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16화 (116/200)

116화

* * *

“주먹을 뻗을 땐 항상 몸통을 돌리면서! 이렇게! 탕!”

복싱을 가르쳐주신 홍수완 선생님이 항상 하시던 말씀.

쾅!

몸통을 돌리며 짧게 끊어친 주먹에 불사인 기사의 허벅지가 푹 파였다. 골반과 무릎이 완전히 돌아가며 불사인의 하체가 무너졌다.

그리고 놈의 무릎이 땅에 닿음과 동시에.

“어퍼컷도 마찬가지야. 어깨로만 올려치려고 하지 말고, 이렇게! 몸통의 회전으로!”

쾅.

불사인의 턱에 어퍼컷이 꽂혔다.

주먹에 맞은 턱이 완전히 뭉개지고 목은 부러진 듯 뒤로 젖혀졌다. 주먹질 두 대에 불사인 한 놈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때 등 뒤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느껴졌다.

몸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검기를 피해 냈다. 그리고 그 방향 그대로 한 바퀴 더 회전하며 접근.

“이게 돌개차기라고 하는 기술입니다. 상대방을 속이면서 동시에 강한 회전을 줘서 위력도 배가시킬 수 있죠. 540도, 720도 돌리긴 하는데 그건 퍼포먼스 용이고. 이렇게 한 바퀴면 충분합니다.”

국제 대회 금메달만 30개를 딴 한국 태권도의 전설 이대운 선수의 가르침이었다.

콰앙!

확실히 주먹과는 위력이 달랐다. 돌개차기에 제대로 맞은 불사인의 머리가 완전히 뒤로 돌아갔다.

이미 열 명에 가까운 불사인이 불구가 되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재생 마법에 의해 다시 일어나겠지만, 그보다 내가 쓰러뜨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남은 기사는 세 명.

“파천마공의 유일한 단점은 내공 소모가 크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 천마의 내공은 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내 파천마공은 그야말로 단점이 없는 무공이라 할 수 있지. 하하하!”

천마를 흉내 내어 몸 안의 내력을 양손에 집중시켰다.

몸 안은 가벼워졌고, 양손과 양팔에는 내력이 밀집되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구도를 충분히 올려놓지 않았으면 이미 양팔이 내력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코인도 N마켓도 없는 무림 행성에서 천마 할배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걸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몸을 단련한 건지,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기사 한 놈을 향해 오른 손바닥을 쭉 뻗으며 내력을 방출시켰다. 손바닥을 타고 나간 내력은 그대로 기사의 몸에 꽂혔다.

퍼엉!

놈의 몸통이 그대로 터져버렸다.

이번엔 왼손으로, 또 그다음엔 오른손으로.

양손에서 번갈아 가며 내력이 발사되었고, 이 공격에 맞은 불사인은 앞의 어떤 공격보다도 처참하게 망가졌다.

순식간에 남아 있던 기사 세 명과 뒤편의 마법사 여섯의 몸통과 머리통을 모두 터뜨려버렸다.

두 팔에 모여 있던 내력이 자연스레 다시 온몸으로 흩어졌다.

아홉 번의 내력 방출. 힘 조절을 잘 못 했는지 몸 안의 내력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있었다.

사실 내력뿐만 아니었다.

생각보다 불사인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마지막 남은 놈들을 내력 공격으로 다 정리한 이유도 체력이 그 이상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짝, 짝, 짝.

“잘 보았다. 생각보단 강하군. 하지만 이제 기운이 많이 빠진 게 여기까지 느껴진다.”

“아직 쌩쌩하다. 너야말로 괜히 아까운 부하들만 다 잃었구나.”

“마법사 한 놈만 어찌 살려낸 다음 너무 늦기 전에 다시 다 재생하면 그만이다. 물론 그러려면 김수호 네놈을 빨리 해치워 버려야겠지. 천천히 놀아주고 싶었는데 아쉽구나.”

후지로가 품 안에서 열쇠 하나를 꺼냈다. 분명 내가 던져준 열쇠는 아니었다.

철컥.

