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 * *
몇 차례의 점프로 저격수들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이미 세 명의 저격수의 머리에 최수영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저격수는 총 다섯.
아직 화살에 맞지 않고 남은 두 저격수가 놀란 눈으로 권총을 빼 들어 나를 겨누려고 했지만 내 검이 먼저 한 놈의 팔목을 자르고 나머지 한 놈의 목을 겨냥했다.
"으악!"
잠시 후 우리 측 드론들이 나와 저격수들이 있는 옥상에 도착했다.
"이 영상은 지금 대한민국 국방부, UN 지구방위위원회, 미국 국방성, 일본 총리실에 생중계되고 있다. 네 번째 쏠 탄환은 초소형 이엠피 탄이었지? 두 팔이 멀쩡한 놈은 총기 다섯 정의 약실에 있는 유탄을 모두 꺼내고 나머지 한 놈은 이 자리에서 육상총대 사령관에게 무전을 쳐라."
순순히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역시 두 저격수는 순순히 내 말을 따라주지 않았다.
"약실에 있는 탄 정도는 나도 뺄 수 있다. 사령관에게도 따로 연락하면 그만이고. 셋 세겠다. 너희 둘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하나, 둘."
한참을 망설이던 두 팔이 멀쩡한 저격수가 약실에서 유탄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한 저격수도 체념한 듯 무전기를 가져와 육상총대에 무전을 치기 시작했다.
네 번째 총의 약실에서 조금 특이한 모양의 탄이 나왔다.
"이게 초소형 이엠피 탄인가?"
"…그렇습니다."
"이엠피 탄은 왜 준비했지?"
"그건……."
"대답해."
"디펜서들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왜?"
저격수가 마지막 대답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저격수가 무전 연결을 완료했다.
"연결되었습니다."
저격수들과 직통 라인이 연결되어 있었는지 무전기에서 바로 쿠라타니 후지로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인가. 벌써 상황이 종료되었나?
"후지로 사령관. 왜 우리를 암살하려고 한 거지?"
- …….
잠시 침묵하던 쿠라타니 후지로가 입을 열었다.
- 실패한 모양이군. 이유는 알 것 없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보좌관! 괴수들과의 전투를 중단하고 저들이 있는 곳으로 모든 군 병력을 이동시켜라.
"후지로, 네놈의 무전은 지금 생중계되고 있다. 당장 병력 이동 명령을 취소하고 순순히 주둔지 밖으로 나와 자수해라. 지구방위위원회의 요원들이 부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 지구방위위원회? 그놈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잡아가겠다는 말인가.
"시엠브레의 강철 인간들과 내통하고, 그들의 주적인 우리를 죽이려 했기 때문이지."
- 웃기는군. 아무런 증거도 없이? 네 놈들이 일본에 위해를 가하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없애려던 것뿐이다.
"뻔뻔하군. 후지로, 지난 사흘간 부대 내에서 내뱉은 네 놈의 한마디 한마디가 다 녹취되었다. 저격수의 네 번째 탄은 이엠피 탄이고 다섯 번째 탄은 내 머리를 노릴 것이라는 것까지. 이미 증거는 차고도 넘쳐. 당장 병력을 물리고 투항해라."
- 건방진 조센진. 네놈의 건방진 행동은 우리 계획을 앞당겼을 뿐이다. 곧 대일본제국의 무력 앞에 네놈의 나라는 다시 우리 속국이 될 것이다.
"다 생중계되고 있다고 해도 잘도 그딴 말을 지껄이는구나. 네 놈은 역시 그냥 정신병자였어."
- 곧 죽을 놈이. 닥쳐라. 네 놈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군대를 상대로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나도 더 기다리기 지루하다. 빨리 와서 포격이든 폭격이든 시작해 봐."
* * *
이치가야 주둔지 육상총대 사령관실.
쿠라타니 후지로 사령관이 무전을 끊고 책상을 쾅 내리치며 소리쳤다.
"저 조센진들이 있는 곳에 빨리 포격을 퍼부어!"
"사령관님, 너무 도심 한복판이라 포격은 어렵습니다. 근처에서 괴수들을 상대하던 모든 병력을 놈들에게 보냈으니 곧 처리될 겁니다."
"이런 멍청한! 근접전으로 그놈들을 당해 낼 수 있을 것 같나? 그냥 포격해!"
그때 상황병 하나가 다급히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한국 청와대 직통 전화입니다! 받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하하하. 그놈들의 목숨을 구걸이라도 할 모양이군. 일단 연결해!"
쿠라타니 후지로는 군복 주머니에서 동시 통역기를 꺼내 작동시켰다.
