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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33화 (33/200)

33화

【 브릿지 작전 】

"그럼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세 분 모두 휴가 떠나시는 걸로 하죠. 이런 말씀 정말 죄송하지만, 갑자기 침공이 발생한다거나 다른 급박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바로 돌아와 주셔야 합니다. 우린 평범한 직장인은 아니니까요."

"수호 씨는요?"

"저는 그럼 이참에 뉴욕에 갔다 오려고요. UN 미국 본부에서 호출이 있었어요. 무슨 기밀 작전이 있다고 하던데 직접 오지 않으면 알려줄 수 없대요. 가볼까 말까 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저도 다녀와야겠네요."

"아… 그럼 저도 뉴욕 같이 가요. 기밀 작전이 뭔지 궁금하네요."

소맥을 열심히 말고 있던 라울이 최수영에게 물었다.

"수영? 전부터 샤넬 본사 초청 행사 꼭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파리 휴가 안 가고 뉴욕 출장을 따라간다는 거예요?"

쌈을 크게 하나 싸서 입에 넣으려던 박강훈도 말을 보탰다.

"그러니까요. 어차피 대표님이 다녀오시면 기밀 작전인지 뭔지 우리에게 알려주실 텐데 뭐 하러 따라갑니까?"

"하하핫. 그냥 뉴욕도 가보고 싶고 겸사겸사요."

그때 마침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 뚝배기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고깃집 사장님이 박강훈과 라울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며 말했다.

"자, 우리 두 눈치 없는 양반들은 된장찌개나 드셔. 서비스야. 우리 대표님하고 수영 양은 미국 가기 전에 내가 볶음고추장 좀 만들어서 싸줄까? 나는 나가본 적은 없는데 미국 같은 데 가면 한식이 그렇게 당긴다면서?"

최수영이 환하게 웃으며 고깃집 사장님에게 말했다.

"사장님 손맛으로 볶음고추장을 만들어주신다고요? 진짜 맛있겠다. 감사해요. 챙겨주시면 잘 가지고 갈게요."

"그래요, 그럼. 내가 만들어놓을 테니까 이따 갈 때 가져가요. 며칠 숙성되면 더 맛있어."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고깃집 사장님의 서포트 덕분에 나와 최수영의 미국행은 당연한 분위기로 변하고 있었다.

나도 동행이 싫지는 않은 탓에 이쯤에서 못을 박았다.

"그래요. 미국까지 불려가는데 우리 편이 한 명 더 동행해 주면 저야 든든하죠. 고마워요, 수영 씨."

그때 인근 음식점과 메타 디펜스 사내 식당에 식자재를 직접 납품해 주시는 식자재 마트 사장님이 우리 테이블로 찾아왔다.

"김 대표님, 저쪽 가서 한잔하시죠. 다들 대표님이랑 디펜서님들 모셔 오자고 난리라서 제가 대표로 왔습니다."

건너편 단체석에서는 상인들이 모두 이쪽을 바라보며 이리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겠네요. 하하하. 그럼 다음 주 일정은 아까 말한 대로 진행하시고, 다들 괜찮으면 오늘은 우리도 저쪽에 합석할까요?"

박강훈이 먼저 자신의 수저와 잔을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

"저는 찬성입니다. 모르는 분들도 아닌데요, 뭐. 이제 뭐 거의 한 동네 주민 아닙니까."

"저도요, 언니!"

최수영도 일어나 매일 아침 들르는 커피숍 사장님을 살갑게 부르며 그 옆에 가서 앉았다.

라울과 나도 상인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앉았고 우리는 그렇게 밤늦게까지 뜻하지 않았던 마을 주민 단합대회를 가졌다.

* * *

다음 날, UN 미국 본부에 방문 계획을 알리자 바로 20일 월요일 아침까지 와줄 수 있겠냐는 회신이 왔다.

때문에 나와 최수영은 18일 토요일 밤에 전용기로 뉴욕으로 떠나기로 했고 라울은 토요일 새벽 인도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남태평양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한 박강훈은 패키지 여행 일정에 맞추어 22일 수요일에 떠나 일요일에 돌아오는 계획을 세웠다.

