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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코인재벌-139화 (139/200)

139화

* * *

귀자마모가 퍼뜨린 검은 구름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텅 빈 공간감이 느껴졌다.

그때, 맨 앞에 있던 마물 한 놈이 두 팔을 뻗어 마기를 뿜어냈다.

살짝 옆으로 움직여 마기를 피해냈다.

“너희들은 이 안에서도 마음대로 마기를 쏠 수 있단 말이지?”

이번엔 세 마물이 동시에 마기를 쏘아내고 두 마물은 날카로운 손톱을 앞세워 나를 찔러 들어왔다.

나머지 놈들은 내 옆과 뒤로 움직여 나를 포위했다.

협공을 할 줄 아는 놈들이었다.

세 방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마기를 막아내기 위해 실드를 펼쳤다.

“아차.”

이곳은 검은 구름 안쪽. 실드는 펼쳐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놈들의 공격이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재밌네.”

빠르게 몸을 날려 마기를 피해 냈다.

내 움직임을 예상했다는 듯 손톱을 앞세워 날아들던 놈들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스윽.

마그네타 검이 두 마물의 팔을 한 번에 베고 지나갔다.

단단해 보이기 그지없던 놈들의 팔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다시 검을 회전시켜 놈들의 머리와 몸통을 마저 갈라 버렸다.

그러는 사이 일반 마물들까지 검은 구름으로 들어와 내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구름 안에서 놈들을 다 베어버리는 건 너무 효율이 안 나오는 일이었다.

“그럼 뚫어야지.”

검을 고쳐 쥔 나는 귀자마모의 마기가 느껴지는 곳을 향해 내달렸다.

앞을 가로막는 마물들은 바로바로 베어버렸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게다가 십이호마라 불렸던 대장급 마물들의 날카로운 공격이 시시때때로 빈틈을 파고들었다.

신체 내구도를 잔뜩 올려놓은 덕에 놈들의 공격에 스친다고 괴사가 몸속까지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최대한 놈들과 부딪치지 않도록 해야 했다.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보아도 하늘 위는 날개 달린 마물들이 잔뜩 지키고 있었다.

목적한 대로 검은 구름을 빠져나가지는 못하고 놈들을 베어내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크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길을 뚫으려는 걸 눈치챘는지 귀자마모는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 다니며 검은 구름을 펼쳐내고 있었다.

“까짓거, 다 베어버리지 뭐.”

귀자마모가 만들어낸 검은 구름보다 훨씬 더 어두운색의 마그네타 검이 검은 구름 속을 헤집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검의 방향이 한 번 바뀔 때마다 마물 두세 마리가 시체로 변했다.

얼마나 베고 또 베었을까. 마물 시체 산이 높아질수록 내 체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한 손으로 계속 검을 휘두르며 남은 손은 정령의 마법 주머니에 넣어 한참을 뒤적거렸다.

작은 약 상자가 손끝에 닿았다.

N캡슐을 꺼낸 후에 하나를 까서 입 안에 넣었다.

순식간에 체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N캡슐도 이제 두 알밖에 남지 않았다.

거의 만 마리를 베고 그 위에 올라섰는데도 마물들은 계속해서 공격해 왔다.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파공음이 조그맣게 들려왔다.

쐐애액!

최수영의 화살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였다.

푹!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던 마물의 이마 정중앙에 화살이 꽂혔다.

화살촉 바로 뒤에는 소형 폭탄이 장착되어 있었다.

콰앙!

엄청난 폭발에 근처 마물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쐐애액! 쐐액!

계속해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쾅, 콰앙!

나에게까지는 폭발로 인한 불꽃이 닿지 않게 조절하며 최수영의 화살이 마물들을 빠른 속도로 터뜨려 나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보자 아까 내가 서 있었던 언덕 위에 최수영과 스테노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최수영의 폭격으로 마물의 포위가 한결 헐거워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마물 몇을 베어내며 귀자마모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촤악!