-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육상총대 사령관이오. 무슨 일이시오?"
- 병력을 주둔지로 돌려보내고 순순히 투항하십시오. 지금 대한민국 해군의 도산안창호함(3천 톤급 중형 잠수함)이 이치가야 주둔지를 사거리 안에 두고 있습니다. 당장 병력을 무르지 않으면 주둔지로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 발사될 것입니다.
"뭐? 지금 일본과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이오?"
- 전쟁까지는 원치 않지만 지금 자국민이 일본 육상자위대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고합니다. 병력을 무르지 않으면 주둔지를 타격하겠습니다. UN 지구방위위원회에서도 이치가야 주둔지 타격을 대한민국에 일임했습니다.
"이런 건방진! 어디 쏠 테면 쏴 보시오! 요격하면 그만이니. 한국은 오늘 일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오!"
- 요격하기엔 좀 가까울 겁니다.
딸깍.
"사령관님, 연결이 끊겼습니다."
"사령관님! 레이더에……!"
도쿄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해역 수중에서 발사된 대한민국의 SLBM 8발이 이치가야 주둔지로 곧장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지스를 가동해! 빨리 요격시켜!"
"너무 가깝고 빠르게 접근 중입니다! 요격 가능성 20퍼센트 미만입니다!"
"이미 50킬로미터까지 접근했습니다! 곧 미사일이 도착합니다! 요격 가능성 제로!"
"10킬로!"
* * *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한 여덟 발의 탄도미사일은 육상총대 이치가야 주둔지 시설 절반 이상을 초토화했다.
이번 육상총대 사건은 지구인이 행성073에 협력하려고 했던 첫 번째 사건으로 온 지구를 떠들썩하게 했다.
전 세계가 일본을 규탄했고 일본 정부는 이번 일이 육상총대 사령관의 단독 행동이었음을 공표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사일 공격에 대해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 소식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우리 메타디펜스의 이름을 전 세계인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애초 계획은 한국 본사 직원들이 일본에 가지고 들어온 도청기를 꽝이가 지목했던 건물들에 고루 설치한 후 그 녹음 파일을 관계 부서에 공개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녹취 파일을 확인한 한국 정부와 지구방위위원회에서 조작 가능성이 있는 도청 내용만으로는 강경하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왔고,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 우리는 이런 극단적인 계획을 실행하게 되었던 것이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린 건 모두 꽝이 덕분이었다.
* * *
한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트레이닝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최수영이 화살촉에 테니스공을 꽂은 후 시위를 당겼다가 과녁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다.
퉁!
굽어졌던 활이 다시 팽팽하게 펴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테니스공을 꽂은 화살이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화살이 과녁 근처까지 날아갔을 때, 갑자기 과녁 옆에서 검은 물체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날아가던 화살을 팍 쳐냈다.
화살을 쳐내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온 검은 물체는 뿌듯한 표정을 하고 동그란 눈으로 최수영을 바라보았다.
"하하핫. 잘했어! 꽝이야. 한 번 더?"
"애옹―"
최수영이 다시 화살촉에 테니스공을 꽂았다.
과녁 근처에는 이미 테니스공이 꽂힌 화살이 수십 개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박강훈과 일대일 대련 중이던 라울이 꽝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볼수록 신기하네. 저 빠른 화살을 어떻게 쳐내는 거지?"
박강훈이 답했다.
"확실히 평범한 고양이는 아닙니다. 첫날 대표님 손등에 상처를 낸 게 우연이 아니었던 겁니다."
같은 시간, 나는 훈련장 한쪽에서 꽝이와 최수영이 하고 있는 놀이와 비슷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속도 더 올려주세요."
"시속 800킬로미터로 발사합니다."
기술팀에서 특별히 제작한 발사기에서 끝이 고무로 된 팔뚝만 한 포탄이 발사되었다.
안전을 위해 끝을 고무로 만들었다지만 날아오는 속도가 무려 시속 800킬로미터.
맞았다간 몸이 박살 나버릴 수도 있는 속도다.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나는 포탄이 몸에 닿기 전에 마그네타 검을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 포탄을 반으로 베어버렸다.
"이번엔 같은 속도로 작은 탄을 날려주세요."
"같은 속도로 가장 작은 탄 발사하겠습니다."
이번엔 실제 소총탄 크기를 본떠 만든 손가락만 한 탄환이 발사되었다.
나는 탄환이 날아오는 쪽으로 검을 들어 검의 옆면으로 탄환을 막아냈다.
"시속 1,000킬로미터로 올려서 다시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아직 충분히 보여요. 1,000킬로미터로 발사해 주세요."