17일 금요일 오후, 메타 디펜스 트레이닝 센터 휴게실.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시죠. 라울 내일 새벽 비행기 타야 하잖아요. 얼른 씻고 인도 다녀오실 준비 하셔야죠. 잘 다녀오세요. 다다음 주 월요일에 만나요."

"네, 잘 갔다 올게요. 한국에 와서 디펜서 하기로 하고 대표님하고 이렇게 오래 떨어지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하하하."

"그러네요. 다들 이렇게 오래 떨어지는 건 처음이네요. 그만큼 우리가 열심이었다는 얘기죠, 뭐. 하하."

박강훈도 나와 최수영에게 인사를 했다.

"대표님하고 수영 씨도 내일 미국 잘 다녀오십시오. 저는 화요일까지 회사를 더 지키다가 휴가 다녀오겠습니다."

"박 상사님도 비행기 일정 상관없이 그냥 내일부터 쭉 쉬셔도 된다니까요?"

"휴가는 5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월요일, 화요일은 출근해서 대표님 하시던 그 총탄 피하기 훈련이나 더 하고 있겠습니다. 나중에 결혼하시면 아시겠지만, 애들하고 집에 너무 오래 있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하하하. 회사에 나와 있는 게 나을 때도 있죠."

"네. 하하. 편하신 대로 하세요. 어쨌든 박 상사님도 다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세요. 수영 씨는 오늘 서울 집에 다녀온다고 했죠?"

"네. 저는 서울 집에 좀 갔다가 짐 챙겨서 내일 출발 전에 공항으로 바로 갈게요."

"네 그럼 수영 씨는 내일 공항에서 만나요. 전용기 전용 VIP 게이트 어디인 줄 기억하죠? 그쪽으로 오세요. 박 상사님은 오늘 상인분들 또 만나신다고요?"

"네. 하하. 지난번 회식 때 마음 맞는 사장님 몇 분이랑 오늘 또 한잔하기로 했었습니다."

"그날 보니 완전 절친 되셨던데요? 하하하. 자, 그럼 해산하시죠!"

* * *

다음 날 최수영과 나는 전용기를 타고 미국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전용기 타고 뉴욕 UN 본부에 회의하러 가다니. 수호 씨 덕분에 엄청나게 출세한 느낌이네요. 하하핫."

"같이 가줘서 고마워요. 일정이 일찍 끝나면 같이 관광이라도 좀 하다가 돌아오죠. 어디 가 보고 싶은 곳 있어요?"

"뭐, 혹시 시간이 조금 난다면 센트럴파크에서 샌드위치 먹고 뮤지엄 마일 가서 미술관 둘러보고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한 편 보고 타임스퀘어에서 스테이크에 와인도 한잔해야죠."

"아……. 수영 씨는 계획이 다 있군요. 지금 말한 것들만 해도 하루 가지곤 어림없겠는데요?"

"어림없죠. 게다가 또 크루즈 타고 자유의 여신상도 보러 가야 하고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노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야죠."

"좋아요. 시간만 허락된다면 지금 수영 씨가 말한 것들 뉴욕 떠나기 전에 다 해요."

잠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왜요?"

"네? 뭐가요?"

"왜 다 하냐고요. 내가 하고 싶다고 한 것들. 수호 씨 혼자 뉴욕 갔어도 내가 말한 것들 다 했을 거예요?"

"아니요, 그러진 않았겠죠. 뮤지엄 마일인가 거긴 난 어딘지도 뭔지도 몰라요."

"그런데 왜 다 하자는 거예요? 누가 봐도 완전 데이트 코스잖아요. 우리가 지금 데이트할 그런 사이인가요?"

갑자기 왜 화를 내는 걸까. 뉴욕은 자기가 따라온다고 해놓고선. 하고 싶은 것들도 다 자기가 신나서 떠들어놓고선.

급작스러운 질문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최수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건 관광이 아니고 비즈니스 트립일 뿐이다. 이렇게 딱 자르던지요. 그래야 나도 아무런 기대를 안 하죠. 왜 자꾸 기대하게 만드냔 말이에요."

