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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162화 (162/215)

<162 화 蓬 반란

그녀 가 도망치 듯 빠져 나가고 조금 시 간이 흐르고 나서 야 백 우진은 몸을 일으켰다.

“어우, 역시 현경은현경이야.”

창졸간에 쏟아진 권풍.

분명 그녀 나름대로 힘을 조절한다고 하긴 했다만, 그다지 정교하지 못했 다.

덕분에 내공으로 배를 보호하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내상을 입을 뻔 했다.

“ 아.”

주변이 난장판이다.

침상은 완전히 부서졌고, 그녀가 황급히 빠져나간 창틀도 박살이 나 있다.

그뿐인가.

날아가부딪힌 벽은금이 쫙 가선 가볍게 한대 툭 때리기만해도 후두둑 쏟아질 것만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몸은 아프고, 방은 난장판이 됐고.

“생각해 보니 열받네.”

남녀 가 사랑을 나눌 수도 있는 거고, 어쩌 다가 그걸 볼 수도 있는 거 아닌 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뭐 가 부끄럽다고 본 걸 못 본 체하고, 부끄 럽다고 권풍을 쏟아붓고 도망치는 건지.

“누가 보면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인 줄 알겠네.”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그는 방을 나가 기숙사 사감이 머무는 곳의 문 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냐는 그의 물음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물론 여인에게 얻어맞고 날아가서 부딪혔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약간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실수하는 바람에 집을 부쉈다고 대충 둘 러댔다.

“으음, 깨달음이라니. 그런 거라면 어쩔수 없지….”

생도가 깨달음을 얻다가 실수했다는데 뭐라 그러기도 애매한 상황.

그는 백우진과 함께 참혹한 현장에 도착했다.

“이건…, 생각보다 심하군.”

“하하.”

눈살을 찌푸리는 사감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백우진.

자신이 보기에도 난감한데, 그는 오죽할까.

“아무래도 원 상태로 되 돌리 려 면 적 잖은 시 간이 필요하겠 어.”

“그렇겠죠….”

난장판이 된 방을 말끔히 정리하고 침상을 새로 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금 간벽이 가장큰 문제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하던 찰나, 사감이 입을 열었다.

“차라리 청룡각에 입주하는 건 어떤가? 자네의 방이 그대로 비워져 있을 텐데.”

청룡각.

여인 전용인 봉황각과 더불어 용봉 비무제에서 용의 별호를 거머쥔 생도 들과 그에 근접 할 정도로 성 적 이 우수한 이 들에 게 만 내 어주는 남성 전용 초 호화기숙사.

신룡이 되었을 때 입주를 권유받았으나, 거절했다.

어릴 때부터 작은 방에서 지내온 탓에 큰 방은 어색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귀 찮았다.

“음,그게 가장낫겠네요.”

방이 원상복구되길 기다리느니,차라리 그게 나을 듯했다.

더 군다나 객 식 구가 늘지 않았던 가.

자신을 보필하는 사용인 자격으로 이곳에 들인 신녀도 그렇고 혈수마녀 도 그렇고.

원래는 자신의 방에서 지내게 해야할사람들이지만, 방이 좁은 탓에 신녀 는 사용인들의 숙소에서 머무르고 있고, 혈수마녀는 어디서 자는지도 모르

고 있다.

객잔에 방을 잡아주려 했건만, 두 사람 모두 한사코 거절했다.

쓸데 없는 데에 돈 쓸 이유가 없다면서 말이다.

‘안 그래도 마음 쓰였는데,잘됐네.’

청룡각의 숙소는 네다섯 명 정도는 거뜬히 살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두 사람만의 방을 꾸며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입주하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그렇게, 백우진의 청룡각 입주가 결정되었다.

크고, 호화스럽다.

청룡각을 처음 마주한 백우진의 담백한 감상이었다.

격의 차이를 확실히 느끼게 해주겠다는 듯이 외관에 잔뜩 공을 들여놓았 다.

“꼬우면 열심히 해서 들어와라. 뭐 그런 건가.”

치사하게 자는 곳 가지고 그러냐 싶기는 하다만, 이게 나름대로 효과가 있 으니까 계속 써 먹고 있는 걸 테지 .

청룡각에서 일하는 사용인의 인도를 받아 도착한 곳은 건물의 가장 꼭대 기 층이었다.

다른 층에는 대략 열 개 정도의 기숙사가 있다면, 꼭대기에는 고작 네 개 가 전부였다.

“여기는 용의 별호를 지닌 생도님들 중에서도 신룡 분들께만 허락된 곳이 에요.”

그렇단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곳을 신룡전이라 부른단다.

“대단하다, 대단해.”

청룡각 안에서도 또 급을 나누어 놓았을 줄이 야.

용의 자리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높은 자리를 도모하라는 의미 일까.

미리 받은 열쇠로 잠금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 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사정없이 축약하면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듯했 다.

