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마녀의 오두막
가만.
병아리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생김새가 조금 다르다.
이네스가 전에 보여주었던, 빛의 매의 새끼 버전이라 해야 할까?
‘이런 걸 보라매라 하던가?’
정령의 모습이 변화했다는 건 이안의 정령술 수준이 올랐다는 의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수확에 이안은 나바혼과 니라에게 말했다.
“일단 둘 다 나가주겠어?”
“아, 왜요! 들어야 할 얘기가 얼마나 많은데!”
“은혜를 갚아야 한다.”
“아니 알겠으니까! 지금은 일단 나가라고!”
이안은 안 나가려고 버티려는 니라와 나바혼의 등을 억지로 밀어 천막에서 쫓아냈다.
당장은 정령에 대해 이네스와 대화를 나눠야 했다.
이안은 다시 한번 손위에 정령을 소환해 그 모습을 관찰했다.
“핍?”
눈이 마주쳤다.
똘망똘망한 눈동자가 퍽 귀엽게 느껴졌다.
이안이 서둘러 물었다.
‘이, 이거 제 실력이 한 단계 오른 거 맞죠?’
[예. 훌륭해요. 이안.]
‘어떻게 이렇게 빨리 실력이 는 걸까요? 솔직히. 엄청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저 나름대로 고민해봤어요.]
이네스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안은 페어윈드의 여관 지붕에 앉아 며칠간 태양 빛을 쐬었죠. 그때 이미 정령과는 충분히 교감을 한 셈이었던 거예요. 빛에 대한 이해도 충분했고. 이번에 깨달음이라는 직감이 우연히 내려온 것도 컸죠. 그리고…….]
잠시 말을 흐린 이네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믿음에 대해서는 이안의 무의식이 드디어 마법이나 정령술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조금씩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생을 지구에 살며 쌓아온 이안의 근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좋은 신호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지금 당장은.
‘…….’
[왜 그러죠?]
‘아뇨. 변화하는 게 꼭 좋은 건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어요. 아무튼, 덕분에 실력이 오른 거라 이거죠?’
[예.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이지만. 이안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서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요?]
그 말에 대해 이안은 드물게도. 단호히 부정했다.
‘아뇨. 그냥 이네스 님의 재능을 물려받았으니, 왠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죠. 이네스 님은 굉장하시니까요.’
믿음의 원천은 이네스에 대한 신뢰.
그리하여 교감 이해 직감 믿음.
신비를 부리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들이 충족되었다.
모든 게 충족되면 경지는 자연스레 오르기 마련.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눈앞에 있는 이 새끼 매였다.
“핍?”
이안이 쳐다보자 새끼 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모습이 솔직히 말해서 귀엽기도 했지만…… 좀 멍청해 보이기도 했다.
‘모습이 변했는데. 똑똑해진 거 맞죠?’
[원시적인 형태보다는 훨씬 영리할 거예요.]
‘흠…….’
시험해보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지금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
이안은 서둘러 정령의 소환을 해제했다.
‘제가 오래 잠들어있었나요?’
[반나절 정도? 그런데 악몽이라도 꿨나요? 얼굴을 찡그리며 뒤척이던데.]
‘…….악몽이긴 했죠.’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을 나섰다.
전날의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상인들과 용병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공세 동안 생각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그래도 사람들이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늪에 있는 마녀들을 처리했으니, 더는 두려울 게 없던 것이다.
특히 책임자인 카일의 표정이 매우 밝았는데, 그는 이안이 나온 걸 발견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깨어나셨군요!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손을 덥석 잡는 카일을 향해 이안은 고개만 끄덕였다.
카일이 감격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이번 상행마저 실패했다면, 오래도록 거래해온 거래처를 잃을 뻔했어요! 이번 일에 대해서는 꼭 화이트가드 가문에 보상하겠습니다!”
“아니. 나한테 보상하게.”
“…… 예?”
단호한 이안의 말에 잠시 당황한 카일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겠죠. 하긴, 경께서 고생해주셨는데. 당연히 보상해야죠. 예.”
어느새 호칭에 ‘경’까지 붙었다. 이안의 활약이 어지간히 인상 깊은 모양이었다.
