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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15화 (115/200)

115화

* * *

눈앞을 어지럽히는 빛이 사라지자 처음 보지만 익숙한 풍경이 나타났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곳, 하치조코 섬이었다.

스테노와 나는 섬의 들판 한 귀퉁이에 서 있었다.

“수호, 여긴 어디야?”

“일본.”

“아, 너랑 수영이랑 싫어하던 그 나라네? 옛날에도 쳐들어왔고 또 쳐들어오려고 하고 있다는 그 나라 맞지?”

“응, 맞아.”

“그럼 오늘 여기 다 박살 내는 거야?”

“그러려고.”

저 멀리 조촐한 시멘트 건물이 보였다.

건물 옥상 소초에서 우릴 발견한 군인들이 다급히 어디다 무전을 보내는 모습이 보였다.

무시하고 천천히 건물 쪽으로 걸어갔다.

들판 곳곳에는 여기저기 마법진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어디 많이도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잠시 후 건물 철문이 벌컥 열리더니 총을 든 군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건물 주변 여기저기 모래로 쌓아 만든 진지에 은폐한 군인들이 우리를 향해 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실드를 펼쳐 총알을 막아내며 계속해서 건물 쪽으로 걸었다.

역시 실드는 물리 공격에 약했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총알에 금세 실드의 색이 옅어지며 여기저기 금이 가는 것이 보였다.

콰지직, 쾅!

결국 실드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깨져 나갔다.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이번엔 손바닥을 앞으로 뻗어 내력을 뿜어내었다.

날카로운 검을 통해 검기의 형태로 뿜어져 나올 때와는 달리, 뭉툭한 내력이 손바닥 앞 공간을 빈틈없이 채워 나가기 시작했다.

몸을 타고 뿜어져 나온 내력은 검기를 쓸 때와는 다르게 일정한 형태 없이 내 마음먹은 대로 운용이 가능했다. 배우지도 않은 허공섭물이 갑자기 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손바닥 근처까지 날아온 총알들이 하나둘 허공에 멈추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 발, 스무 발, 수백 발의 총알이 내 손바닥 앞에 멈추어 섰다.

촤악!

손바닥을 군인들을 향해 퉁겨내자 내 앞에 멈춰 있던 총알들이 다시 그들에게로 돌아갔다.

날아올 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속도.

퍽, 퍼퍽, 퍽.

군인들은 모래 진지에 몸을 숨기고 있었음에도 되돌아간 총알들은 조금이라도 진지 밖에 삐져나와 있는 신체 부위에 정확히 날아가 꽂혔다.

노리긴 했지만 하나하나 계산해서 날린 건 아니었다.

일일이 계산하고, 재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저 마음먹은 대로 내력이 움직여주었다.

생사현관 타통을 통해 온몸의 기운이 하나로 이어진 결과였다.

총을 쏘던 군인 모두가 죽거나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드드드드.

건물 옆 바닥이 진동하며 거대한 통로가 열렸다.

칸 위원장이 보내준 자료에서 이미 확인한 통로. 불사인들이 지하 공간으로 드나드는 문이었다.

예전엔 테라 행성의 불사인을 잡아다 가두기 위해 만든 시설이었는데, 후지로 일행이 돌아온 후 그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통로를 통해 여러 명의 불사인들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건물에 달린 문에서도 군인들이 계속해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불사인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불사인이 된 건 처음 보았지만, 분명히 아는 얼굴이었다.

쿠라타니 후지로.

후지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 발로 찾아왔군. 김수호.”

“네놈이 그렇게 만들었지. 감히 내 여동생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납치가 성공했더라면 훨씬 쉽게 널 제거했겠지만, 뭐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다.”

후지로가 태블릿인지 유리 조각인지 모르겠는 물건을 들어서 내 쪽을 향했다.

“뭐냐, 그건? 전투력 측정이라도 하는 거냐?”

갑자기 놈이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맞다. 하하하하. 이거 내가 괜히 너의 여동생을 납치하려고 했군. 사과하지.”

“사과한다니,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냐.”

“네놈의 코인 내역이 이렇게 형편없을 줄 알았으면 굳이 애써 누굴 납치하고 말고 할 필요도 없었다는 말이다.”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는 후지로의 표정에 웃음이 감춰지지 않았다.