"비즈니스 트립이긴 하지만 모처럼 수영 씨랑 둘이 뉴욕까지 가는데 관광을 좀 하고 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갑자기 왜 이렇게 화가 났어요?"

"화 안 났어요. 수호 씨, 지금 나랑 뉴욕 함께 가는 거 좋아요?"

"그럼요. 수영 씨가 같이 가자고 해서 속으로 얼마나 좋았는데요."

"나랑 같이 있는 게 좋아요?"

"그럼요. 수영 씨랑은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수호 씨 나 좋아해요?"

"그럼요. …아?"

깜짝 놀라 최수영에게 고개를 돌리자 이미 최수영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수습해야 한다.

"아, 그게 아니고……."

최수영이 내 말을 툭 끊었다.

"그럼 싫어요?"

아, 수습하긴 이미 글러 먹은 것 같다.

솔직해지자.

"좋아해요. 좋아하는데. 외계인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지금 내 상황이, 우리 상황이 뭐 연애 같은 걸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인 건지 잘 모르겠어서……."

"하… 그래요. 지금 그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수호 씨 진짜 별로인 거 알아요? 그러면 아예 여지를 주지 말던가요. 계속 잘해 주고 티 내고 하면서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일 년 반 동안이나."

"아, 미안해요. 내가 그랬네요. 듣고 보니 진짜 별로네요."

"그러니까. 진짜 별로예요. 짜증 나. 이제 더 못 참겠어요."

"미……."

미안해요. 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내 입술은 다음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최수영의 촉촉한 입술이 내 입술에 닿으며 어리숙한 사과나 하려던 내 입술을 더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입술을 조금 뗀 최수영이 거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 눈을 보며 물었다.

방금 떨어진 두 입술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

"뭐라고요?"

2년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지만 이렇게까지 가까이에서 눈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다.

눈동자가 참 예쁘네.

그래. 나도 더 못 참겠다.

"미안해. 고백이 너무 늦어서. 좋아해."

"나도."

우리는 다시 입을 맞췄고 창밖으로는 수평선 끝에서 붉은빛의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일요일 오전 11시에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전용기 전용 게이트로 빠져나와 바로 택시를 타고 센트럴파크로 향했다.

"샌드위치부터 먹어볼까?"

"응. 마침 날씨도 좋네. 샌드위치 먹고 공원에 좀 누워있자."

샌드위치를 먹은 후 커다란 검과 활을 잔디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누워 있는 우리에게 경찰이 다가오는 해프닝도 있었으나 금세 우리를 알아본 경찰은 그저 함께 셀카를 찍어 달라고 요청하고 우리와 사진을 찍은 뒤 만족한 표정으로 떠나갔다.

"계속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우리 사진 찍고 있는 것 같은데 계속 이렇게 손잡고 누워 있어도 되는 건가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던 메타 디펜스 대표님?"

"비밀 연애 같은 걸 할거였으면 시작도 안 했어."

"풉! 멋있는 척하고 있네. 여자가 먼저 키스하게 만든 수줍남께서."

"뭐? 솔직히 수줍어서 먼저 키스 못한 건 아니지."

"그럼 좀 먼저 하지 그랬냐, 멍청아."

"그러게."

뉴욕의 따사로운 봄 햇살을 잠시 즐긴 우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구경하고 타임스퀘어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다음 날 아침 일찍 UN에서 보낸 차에 올랐는데 뉴욕에 있는 UN 본부 건물로 갈 줄 알았더니 차는 시 외곽을 빠져나가고도 한참을 더 달렸다.

나는 자신을 마이클이라고 소개했던 사람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아,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시설입니다. 곧 도착합니다."

거의 한 시간을 달린 끝에야 대문이 강철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시설에 도착했다.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친 후에 우리는 강철 대문을 지나 시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마이클이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사용될 전초 기지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풍채가 좋은 군인이 우리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지구방위위원회 임시 특별작전국장을 맡고 있는 미합중국 해병대 중령 스미스입니다."

자기소개가 꽤 긴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메타 디펜스 대표 김수호입니다."

"급히 요청했는데 이렇게 선뜻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 * *

3월 20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0,044개]

[단가 47억 원]

[평가 금액 47조 2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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