이안이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물었다.
“그래서. 이제 마녀들에 대한 위협은 없는 건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마녀를 심문하고 있었습니다”
“심문?”
“나바혼 님의 마법으로 마녀 하나를 생포하지 않았습니까?”
“아…….”
바닥에서 자라난 넝쿨이 도망치던 마녀의 몸을 옭아맸었다.
그때의 그 마녀를 아직 살려둔 모양이었다.
“경께서도 보러 가시죠.”
“아, 나는 딱히 관심 없는데.”
더는 마녀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다.
하지만…….
“아마 마녀들의 본거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귀한 재물들을 모아 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가지.”
마녀는 넝쿨에 온몸이 묶여 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바닥에 버둥거리고 있는 나바혼이 심문하고 있었다.
“너희들의 본거지를 말해.”
“키히히. 순순히 불 거 같애?”
우드득.
“꺄아아악!”
나바혼은 인정사정없이 마녀의 손가락 하나를 꺾어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물었다.
“말해.”
“아,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말하면!”
우드득!
“꺄아악!”
다른 손가락이 꺾였다.
마녀가 억울한 얼굴로 외쳤다.
“말한다니까 이 새끼야! 왜 지랄인데!”
“태도가 맘에 안 든다.”
“미친 새끼…….”
하지만 그런 나바혼의 고문이 충분히 유효했는지, 그 이후로 마녀는 고분고분 대답해주었다.
“우리 본거지는 늪 깊은 곳에 있다.”
“위치는?”
“설명해주고 싶어도 못 해. 어차피 길을 잃게 만드는 주술이 잔뜩 걸려 있거든.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평생을 늪에서 헤맬걸? 키히히.”
겁을 주는 듯하면서, 마녀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필사적으로 어필했다.
그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모습에 나바혼이 무덤덤하게 물었다.
“너 말고 다른 동료들은 없나? 마녀들의 수장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닐 텐데?”
“아. 어머니를 말하는 거구만. 어머니라면 코헨에서 쫓겨날 때 저 동쪽으로 갔다.”
무시할 수 없는 말이었는지, 카일이 끼어들었다.
“아니. 코헨에 있던 마녀들이 뿔뿔이 흩어졌다는 건가?”
“하. 당연한 거 아냐? 우리들이 어머니를 따랐던 건 코헨에서 자리 잡으려면 구심점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그곳에서 쫓겨난 지금은 굳이 어머니를 따를 이유가 없지.”
“…… 그런 것 치고는 꼬박꼬박 어머니라 부르는군. 어지간히도 두려운 존재인가?”
“…….”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마녀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카일은 나바혼이 마저 심문을 하게 내버려 두고. 이안에게 조용히 말했다.
“어쨌든 늪에는 다른 마녀들이 없는 것 같군요.”
“어쩌면 우리를 늪에 유인하려는 거짓말일 수도 있지 않나?”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마녀들이 어머니라 부르는 존재는…… 솔직히 마주치고 싶지 않거든요.”
카일의 얼굴에도 언뜻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래도 코헨을 자주 들락거리는 상인이니만큼, 마녀들의 수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지.
‘마녀들의 어머니라.’
이안도 게임에서 여러 번 상대해 봤던 적중 하나였다.
‘꽤 까다로운 상대였지. 게임에서는 이교도랑 붙어먹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도시에서 쫓겨나서 그랬던 건가?’
자세한 설정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마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야. 이 숲에 마녀들의 어머니는 없을 거네.”
이안이 그녀를 마주치는 건 전혀 다른 장소다.
애초에 그런 게 있었다면 처음부터 이 늪 쪽으로는 오지도 않았을 거다.
이안의 확신에 카일이 화들짝 놀랐다.
“그, 그렇습니까? 근데…… 어떻게 아십니까?”
“그거야 음…….”
어떤 이유를 댈지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다 화이트가드의 정보력 덕분이네.”
“과, 과연. 대륙에서 손꼽히는 명문 가문답습니다.”
권위에 기대는 게 이렇게 편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명성이니 권력이니 그토록 집착하는 거구나.’
