

“정답이군요. 이거 슬슬 긴장되는데요?”

그때까지도 사내는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에 이어, 플로라가 번번이 고배를 마시던 네 번째까지 연달아 승리해 버리자.

사내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정답입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대단한 눈썰미군요.”

“맙소사. 난 네 번째에서…… 서, 설마 아니지? 내가 실패한 걸 네가…… 이봐! 좀 더 제대로 하라고!”

당황한 플로라도 사내에게 닦달했다. 오늘 도박에서 털린 건 참아도, 무시하던 이안에게 지게 될 거라는 사실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사내는 신중한 얼굴로 이안에게 물었다.

“다음이 마지막입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물론.”

“……내심 거절하길 바랐지만, 좋습니다. 모든 걸 걸고. 한번 가보죠. 저도 진심으로 가겠습니다.”

마지막 승부를 앞둔 사내가 잠시 심호흡했다.

뜨거운 입김이 차가운 겨울 공기와 만나 흩어졌다.

“…….”

중년 사내가 말없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준비는 끝난 모양.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고, 사내가 컵을 섞기 시작했다.

슈슉.

지금껏 보여준 것 중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이 펼쳐졌다. 하지만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속도에 더해 눈을 현혹시키기 위해 던지는 속임수. 끊임없이 걸어오는 심리전. 그러면서도 절대로 멈추지 않는 두 손. 과연, 달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군요.]

저 경지에 오르기 위해 대체 얼마만큼의 수행과 노력이 있었을까.

이네스는 작게 감탄했고, 이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페어윈드 도박꾼의 5번째 승부.

게임에서도 그 난이도로 꽤나 악명이 높은 이벤트다.

인간의 눈으로는 절대 따라갈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게 플레이어 대부분의 평.

그래서 일부러 게임의 프레임을 늘려서 느리게 보거나, 일시 정지 기능을 이용한 꼼수를 써서 맞추곤 했다.

그렇게 해도 더럽게 빨랐지만.

하지만 지금은 꼼수를 쓸 필요는 없었다. 이안에게는 이네스가 있었고, 그거면 됐다.

슉!

그러는 와중에도 사내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시작한 지도 벌써 7분째. 사내의 이마에는 뜨거운 땀이 가득 흘러내렸다.

지켜보는 바람잡이와 구경꾼도. 내심 이안이 지기를 바라는 플로라도 말을 삼키며 컵과 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중에서 느긋하게 있는 건 이안 뿐이었다.

탁!

마침내 손이 멈췄다.

사내는 이안을 노려보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

“후우후우. 아주 여유로우시군요. 과연 이번에도…….”

이안은 사내의 말을 끊으며, 가운데 컵에 손을 얹었다.

“가운데.”

“예?”

“가운데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 이네스가 틀릴 리 없다는 신뢰.

사내의 손이 덜덜 떨렸고, 구경하던 이들이 보채기 시작했다.

“이봐! 어느 쪽이 진짜야!”

“빨리 알려줘!”

특히 플로라의 반응이 제일 격렬했다.

“틀렸지? 그치? 그렇다고 말해!”

중년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가운데 컵을 들어 올렸다.

그 아래에는…… 주사위가 있었다.

“뭐야? 맞췄잖아!”

“그럼 저 친구가 이긴 건가? 푸하하.”

“재밌는 구경했구만.”

구경꾼들은 의외의 결과에 즐거워했고, 바람잡이들은 침묵했다.

중년 사내는 씁쓸한 표정으로 침묵하다, 이내 후련한 얼굴로 말했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제가 일생 동안 갈고닦은 모든 기술을 내보였지만, 결국 지고 말았군요.”

[이안. 저 역시 좋은 승부였다고 말해주세요.]

“좋은 승부였다고 전해달라네요.”

“예?”

“어쨌든 이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딴말이 나오기 전에 이안은 손을 쑥 뻗어 약초를 챙겼다.

그러고는 미련 없이 떠나려다, 문득 생각이 나 뒤를 돌아보았다.

“야.”

“…….”

“야.”

“……왜.”

