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메타버스 코인재벌-151화 (151/200)

151화

* * *

“하하하. 제법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조금 전 마법 공격보다는 훨씬 낫군. 이게 최선인가?”

김수호가 대답했다.

“물론 아직 한 방 더 남았습니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천천히 들었다.

“아쉽구나. 그걸 보고 싶기도 하지만, 내가 장난을 길게 하는 성격은 아니라서.”

구구구구.

땅이 울리고 바다가 요동쳤다.

포세이돈의 삼지창 끝에 엄청난 마나가 모여들었다.

제우스가 흥미로운 듯 포세이돈의 창끝을 바라보았다.

“포세이돈은 더 오래 놀아줄 생각이 없나 보군. 저게 세 번째 공격에 나왔어야 하는데.”

최수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네? 그럼 어떻게 해요?”

“막아내야지. 어떻게든.”

“이런 무책임한!”

최수영이 자신도 모르게 제우스에게 소리를 쳤다.

제우스가 고개를 돌려 최수영을 바라보았다.

“저놈만 세상모르고 날뛰는 줄 알았더니 여자 친구도 똑같구나. 너 지금 나한테 소리친 것이냐? 신들의 신 제우스에게?”

최수영은 더 아득바득 소리쳤다.

“계획이 있다면서요! 뭐 두 번째까지만 어떻게 막으면 된다면서요!”

“그랬지. 그걸 막아낼지 못 막아낼지는 저 녀석의 역량에 달렸을 뿐.”

“그런데 지금 포세이돈은 전력을 다할 생각인 거 아니에요?”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조금 더 놀아줄 줄 알았는데.”

“그럼 어떡해요! 빨리 오빠를 도와주세요!”

“난 이미 이 대결에 끼어들지 않기로 맹세했다. 신들의 맹세는 인간의 것처럼 가볍지 않다.”

“치잇!”

최수영이 김수호 쪽으로 몸을 날렸다.

“멈춰라.”

제우스의 음성이 공간을 울렸다. 그와 동시에 몸을 날리던 최수영의 몸이 그 자리에 뻣뻣하게 굳었다.

“더 날뛰는 것은 봐주지 않겠다. 이건 포세이돈과 김수호의 대결이다. 그리고 네가 뛰어든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수영은 몸 안의 내력을 모두 운용해 겨우 고개를 제우스 쪽으로 돌려냈다.

“호오.”

제우스가 신기하다는 듯 최수영의 고개가 조금씩 돌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 힘이 실린 명령을 듣고도 몸을 제멋대로 움직이다니?”

제우스를 노려보는 최수영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빠가 잘못되면, 내가 반드시 너 가만 안 둬.”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지켜보거라. 네 남자 친구의 최후가 될지, 역사에 길이 남을 신과 인간의 대결이 될지.”

그때 스테노가 괴물의 모습으로 변한 후 황금 날개를 쫙 펼쳤다.

“멈춰라.”

이미 공중에 떴는데도 스테노의 몸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중력의 영향도 벗어난 듯했다.

“이 녀석들이 아주 요란하구나. 그렇게도 저놈을 지키고 싶은 것이냐.”

스테노가 겨우 입을 벌려 말했다. 그녀는 최수영처럼 고개를 돌리거나 하지는 못했다.

“그… 그렇습니다.”

“지켜보거라. 너희들이 나 제우스에게 반기를 들면서까지 지키려는 저놈이 이 시련을 어떻게 이겨낼지.”

* * *

심상치 않았다.

마나를 느끼게 된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마나의 움직임이었다.

포세이돈의 삼지창 끝에 이 세상의 모든 마나가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온몸의 감각세포가 위험을 경고해 왔다.

이건, 못 막으면 죽는다.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을 급하게 꺼내 들어 신체 강화 상품 세 개를 모두 하나씩 구매했다.

10만 개가량의 코인을 또 써버렸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코인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양이었다.

한화로 670조 원이 넘는 금액. 그러나 이제 그런 건 별 의미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 가진 코인의 절반을 사용한 것이니 목숨값으로는 결코 비싸지는 않은 비용이었다.

왼손으로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모아 실드를 두껍게 겹쳐내기 시작했고, 오른손으로는 마그네타 검을 잘 꼬나쥐었다.