어쨌든.
중요한 건 이 늪에 더는 이안을 위협할 적은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마녀들의 본거지를 털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안은 나바혼에게 다시 돌아갔다.
심문하던 마녀는 온몸이 기묘한 방향으로 꺾인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었다.
그 잔인한 모습에 혀를 내두른 이안이 말했다.
“자. 마녀들도 죽였으니, 그 본거지를 털러 가자고. 너랑 나. 그리고 발 빠른 용병 셋 정도면 되려나?”
“알았다.”
나바혼은 고민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일도 얼른 용병들을 선별해 준다 했으니 거리낄 건 없었다.
다만…….
“저요. 저요! 저도 갈래요!”
어디서 듣고 왔는지, 니라가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당연히 이안은 단칼에 거절했다.
“안 돼.”
“아, 왜요!”
“왜긴. 넌 싸울 줄 모르잖아.”
“폐 안 끼칠게요. 그냥 데려가기만 해 주세요! 저 이래 봬도 이것저것 많이 알아서 분명 어딘가 쓸모가 있을 거예요!”
이안은 표정을 찌푸렸다.
이런 식의 떼쓰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고로 말 하나하나 들어주다 보면 애 버릇이 나빠지는 법이다.
…… 니라가 애는 아니었지만.
더 단호하게 거절하려던 이안을 이네스가 말렸다.
[함께 데려가죠. 이안.]
‘예?’
[어차피 늪에는 더 위험한 적도 없잖아요. 대부분 나바혼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겠죠.]
‘…….그래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니라는 음유시인으로서의 재능을 타고난 것 같으니. 이안에 대해 좋은 소문을 퍼뜨려줄 거예요. 언젠가 그 소문들이 이안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수도 있어요.]
이네스는 이안이 생각하지 않는 그 너머의 일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했다.
‘이네스 님이 그렇다면야.’
귀찮은 짐이 딸려오는 거지만. 도움이 된다면야 거절할 이유는 없다.
“알았다 알았어. 대신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해.”
“넵!”
니라가 척―하고 경례를 올려붙였다.
피식 웃은 이안은 곧바로 늪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시간이 지체되면, 코헨으로 가는 일정도 늦어질 테고.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앞장서겠다.”
“그래도 되겠어?”
“숲은 내 집과 같다.”
말이 늪이지, 수목이 울창한 이곳은 숲의 종족에게는 친밀한 환경이었다.
무뚝뚝하게 말한 나바혼은 한 손에 묶어둔 마녀를 들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길어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이안과 용병들은 급하게 그 뒤를 따라야 했다.
의외로 니라도 속도에 맞춰 잘 따라와 주었다.
그 발만큼이나 입을 쉴 새 없이 놀려서 문제였지만.
“후드 씨의 모험을 표현한 노래를 쓸 거예요! 일단 첫 노래가 숲의 종족과 함께 마녀를 쓰러트리는 거니, 이것만큼 멋진 시작이 있을까요?”
“네 노래 주인공은 나바혼이라며.”
“에이. 그런 건 원래 쉽게 바뀌는 거죠. 그보다 이제 슬슬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시겠어요? 기왕이면 얼굴도 보여주면 좋겠고요.”
“…….”
니라의 요구에 이안은 고민했다.
이네스의 말도 있으니, 적당히 어울려 주는 게 좋을 터.
‘문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오픈하냐지.’
이안은 빠르게 걸으면서 머리를 굴렸다.
니라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었고
마침내 이안이 답했다.
“이안이다.”
“예?”
“에스테반의 첫 번째 종자. 이안이라고. 얼굴은 안 밝힐래.”
여기서 다른 식으로 밝혔다가는 코르디스에서의 일 때문에 골치 아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르디스에서 내가 에스테반의 종자였단 걸 아는 사람은 적지. 이안은 흔한 이름이고. 아직 위험하니까 외모는 가리고 다니자.’
이 정도면 꽤 적절한 대답이라 스스로 만족하며 이안은 니라를 돌아보았고…….
눈을 부릅뜬 니라의 얼굴을 보았따.
“세상에.”
