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95화 (95/200)

95화

* * *

프랑스 파리.

최수영, 레온과 함께 리무진을 타고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 서쪽 볼로뉴 숲으로 향했다.

레스토랑 르 프레 카틀랑.

원래는 몇 주 전 예약을 해야 올 수 있는 곳인데 운 좋게 취소된 건이 있어 당일 예약할 수 있었다.

리무진에서 내리자 지어진 지 150년도 넘은 고풍스러운 건물이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가 예약한 건 290유로짜리 열두 코스였다.

자리에 앉자 서버가 빵과 버터를 먼저 준비해 주었다.

담당 서버에게 와인은 가격과 관계없이 잘 어울리는 걸로 페어링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리에 앉고 나서도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레온이 말했다.

"우와, 수호 형. 이런 레스토랑은 처음 와봐요. 강남에서 가봤던 파인 다이닝 하고는 또 다르네요."

"하하. 어쨌든 여기가 파인 다이닝의 본고장이니까."

최수영이 무염 버터를 빵에 바르며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근사한 델 오자고 한 거야? 미리 얘기도 없이."

"그냥. 레온이가 예뻐서. 맛있는 거 사주려고."

"뭐야, 나 사주려고 온 건 아니었네?"

"하하, 미안. 오늘은 레온이를 위해서야."

"그래? 뭐, 우리 예쁜 레온이니까 내가 넘어가 주지. 레온아, 도대체 오늘 오빠한테 뭘 잘 보였길래 이래?"

무염 버터와 가염 버터를 포크로 한 번씩 찍어 먹어보던 레온이 답했다.

"글쎄요? 오늘 수호 형 전투에 도움이 될 만한 마법을 좀 정리해서 뽑아줬는데. 그거 때문이에요, 형?"

"그래, 인마. 안 그래도 그거 얘기하려고 갔는데 네가 다 뽑아놨더라고. 오늘 식사는 그 보답이야."

"이야, 형! 또 뭐 필요한 거 없어요?"

"당장은 없어. 하하하. 그리고 뭐 안 줘도 되니까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잠시 후 오르되브르(첫 번째 전채요리)로 머랭과 캐비어가 나왔다.

최수영이 레온에게 물었다.

"레온아, 요즘은 책은 뭐 봐?"

"아, 요샌 마법책 쓰느라 바빠서 책 많이 못 봐요. 그래도 틈틈이 그리스 로마 신화 보고 있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

"네. 수호 형이 행성 087의 설정값이 지구에 널리 퍼진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거든요. 다른 매체를 찾아봐도 그런 얘기가 많고요."

"그래서? 직접 읽어보니 어때?"

"신화도 버전이 여러 개 있어서 애매하긴 한데… 어쨌든 거의 흡사하던데요? 우리가 만났던 몬스터들, 반신반인들, 신관이 얘기해 준 신들. 대부분 지구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그대로 나와요."

곧이어 앙트레(수프를 포함한 그다음 전채 요리)로 게살 수프와 캐비어를 올린 차가운 게살 요리가 나왔다.

수프와 함께 나온 숟가락에는 하얀 크림이 발라져 있었고 차가운 게살 요리는 얼음이 담긴 그릇에 나왔다.

같은 재료인 게살로 서로 다른 식감을 만들어낸 훌륭한 앙트레였다.

담당 서버가 게살 수프를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눈만 끔뻑끔뻑할 뿐 서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레온은 나에게 다급히 물었다.

"어떻게 먹는 거래요? 숟가락엔 왜 벌써 뭐가 발라져 있어요? 이러면 수프를 어떻게 떠먹어요?"

"응, 그 숟가락에 있는 크림을 수프에 넣어서 같이 먹으래."

시키는 대로 수프를 떠먹어 본 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와!"

"하하, 맛있어?"

"그동안 제가 먹었던 수프는 뭐였죠?"

다음 앙트레로 간단한 리소토가 나왔다.

타피오카 펄이 들어 있는 리소토를 한 입 크게 떠먹은 레온이 말했다.