빠르게 접근해 검을 휘둘렀지만 귀자마모는 공간이동을 통해 검을 피해 냈다. 그리고는 내 등 뒤에 나타나 날카로운 손톱을 뻗어왔다.

빠르게 옆으로 이동해 귀자마모의 공격을 피해낸 후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귀자마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검을 피해 냈다.

이번엔 바로 등 뒤에 나타나지 않고 한참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쾅, 콰앙!

그래도 최수영의 폭격 지원 덕분에 움직임이 훨씬 수월해졌다.

귀자마모는 우선 두고 번거로운 십이호마부터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확실히 까다로운 놈들이었지만 상대하지 못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계속해서 마물을 베어 나가면서 십이호마를 처리하자 귀자마모의 마음이 급해진 건지 이제는 먼저 다가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은 좀 곤란했지만, 귀자마모의 공격은 확실히 귀마왕보다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마물의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점차 승리의 기운이 우리 쪽으로 기울어졌다.

또 한차례의 기습공격에 실패한 귀자마모가 멀찌감치로 이동한 후 입을 열었다.

“인간, 이렇게까지 나를 방해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네 남편이 지구에 쳐들어왔었거든. 굉장히 위협적이더라고.”

“귀마왕을 죽인 것도 모자라 아예 우리 종족을 뿌리 뽑기 위해 이곳까지 넘어온 것이냐?”

“그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아까 마물 만들어내는 걸 보니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잔인한 자로구나. 네 발밑에 쌓인 마물의 사체를 보아라. 정녕 이렇게까지 해야겠느냐.”

“근처에 몬스터 씨를 말려 놓은 걸 보니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건방지구나, 인간.”

“너나 귀마왕이나 이리저리 피해 다니기만 하는 주제에 멘트는 비슷하네. 그만 떠들고 덤벼라.”

“지금은 이리되었으나 그래도 한때 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우리 마족이다. 한낱 인간 따위에게 당할 성싶으냐.”

“네 남편 귀마왕은 인간에게 일대일로 졌는데? 너도 지금 공간이동으로 겨우 내 공격을 피해 내고 있을 뿐이잖아.”

“좋다. 모든 마물의 어머니. 나 귀자마모의 힘을 보여주마.”

“네가 자꾸 뻔한 대사를 치니까 나도 뻔하게 받아칠 수밖에 없잖아. 좋다, 바라던 바다.”

넓게 퍼져 있던 검은 구름이 귀자마모 주변으로 점점 모여들며 더 짙은 색이 되었다.

나 역시 심상치 않은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았다.

빠르게 몸을 날려 귀자마모를 공격해 들어갔다.

귀자마모는 이번엔 공간이동을 하지 않고 검은 구름을 뭉쳐 내 검을 받아내었다.

콰앙!

마그네타 검과 귀자마모의 짙게 뭉쳐진 구름이 부딪쳤다.

검이 바위에 부딪친 듯한 저릿한 충격이 손목에 전해져 왔다.

검기나 마법 같은 건 다 소멸시켜 버리더니 이젠 마그네타 검의 물리 공격도 막아 내는 검은 구름이었다.

“쓸 만한 잔기술을 가지고 있네.”

“잔기술이라니. 이것이 태초부터 존재하는 마족의 힘이다. 인간.”

콰앙, 콰앙!

다시 검을 놀려 귀자마모를 공격했다.

귀자마모는 양손에 검은 구름을 커다랗게 뭉쳐 낸 채 내 공격을 그대로 막아냈다.

아까보다 범위가 좁아지긴 했지만 귀자마모 주변에는 아직 옅은 구름도 휘둘러진 채였다.

구름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번개 같은 불꽃이 튀고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체 내구도를 잔뜩 올려놓지 않았다면 충돌 때마다 튀는 불꽃에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귀자마모는 내 공격을 막아내면서 때때로 검은 구름을 날카롭게 다듬어 내 심장을 향해 날려 보냈다.