"네, 대표님."
시속 1,000킬로미터로 날아오는 물체 정도는 막아낼 수 있어야 혹시 모를 총기나 대포 공격에 대응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새로 준비한 훈련이었다.
폭약이 장착된 포탄의 경우엔 칼로 베는 순간 내 눈앞에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엔 날아오는 포탄을 염동력을 사용해 옆으로 밀어내 보았다.
포탄을 정확히 보고 있다가 손바닥으로 밀어낸다는 느낌으로 염동력을 사용하자 포탄의 방향이 틀어지며 내 몸을 비껴갔다.
"이번엔 세 발 연속으로 쏴주세요. 속도도 더 높여주시고요."
* * *
그날 저녁, 디펜서들과 오랜만에 본사 앞에 있는 단골 고깃집에 방문했다.
"아이고, 오랜만에 왔구먼. 일본 다녀와서 처음이네? 어서들 앉아요."
반갑게 인사하는 고깃집 사장님 뒤로 인근 상점 사장님들이 여럿 모여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어? 사장님들 와계셨네요? 가게는요?"
"오늘 상인회 회식이라 다들 일찍 닫았어. 같이 합석하지? 우리가 살게. 우리야 다 김 대표님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들 아니야. 하하하."
이곳은 메타 디펜스가 생기기 전까진 아무것도 없는 동네였는데 워낙 큰 규모의 본사 건설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장 인부들을 대상으로 백반집과 노래방 등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건설 현장 주변에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게 되었다.
공사가 끝나고 인부들이 떠나자 그들을 대신해 메타 디펜스 직원 200여 명이 상권을 유지해 주었고, 이미 생긴 상권이 또 다른 유입 인구를 만들어내기를 반복하다 보니 지금은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고 강화도에서 가장 큰 상권이 되었다.
지금은 우리 회사 관련자들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강화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이 상권을 찾게 되어 제법 활기찬 동네가 되었다.
"아닙니다. 하하하. 회식 즐겁게 잘하세요. 저희는 저기 구석에서 따로 먹겠습니다."
구석에 자리 잡은 우리는 삼겹살과 소주를 시켰다.
몇 차례의 짠이 오고 간 후 박강훈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박 상사님. 말씀하세요."
"요즘 한국에는 침공도 없고 한데… 휴가를 내고 오랜만에 가족들하고 여행을 좀 떠나도 될까요? 디펜서가 되고 나서 외계 종족을 무찌르고 사람들을 지키는 건 좋지만 1년 넘게 가족들하고 따로 제대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네요."
아, 그렇군.
박강훈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1년 넘게 매일매일이 훈련이고 전쟁이었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 이렇게 조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쉴 수 있을 때 각자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네! 그러세요, 박 상사님. 가족들과의 시간만큼 중요한 건 없죠. 다녀오세요. 여행은 어디로 가실 계획이세요?"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어디 해외 한적한 섬 같은 곳으로 가야죠. 인구 밀도가 낮은 곳으로요. 하하하."
"네, 꼭 인구 밀도가 낮은 곳으로 가세요. 거기서도 디펜서로 일하시면 안 되니까요. 하하. 아, 이참에 라울과 수영 씨도 휴가를 좀 쓰세요. 라울은 인도에 한번 다녀오셔야 하지 않겠어요?"
"갑자기 이렇게 다 자리를 비우면 안 되지 않겠어요? 저는 아직 괜찮으니 미스터 팍 휴가 다녀오면 그때 인도에 가볼게요."
"아니에요, 라울. 박 상사님 말대로 차라리 지금 침공이 없을 때 휴가를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언제 다시 한국에 침공이 발생할지도 모르고, 아니면 곧 지구방위위원회에서 다른 나라로 원정을 나가달라고 요청할 것 같으니까요. 지금 다녀오시는 게 낫겠어요. 한 일주일 정도면 될까요?"
"음, 그럼 그럴까요? 미스터 팍, 언제 떠날 거예요? 나도 그때 일정 맞춰서 인도에 다녀와야겠어요."
"아직 일정이 정해진 건 아니어서. 이제 빨리 휴가지 정하고 일정을 짜봐야죠."
"수영 씨는요? 수영 씨도 좀 푹 쉬면서 여행이라도 다녀와요."
"아, 그러면 저는 다음 주에 파리에 좀 다녀올게요."
"파리요?"
"네. 샤넬에서 초대장이 끊임없이 오는데 한 번도 가보질 못했네요. 다들 같이 쉰다고 하면 저도 이번엔 가보려고요. 샤넬 본사 초청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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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0,044개]
[단가 46억 원]
[평가 금액 46조 2천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