돈지랄.

온갖 고급스러운 것들을 다 때려 넣고, 조화롭게 보일 수 있도록 배치를 신경쓴 느낌.

“방이대체 몇개야….”

이 정도면 신룡조 전원이 함께 살아도 될 정도였다.

“진짜 가능하겠는데 猌 광수랑 장삼을 한 방에 몰아넣으면 ….”

에이, 됐다.

금세 포기했다.

장삼과 구왕수를 안 넣고 여인들만 들이면 형평성에 어긋나고, 그렇다고 두 사람을 집 어넣는 것도 그다지 내 키 지 않는다.

“어디 보자….”

가장 큰 방에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짐을 풀기 시작했다.

보따리 하나에 모든 짐이 들어갈 정도로 양 자체가 많지 않았다.

호화스러운 것들은 거의 없고, 대다수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 다.

명가의 자제치곤 굉장히 소박한 느낌.

“강제적인 소박함이지.”

이 몸에 자신이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가문의 경제적인 지원은 대다수 백무혁에게 향해 있었다.

자신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이 굶어 죽지 말라고 건네주는 수준이 었다.

“지금은 엄청 퍼주지만.”

그것도 다 옛날 얘기 다.

지금은 매달 상당한 액수가 꽂히고 있다.

정확히 그때부터였다.

장보도 쟁 탈전 때문에 집 에 들렀다가 학관으로 복귀 한 이후부터 용돈이 늘었다.

“설마 이런 걸로 내 환심을 사려는 건 아니겠지.”

그런 거라면 큰 오산이다.

자신은 돈 따위에 움직이는 속물이 아니니까.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라면 모를까.”

• • •라고 생 각하기 엔 너무나도 큰 액 수였다, 라고 생 각할 정도라면 마음을 바꿀지도.

“휴,얼추 됐다.”

..

!...

.......

강제적인 소박함 덕분에 정리가 수월했다.

“배고프네.”

백우진은 홀쭉해진 배를 매만지며 방을 나섰다.

청룡각에 입주하게 되면서 얻게 된 작은 기쁨이 하나 있다.

바로 이곳 바로 옆 건물에 청룡각에 거주하는 이들을 위한 식당이 따로 마 련되어있다는것.

“가깝고 좋네.”

터덜거리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익숙한뒤통수가 앞에 어른거렸다.

“광수?”

“감히 누가 내 이름 석 자를 줄여서 …, 헉!”

발끈한 표정 으로 돌아보는 구왕수.

“배,백우진?”

“응, 나야.”

“네,네가 여길 어떻게 … 아, 네 가 신룡이 지, 참.”

궁금한 건 오히려 이쪽이었다.

어째서 구왕수가 성적 우수자들만 입주할 수 있는 청룡각을 자유롭게 돌 아다니고 있을까.

답은 금세 나왔다.

조별 점수로 2등과 압도적인 차이를 벌려놓은 신룡조의 조원이기 때문일 터.

“우리 광수, 좋은데서 살고 있네.”

“하,하하하! 너도드디어 왔구나! 안그래도 언제 오나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그러엄!”

조금 전 발끈한 표정으로 근엄 한 목소리를 내 는 구왕수의 모습이 떠 올랐 다.

아마 여기서는 제법 대우받고 사는 모양이다.

“ 아우.”

기고만장한 구왕수의 모습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구왕수는 광수일 때가 가장 자연스럽 고, 볼 만한데 말이 다!

백우진은 씨익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어디 가냐?”

“바, 밥 먹으러 가는데.”

“어,나돈데.”

“그, 그렇구나.”

밥만큼은 좀 편히 먹고 싶다고 아우성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단순한 착 각이겠지.

“자, 가자!”

“그래….

장난감…, 아니, 식사를 함께할 동료를 손에 넣은 백우진의 발걸음이 한층 더 발랄해졌다.

시 시 각각 기운이 빠져 가는 구왕수의 표정을 즐기 며 청룡각을 나설 때였 다.

반대편에서 익숙한 사내가 이곳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잠시 잊고 있던 장난감이 었다.

“궁수야, 안녕? 오랜만이다!”

잊고 있던 장난감, 남궁수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네놈이 왜…, 아.”

뒤늦게 백우진이 신룡임을 자각한그가 작게 탄식한뒤, 날카롭게 노려보 며 말했다.

“내 이름은수다.한번만더 대 남궁세가를모욕했다간….”

“모욕하면 뭐.”

“큭.

99

차마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고 침음성을 삼키는 남궁수.

몇 번 경험해본 그가 막나가는 인간을 넘어 또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 였다.

백 우진의 조롱은 이 제부터 시 작이 었다.

“그나저나, 우리 궁수. 제법세졌네.”

남궁수 또한 절정에 올라섰다.

기세가매우 안정적인 모습으로보아선 제법 오래 전에 올라선 듯했다.

“그래봤자 우리 광수보다 조금 더 센 정도네.”

