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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08화 (108/215)

<108 화 蓬 발본색원(늨揫획®)

대문으로 당당히 들어선 백우진이 내지른 거센 함성은 가주전에서 독대 하고 있는 진미 연과 짭연신의 귀까지 똑똑히 들려왔다.

“어떤 미친놈이 …!”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차리지 못한 짭연신은 그저 분노했고.

“서,설마?”

어렴풋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눈치챈 진미 연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 었다.

“아, 아냐. 그럴 리가… !”

쉬 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의 목소리가 이곳에 들린다는 건 자신이 직 접 만든 군자산에 중독되 어 내 공 한 줌 사용하지 못하고, 서서히 마기 에 잠 식되어 마인화의 조짐이 보이던 그가 실험실을 탈출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무려 열 명의 그림자가 열두 시진 내내 실험실을 감시하고, 마교에서 직접 개발한 기관술이 삽입된 철문이 유일한 통로인 그곳을 대체 무슨 수로 벗어 났단 말인가.

“이이…! 대영(大影)!”

그녀의 그림자에 머물러 있던 우람한 체구의 사내가 즉각 모습을 드러냈 다.

대영(大影).

십영의 동생인 석에게 붙여진 별칭이었다.

“실험실의 상황을 알아와! 지금 당장!”

신경질적인 명령을 전달받은 대영은 묵묵히 고개를 숙인 뒤, 드리워진 그 림 자 속을 누비 며 실험실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이오.”

이를 지켜보던 짭연신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묻자, 그녀는 불안 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방금목소리는백우진의 것이었어요.”

그제야 짭연신 또한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놈이 어떻게 실험실을 빠져나온단 말이오!”

아랫것을 꾸짖는 듯한 말투에 진미연이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소리쳤 다.

“저도모르니까 대영을 보낸 거잖아요!”

“뭘 잘했다고목소리를높이시오!”

“그럼 내 잘못이라는 건가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을 때, 문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대립에 마침표를찍었다.

“가, 가주님! 잠시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짭연신이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열어젖혔다.

“무슨일이냐!”

“무, 무림맹 성도 지부소속의 무인들이 당가를 에워싸고 있습니다!”

“뭐 라? 무림맹이 대체 왜 !”

“모, 모르겠습니다. 지금 고명한 지부장이 내당까지 밀고 들어와 가주님께 직접 얘기하겠다고 강짜를부리고 있습니다.”

“이,이런…!”

백우진의 짓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도 지부가 같은 무림맹 소속 인 당가를 둘러싸는 미친 짓을 할 리가 없다.

“금방 나갈 테니 이만 가보거라.”

“예!”

부복을 하고 있던 무사가 사라졌다. 그와동시에 평온함을 가장하고 있던 짭연신의 얼굴 또한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젠장! 이 빌어먹을 놈이 다까발린 게 분명하오.”

그렇지 않고서야당가를둘러쌀 정도의 많은 인원이 동원될 리가 없었다.

“어쩌면 좋겠소.”

다급해진 그가묻자 진미연이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말아올렸다. 명백한 조소였다.

“흥,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단단히 토라진 듯, 조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태도에 화가 솟구쳤으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 라도 뺨을 걷 어붙이고 싶은 심 정 이 었지 만, 이 위 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그녀와 머리를 맞대야만 했다.

“이 일만무사히 넘기면 내 얼마든사과할테니, 사감은 잠시 접어둡시다.”

“뭐…, 그러죠.”

한 차례 숙이고 들어오는 짭연신의 모습에 기분이 풀린 그녀가 고개를 주 억거렸다.

“일단…, 제가 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가 않아요.”

“으음, 그렇겠지.”

교활한 토끼는 숨을 세 개의 굴을 파둔다고 했다. 역용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언제든 바꿔치기할 수 있는 신분을 몇 개나 준비해두었다.

|  |..

!....

........

허나짭연신의 경우 상황이 달랐다. 각고의 노력 끝에 당연신으로의 변장 은 가능했으나, 그는 진미연처럼 역용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 에 도달하지 못했다.

“당신이 당 가주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상, 저쪽도 다짜고짜 공격을 해오 진 못할 거예요.”

“으음…, 그렇겠지.”

“만약 백우진이 탈출하는 와중에 진짜 당연신까지 구출했다면 상황이 복 잡해지긴 하겠지만….”