"그런데 행성087의 그 신들이요. 정말 있을까요? 지구에도 여러 종교와 신이 있지만 당장 눈앞에 나타나진 않잖아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네. 하지만 확실한 건 신관들의 태도가 지구의 종교인들과는 좀 달랐다는 거야. 더 확신에 차 있다고 해야 하나? 신과 가까워 보였다고 해야 하나."

최수영이 리소토는 입맛에 맞지 않는지 금세 숟가락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말했다.

"맞아. 오빠 그거 생각난다. 신관이 세상은 평평하고 끝엔 절벽이 있다고 했을 때 오빠랑 엄청 논쟁했잖아. 그런데 진짜 가서 땅끝을 확인했을 때의 충격이란. 하하핫."

"아휴, 나도 그날이 2년 반 동안의 행성 여행 중 제일 충격적인 날이었어."

"그런 거 보면 신관들 말대로 진짜 제우스 같은 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모르지 뭐. 그런데 어쨌든 행성 087에서 마지막으로 언박싱한 랜덤박스에서는 '제우스의 번개 반지'가 나왔잖아. 일회용이라 아직 써보진 않았지만."

"맞다! 오빠 여섯 번째 랜덤박스로 그런 반지가 나왔었지? 언제 써봐?"

"지금 쓸 순 없잖아? 하하하."

앙트레가 모두 끝나고 푸아송(생선 요리)으로 훈제 연어가 나왔다.

"이런 레스토랑에서 훈제 연어는 좀 평범하네."

최수영이 리소토에 이어 다소 실망한 듯 말했다.

하지만 체리나무로 훈연했다는 훈제 연어를 조금 잘라 입에 문 최수영은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이거 안 평범해! 빨리 먹어봐, 오빠."

비앙드(육류 요리)로는 송아지 요리가 준비되었다.

고기를 한 입 먹은 레온이 또다시 주변 창피하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 이게 뭐예요! 이게 소고기예요? 한국에서 먹은 거랑은 완전 다른데?"

메인 요리가 끝난 후 따뜻한 스튜를 하나 먹고 나자 서버가 치즈를 가득 담은 카트를 끌고 왔다.

본격적인 후식을 알리는 프로마주(치즈) 순서였다.

원하는 치즈가 있냐는 질문에 최수영은 몇몇 가지를 직접 골랐고, 나는 간단히 추천하는 치즈를 몇 개 달라고 했다.

레온은 조금씩 다 먹어볼 순 없냐고 물었고 서버는 친절하게 스무 종에 가까운 치즈를 모두 조금씩 담아 레온의 앞에 놔주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제가 신화를 읽으며 생각한 게 있어요."

"뭔데?"

"형도 처음엔 힘들어했던 그 히드라 있잖아요. 머리 셋 달린 드래곤. 지금 지구에서도 최고 등급인 8등급 몬스터로 규정하고 있고."

"응. 지금은 별 위협은 안 되겠지만 처음 만났을 땐 정말 힘들었지. 그때까진 휴대폰 배터리가 버텨줘서 다행이었어."

"어쨌든 우리도 행성 087의 모든 몬스터를 만난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신화 속엔 분명 히드라보다 훨씬 강한 몬스터가 많이 있더란 말이죠. 불사의 몸을 가졌거나 신과 필적하는 힘을 가진 놈들도 있고요."

레온의 말이 맞았다.

나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올림포스의 신들도 무서워 도망치게 만들고 제우스도 이겼다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쯤은 알고 있다.

"티폰처럼?"

"어? 형도 티폰을 알고 있네요? 맞아요, 티폰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도 가장 강한 몬스터예요. 하지만 티폰은 지구에 넘어올 일은 없어요. 신화에 의하면 에트나 화산에 영원히 갇혔으니까요."

최수영이 샤벳을 먹다가 레온에게 엄지척 해주었다.

"우리 레온이 벌써 그리스 로마 신화 박사님 되셨네? 역시 똑똑해."

레온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티폰 말고도 신만큼 강한 몬스터들이 꽤 있다는 거예요. 특히, 신화를 아무리 찾아봐도 죽었다거나 영원히 갇혔다는 얘기가 안 나오는 몬스터들이요."

