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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07화 (107/215)

<107 화 蓬 발본색원(늨揫획®)

“아이고, 장인어르은!”

헐레벌떡 달려간 백우진이 검기를 길게 뿜어 쇠창살을 수숫단 자르듯 잘 라내고들어가 섬세한 손놀림으로 쇠사슬을 하나씩 끊어냈다.

쇠사슬이 모두 잘리고 드러난 당연신의 몸은 전신의 뼈가 드러나 보일 정 도로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처참한 몰골에 잔뜩긴장한 표정으로 코밑에 손가락을 가져가보았다. 아 주 미 약하지 만 코에 서 나온 숨이 손가락을 간질였다.

“어휴!”

다행히 살아있다. 하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곧장 명문 혈에 장심을 얹어 기운을 불어넣었다.

사지백해로 뻗 어나간 기운들이 불안정한 그의 생체 신호를 조금씩 안정 시켰다.

그의 단전에는 백우진과 마찬가지로 군자산의 약효가 엉겨 붙어 있었다. 얼마나 오래 약을 사용했는지, 기운들이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어 당장 떼어내기는 어려울듯했다.

“일단급한 위기는 넘겼으니까.”

당장 불안정한 신체는 기운으로 보강해둔 상태니,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 이 었다. 일을 잘 마무리 한 후에 , 정 양하며 서서히 떼어내 면 되 리 라.

그를 들쳐메고 밖으로 나왔다.

꼼짝없이 죽었으리 라 생 각한 당연신 이 살아있는 것은 크나큰 발견이 었다. 제 진짜 아비 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당선영이 얼마나 기뻐할지 눈에 선 했다.

“인간의 욕심은끝이 없다더니,조금 아쉽군.”

다만 백우진이 비밀 공간을 뒤져 얻고자 한 것은 마교도 놈들에게 영혼을 판 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연판장이 었다. 그것만 있었더라면 큰 힘 들이지 않고놈들을 일망타진할수 있었을 거란 생각에 못내 아쉬움이 일었다.

‘그렇다고 계속 여기에 죽치고 있을 순 없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곳에 머물렀다. 하루라도 빨리 당가에 숨어든쥐새 끼들을 발본색원하여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오셨습니까.”

낯익은음성이 그의 상념을 깨웠다.

운기조식을 통해 술기운을 몰아낸 십영이었다.

혹여 정신을 차리고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달려들면 어쩌나 했는데 ,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추태를 보여 죄송합니다….”

새빨간 얼굴을 숙이며 사과를 건네는 걸 보면 말이다.

백우진은 그런 그녀를 향해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술 마시면 다 그런 법이야. 그게 사람 사는 재미기도 하고.”

술 마시고 했던 말 또 하는 놈, 자기 혼자 웃으면서 옆자리 사람 미친 듯이 때리 는 놈, 술만 마시 면 개 가 되 는 놈만 아니 면 백 우진은 얼마든지 너그러 이 용서할수 있다.

한결 편한 얼굴을 한 십영의 시선이 백우진이 들쳐메고 있는 사내에게로 향했다.

“헌데 그사내는….”

“진짜 당가주.”

“그렇습니까.”

그녀도 당연신의 생존을 알지 못했는지 제법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햇빛 좀 봐야겠어.”

“알겠습니다.”

말뜻을 이 해 한 십 영은 뒤 로 돌아 출입 문을 향해 걸 어 갔다.

석벽에 설치된 아홉 개의 단추를 일정한 순서대로 누르자, 요란한 기계 음과함께 두꺼운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동을 나서기 전, 백우진은 십영을 향해 말했다.

“동생이 감정을 대부분 잃은듯한데, 설득은 가능해?”

그녀 가 안색 을 굳히 며 고개 를 끄덕 였다.

“예. 석이는 누나의 말을 아주 잘 따르는 동생입니다.”

“좋은 동생이네.”

그 말을 끝으로 백우진은 처음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갔다. 십영은 그의 발밑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제 몸을숨겼다.

위 장용으로 세워둔 얇은 벽을 부수고 나아가 당가의 연구실에 다다랐다.

창틀 너머로 휘황찬란한 달빛이 들이쳤다.

“일 치르기 딱좋은시간이네.”

아주 적절한 때를 골라 나온 것 같다.

“바쁘게 움직여야겠네.”

당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해야할일들이 꽤 많다. 아침이 되면 연구실에 사 람이 들이닥칠 테니 자신의 탈출소식이 금세 알려질 것이다.그 전에 모든준 비를 끝마쳐야만 했다.

백우진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당선영 이 머물고 있는 심 처 였다. 그녀에 게 자신의 무사함을 알림과 동시에 당연신의 보호를 맡길 요령이었다.

처음에만해도 한적하기 짝이 없던 심처의 주변에 흑사대 무사들이 쫙 깔 려 있다.