유독 심장만 노리는 걸 보니 한 방에 끝내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검은 구름은 공격에도 방어에도 최적화된 까다로운 무기였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다만 마찬가지로 나도 귀자마모에게 치명타를 날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확실히 움직임은 귀자마모 쪽이 현저히 느렸다. 하지만 제 몸통만 한데다가 형태까지 자유자재로 변하는 검은 방패를 양손에 두르고 있으니 공격을 몸통에 적중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귀마왕도 그렇고, 너희는 확실히 쉬운 상대는 아니구나.”

“너 같은 인간이 있다는 게 더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이 행성엔 인간이 없잖아? 너는 아까부터 인간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네.”

“유한한 삶을 가진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우리가 어쩌다 이 지옥 같은 곳에 처박혀 살게 되었는지.”

“원래 여기 살던 게 아니었어?”

“더 알 필요는 없다.”

“뭐야, 말은 자기가 꺼내 놓고.”

나는 다시 귀자마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잠시 조용해졌던 일대에 다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시 공방이 이어지기를 한참.

축구로 따지면 내가 볼 점유율을 80퍼센트 이상 가지고 있지만 아직 0 대 0의 승부인 꼴이었다.

그때, 새로운 검 하나가 승부에 끼어들어 왔다.

마쿤쿠의 검이었다.

“마쿤쿠 헌터님!”

“김 헌터님, 저쪽은 상황 다 정리되었습니다. 전차 부대도 요 앞 언덕까지 밀고 올라와 이 승부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짧게 상황을 전하던 마쿤쿠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제가 끼어들지 말아야 할 승부에 끼어든 걸까요?”

“아니요, 잘 오셨어요. 하나보단 둘이 낫죠. 저 검은 구름 조심하세요. 한 번씩 날카로운 반격이 들어옵니다.”

“언덕 위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이 마물 패턴이 단순하던데요?”

“부끄럽네요. 그런데 아직도 못 해치우고 있어요.”

“같이하시죠!”

“네!”

마쿤쿠의 합류로 다시 상황은 급속히 변화되었다.

다른 헌터였다면 위험하다고 빠지라고 했겠지만, 마쿤쿠의 감각과 속도라면 크게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강력한 힘을 가진 조력자가 아니었다.

귀자마모의 빈틈을 만들어 줄 빠른 조력자. 마쿤쿠가 최적이었다.

쐐애액!

마물들을 계속 터뜨리던 최수영의 화살도 이제는 귀자마모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최수영의 화살이나 마쿤쿠의 검이나 모두 귀자마모의 검은 구름에 막혀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마그네타 검이 검은 구름 사이를 뚫고 들어갈 틈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푸욱.

조금 벌어진 틈을 통해 마그네타 검이 귀자마모의 복부에 닿았다.

검 끝만 겨우 닿은 상태.

그대로 검을 대각선 위로 휘둘렀다.

촤아악!

귀자마모의 상체가 마그네타 검이 휘둘러진 방향대로 크게 잘려 나갔다.

“끼야악!”

놀란 귀자마모가 듣기 싫은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상체는 대각선으로 완전히 갈라져 하체에 겨우 붙어 있는 상태.

양손에 뭉쳐 있던 검은 구름이 잘린 상체 사이로 모여들어 가기 시작했다.

치료도 되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촤악!

그대로 귀자마모에게 달려들어 붙고 있는 상체를 다시 베어버렸다.

촤악! 촤악!

상체, 하체 할 것 없이 대여섯 번을 더 베어버리자 귀자마모의 양손에 모여 있던 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귀자마모의 머리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다가 흩어지는 구름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공중으로 퍼져 나가 흩어지려던 검은 구름이 갑자기 다시 진하게 모여들더니 내 쪽으로 몰려왔다.

“뭐야, 이거?”

새까맣게 뭉쳐진 검은 구름이 마그네타 검을 감싸 안았다.

스으으.

곧 검은 구름이 마그네타 검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5월 9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57,07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1,052조 4천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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