열쇠로 자신의 옆에 있던 아다만트 상자의 뚜껑을 연 후지로가 마그네타 검을 꺼내 들었다.

후지로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열쇠가 하나뿐이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렇게 순진할 리가.”

“이러나저러나 결과는 같을 테니 장단을 좀 맞춰준 것뿐이다.”

“하하하하. 나는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고, 네놈보다 신체 강화 단계도 훨씬 높다. 아직도 허세를 부리는 것이냐? 아, 그리고 이 마그네타 검도 나만 들고 있군.”

“말이 많다.”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겠지?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 대결이다. 여기가 바로 네 무덤이라는 말이다. 김수호.”

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단순 수치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신체 강화 상품을 12단계까지 샀다고 치면, 놈은 지금 나보다 4배 이상의 신체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숫자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 또한 이미 수년 전에 깨달은 사실이었다.

순간 후지로의 몸이 사라졌다.

눈으로는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움직임.

마나의 흐름으로 겨우 놈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른쪽으로 크게 돌며 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마그네타 검의 기운이 느껴졌다.

허리를 급히 숙이며 바닥을 굴러 겨우 후지로의 검을 피해 냈다.

마그네타 검이 아슬아슬하게 내 등 위를 지나갔다.

신체 강화 단계가 나보다 높다는 말이 허풍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끝에 살짝 닿기만 해도 내 몸을 그대로 갈라버릴 수 있는 마그네타 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리암 소령과 마그네타 검을 상대하는 훈련을 조금 해둘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놈에게서 멀리 떨어진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다 잡은 사냥감을 유린하듯, 후지로는 멀리 떨어지는 나를 추격해 오지도 않았다.

“나 코인 얼마 남았는지도 다 알고 있겠지?”

“그렇다.”

“그럼 뭐 하나씩 사도 달라질 건 없겠네.”

“물론이다. 어차피 마그네타 검은 한 번밖에 못 사는 아이템이고. 부족한 신체 능력이나 잘 분배해서 키워보아라. 그래 봐야 한 단계씩 두 개 사는 게 고작이겠지만 말이다. 하하하.”

승기를 잡았을 때 바로 날 죽였어야만 했다. 지금 부리는 그 오만이 오늘 네놈을 찢어발기게 될 것이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 ‘힘, 체력 강화’ 상품과 ‘운동 신경 강화’ 상품을 하나씩 구매했다.

가지고 있던 코인은 총 42,238개. 11단계 강화 상품 하나당 20,480코인.

제길, 이제 1,300코인도 남지 않았다. 허염환에게 코인을 받은 이후 가장 적게 남게 된 순간이었다.

“이제 코인을 다 쓴 모양이군. 그래 봐야 나보다 한참 아래다. 게다가 아까 소모한 내력과 체력은 아직 다 돌아오지도 않았구나. 하하하. 김수호가 이렇게 시시한 인물이었다니.”

“영양제도 하나 먹어도 되지?”

나는 품 안에서 N캡슐을 하나 꺼내 꿀꺽 삼켰다. 행성 여행 중에 몇 개 썼고, 그 이후 오랜만에 써보는 아이템이었다.

캡슐을 삼킴과 동시에 모든 내력과 체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N캡슐도 이제 세 개밖에 남지 않았다.

허리가 돌아간 채 옆에 쓰러져 있는 불사인의 등을 툭 걷어찬 후 놈의 몸 아래 깔려 있던 검을 집어 들었다.

내 키보다 한참 긴 검이었다.

“자, 다시 붙어보자. 후지로.”

“하하하. 네가 이렇게까지 용쓰는 모습을 보는 게 이토록 즐거울 수가 없구나.”

자유롭게 휘두르기엔 검이 너무 길었다. 게다가 검신이 마그네타 검에 닿으면 그대로 썰려버린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콰직.

손날로 검 윗부분을 날려 길이가 1미터 남짓한 부러진 검으로 만들었다.

내력을 밀어 넣자 부러진 검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뻗어 나왔다.