딴청을 피우며 모른 척하던 플로라에게 이안이 물었다.

“뭐 할 말 없냐?”

“뭐, 뭐! 무슨 할 말!”

“아무것도 없는 평민. 아니었지?”

“…….”

“약속 안 잊었을 거라 믿는다. 그 브로치, 미리 좀 닦아 놔. 내가 써야 하니까.”

그렇게 말하곤 이안은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어지간히 분했는지, 플로라가 땅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건방진 친구를 골려주니까 기분이 좋네요.’

[…… 본인 능력으로 이루어낸 것도 아니면서 어린 소녀에게 으스대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요?]

‘저희는 한 몸 아니겠습니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제 능력인 거죠.’

[말을 말죠. 그나저나 저 도박꾼은 존중할 만한 사내였어요. 근데 왜 아까는 사기꾼이라 한 건가요?]

‘그거야…….’

막 설명을 할 때쯤. 골목길에 들어선 이안을 우락부락한 사내들이 에워쌌다.

그중에는 아까 보았던 도박꾼도 있었다.

“승부사로서의 저는 이러고 싶지 않지만…… 제가 딸린 식구가 많은 지라.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해하고 자시고, 애초에 이렇게 될 거라고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약초를 내놓으세요. 좋은 승부에 대한 보답으로 순순히 넘긴다면 몸 성히…… 아니. 아니지.”

사내는 생각을 바꿨는지, 말을 끊고는 이안의 두 눈을 가리켰다.

“내 기술을 간파해내는 그 건방진 두 눈은 내가 가져가야겠다. 내가 지고는 못사는 성격인지라.”

사내는 지금껏 유지하던 가면을 지우고, 잔혹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진짜 얼굴이 드러난 셈이다.

‘봤죠? 이래서 사기꾼이라 한 거예요. 자기네 미끼 상품을 가져가는데, 순순히 보내주겠어요?’

[…….인정하죠. 이번에도 제가 너무 순수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이안. 어떻게 할 건가요?]

‘그거야 뭐…….’

이안은 굳이 검을 뽑아 들지도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패줘야죠.’

갑작스러운 이안의 움직임에 가장 앞에 있던 사내가 대응하려 했지만, 이안이 더 빨랐다.

빡!

“컥!”

이안이 양 손바닥을 내밀어 사내의 명치를 치자, 사내의 몸이 저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사내는 그대로 기절.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굳어 있는 사내들을 향해 이안이 말했다.

“자, 빨리 끝내자.”

***

골목길.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덩치들 틈에서 중년 사내가 신음을 흘렸다.

“끄응. 생긴 것처럼 괴물 새끼였구나.”

“말을 막 하시네.”

싸움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덩치들은 전문적인 싸움꾼이 아니었고, 이안의 힘이 덩치들에 비해 너무 강했다.

체급 자체가 맞지 않은 것.

중년 사내는 너덜너덜해진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뼈가 제대로 으스러졌다.

이제 더는 도박 같은 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내는 허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봐. 이름이 뭐야. 이 근방에서는 처음 보는데.”

“왜? 나중에 동료들 모아서 복수라도 하러 오게?”

“하. 그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야.”

어차피 이제 위협도 안되는 사람이다.

이안은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이안이다. 어차피 코르디스에 들어갈 테니, 헛수고는 하지 말고.”

“이안이라…….”

입안에서 이름을 곱씹던 사내가 중얼거렸다.

“다신 만나기 싫군.”

“그래. 너도 정직하게 살고.”

그날 이후로도 이안은 페어 윈드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교회 시계탑 꼭대기에 숨겨진 신비. 선원들 사이에만 비밀리에 유통되는 영약. 해안가에서 만조(滿潮)에만 잠깐 나타나는 인어의 비늘.

사실상 페어윈드에 있는 모든 히든 피스를 찾아다닌 셈이다. 모든 건 난도 높은 입학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그리고 입학시험의 아침이 밝았을 때. 이안은 유의미한 신체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

또 하나의 고비를 넘기 위해, 이안은 항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안

불길한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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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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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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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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