‘경계를 강화한건가.’

거래를 통해 살려두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당선영 이 쉬이 떠들어대지 못하도록 아예 출입 자체를 통제하기 위함인 듯보였다.

촘촘하기는 했지만, 백우진에겐 그다지 문제가될 수준은 아니었다. 음주 선공의 성취도가 올라간 덕분에 밤의 장막 또한 한층 두터워져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자그마한등불 정도로는 벗겨지지 않게 되었다.

“굉장한 은신술을 가지고 계시군요….”

백우진이 펼친 밤의 장막을 확인한 십영이 그림자 속에서 감탄했다.

“나중에 가르쳐줄게.”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고저 없는 음성 에 서 약간의 들뜬 분위 기 가 느껴 졌다.

백우진은 가장 경계도가 낮은 담벼락을 골라 곧장 신법을 운용하여 안으 로 들어섰다.

파파파팍!

“응?

건물 뒤편에서 제법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백우진이 목표로 삼은 연못 이 있는곳이었다.

천천히 다가가자 소리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암기 소리인데.’

분명 암기가 벽이나 나무 따위에 강하게 틀어박히며 내는 소리였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연못에 다다른 백우진은 그 소리를 자아내 는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앗…!”

숨이 가득 차오른 기합과 함께 암기를 흩뿌리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당선 영이었다.

그녀의 손에서 쏘아진 수십 개의 암기가 연못 위로 설치해둔 여러 개의 목 각인형에 나뉘어 틀어박혔다.

대체 얼마나 강하게 뿌린 건지, 비도의 날이 거의 끝까지 틀어박혀 자루만 보일 정도였다.

“하아, 하아…!”

땀은 비 오듯이 흐르고, 손가락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목각인형을 바라 보는 눈빛은 마치 불구대 천의 원수를 눈앞에 둔 것만 같았다.

그녀 나름의 고육지책이었다. 백우진을 희생양으로 삼은 자신에 대한 무 력감과 갖은 고초를 겪고 있을 그를 어떻게든 구하기 위해 그녀는 한시도 쉬 지 않고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 처절한 몸짓을 지켜보고 있던 백우진은 밤의 장막을 빠져나왔다.

“계속 그러고 있으면 예쁜 손 다 박살 나요.”

땅그랑!

뒤편에서 들려온 낯익은 음성에 당선영은 피 묻은 손에 쥐고 있던 암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몇 시진 동안 쉬지 않고 훈련할 때보다 빠르게 심장이 뛴다.

그녀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로 돌아섰다.

“백...,우진…?”

지 금껏 그녀를 더욱 괴 롭게 만들었던 환청 이 나 환각 따위 가 아니 었다.

너무나도 생생한표정의 그가, 눈앞에 있다.

“내 가 좀 늦었지 . 생 각보다 빠져 나오기 가 쉽 지 않더 라고.”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랐다. 대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백우진이 어깨에 들쳐메고 있던 사내를 마루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씨 익 웃는 얼굴로 당선영을 향해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잘 때는 꿈속에서 , 깨어 있을 땐 환각으로 끊임 없이 그리 던 그의 얼굴에 시 선을 고정한 채로 걸음을 옮겼다.

|  |.

!..

......

지척까지 다가온 그녀를, 백우진은 팔을 뻗어 얼굴을 붙잡아 자신의 얼굴 에 고정되어 있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주었다.

“아…?”

봉두난발에 때가 꼬질꼬질 끼어 있었지만, 그녀는 어렵잖게 그 얼굴을 알 아보았다.

“아, 아버지 ….”

분명 제 아비인 당연신이었다. 그녀는 놀란 얼굴로 답을 알고 있을 백우진 을 다시 쳐다보았다.

“당소저진짜아버지야.”

그녀는 여전히 제 아비가 가짜라는 추측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 도 그럴 것이, 얼굴부터 시작하여 목소리, 말투 등 세세한 것 모두를 완벽히 따라 할 수 있을 리 가 없잖은가.

허나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진짜 아비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 났으니 말이다.

분노를 양분삼아 타오르는 불길을 눈에 머금은 그녀를 향해, 백우진이 물었다.

“당 소저. 준비됐나?”

당가를 완전히 뒤 집어 엎을 준비 말이 야.

달빛을 머금은 채 찬란하게 빛나는 그의 미소에 당선영은 재차 반하고야 말았다.

제갈연지는요 며칠간통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백 공자아….”

잠깐의 만남 뒤 당가로 돌아간 백 우진으로부터 소식 이 뚝 끊겨버 린 탓이 다.

며칠 전부터 자꾸만 마음이 불안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당가로 직접 찾아가 제갈세 가의 여식임을 밝혔으나, 백사대의 대장이라는 자에게 사정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는 말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왔다.

