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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89화 (89/200)

89화

* * *

잠시 후, 대형 스크린에 모토히로 우메오의 프로필이 나타났다.

이상한 패션 센스를 가진 저 일본 헌터의 주 무기는 4,000NXT짜리 카타나였다.

"오빠, 카타나가 뭐야?"

"왜, 영화 보면 일본 사무라이들이 쓰는 칼 있잖아. 그게 카타나야."

"아, 그렇구나. 이제 우리 오빠 무시한 옷 못 입는 아저씨 강화 내역 좀 볼까?"

나는 얼른 검지를 펴 입술에 가져다 대며 최수영을 바라보았다.

"수영아, 다 들리겠어."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 뭐 어때."

이 여자, 지금 보니 일부러 우메오 들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최수영의 애매한 목소리 크기에 우메오는 화를 내지도 못하고 얼굴만 굳어졌다. 정말 절묘한 볼륨 조절이었다.

모토히로 우메오 신체 능력 강화 내역

[힘, 체력 강화 : 5단계]

[운동 신경 강화 : 7단계]

[내구도 강화 : 3단계]

카타나를 잘 다루기 위해 운동 신경 강화에 코인을 집중 투자한 모양이었다.

강화 내역을 확인한 최수영이 우메오를 향해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쪽이 미묘하게 더 많이 올라간 입꼬리.

최수영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하핫. 우메오 씨, 그래도 생각보단 강화를 꽤 많이 하셨네요? 부자셨구나아."

최수영이 대놓고 비아냥거리자 우메오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예측이 잘못되었군! 굳이 강화 내역을 일일이 밝히진 않겠지만 저것보단 높습니다!"

"아, 그러시구나아. 지구방위위원회가 잘못했네, 잘못했어."

"그 말투는 무엇입니까!"

차라리 검을 들고 싸우면 싸웠지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수영은 달랐다. 감히 자신의 남자 친구를 비꼬아 낮춘 사람을 가만둘 리 없었다.

"아, 제 말투가 원래 좀. 그런데 아까 미국 헌터보다 우리 오빠가 한참 떨어진다고 하시길래 저는 또 우메오 씨는 더 강하실 줄 알았지 뭐예요?"

우메오가 최수영의 말을 되받아쳤다.

"운동 신경은 김수호 씨와 마찬가지로 7단계 강화입니다. 그 무식한 마그네타 검만 아니면 검술 대결에선 밀리지 않습니다!"

"아, 그러시구나아. 알겠어요. 오빠, 여기 스테이크 맛있다. 그치? 이거 매쉬포테이토랑도 같이 먹어봐. 맛있어."

비꼬아 말하기 연속 공격에 이은 무시하기 결정타.

우메오의 얼굴이 대놓고 빨개졌다. 모욕감을 심하게 느꼈는지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괜히 내가 미국 헌터보다 못한 거 아니냐고 한마디 비꼬았다가 최수영에게 열 배로 되갚음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초대받은 헌터들의 소개 영상이 끝났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다시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 이어서, 지구방위위원회 위원장님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인도계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 무대 위로 올라섰다.

지구방위위원회의 두 번째 위원장이었다. 아마 지구방위위원회의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도계 아시아인을 위원장으로 추대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방위위원회 산하 특수작전국과의 작전 때 이미 이 조직이 중립적인 기관은 아님을 확인했었다. 특수작전국은 거의 미군 소속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안녕하십니까. 외계 행성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주고 계신 헌터 여러분. 오늘은 그저 서로 얼굴을 뵙고 친분을 다지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습니다. 1박 2일의 일정 동안 편히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제 순서 뒤로 유명한 재즈 가수 공연이 있다고 하던데, 제가 눈치 없이 많은 시간을 뺏으면 안 되겠지요. 하하하."

부드러우면서도 과하지 않게 유쾌한 입담이었다.

"얼마 전,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한국의 헌터 김수호 씨가 나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거기서 재외 공관의 설치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죠."

별생각 없이 음식을 먹으며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이름이 나왔다.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잠시 내려놓고 위원장을 바라보았다.

"당장은 여러 문제로 어려울 수 있지만, 블랙 게이트로 빨려 들어가는 우리의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해 언젠가는 실현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위원장은 잠시 침묵하며 연회장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주고 계신 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넘어, 여기 계신 모든 분이 함께 협력하고 의논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사람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제 인생 통틀어 서두르다 망쳐버린 일이 한두 개여야 말이죠. 하하하. 어쨌든 이번 만찬 모임이, 지구를 지키는 여러분들의 힘과 뜻이 하나가 되는 그런 시작점이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즐거운 밤 되십시오."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곧 재즈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 앞 넓은 공간에 길쭉한 테이블이 설치되었고, 위에는 간단한 핑거푸드와 다과가 준비되었다.

호텔 직원들이 큰 쟁반에 샴페인잔을 여러 개 올린 채 연회장 안을 돌아다녔다.

헌터들은 연회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었다.

미국 헌터 리암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미 해병대 리암 소령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김수호입니다."

"김수호 헌터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모든 헌터들의 선망의 대상이십니다."

"아닙니다, 별말씀을요. 리암 소령님이야말로 실력이 엄청나시겠던데요? 그 마그네타 검은 쓸 만합니까?"

"걸음마 단계입니다. 김수호 헌터님이 검기를 쏘아내는 영상을 보고 국방성에서 구매한 것인데, 아직 흉내조차 못 내고 있습니다."

"하하, 그 검기는 마그네타 검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시전자가 내력만 잘 다룬다면 아무 무기에서나 다 나오죠."