“무기라곤 마그네타 검 하나. 신체 강화는 세 개 모두 고작 10단계. 이게 전부인가? 김수호, 지금이라도 가진 코인을 탈탈 털어 한 단계씩이라도 더 올려보는 것이 어떠냐? 하하하하.”

놈이 들고 있는 태블릿이 아마도 가진 코인과 사용 내역을 알려주는 모양이었다.

“랜덤박스에서 나온 아이템인가 보군. 장난감 하나 얻고 우쭐대는 모습이라니. 다 떠들었으면 이제 시작하자.”

나는 마그네타 검을 뽑아 들고 놈에게 달려들 준비를 하였다.

후지로도 허리춤에서 마그네타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놈의 입은 여전히 쉬지 않았다.

“얼마 전 마그네타 검을 든 놈을 하나 상대했었지.”

“리암 소령 말이군.”

“이미 알고 있었군. 너는 마그네타 검끼리 부딪쳐 본 적이 있나?”

“없다. 뭐, 이제 네놈을 죽이면서 한두 번은 부딪쳐 보겠지.”

“하하하. 거만 떠는 모습은 삼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살짝 부딪쳐 보았는데도 그 미국 놈은 수십 미터를 뒤로 날아갔다. 더 세게 부딪혔으면 더 큰 충격파가 터져 나왔겠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아마 네놈과 내가 온 힘을 다해 이 검을 맞부딪치면 이 섬이 통째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실험해 본 적이 없어서 후지로가 허풍을 떠는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이 심상찮은 검 두 개가 맞부딪친다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긴 했다.

“게다가 영상을 보니 네놈은 그 검으로 엄청난 기운을 쏘아내더군. 그 정도 기운이야 막아내면 그만이지만 그게 이 검이라면 무슨 결과가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무서워서 밑밥을 까는 것이냐?”

후지로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을 바닥에 툭 던지며 말했다.

“하하하. 이걸로 네놈의 실력을 이미 다 확인했는데 무서울 리가. 하지만 제대로는 한번 붙어봐야겠다 싶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 바스티안!”

후지로가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호명하자 불사인 하나가 양손에 금속 상자 두 개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신비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상자였다.

“너도 가봤겠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행성. 이건 거기서 구해 온 상자이다. 전설의 금속 아다만트로 만들어졌지.”

바스티안이라 불린 불사인이 상자 하나는 후지로의 옆에 내려두고 남은 하나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후지로가 계속 떠들었다.

“마그네타 검을 각각 여기에 넣어두고 한판 붙어보자. 필요하다면 원하는 무기 하나쯤은 빌려줄 수 있다. 오랜 숙적을 만났는데 검 한 번 맞대었다가 충격파에 휘말려 이 섬과 함께 날아가 버릴 순 없지 않은가.”

나는 천천히 검을 들어 바스티안의 목을 겨누었다.

“개수작 부리지 마라. 어차피 여기 있는 놈들은 오늘 다 죽는다.”

“지구 최강의 헌터님이랑 제대로 한번 붙어보고 싶어서 애써 짠 판이라니까 그래. 못 믿는군. 그럼 어디 한번 부딪쳐 보든가.”

순간 후지로의 커다란 신형이 사라졌다. 마법도 무공도 아니었다.

속도.

그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온 후지로가 나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급히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콰앙!

후지로의 말대로 마그네타 검이 부딪히며 강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검이 닿는 순간, 후지로가 힘을 빼는 것을 느끼고 나도 순간적으로 힘을 빼보았는데도 엄청난 충격파가 발생했다.

나와 후지로는 한참을 뒤로 미끄러지고서야 겨우 멈추어 섰다. 대충 보기에도 뒤로 더 많이 밀린 쪽은 나였다.

“어떠냐, 이제 내 말을 믿겠나? 바보가 아니라면 네놈과 내가 온 힘을 다해 검을 맞부딪치면 무슨 일이 생길지 정도는 감을 잡았겠지.”

놈의 말이 사실이었다.

이대로는 내 동생을 납치하려고 했던 놈과 제대로 붙어보기도 전에 둘 다 저 멀리 바다로 튕겨 나갈 상황이었다.

“내가 먼저 넣지.”