니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
그 뒤로 니라는 한동안 호들갑을 떨었다.
이안이 에스테반의 종자라는 게 어지간히도 충격인 듯 했다.
영웅은 이어진다느니.
두 가지 모험담이 하나로 이어지는 건 혁신이라느니, 세계관을 확장할 기회라느니 알 수 없는 말들을 지껄여댔다.
그런 니라에게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 일행은 어느새 마녀들의 본거지에 도달해 있었다.
‘꽤 수월하게 왔네.’
늪이 별거 아니었나?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안이 기억하기에 이곳 늪은 여러모로 짜증 나는 곳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잘못 발을 디디면 그대로 푹 빠져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바혼의 뒤만 따르면 그럴 일이 없었다.
나바혼은 가끔 주위 나무를 쓰다듬은 뒤, 무심하게 길을 안내했고.
그 길이 바로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
그렇게 예상보다 쉽게 목적지에 도착한 일행에게 더욱 수척해진 마녀가 가까스로 말했다.
“여, 여기다. 우리 자매 여섯이 함께하던 곳이지. 잘 안내했으니 제발 이 넝쿨 좀 풀어줘…… 숨이 안 쉬어져!”
“넌 나랑 둘이서 더 할 얘기가 있다.”
“난 없다고!”
더 심문할 게 남았는지 나바혼과 마녀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다.
다른 이들과 흩어진 이안은 마녀들의 본거지를 살폈다.
늪치고는 드물게도 바닥이 단단한 평지에 조잡하게 지은 집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가운데에서 펄펄 끓고 있는 거대한 솥.
마녀가 부리는 푸른 불꽃 덕에 아직 그 열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니라가 환호하며 외쳤다.
“와! 진짜 마녀의 집이라니! 저 솥이 보여요?”
“보여.”
“마녀들은 실로 다양한 신비들을 다루는 데, 그런 것들을 사람들은 그저 주술이라는 단어 하나에 밀어 넣었죠! 연금술도 사실 몇백 년 전에는 주술로 분류되었던 거 알아요?”
“…… 그건 몰랐는데.”
“연금술이 돈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전까지는 천한 학문이라 배척받았어요.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평민들도 연금술에 접할 수 있었지만요.”
니라는 신나게 설명하며 솥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을 살펴보고는 구역질을 했다.
“우, 우욱. 냄새가 고약하네요. 한 숟갈 정도 먹어봐도 탈 나지 않겠죠?”
“아니. 무조건 탈 날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깡으로 저걸 먹겠다는 거야.”
동물의 사체인지 뭔지를 끓인 죽이 솥 안에서 펄펄 끓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의식일까? 아니면 진짜로 마녀들의 식사일까.
별로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였다.
니라는 집게손가락으로 코를 막으며 말했다.
“어쨌든. 마녀들의 연금술 실력은 무척 뛰어나요. 그리고 상상도 못 할 주술들을 많이 다루는데, 그래서 마녀가 만든 도구 중에는 아주 특별한 것들이 있죠.”
“날아다니는 빗자루라던가?”
“정확해요!”
이안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던 마녀를 떠올렸다.
죽은 마녀의 빗자루에 이안도 한번 올라타 봤지만 안타깝게도 날 수는 없었다.
아마도 마녀 본인만이 사용하거나, 특별한 주술과 함께 사용해야 공중에 뜨는 모양이었다.
‘하긴. 하늘을 날 수 있는 물건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이상한 일이지. 그래도 여기에서 어쩌면…….’
니라의 호들갑에 이안의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곳은 마녀들의 본거지.
어떤 특별한 아이템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안은 가장 가까운 집에 조심히 들어섰고, 작업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쇠꼬챙이, 말라 비틀어진 뱀 허물, 알 수 없는 나뭇가지. 별로 쓸모 있어 보이는 건 안 보이는데…… 하긴. 그런 게 있었으면 기습할 때 가져왔으려나.’
아쉬운 마음으로 다른 곳을 향하려던 이안의 시선에 무언가가 걸렸다.
‘이건…….’
이안은 눈매를 좁히며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이내 입을 쩍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