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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9화 (19/215)

<19 화 > 복귀

백우진이 눈을 뜬 건 하루가 꼬박 흐른 뒤였다.

오랜만이었다. 일말의 취기도 없이 정신이 멀쩡한 날은. 그래서 더 어색했 다. 냉철하다못해 차가울 정도의 이성 판단이 낯설다.

멈춰 있던 음주선공을 다시 운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허리춤에 있는 호 리병에 손을 가져갔다.

꿀꺽꿀꺽!

목울대를 크게 넘기자 전신에 피가 돌듯 술기운이 사악 올라오기 시작했 다.

음주선공이 다시 운용되기 시작하고, 기절한 내내 텅 비어 있던 단전에 다 시금 내공이 쌓이기 시작했다.

내공이 쌓이는 속도가 평소보다 약간 더 빨라졌다. 불괴와 죽기 살기로 싸 운 보람이 없지는 않은 듯했다.

“깨어나셨군요, 소협.”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안세하가 눈 뜨자마자 술부터 들이켜는 백우진을 보 고 쓰게 웃다 이내 반갑게 맞이했다.

“몸은좀 어떠십니까?”

그의 물음에 백우진은 시선을 어깨 쪽으로 돌렸다.

부목을 덧댄 채 붕대 가 감겨 있다. 살짝 움직이려 하니 얼마나 잘 묶었는지 쉬 이 움직 여지 질 않는다. 조금 더 힘을 주자 통증이 느껴 졌다.

붕대 안에선 미 약한 고약의 냄새 가 풍겨왔다. 이토록 잘 감긴 붕대 너머로 맡는데도 냄새가 진할 걸 보니 어지간히 좋은 금창약이었을 게 분명했다.

“생각보단 괜찮습니다.”

이리저리 확인해본 결과였다.

붕대를 꽉 묶은 탓에 압박감이 조금 세 다는 것만 제외 하면 치료 자체는 아주 훌륭한 수준이 었다.

“하하, 제갈 소저가 얼마나 지극정성이 었는지 모릅니다.”

고개를 돌리자 옆자리 끝에 앉아 있는 제갈연지 가 눈에 들어왔다.

혹여 다친 팔에 닿을까 염려했는지 마차의 벽에 딱 달라붙은 채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지 난 새 벽 까지 지 켜 보다 해 가 뜰 무렵 에 야 눈을 감으시 더 이 다.”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관리를 제대로 안 한 탓에 머리는 덥수룩하고, 피부는 거칠어 좋은 인상과 는 거리가 멀게 보였지만 한 가지 만큼은 확실했다.

‘가꾸기만 하면 난리 나겠다.’

타고난 이목구비와 얼굴형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만약 그녀 가 마음먹고 관리 를 시 작하면 외 톨이 신세 에 서 벗어 나는 건 물 론이고, 대화 한 번 나누기 위해 찾아온 남자들이 기숙사 앞에 줄을 서지 않 을까.

혹여 자신의 시선이 잠에 방해될까 걱정된 백우진은 고개를 돌려 안세하 를 보았다.

“면양까지 는 얼마나 남았습니 까?”

“하루만더가면 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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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양에 도착하고 나서 또 한중으로 돌아와야하니 이제야 임무의 절반 정 도를 완수해낸 상황.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아,그러고보니 그게 있었지?’

백우진은 가슴 안주머니에 챙겨두었던 마석을 꺼내들었다.

“그것이 그…, 마석이라는 것입니까?”

안세하가 꺼 림칙한 표정으로 손에 들린 마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에 닿지만 않으면 되니 걱정 마십쇼.”

“허면소협은….”

“이 정도는괜찮습니다.”

마기 가 응축되 어 있는 보석 이 기 는 하지 만 안에 서 새 어 나오는 양은 무척 적었다.

일반인 또는 삼류 무인 정도는 오래 지니고 있으면 광증에 시달릴 수도 있 을 테지만 일류 이상무인이라면 이 정도로는 문제가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취기가 돌기 시작하자 평소의 백우진으로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기도 결국 기(氣)의 일종이다. 다만, 인간을 미치게 만들고 영락하게 만 드는 혼탁한 것이 섞여 있을 뿐.

그렇다면, 그러한 마기가 응축된 이 마석은 영물의 내단 또는 영약으로 볼 수 있는거아닌가?

“오.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다.

마석에 머물러 있던 백우진의 시선이 허리춤의 호리병으로 향했다.

이 마석을 호리병에 넣어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가 들으면 미 친놈이 라고 소리 쳐도 모자랄 생 각을 이 어 가고 있는 건 주 선에게 받은 이 보패 호리병의 효능 때문이었다.

‘분명히 독물의 내단도 섞을 수 있다고했었는데.’

과거 주선이 말하기를, 음주선공의 성취도가높아지면 독물의 내단도 보 패에 넣고 음주선공을 운용하여 독특한 맛이 나는 약주, 이른바 신주(辛酒)

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듣자하니 독성은 싹 빠지고 그 맛은 남아굉장히 톡 쏘고 매운맛이라고 했 던가.

‘어찌보면 이것도 독아닐까?’

굉 장히 그럴싸한 추론이 다. 마기 나, 독기나 인간에게 유해하긴 매한가지. 음주선공을 운용한 보패 가 독기 마저 정화한다면 마기 라고 안 될 건 또 뭐 란 말인가.