이번엔 내가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검기를 길게 뽑아낸 후 그대로 반 바퀴 돌려 후지로의 허리춤을 베어 들어갔다.

후지로가 여유 있게 검을 들어 검기를 막아내었다. 확실히 아직도 놈의 움직임이 더 빠르긴 했다.

나는 손목을 조금씩 틀어 각도를 바꿔가며 연신 찌르고 베기를 반복했다.

평범한 공격이었다면 이미 후지로는 내 검기를 튕겨내고 반격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수 한 수가 모두 정교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자로 잰 듯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장 막기 힘든 경로로 검기가 계속 쏟아졌다.

빠른 움직임으로 막아내고 있긴 하지만 후지로도 적잖이 당황스러워 보였다.

이번엔 검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내려쳤다.

후지로가 급히 검을 들어 검기를 막아냈다.

이번엔 한 손으로 날카로운 공격. 압도적인 속도를 바탕으로 후지로는 이번 공격도 막아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왼손에서 강력한 내공이 뿜어져 나갔다. 후지로는 다급히 몸을 돌려 응축된 내공을 피해 냈다.

나는 후지로의 중심이 흐트러진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검을 바꿔 들고 오른손으로 거대한 마법구를 만들어 날려 보냈다.

미처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후지로는 마그네타 검으로 마법구를 막아냈다.

마법구와 마그네타 검이 힘겨루기하는 아주 짧은 순간, 왼손으로 쏘아낸 검기가 후지로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푹.

검기가 후지로의 몸을 꿰뚫었다.

하지만 노렸던 부위는 아니었다. 급히 몸을 튼 모양인지 어깨 위쪽을 뚫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이번엔 후지로의 반격이 이어졌다.

정말 다행인 건, 놈은 그다지 강자를 많이 상대해 보지는 않은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한참이나 힘과 속도의 우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치명적인 공격을 전혀 해오지 못하고 있었다.

공격과 수비 패턴도 지나치게 단순했다.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후지로의 전투 대부분은 채굴과 학살이 목적이었음이 분명했다.

그에 반해 내 공격은 검격 하나하나가 최적의 검로를 타고 움직였다. 지속적이고 오랜 훈련과 강자와의 전투 경험, 그리고 생사현관 타통 덕분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내력과 마법 공격을 자유자재로 섞어 후지로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었다.

이대로 공방이 반복될수록 몸에 상처와 피로가 쌓이는 건 후지로 쪽일 것이 분명했다.

역시 단순한 수치가 전부는 아니었다.

그렇게 후지로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 여유롭던 표정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잔뜩 찌푸린 미간과 구겨진 아랫입술이 그의 심경을 대변해 주었다.

‘분명 내가 더 강하고 빠른데 계속 피해를 입는 쪽은 왜 나인가.’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상황이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는 않았다.

아까부터 옅은 재생마법이 느껴지긴 했었는데, 후지로와의 치열한 공방 때문에 미처 손쓸 틈이 없었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고 후지로의 몸 이곳저곳이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해졌을 때, 불사인 마법사 한 놈이 결국 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놈의 지팡이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른 빛줄기 하나는 자기 몸을 감싸고, 하나는 후지로에게 가 닿고, 또 몇 줄기는 근처에 쓰러져 있는 마법사들에게 닿았다.

최수영이라도 함께 왔었으면 손쉽게 저들을 처리해 줬을 텐데.

아니, 어쩌면 최수영을 신경 쓰느라 후지로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저 야비한 놈은 분명 내 주의를 돌리기 위해 최수영을 공격했을 것이 분명했다.

버프 마법에 닿은 후지로의 몸이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쓰러져 있던 마법사들도 차츰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저 마법사 놈이 조금만 늦게 일어났어도 후지로를 끝장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런 생각은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승기가 완전히 저쪽으로 넘어가기 전에 나도 무슨 수를 내야만 했다.

‘이걸 쓸 때가 되었나.’

검을 쥐고 있던 왼손의 손가락을 쫙 펼쳐보았다.

중지에 끼워져 있는 투박하면서도 화려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 * *

3월 2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278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8조 5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