그치, 광수야?

숨소리마저 죽인 채 가만히 있던 구왕수에게 두 사람의 시선이 몰렸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현 조장과 이쪽을 향해 매섭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전우두머리.

‘이,이런 젠장!’

그야말로 숨이 막히는 상황.

쯧!”

남궁수가 굉장히 언짢은 표정으로 혀를 차며 시선을 거둬들였다.

“아무리 나를 조롱하려고 해도, 일초지적도 안 될 구왕수 따위와 나를 비 교하려 하다니.”

“흐음….

백우진이 제 턱을 쓰다듬으며 구왕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런 말을 들으면 발끈할 법도 하건만, 눈을 꼭 감은 채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다.

“그렇다는데, 광수야.”

“어,어?”

그의 손가락이 남궁수를 가리켰다.

“쟤좀 제대로 봐봐.”

한층 낮아진 음성.

구왕수는 곧장 느꼈다.

그의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는 것을.

그래서 고분고분 말을 따랐다.

이쪽을 한껏 내려다보고 있는 남궁수의 험악한 시선이 그를 주눅들게 만 들었다.

슬그머 니 시 야가 아래 쪽으로 향하려 할 때.

짜악!

“억 |”

백우진의 매콤한 두 손이 그의 볼을 강제로 붙잡아 시선을 끌어 올렸다.

“광수야, 겁먹지 말고 자세히 봐봐.”

억지로 고정된 시선으로 남궁수를 찬찬히 살핀다.

“뭔가 이상하지 않냐?”

1뭐뭐가…』

이상한 건 지금 네가 나한테 하는 행동이고, 이 자식아!

속으로만 소리 쳤다.

그의 속도 모르고, 백우진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말이다, 광수야. 옛날에 개가 엄청 무서웠어. 나만 보면 미친 듯이 짖 어댔거든.”

그가 자란 고아원에선 개를 한 마리 길렀다.

평소에는 얌전한 녀석인데, 이상하게도 백우진이 근처를 지나갈 때면 도 둑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미친 듯이 짖어댔다.

그 탓에 백우진은 어릴 적에 개를 무서워 했다.

그것은 어른이 되 어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좁은 골목길에서 커다란 개와 마주 친적이 있었다.

처음에는무서워서 뒷걸음질 쳤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이상하더라.”

생 각보다 무섭지 가 않았다.

어릴 적에 생각하는 개의 모습은 자신보다 몇 배는 크고, 사납게 짖을 때 마다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은 그런 녀석이 었는데.

“이제 보니까 짖는 소리 가 콩알만 하고, 크기는 나보다 몇 배는 작더 라고.”

“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애처로운 목소리로 백우진에게 놔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구왕수.

백우진은 그런 그를 더욱 강하게 조이며 말했다.

“자, 한번더 봐봐.”

구왕수의 시선이 마지못해 남궁수에게로 향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느낀 것은 막막함과 막연함이 었다.

자신 또한 동네 에 서 무공 꽤나 잘 배 운다고 소문난 수재 였는데, 남궁수라 는 아득하니 높은 벽을 보고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지 금도 마찬가지 였다.

그는 여전히 자신보다 강한 기세를 뿌리고 있다.

“어.”

이상하다.

옛날에는 전혀 읽을수 없던 남궁수의 기세가.

“왜 느껴지지…?”

읽을수 없었던 상대방의 기세가들여다보이기 시작한것.

그것이 의 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지금의 구왕수와 남궁수 사이의 격차가 옛날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아직도 쟤가 그렇게 무섭냐, 광수야?”

악마가 속삭이는듯한 목소리에 구왕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

그와 동시에 남궁수의 얼굴이 새 빨갛게 물들었다.

그리고 일그러 졌다.

모든 것은 분노로 인한 것이 었다.

“구왕수, 이 배신자놈이 감히…!”

구왕수는 저 표정을 이해하고 있다.

그가 머리 꼭대 기까지 화가 났을 때 짓던 표정 이다.

예전에는저 표정이 드러나면 어딘가로숨거나죽은듯이 뒤에 서 있기 바 빴는데.

“나, 난 배신자아니야.”

이제는 말대꾸를 할 수 있게 되 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네,네 가 날 버린 거잖아. 검룡조에 내 이름을 포함시 키지 않은 건 너였어, 남궁수.”

백우진에게 처참하게 패배한 뒤부터 그의 입지는 좁아질대로 좁아진 상 태였다.

그걸 알면서도그에게 매달렸다.

남궁이라는 성씨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그 믿음을, 가치로부터 배신당했다.

녀석은 알까.

자신을 처참하게 짓밟은 상대에게 지명 당해 조장으로 모셔야만 했던 그 때의 설움을.

그때의 울분이 떠 오르자, 구왕수가 눈을 부릅뜨며 남궁수를 향해 울부짖 었다.

“배신자는오히려 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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