우선 실드. 그다음 대천흑룡. 그래도 안 되면 검기를 최대한 뽑아내 저 기운을 베어버린다.

지금의 나에겐 이 대응 방법이 최선이었다. 이 세 단계를 거치며 나를 덮쳐올 포세이돈의 공격이 최대한 약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콰아아.

삼지창 끝에서 금빛 파도가 쏘아져 나왔다. 모양은 바위에 부딪치면 부서지는 파도를 닮았지만 기세는 그렇지 않았다. 앞을 가로막는 건 무엇이든지 파괴해 버릴 만한 기세였다.

포세이돈과 나 사이 중간 지점에 두꺼운 실드를 펼쳐냈다.

지금껏 펼쳐낸 실드 중에 가장 탄탄하고 두꺼운 것이었다.

콰지직, 콰앙!

순식간이었다.

커다란 돌멩이가 날아든 유리창처럼 전력을 다해 펼친 실드는 힘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번엔 대천흑룡.

콰과과과.

마그네타 검을 양손으로 잡고 있는 힘을 다해 대천흑룡을 포세이돈의 금빛 파도를 향해 쏘아냈다.

콰아앙!

대천흑룡은 그래도 금빛 파도와 잠시나마 힘 대결을 펼쳐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빛 파도는 대천 흑룡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콰과과.

대천흑룡을 재차 쏘아 보냈다.

첫 번째 충돌로 다소 힘을 잃은 금빛 파도를 두 번째 대천 흑룡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됐다!”

나는 바로 세 번째 대천흑룡을 준비했다.

그때.

포세이돈의 삼지창에서 더 큰 기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천 흑룡과 대치하던 황금 파도의 기세가 몇 배는 더 커지며 대천흑룡을 다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포세이돈은 이번 공격에 나를 완전히 끝장낼 계획인 것 같았다.

어느새 금빛 파도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기를 강하게 두르고 파도를 세로로 베어보았다.

콰앙.

파도의 강맹한 기세에 검이 튕겨 올라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검과 함께 몸을 날려 일단 파도를 피해 냈다.

이대로 세상 끝까지 밀고 갈 것 같던 금빛 파도가 놀랍게도 방향을 틀어 내가 있는 쪽을 향했다.

검은 구름은 세 번째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남겨둬야 했지만…….

“이젠 뭐 방법이 없겠네.”

나는 검기를 빠르게 흐트러뜨린 후 마그네타 검으로 포세이돈의 파도를 베었다.

사아아.

마그네타 검에서 검은 구름이 뿜어져 나오며 금빛 파도와 뒤섞였다.

지금껏 검 주변을 살짝 감싸며 마나 공격을 흡수하던 검은 구름은, 이번엔 검 밖으로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며 금빛 파도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흡수해야 할 금빛 파도의 위세가 크기 때문인 것 같았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이 세상 어느 무기도 막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금빛 파도가 검은 구름에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해변 전체를 삼킬 듯하던 금빛 파도가 결국 모두 사라졌다.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포세이돈이 입을 열었다.

“마족의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용케도 그런 걸 숨기고 있었군. 마족의 힘이라.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나?”

“우연히 얻게 된 힘일 뿐입니다.”

“허튼소리. 네 놈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런 힘이 깃들 리 없지 않으냐.”

“저도 영문은 잘 모릅니다.”

“수상한 놈이로구나. 내 바로 다음 공격을 이어 네 놈의 목숨을 거둘 수도 있었으나 약속은 약속이니 두 번째 공격도 네 놈이 받아낸 것으로 하겠다. 어차피 한 번의 공격이 더 남아 있으니.”

“다행입니다. 이게 전력이신 줄 알고 실망할 뻔했습니다.”

포세이돈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뭣이야?”

“아닙니다. 이제 제 차례이니 공격을 받아보십시오.”

* * *

“최수영이라고 하였느냐?”

제우스의 물음에 최수영이 소리쳤다. 최수영은 아직도 김수호를 향해 달려나가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 있었다.

“…어서 이거 풀어!”

“김수호 저놈에게 한 수가 더 남아 있느냐?”