후지로가 자신의 옆에 있는 아다만트 상자에 다가가 뚜껑을 열고 마그네타 검을 집어넣었다.

상자 뚜껑을 닫고 열쇠로 잠근 후 열쇠를 나에게 집어 던졌다.

후지로가 던진 열쇠를 받아들었다. 열쇠 역시 아다만트로 만들어져 있었다.

“열쇠는 서로 바꿔서 가지고 있는 거다. 상대를 죽이고 나서야 마그네타 검을 되찾을 수 있는 거지. 어떠냐, 꽤 괜찮은 판이지?”

“일단 네 말대로 하겠다. 이게 개수작이어도 달라질 건 하나도 없으니.”

“김수호.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 놈이지만 그 허세 하나는 정말 내 마음에 드는구나.”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 행성 087의 그 아다만트로 만든 상자가 맞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강하다고 묘사되는 금속.

농경의 신 크로노스가 들고 있는 낫이 이 아다만트로 만들어 졌다고 했다. 크로노스는 무려 제우스의 아버지였다.

나 역시 마그네타 검을 상자 안에 넣고 상자 뚜껑을 잠갔다.

열쇠를 튕겨내자 후지로가 받아들고 잘 보라는 듯 과장된 동작으로 품 안에 집어넣었다.

후지로가 대단히 만족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재미있군. 자, 얘들아. 저놈이 지구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다. 너희들이 한번 처리해 보아라. 힘과 빠르기가 나의 반의반도 되지 않는 놈이다.”

그럼 그렇지. 꼭 저런 악당은 먼저 나서는 법이 없다.

그리고 반의반이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니 신체 능력 강화 상품을 12단계쯤까지 구매한 모양이었다.

후지로가 뒤로 물러나고 십수 명의 불사인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 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라! 너희들 스스로 나 후지로의 충실한 기사임을 증명하라! 저자를 꺾고 나면 지구에 더 이상 너희들의 상대는 없을 것이다!”

서서히 다가온 불사인들이 동그랗게 나를 둘러쌌다.

뒤에서 스테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도와줘?”

“아니, 됐어.”

“오래 걸리면 지루할까 봐 그래. 벌써 좀 지루해졌어. 저 반짝반짝한 애 진짜 말 엄청 많네.”

“오래 안 걸려.”

“알았어.”

스테노는 사뿐사뿐 걸어 아다만트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우와, 이거 진짜 아다만트네? 두껍기도 해라. 이런 귀한 걸 저 말 많은 애가 어디서 구했대? 열쇠가 없으면 제우스 정도는 나타나야 열 수 있겠는데?”

그때, 불사인 검사 하나가 커다란 검을 찔러 들어왔다. 이미 대열을 맞춰 뒤쪽에 선 마법사에게 버프 마법까지 받은 상태였다.

놈의 검 끝엔 2미터도 넘는 짙은 색 검기가 맺혀 있었다. 저 정도면 시엠브레에서도 꽤 상급 기사.

쿠라타니 후지로가 그저 그런 불사인들을 모아 지구에 돌아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

퉁.

옆구리를 노리고 찔러 들어오는 놈의 검기를 손등으로 툭 쳐내었다.

물론 순수한 내력의 결정체인 검기를 맨손으로 쳐내는 건 불가능했다.

아무리 내구도 강화 상품을 10단계까지 샀어도 맨살로 검기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놈의 검기와 닿는 순간, 검기를 딱 한 번 버틸 만큼의 작은 실드를 손등 위에 펼쳤다.

실드와 검기가 부딪히면서 놈의 검은 위로 튕겨 올라갔고, 손등에 만들었던 실드는 바로 깨져버렸다. 어차피 일회용으로 만든 것이니 상관없었다.

검이 튕겨 올라가면서 놈의 복부가 훤히 드러났다.

그대로 몸을 날려 복부에 주먹 한 방을 꽂아 넣었다.

퍼억.

놈은 복부가 움푹 파인 채 뒤로 한참을 날아갔다.

원한다면 무기 하나는 빌려주겠다던 후지로는 맨손 상태인 나에게 부하들을 모두 붙였다.

하지만 나도 애초에 무기 같은 걸 빌릴 생각은 없었다.

감히 내 동생을 납치하다니.

모두 주먹으로 패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 * *

3월 2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42,238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283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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