“왜, 왜 자꾸 날방해하는 거야….”

며칠간 잠들지 못한 부작용 때문일까, 급기야 세상 모든 것들이 제 사랑을 방해하는 것만 같이 느껴 졌다.

“다 어, 없애버리고싶어. 저, 전부 다…!”

그와의 사랑을 위해 치워버려야할 것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오직 백우진만을 남겨 놓으면 좋겠다 는 생 각이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고 있을 때 였다.

“파괴. 곤란.”

답답한 마음에 열어둔 창문 너머에서 바라마지 않던 목소리와 함께 백우 진이 허공에서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졌다.

“배,백공자…!”

창문을 넘어 들어온 백우진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드는 제갈연지.

“어이쿠.”

갈비뼈에서 느껴지는 둔중한 충격을 느끼며 쓴웃음을 지으며 제 품에서 흐느끼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왜,왜 이렇게 늦었어요…!”

품에서 빠져나온 그녀가 사뭇 화가 난 표정으로 다그쳤다.

“그,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져서 말이지.”

“그래도…, 그래도 여, 연락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거 기엔 굉 장히 복잡한 사정이 …, 에 라이.”

일일이 설명하기 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떻게든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그녀를 꽉 끌어 안았다.

“이, 이런다고 제 화가풀릴 줄 알…, 헤으응….”

풀림 당했다.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할테니까 일단 내 부탁좀 들어줘. 응?”

거칠게 끌어 당겨진 채로 숨 막힐 듯 꽉 안긴 그녀는 반쯤 넋이 나간 목소 리로대답했다.

“녜헤….”

품에서 떼어 놓은 제갈연지는 완전히 가버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백우진 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가며 멀어져가는 그녀의 정신을 되돌려 놓았 다.

“지금부터 내 얘기 잘들어.”

“네에….”

추태를 보인 것이 부끄러웠는지, 그녀는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만 연 신 끄덕였다.

백우진은 생각해둔 바를 그녀에게 모두 일러두었다.

“할수있겠어?”

“마, 맡겨만 주세요. 가능할 거예요…!”

그녀가 주먹을 불끈 쥐 며 제법 자신감 있는 투로 대 답했다.

“그럼 부탁할게 .”

“조, 조금 있다가 봐요.”

인사를 나눈 백우진은 그녀의 침상위에 곤히 잠들어 있는 아기 백호를 보 았다.

“오.”

그리고 제법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귀여운 녀석.”

무척이나 중한쓰임새가 생긴 아기 백호를 가슴에 품은 채 객잔을 나서자 서서히 동이 터오르기 시작했다.

백 우진은 느긋한 걸음으로 당가의 출입 문이 잘 보이는 골목에 숨어 술을 들이켰다.

갸르릉…!

익숙한 술 냄새에 잠들어 있던 아기 백호가 깨어났다. 작은 앞발로 제 눈 을 비비다가 백우진을 발견한 녀석이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어이구, 어이구. 아빠보니까그렇게 조아쪄요?”

앞발이 날아왔다

퍼억

제법 따끔했다.

갸릉! 갸르릉!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분명 자신을 꾸짖는 듯한 말투였 다.

제 손바닥보다 조금 큰 녀 석 에 게 온갖 꾸지 람을 듣고 있을 무렵,해 가 완 전히 떠올라세상이 훤히 빛나고 있을무렵이 되자당가근처로 사람들이 몰 려들기 시작했다.

“오,때가 됐다.”

갸릉!

제 말에 집중하라는 듯, 앞발을 휘두르는 녀석을 품에 안았다.

“나중에 들을 테니까 잠깐만 얌전히 있자.”

갸르르….

말을 알아 들었는지 녀석은 이를 박박 갈면서도 더 이상 날뛰지 않았다.

그 사이, 몰려든 사람들은 당가의 담벼락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대,대체 무슨 일이오!”

“감히 당가의 앞에서 무슨 짓을…!”

당황한 경비 무사들이 그들을 보며 소리치고 있을 때, 백우진이 앞으로 나 섰다.그것도 당금패를손에 꼭 쥔 채로 말이다.

“고,공자님?”

“아니, 분명 나간기록이 없으신데 어찌….”

당황하는 그들을 쌩하니 지나쳤다. 어차피 자신이 당금패를 쥐고 있는 이 상, 자신을 제지할 방법 따위는 없었다.

은밀히 나갈 때와는 반대로, 당당하게 다시 안으로 들어선 백우진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후으읍…!

영혼까지 끌어모은 숨을 내뱉으며 거센 포효를 내질렀다.

“짜잔-! 내가돌아왔다-!”

돌아왔다-!

왔다-!

다-!

삼단으로 울려 퍼 지 는 메 아리 가 당가의 모두를 뒤 집 어 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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