“어서 풀어! 이제 세 번째 공격 땐 저 검은 구름도 소용없을 거라며! 오빠를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내 질문에 대답해라. 저놈이 지금 애써 포세이돈을 도발하고 있지 않으냐.”

최수영도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의아해하던 부분이었다.

조금 전 공격은 분명 검은 구름이 없었으면 막아내지 못했을 위력.

게다가 제우스의 말에 의하면 포세이돈은 다음번엔 검은 구름으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을 펼쳐낼 것인데, 왜 도발을 하는 것일까.

김수호가 아무 이유 없이 저럴 리는 없었다.

‘혹시……!’

최수영의 추측이 맞는다면, 지금 김수호는 아주 위험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걸 풀어주면 말해 주지.”

“건방진 태도부터 고치고, 저 대결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최수영은 불안했다. 김수호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금 그걸 물어볼 만한 사람은 제우스밖에 없었다.

“…네. 죄송합니다, 제우스 님. 예를 갖추고 저 대결에도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풀어주마.”

풀어준다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최수영의 몸을 옭아매던 힘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스테노가 외쳤다.

“…제우스 님! 저도 맹세하겠습니다.”

“너도 이제 그만 풀어주마.”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최수영과 스테노가 제우스 곁으로 다가갔다.

최수영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저 검. 의지가 닿는 것은 무엇이든 베어버릴 수 있는 검입니다.”

“그래? 저 검이 오히려 검에서 나오는 검기보다 날카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물건이었다고?”

“네. 지금 포세이돈을 도발해 근접전을 펼친 다음 저 검으로 그의 무기를 베어버릴 계획인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베어버린다?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다.”

“어쨌든 시스템의 설명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뭐든 베어버릴 수 있다고 했어요. 제우스 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시스템? 그건 또 무엇이냐?”

“저 검 같은 무기들을 우리 지구인들에게 지급하고, 행성 간 차원 이동문을 만든 존재입니다.”

제우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나조차 억지로 닫아볼 수 없던 그 차원문을 만든 존재라…….”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네 말이 사실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구나. 저놈의 움직임이라면 한 번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그 확률조차 높이기 위해 지금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었구나. 영악한 놈.”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는 제우스의 말에 최수영과 스테노의 얼굴이 다시 환해졌다.

“정말입니까?”

“무대는 마련된 것 같고. 어디 한번 보자. 그 시스템이 준 무기가 얼마나 강한지.”

* * *

차라리 이번 내 공격 차례에 승부를 볼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승부는 다음 턴에 보는 것으로 마음을 굳혔다.

괜히 이번에 승부를 보려다 실패했을 경우, 마지막 남은 포세이돈의 공격 때 그가 무슨 수를 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이런 대결은 처음이라 그런데, 근접 공격은 몇 합이나 막으면 버텨낸 것으로 인정을 해주는 겁니까?”

“하, 네놈이 나랑 몸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그럼 무슨 수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마찬가지다. 단 한 번의 공격. 그것만 막아내면 된다.”

뜻대로 되었다. 단 한 번의 공격이면 내 심장을 꿰뚫어버릴 수 있다는 그 자만심이 이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번 공격만 조심하면 된다. 내가 공격을 들어갔다가 역습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마지막 도발 한 스푼.

“그럼 갑니다. 이번엔 좀 다를 겁니다.”

“미친놈. 그 배포는 인정해 주마. 신의 피가 섞인 놈도 아닌데, 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처음 보는구나.”

“타앗!”

또 괜한 기합 소리를 내며 몸을 날렸다.

포세이돈과 나와의 거리는 삽시간에 좁혀졌다.

나는 마그네타 검에 검기를 최대한 강하게 불어넣었다. 혹시라도 부딪치는 충격에 검기가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괜히 검기가 깨져 마그네타 검날과 삼지창이 맞닿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번 계획은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

이제 검 끝이 포세이돈의 목에 닿을 수 있는 거리. 일부러 막기 쉽게 삼지창이 있는 쪽으로 검을 크게 휘둘렀다.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어리석은 놈.”

포세이돈은 무심하게 삼지창을 들어 올렸다.

* * *

5월 30일 김수호 넥시트코인(NXT) 보유 현황

[보유량 111,700개]

[단가 67억 원]

[평가 금액 748조 4천억 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