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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60화 (160/215)

<160화 蓬 완벽한아침

창문으로부터 스며드는 따사로운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 .

단언컨대 , 아침에 굳이 깨어나야만 한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는 환경에 서 그녀는 깨어났다.

“아….”

기분이 좋다.

아니, 기분이 좋은 걸 넘어 새롭게 태어난듯한 기분마저 든다.

마치 어제와 오늘을 극명하게 가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마냥.

“ 아.”

있다.

그 무언가.

그제야 그녀는 제 가슴 위를 묵직한 무언가가 짓누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천천히 고개를 내리자, 백우진이 적나라하게 드러난제 가슴을 베개 삼아 잠들어 있다.

“꺄•••,흡!”

정신적인 충족감, 만족감에 빠져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제정신인 채로 떠올리기엔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기억들이.

‘미쳤어, 미쳤어…!’

쾌락 하나에 의존한 채 뒤섞여 헐떡 이는 자신과 백우진의 모습.

믿을수가없다.

설마 자신이 그런 짓을 할 줄이 야!

내가 그렇게 문란한 여자였다니 ….’

그녀가 빌려준 방중술 책에서도 어제와 같은 밤은 없었다.

‘이게다백공자때문이야.’

분명 초반까지만 해도 쾌락의 파도에 몸부림치 긴 했어도 이성은 또렷했 다.

처음 느끼는 감각에 정신이 어딘가로 떠나가는 것만 같아 오히려 더 꽉 붙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제 마음도 모르고 끊임 없이 자신을 괴 롭혔다.

더 , 더 , 더 어 디론가 떠 나버리 라고 종용하는 것처 럼 지 속적으로, 집요하게 말이다.

그렇게 맞이한 첫 번째 절정 이후, 그녀의 머릿속에 있던 무언가가 끊어졌 다.

지금껏 그녀의 행동 기반이 되어주었던 이성의 끈이었다.

그게 끊어진 순간부터, 그녀의 행동을 막아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졌고, 그 결과가지금이었다.

“O O 으… ” --o .

제 몸 위를 뒤덮고 있는 백우진이 잠결에 몸을 움직였다.

그와 동시 에 배 위 에 올려져 있던 그의 손이 몸을 타고 올라와 가슴 부근 을 어루만진다.

“으 ”

야릇한 감각이 또다시 몸을 뒤 덮으려 한다.

그녀는 조심스레 제 가슴까지 올라온 손을 잡아 내린 뒤, 주변을 살펴보았 다.

들어올 때만 해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던 방에 온통 끈적끈적한 액체가 굳 어 있다.

“미쳤나 봐, 진짜….”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수가 있지.

‘하지만….’

기분이 좋았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태어난 이래로 무엇에도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로웠음을.

이 것은 끝이 아니 라 시 작이 다.

초야를 함께 보냈으니, 언제고 그와 함께할 밤은 부메랑처럼 계속해서 돌 아올 터.

제정신으로 떠올리기엔 부끄러우니 이제는 그런식으로 즐기지 않을거냐 고누가 묻는다면.

‘그건 싫어….’

차라리 오늘의 자신은 이성을 잃고 즐긴 뒤, 다음날의 자신이 감당하는 것 으로 결론을 내 렸다.

“으으음…!

다시 한번 백우진의 손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뭔가이상하다.

잠결에 움직이는 것치곤 손놀림이 정교하고, 노골적이다.

백우진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는 제갈연지의 눈이 가늘어졌다.

“백 공자…, 지금 깨어있죠…?”

“O 布 O으... ” ' •1 ' • 1—I .

느리 지 만 꾸준히 움직 이 던 손이 일순 멈춰 섰다가 있던 자리로 슬그머 니 돌아가기 시작한다.

어젯밤 그렇게까지 제 가슴을 주물러 놓고도 또 만지고 싶은 걸까.

“마, 만져도 좋아요.”

그녀가 수줍음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솟구친 손이 가슴을 움켜쥐려 할 때, 그녀의 말이 이어졌 다.

“그치만…, 그러면 또 어젯밤처럼 절 식혀주셔야 할지도….”

백우진의 손이 허공을 움켜쥔 채로 돌아갔다.

“히힛•••,귀여워.”

“끄응.,,

사내에게 해선 안 되는 말로 줄을 세우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말을 듣 고도, 그는 차마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잠든 척을 이 어가야만 했다.

사내 가 정 무학관으로 복귀 하는 데 까진 꼬박 반나절 이 넘는 시 간이 소요 됐다.

포로들에 게 하는 흔한 고문 한 번 없이 자신을 곱게 보내준 이들에 대 한 불신 때문이었다.

‘날 미행할지도 모른다.’

방심 을 유발하여 제 뒤 를 밟으려 할지 도 모른다는 의 심 암귀 가 그의 머 릿 속을지배했다.

그렇게 백우진과 제갈연지가 애틋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이, 사내는 온 갖 뻘짓을 다 해가며 주변을 빙빙 돌고 돌다 그들이 자신을 뒤 따르지 않고 있 다는 확신이 든 후에 야, 늦은 밤 슬그머 니 학관으로 복귀 하여 그 다음 날 오 전에 제 주인을 마주했다.

“늦었군.”

실망 가득한 그의 음성에 사내는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사내는 자신이 보고 들은 그대로를 전달했다.

주먹질 한 방에 날아가 절명하는 동료들, 들은 것과는 달리 차갑게 반응하 는 제갈연지,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경지로 알고 있던 백우진의 숨겨진 실 력까지.

“호오…, 경지를 숨기고 있었나.”

제 잘난 맛에 사는 놈인 줄 알았더니, 마냥 그런 것은 아니 었나.

무미건조한 독고천의 얼굴에 얕은 흥미가 새겨졌다.