"하지만 우리가 행성 087에 몇 번을 갔어도 신이나 신급의 괴물을 만난 적은 없잖아. 실제로 봤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고. 그럼 그냥 그곳에서도 전설 같은 존재 아닐까?"

"그렇겠죠? 아니, 그래야죠. 하하하."

* * *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哈尔滨), 중앙대가(中央大街).

르네상스 양식의 러시아풍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골목 어귀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행인들이 게이트가 나타났다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건 D급 게이트조차 되지 않는 작은 화이트 게이트.

아직 천천히 커지고 있긴 했지만 커지고 있는 속도로 보아 D급을 넘어서진 않을 것 같은 게이트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화이트 게이트는 옆 상가의 출입문만 해졌다.

그곳에서 여인의 형상을 한 몬스터가 하나가 쑥 튀어나왔다.

뱀 머리카락에 사자 코, 쭉 찢어진 입.

용의 비늘로 뒤덮인 몸과 청동 재질의 양손.

등에는 황금빛 날개가 달려 있었다.

고르고네스 세 자매 중 첫째인 스테노였다.

스테노가 자신이 튀어나온 게이트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스테노의 뱀 머리카락들이 화가 난 듯 입을 크게 벌리고 이쪽저쪽을 향해 이빨을 내보였다.

스테노는 게이트의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고 다시 머리를 집어넣어 보려고 했다. 하지만 좀 전에 블랙 게이트로 빨려 들어갈 때와는 반대로 뭐에 막힌 듯 화이트 게이트로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다시 들어가기를 실패한 스테노는 쭉 찢어진 입 밖으로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욕을 내뱉었다.

"에우리알레 이년. 언니가 괴상한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는데 따라와 보지도 않네? 막내가 살아 있었다면 '언니!' 하고 바로 따라왔을 텐데. 아무튼 에우리알레, 이 자기밖에 모르는 년."

화이트 게이트로 다시 들어가기를 포기한 스테노가 그제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나저나 여긴 도대체 어디야?"

하얼빈의 짙은 스모그가 스테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유황 냄새도 아닌데, 이 자욱한 연기와 냄새는 또 뭐야. 질식해 죽겠네."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스테노는 불사의 몸.

감각을 키워보자 조금 떨어진 곳에 수많은 인간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우왕좌왕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아무나 몇 놈 잡아서 물어봐야 할 텐데. 그것도 참 쉽지가 않단 말이지."

스테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양식이 특이하네? 게다가 저 멀리 보이는 저 높은 건물들은 또 뭐람."

저 멀리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로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스테노는 날개를 펼쳐 하늘로 휙 날아올랐다.

잠시 후 중국 공안들 앞에 스테노가 내려섰다.

등을 돌린 채였다.

스테노가 물었다.

"너희들은 도망 안 가고 내 쪽으로 오네? 영웅들인가? 좋아, 여기가 어딘지 알려주면 살려줄게."

스테노의 등 뒤에서 원하던 대답 대신 처음 듣는 말이 들려왔다.

뭐라 뭐라 소리치는데 무척이나 시끄럽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 뭐라는 거야. 여기 진짜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곳인가? 아, 짜증 나. 그나저나 참 듣기 싫은 억양이네."

스테노가 뒤로 확 돌아섰다. 순간 스테노와 눈이 마주친 네 명의 공안이 총을 빼 든 자세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버렸다.

눈을 마주치는 생명은 무엇이든 돌로 만들어버리는 강렬한 눈동자. 세 명의 고르고네스 자매들이 공통으로 가진 권능이었다.

"뭐, 오케아노스 강 근처에 사는 것도 지겨워진 참이었는데. 여긴 어떤 곳인지 좀 천천히 둘러볼까?"

스테노는 황금빛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 *

11월 24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33,961개]

[단가 66억 원]

[평가 금액 224조 1천억 원]

김수호 랜덤박스 아이템 현황 (6/6)

[1회차 : 마술사의 염동력 장갑]

[2회차 : 예민보스 고양이]

[3회차 : 피로회복제 엔캡슐]

[4회차 : 정령의 마법 주머니]

[5회차 : 정령의 축복 물약]

[6회차 : 제우스의 번개 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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