리암의 강인한 눈매가 순간 흔들렸다.

"그게, 마그네타 검에서 나오는 게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보실래요?"

나는 옆에 있는 테이블에서 퐁듀용 꼬챙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

엄지와 검지로 가볍게 잡은 얇은 꼬챙이.

우웅.

꼬챙이가 잘게 진동하는가 싶더니 이내 푸른 빛의 검기가 뻗어져 나왔다.

리암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그네타 검도 없이? 손가락 두 개로?"

"원리를 알면 무기나 파지법은 아무 상관 없어요. 나중에 한국에 오세요. 알려드리죠. 우리 회사 디펜서 중 몇몇은 이미 방법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국방성에서 이 사실을 알면 관계자 여럿 잘리겠군요."

"하하하, 아무 무기에서나 나오는 검기지만, 마그네타 검을 통해 나오면 좀 특별합니다. 아시다시피 색깔도 다르잖아요. 나중에 다 알게 되실 거예요."

콰앙!

그때 연회장 한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자 중국 헌터 양위복이 테이블을 쾅 내려친 것 같았다.

씩씩거리며 서 있는 양위복 앞에 놓인 테이블은 두 개로 쪼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맙소사."

천마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 * *

시엠브레 동부의 어느 숲.

후지로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복귀하라고?"

후지로 앞에 선 전령이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후지로에게 대답했다.

"네, 후지로 님. 이번 숲을 마지막으로 몬스터 토벌을 마치고 왕궁으로 돌아오라는 명입니다."

"이유는?"

"그것까진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마법사의 탑에서 정해진 일 같습니다."

후지로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가엘 그 작자가 또 사무엘을 꼬드긴 모양이군. 아무튼 거슬리는 놈이란 말이야."

대마법사 사무엘, 제1 기사단장 가엘.

그 둘이 시엠브레의 황제보다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후지로는 그런 두 최고 권력가의 이름을 옆집 아저씨 부르듯 내뱉고 있었다.

후지로의 혼잣말을 듣던 전령이 흠칫했다. 하지만 그는 후지로의 태도에 결코 불편한 내색을 비출 수 없었다.

전장의 학살자. 지금 그의 앞에 서 있는 쿠라타니 후지로의 별칭이었다.

몬테넬과 라트니아의 전쟁에서 라트니아군 전체를 학살하다시피 한 장본인.

그 후에도 그가 투입된 전투나 작전에서는 반드시 큰 학살이 일어났다.

피와 살육에 굶주린 듯한 그를 세간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마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몇몇 전쟁에서의 공으로 후지로는 남작 작위를 얻었다.

그의 악명은 대륙 전체에 퍼져 이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인물이 되었다.

전령은 대마법사의 명령을 전달하러 올 때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숲을 되살리기 위해 역겨운 몬스터들을 일일이 잡아 죽여야 하는 토벌 임무. 기사단 누구도 원치 않는 임무였다. 후지로만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 임무를 맡았다고 들었다.

때문에 전령은 자신이 왕궁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전달하면 후지로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지로는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며 화를 내고 있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전령은 자신이 이 살인마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후지로가 먼 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군."

돌아간다는 후지로의 말에 전령이 얼른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역겨운 몬스터 사냥도 이제 끝입니다. 어서 왕궁으로 드시어 그간의 공로에 대한 치하를 받으실 일만 남았습니다."

후지로가 몬스터의 피가 진득이 눌어붙어 있는 검을 들어 올렸다.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사용하는 길고 가는 도(刀,) 카타나였다. 불사인이 되며 키가 4미터가 넘어버린 후지로가 들고 있으니 어린애들 장난감처럼 보였다.

"어이 전령, 이 검이 무슨 검인 줄 알아?"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보통 기사들이 사용하는 바스타드 소드와는 조금 다른 모양이라는 것밖에 모르겠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기 전 마지막으로 산 무기다. 그리고 벌써 2년 가깝게 흘렀지."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공포가 전령의 목 뒤를 휘감기 시작했다.

서늘한 식은땀 한줄기가 전령의 볼을 타고 내려와 턱 끝에 맺혔다.

"그 뒤로도 수많은 전쟁에 참여했고, 근 일 년 동안은 셀 수도 없는 몬스터를 베어 넘겼다."

후지로의 카타나에 푸른 빛의 검기가 맺혔다.

전령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조금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코인이 얼마나 모였으려나. 안 그래도 이제 지구로 돌아가 N마켓에 들어가 보려던 참이다."

촤악.

후지로의 카타나가 전령을 향해 휘둘러졌다.

카타나에서 뿜어져 나온 짙고 푸른 검기는 전령의 몸과 머리를 순식간에 분리했다.

"기다려라, 김수호. 곧 돌아가마."

카타나를 검집에 집어넣은 후지로가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이십여 명의 불사인들이 후지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후지로의 잔혹함과 무력에 반해 그를 따르게 된 기사와 마법사들이었다.

모두가 꺼리는 몬스터 토벌에도 기꺼이 함께한 후지로의 심복들.

"자, 나는 이제 블랙 게이트를 넘어 행성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지구다. 함께할 자는 무기를 높이 들어라."

말을 마침과 동시에 후지로가 검집에서 카타나를 다시 꺼내 높이 들어 올렸다.

"와아아!"

후지로와 마주 보며 서 있던 불사인 모두가 자신의 무기를 빼 들고 높이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외쳤다.

* * *

10월 22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63,911개]

[단가 64억 원]

[평가 금액 409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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