“으음 음 으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백우진은 곧장손에 쥔 마석을 양손으로 나눠 쥐 었다.

그 모습에서 안세하는 모종의 불안감을 느꼈다.

“저, 소협…?”

생각에 빠진 탓에 안세하의 존재를 잠시 잊은 백우진이 마석과그의 얼굴 을 번갈아보다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상단주님.”

“왜,왜그러시오?”

“제가기절하기 전에 분명 그런 얘기를들은것 같습니다.”

불괴를 처치한 공은 확실하게 보상해 주겠다고.

“그렇지요?”

“그,그랬었소만.”

“제가이 마석의 쓰임새가생겨 딱반으로 가를 생각입니다.”

그의 말에 안세하는 고개를 갸웃거리 며 물었다.

“마석에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이오…?”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마교도 놈들을 제외하면 쓸모라곤 전혀 없는 것이 마석이다.

애시당초 무림맹은 마인을 잡고 나오는 마석을 이용하여 마교도 놈들에 게 한 방 먹일 만한 건수가 없을까 하여 진즉에 연구를 거듭했지 만 활용 방안 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 였다.

안세하로선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했다.

“뭐,쓰임새라기 보단 호기심 충족을 위한 실험 정도이긴 합니다.”

“그렇구려.”

눈앞의 인간이 여타 후기지수들과는 궤가 다르다는 걸 진즉에 알아차린 그는 순순히 고개를 주억 거렸다.

“그런데 이거, 반으로 가르면 그만큼 무림맹에서 주는 보상이 줄어드는거 아닙니까.”

“그렇겠지요. 마석의 크기에 따라 보상을 책정한다 하였으니.”

이쯤얘기가나오면눈치 밥 말아 먹은인간이 아닌 이상그가요구하는게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했다.

하물며 한 상단의 상단주라면 더더욱.

“좋소이 다. 불괴를 잡아낸 소협 덕에 이토록 무사하니 그 정도는 해야겠 지요.”

“흐흐, 좋습니다.”

거리낄 게 사라진 백우진은 곧장 음주선공을 운용해 양손에 내기를 불 어넣었다. 그 상태에서 조금씩 힘을 주자 마석에서 티딕거리는 소리가 들 리더니, 이내 말끔하게 반으로쪼개졌다.

갈라질 때 순간적 으로 마기 가 살짝 새 어 나왔지 만 백 우진은 곧장 내 공으 로 허공을 휘저어 곧장 소멸시켰다.

“이건 됐고….”

무림맹 에 제출할 반쪽은 다시 가슴 안주머니 에 넣고, 남은 반쪽을 곧장 호리 병 에 넣으려 다 생 각을 고쳐 먹 었다.

‘만사불여튼튼이라고 했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실험이다.혹여 문제가생겨 보패가 마기에 잠식되거 나 기능이 고장나 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최 악의 상황 또한 벌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안세하다.

“혹 작은 병 하나를 구할 수 있겠습니 까?”

“일꾼들의 수통이라면 여분이 있소만.”

“딱 좋습니다.”

잠시 마차를 멈춘뒤, 안세하가 밖을 향해 지시하자 염소총관이 금세 달 려와 빈 수통 하나를 건네주었다.

백우진은 건네받은 수통에 마석을 넣고, 음주선공을 운용하여 보패에 기 운을 담아낸 뒤 마개를 열어 수통에 술을 들이부었다.

쪼르르르

마석이 충분히 술에 잠길 만큼붓고 나서 호리병과수통의 마개를 닫았다.

보패가 아닌 일반수통에서 실험이 이루어지는만큼 조급하게 굴어선 안 됐다.

백우진은매일수통의 술을갈아주되 그에 따른결과는며칠후에나보기 로마음먹었다.

상행이 면양에 당도했다.

중요한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상단은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 뒤 복귀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루의 시간을얻은백우진과 제갈연지는 가장 먼저 면양에 있는무림맹 지부로 향했다.

“어쩐 일로 오셨소?”

지부를 지키는 경비 무사가 막아서자 백우진은 안주머니에서 정무학관의 생도패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정무학관 생도 백우진이오. 임무 중 마인을 퇴치하여 보고하려 하오.”

패를 확인한 경비 무사가 옆으로 비켜서며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들어가시오.”

지부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곧장 마인 담당 부서로 향했다.

|  |.....

!....

..

접객을 나온 행정 무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뒤, 품에 있던 마석을 꺼내 어 보여주었다.

“으음, 이게 크기가왜…?”

마석을 손에 들고 이리저리 확인하던 행정 무사의 얼굴에 의아함이 깃들 자, 백우진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 문제라도 있소?”

“아, 아니오.”

“그렇다면 보상이나 지급해 주시오.”

“잠시만 기다리시오.”

마지 막까지 의 아한 표정을 지으며 보상금을 가지 러 가는 행 정 무사를 보 며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리 갈아두길 잘했다.’

깔끔한 절단면이 아무래도 신경 쓰여 이곳에 오기 전에 바닥에 벅벅 갈아 버린 게 주효했다.

이윽고 돌아온 행정 무사에게 보상금을 수령한 백우진은 당시 상황에 대 한 보고서를 간략하게 작성한 뒤, 제갈연지와 함께 무림맹 지부를 나섰다.

그와 동시에, 무림맹 지부로부터 전서구 두 마리가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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