설사 최 악의 상황을 가장하여 그가 진짜 당연신을 구출했다고 해도 그리 문제될것은 없다.

그는 수십 년간당가주의 곁을지키며 그의 말과행동을 그대로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짭연신이 마음먹고 오리발을 내밀면 그들로서도 누가 진 짜고, 가짜인지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을 터다.

“그러니 당신이 해야할 일은 딱하나에요.”

“시간을 끌어야겠군.”

“ 맞아요.”

하루에서 이틀이면 충분했다. 역용술을 통해 먼저 빠져나간 진미연이 그 림자들을 이용하여 자신을 탈출시켜줄 시간으론 말이다.

“한가지명심해요.”

그녀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백우진 그씹어먹을 놈의 도발에 절대 넘어가선 안된다는 것을요.”

“크흠…!”

어린놈의 뱃심이 보통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얼마나 말을 얄밉게 하는지, 도발임을 뻔히 알면서도 화를 주체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내꾹 참아보겠소.”

그가 다짐하듯 말했다.

“좋아요. 그럼 먼저 빠져나가겠어요.”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곳 가주전에서 근무 하는 시녀의 얼굴 중 하나였다.

가주전에 마련해둔 방으로 들어가 시녀 복장까지 갖추고 밖으로 나서는 그녀의 움직임이 일순 멈췄다.

며칠 전, 백우진이 했던 이야기가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너에게선악취가나.

“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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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두려움이 일었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알아보는 건 아닐까 하는.

“흥, 그럴 리가 없지.”

단순히 자신을 도발하기 위해 꾸며낸 말일 테지.

애써 차오르는 불안감을 감추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미 가주전 앞까지 당도한 성도 지부의 무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사이에는 백우진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 라도 체내에 쌓인 마기를 모두 해소하고 내공 또한 되찾은 듯, 눈빛이 쾌활 했다.

‘빌어먹을 놈!’

그를 향해 욕을 내뱉으면서도, 그녀는 인간의 간사함을 통렬히 깨닫고야 말았다.

정기 넘치는 그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니 언제고 다시 한번 그를 제 손에 넣고 싶다는욕망이 꿈틀거린 것이다.

‘그때는 개처럼 바닥을 기게 만들어주마.’

청춘이 다 담긴 실험실을 부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고 말겠다며 다짐 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시녀들 틈바구니 에 숨어 가주전을 벗어났다.

“허허, 이게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꼭두새 벽부터 찾아온 제 갈연지의 제보에 지부에 있는 무인들을 모두 이 끌고 당가를 둘러싼 채 내당까지 진입한 고명한은 여전히 이게 맞는 행동인 지 긴가민가한 상태였다.

그만큼 황당무계했다. 정파의 기둥 중 하나인 당가에 마교의 간자들이 숨 어 있다니. 심지어 혈족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력에 간자가그리 깊숙하게 숨 어들 수 있단 말인가.

“잘못하면 내 목도 날아가겠구먼.”

그가 우려를 표하자 백우진이 걱정 말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럴 일없을겁니다.”

“그래야지, 음.”

가주전 앞에 자리 잡은지도 어느덧 일각쯤 흘렀을 때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이오, 고 지부장.”

짭연신이 한껏 날카로운 기세를 피워 올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당가에 마교의 간자들이 숨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가주님.”

“허,우리 가문에 그씹어먹어도시원찮을 마교놈들이 있다?”

백우진은그의 단어 선택에 감탄했다.

마교를 향해 강한 적대 감을 드러내는 모습이 꼭 과거 마교도들을 때려잡 고 다녔다던 당연신을 연상케 했다.

“그래, 어디 들어나봅시다.우리 가문에 숨어든 간자가대체 누구인지.”

“그것이….”

고명한이 대답을 망설였다. 아무리 봐도 눈앞에 있는 인물이 진짜가 아니 라 가짜라는 것을 믿기가 어려웠다.

그때였다.

“이 새끼 이거 끝까지 오리발이네.”

꿔다놓은 보릿자루 마냥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백우진이 급발진 을 한것은.

이를들은 고명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자네 대체 무슨 말버릇인가!”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놈은 가짜라고.”

“하하하핫!”

별안간 짭연신이 크게 웃었다. 그리곤 백우진을 보여 딱하다는 듯, 혀를 쯔 쯧 하고 차며 말했다.