이야기의 백미를 장식한 것은 제갈연지가 그에게 전하라는 말이었다.

“하…, 하하하! 흐하하핫!”

그는 웃었다.

어두운 밀실이 그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올랐다.

“이건정말…, 예상 밖이군.”

백 우진도 아니 고 제 갈연 지 가 그런 말을 내 뱉 었다니 .

“그 소심 한 아가씨 가 말이 지….”

남에게 쓴소리 한번 못할 것 같은 여인에게 며칠 사이 강단이라는 것이 생 긴 것일까.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사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염려하여 온갖용기를 쥐어 짜 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좀 아쉬운걸.”

흥미가 살짝 식 어버릴 뻔했다.

자신이 원하는 제갈연지는 남에게 그런 말을 당당하게 내뱉는 강인한 여 인이 아니었다.

|  |.

!...

..

그저 사내의 뒤에 숨어 아무런 말도 못한 채 제가 이끄는 대로 끌려오는 수동적인 여인이기를 바랄 뿐.

“뭐,아직은 괜찮겠지.”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

이번 일은그저 하나의 작은사건 정도로보는 것이 옳겠지.

외 출한 두 사람은 여태 복귀 하지 않은 상태 다.

그렇다는 건.

‘결국 빼앗겼나.’

제 갈연지 가 더 이상 처 녀 가 아니 게 되 었음을 의 미했다.

주체할수 없다.

“후후.

입 꼬리 가 올라가는 것을.

“그래, 그래야지.”

그에게 있어 처음이란 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독고천이 란 인간을 움직 이는 것은 어디 까지 나 ‘가치’가 전부였기 에 .

고작 여인에게 처음 쑤시는 걸 가치 있다 느낄 만큼, 그는 녹록한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

“이제야좀 먹을 가치가 있겠어.”

그는오히려 다른쪽에 더 가치를두는편이었다.

가령, 이미 남의 것이 된 여인을홀라당뺏어서 먹어 치운다던가하는.

‘조금더기다려야겠지.’

고작 하루에 불과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그들은 더욱 애틋해질 터였다.

그러니 기다려야만 했다.

조금 더 숙성되 기를 기 다리는 시간이 더없이 즐겁 기를 바라며, 그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마침내 두 사람은 학관 앞에 당도했다.

조금 더 자고,조식 겸 중심을해치우니 복귀 예정 시각과딱맞아떨어졌다 •

“백 공자, 정말 고마워요….”

학관 안으로 들어선 뒤, 그녀가 백우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정말 어제 하루는 잊지 못할 거예요.”

어제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녀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비록 하루 중 반나절은 웬 이상한 놈들에게 붙잡혀 고초를 겪긴 했지 만, 오히려 좋다.

그만큼 더 농밀하고, 부족해진 시간만큼 간절해진 마음이 애틋하게 되었 으니까.

“이제 확신할수 있겠지?”

그가 시원시원한 미소를 그리며 물었다.

“네! 이제 저는백 공자가아니면 안되니까요….”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그런 밤을 보냈는데 믿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것도 그런가.”

어제의 그녀는 정말이지, 색달랐다.

당하고 살아오며 억눌려 있던 본성이 해방된 건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 건 드린건지.

자신의 마혈까지 짚어가며 위로 올라타는 그녀의 모습은 생정적이다 못 해 색의 화신과도 같았다.

‘기술은 또 얼마나 좋은지…, 어우야.’

손, 입, 허리.

무엇 하나 빠짐없이 훌륭한 기술에 하마터면 그대로 짜여질 뻔하지 않았 던가.

마지 막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혈을 풀어내 지 않았다면 오늘 아예 복귀 하지 못했을지도.

‘근데 그것도 나름 색다른 맛이…, 아니, 아니지.’

하마터면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사정없이 열어젖힐 뻔했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미혹을 떨쳐낸 백우진은 그녀를 여자 기숙사까지 바래다주었다.

“그,그럼 가볼게요….”

재차 부끄러워졌는지, 황급히 돌아서는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마지 막으로 제 갈 소저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뭐,뭔데요…?”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힐끔거리고 있다.

부담스러운 시선에 제갈연지의 몸이 다시금 움츠러들었다.

백 우진은 그런 그녀 에 게 다가가 귓 가에 대 고 작은 소리 로 속삭였다.

“둘만 있을 땐 ‘가가’라고 부르는 건어때.”

“히익…!”

화들짝 놀라며 뒤 로 물러 서 는 제 갈연 지.

심장이 쿵쾅거린다.

첫날밤을 앞두었을 때처럼 주체할수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내가백 공자에게 …?’

꿈에도 그리 던 호칭 이 었다.

전 약혼자였던 유화연에게만 허락됐었던 그 호칭이, 이제는 자신의 것이 라니!

“가…!”

그를향해 힘차게 내뱉으려던 입이 꾹 닫혔다.

이쪽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곧게 펴졌던 그녀의 어깨가 다시 말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 몰라옷…!”

주변에서 느껴지는 무수한 시선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가 새초롬한 목소 리로 대답하곤 빠르게 기숙사로 뛰 어 들어가 버렸다.

“아….”

백우진이 눈을 부라리며 주변을 훑었다.

그러자모여 있던 관중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혼자 남게 된 백우진은 뒤로 돌아서며 한숨을 푹 내쉬 었다.

“에휴, 아직 갈 길이 멀구나.”

조금은 괜찮아진 것 같기는 한데, 남들 앞에서 당당하려면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그렇게 그녀를 바래다준 뒤, 백우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휴우.

그는 곧장 창문을 열고 침상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열린 창틈으로 붉은 머리 카락이 쏟아졌다.

혈수마녀 였다.

그녀는 작은 탁상 앞 의 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심드렁한 눈빛으로 그를 바 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말대로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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