“참으로 딱하구나. 내 딸과혼약을 맺지 못한 것이 그리도 분했더냐.”

“에 猌” O •

어안이 벙벙해진 백우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감히 사사로이 무림맹 지부를 속여 나를 욕 보이느냐, 이놈!”

짭연신은 조금이 나마 그를 깎아내 리 기 위해 공작을 펼쳤다.

주변에서 몰려든 이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설마 당가의 아가씨와 혼약을 맺으려다 실패해서 …?”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할 리가.”

반신반의하기 시작한 좌중을 둘러보며 짭연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들 모두가 이 말을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적절한 의심만 심어주면 의 심 암귀는 제 멋대로 그 몸을 부풀릴 테 니 말이 다.

‘이대로 주도권을 잡아간다면 충분히 시간을….’

그가 머릿속으로 앞으로 있을 상황을 계산하며 시간을 벌기 위한 책략을 짜내 고 있을 때 였다.

쐐액!

다짜고짜 말도 없이 경공술을 발휘하여 달려든 백우진이 검을 휘둘렀다.

“이,이놈이!”

황급히 보법을 밟아 자리에서 벗어난 짭연신. 그리고 곧이어 그가 있던 자 리에 검이 내리꽂혔다.

“아까비.”

위협의 수 따위 가 아니 었다. 그는 조금 전의 한 수로 자신을 두 동강 내려 했다.

“백 공자!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고명한이 대 경실색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도 백우진을 향해 온갖 말들을 쏟아냈다.

“마교도 놈들 말을 왜 일일이 들어줘 야 합니까? 그 시간에 빨리 모가지를 따야지.”

“하지만…!”

고명한이 무어라 반론하려 할 때, 백우진은 짭연신의 말에 이리저리 휘 둘리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당신들의 눈앞에 있는 당 가주가 마교도가 아니라면 내 목을 걸겠 소.그러니, 지금부터 나를 방해할생각 마시오.”

방해 한다면 그 또한 마교도로 간주할 테 니.

손대면 베일 것만 같은 날카로운 시선과 기세등등한 말투에 좌중은 입을 닫았다.

고요해진 분위 기 속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당연신에 게로 시선 을 옮겼다. 그는 무척 이나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젠장, 저 미친놈이 또…!’

또다시 예정에 없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설마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짜고짜 검을 휘두를 줄이야!

백우진은 그런 그를 보며 이죽이는 표정으로 뇌까렸다.

“여기서 네가 살 방법은 간단해. 날 죽이면 돼.”

타당한방법이었다.백우진이 더 떠벌리기 전에 녀석을죽여 입을 막고, 자 신이 무고함을 주장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

‘분명 맞는 말인데….’

뭔가 찜찜했다.

녀석의 경지는 절정 상입경. 고작 스물하나에 도달했다고 믿기 어려운 경 지 임 에 는 틀림 없으나, 이 미 예 전에 초절정 에 오른 자신에 게 는 상대 가 되 지 않았다.

‘대체 뭘 믿고 나선 것이냐.’

영악한놈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이토록 담대하게 나섰을 리가 없다.

“왜 가만히 있어. 어서 네가익힌 마교의 무공을보여봐.”

백우진의 이죽임을 듣고 나서야 짭연신은 그가 무엇을 노리는지 깨달았 다.

‘내 손발을 묶은 상태로 싸울 셈이었어.’

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서 전투를 치러야했다. 자신이 마교의 간자가 아닌 진짜 당연신임을 주장하기 위해선 마공은 물론이요, 그 어떤 무공도 아니고

오직 당가의 무공을 사용하여 백우진의 숨을 끊어놓아야 했다.

당연신 행세를 하기 위해 당가의 무공을 익혀두기는했다. 하지만 애초에 몸에 맞는옷이 아니었기에 겉보기에만 그럴듯하게 익혀두었을뿐, 경지는 미미했다.

‘흥! 네놈 따위는그 정도로도충분하다.’

제약이 걸리기는 했지만, 결국 녀석을 죽이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좀더 길어질 뿐이라 여겼다.

“오만방자한 네놈에게 내 한 수 가르침을 내 려주마.”

“뉘예뉘예, 알게쭙뉘당.”

얄밉다 못해 살기를 치솟게 만드는 말투에 당연신이 먼저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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