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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귀환기-261화 (262/270)

261화

요소령에게 그동안의 경과를 듣고 천일영은 도현과 소초련을 한쪽 팔에 한 명씩 안아 들었다.

스으으윽.

허공으로 몸을 띄우고 항주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도현과 소초련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능공허도를 쓰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금 하늘을 날아가는 것은 그 정도의 경지가 아니었다.

천일영은 서하린이 마음에 걸려 빠르게 항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천마신교로 가기 전에 한 번 더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천일영의 기감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하지만 워낙에 멀리 떨어진 탓에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없어서 선기를 펼쳐 더 자세하게 항주를 보았다.

순간 천일영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마공의 기운이 있고 하린이의 생명력이 약해지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 확실했다.

천일영은 도현과 소초련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말하지 마라. 혀를 씹을 수도 있으니.”

쐐애애애애액!

천일영의 신형이 쏘아지듯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항주로 들어선 천일영은 별유천지를 향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냈다.

눈 두 번 깜박일 사이에 별유천지 앞까지 날아온 천일영은 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도 벌리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

타다닥.

도현과 소초련을 내려놓은 천일영은 차가운 땅 위에 누워 있는 피투성이의 서하린을 향해서 뛰었다.

“아…… 안 돼! 하린아!”

급히 서하린의 신형을 안아 들었다.

팔이 잘리고 온몸은 난도질당해 있었다.

옆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 가는 무인 하나.

‘서무길!’

마염지가 가장 아끼는 무인이 이곳에 왜 있는가.

하지만 천일영은 빠르게 서하린의 몸에 진기부터 불어 넣기 시작했다.

초월경에 이른 만큼 선기도 엄청난 양을 넣었다.

하지만 서하린은 눈을 뜨지 않았다.

답답한 가슴에서 치미는 다급함에 한탄이 나왔다.

“하린아! 제발 눈을 뜨거라! 부탁이다, 제발!”

계속 진기를 밀어 넣고 있는 가운데 서하린의 몸이 조금 꿈틀거렸다.

이내 눈이 떠지고.

서하린은 눈가가 떨리도록 힘겹게 웃음을 지으며 천일영을 향해 말했다.

“공자님…… 좋아해요…….”

순간.

툭.

서하린의 고개가 무너지듯 옆으로 기울었다.

“하린아!”

천일영은 다시 진기와 선기를 넣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운을 집어넣고 몸을 흔들어도 서하린의 눈은 다시 떠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타다다닥.

누군가가 허공에서 내려왔다.

남궁무애였다.

“공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살문도로 가는 길에 기감에 이상한 게 잡혀서 급히 날아왔는데!”

“젠장! 하린이가!”

천일영은 계속 기운을 집어넣으면서 끊어진 신경을 잇고, 잘린 장기를 연결했다.

신경을 살리고 베인 상처를 아물게 했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천일영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

“제발 정신 차려! 이렇게 가면 어쩌라는 것이냐! 제발, 하린아. 내가 잘못했다. 눈 좀 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서하린을 안아 들고 혹시 등에 생긴 상처 때문에 대답을 못 하나 싶어서 또 상처를 치료했다.

그래도 서하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린아! 제발…… 뭐라고 대답 좀 해 봐라. 부탁이다. 제발 좀…….”

차갑게 식어만 가는 서하린의 신형에 천일영은 속수무책으로 눈물만 흘렸다.

여전히 진기와 선기를 밀어 넣고 있는데 남궁무애가 천일영의 팔을 잡았다.

“공자, 하린 소저는 이미…….”

“됐다.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내가 어떻게 해서든 살릴 거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남궁무애의 팔을 뿌리치고 천일영은 계속 진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이미 천일영도 알고 있었다.

서하린의 심장은 이미 뭉개지고 잘려서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서무길이 죽어 가는 사람에게 검을 계속 휘둘렀기에 심장이라고는 해 봐야 삼 할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외에도 온몸의 내장과 오장육부가 모두 잘려 나갔다.

이래서는 아무리 천일영이라 할지라도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천일영은 계속 진기를 밀어 넣었다.

아침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는데.

다음에 둘이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아무것도 해 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서하린! 눈 떠!”

이제는 체온조차 차갑게 식어 가는 몸을 두고 처절하게 울부짖는 천일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무애가 다시 한번 천일영의 팔을 잡았다.

“이미 하린 소저의 몸에는 남아 있는 피도 없어. 몸을 고친다 해도…….”

“하린아! 으아아아아!”

그제야 천일영은 보았다.

자신이 있는 곳에 깊고 넓은 피 웅덩이가 있는 것을.

전부 서하린의 피였다.

서하린을 부둥켜안은 천일영은 미친 듯이 눈물을 쏟아 냈다.

“하린아, 크흐흐흑.”

그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을까.

혜령과 천이영이 달려왔다.

“하린 소저!”

“언니야!”

혜령이 달려들어 피투성이의 서하린을 안았다.

“언니 왜 이래! 눈 좀 떠봐. 응? 언니야, 우리 삼촌하고 혼례 올려도 되니까? 응? 내가 삼촌이랑 혼례 올리지 않을게. 언니야가 해. 그러니까 제발 눈 좀 떠봐. 응?”

서하린에게 매달린 혜령이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언니야! 내가 다 잘못했어. 말도 잘 듣고 언니야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눈 좀 떠봐. 아까 빨리 가라고 했는데 내가 미적거려서 화가 난 거지? 그래서 지금 장난치는 거지? 언니야? 내가 잘못했어. 엉엉엉.”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혜령을 천이영이 강제로 떼어 냈다.

혜령이 보기에는 너무도 잔혹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천이영도 차가운 땅 위에 누운 서하린으로부터 떠나지를 못했다.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하고 결국은 천이영도 서하린을 안았다.

“바보같이 우리를 살리려고. 하린 소저, 이 은혜를 갚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살았어야지요. 남은 우리는 어찌하라고…… 흐흐흑.”

천이영도 서하린을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서하린의 모습이 너무도 슬퍼 보였다.

그렇게 서하린은 눈을 뜨지 못한 채.

차갑게 식어 가기만 했다.

* * *

남궁무애가 급히 별유천지를 향해서 날아간 이후 현기천이 배에 순풍을 불게 하여 따라온 사람들은 침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자경단의 일을 하다가 급히 달려온 월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오열했고, 금채홍은 실신하여 반 시진이나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백유화도 눈물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백유화는 천일영이 사 오라고 한 것 때문에 억지로 눈물을 감추고 시장에 다녀왔다.

“공자님, 여기에 있습니다.”

“고생했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갈라진 목소리를 내는 천일영이 서하린의 방문을 열었다.

시신이 된 서하린은 이곳으로 옮겨졌다.

“내가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아무도 방문을 열지 못하게 해라.”

“공자님! 저희도 하린이를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안 된다.”

그 말만을 남기고 천일영은 방으로 들어섰다.

온몸이 찢기고 팔까지 잘린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예쁜 서하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고 싶었다.

천일영은 피로 물들고 찢긴 서하린의 옷을 전부 벗겼다.

그리고 물에 적신 천으로 몸을 닦기 시작했다.

온몸의 핏자국을 전부 지워 내는 천일영의 눈에서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래도 천일영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비침이 숨겨진 신발을 신고 다니느라 매번 더러웠던 발을 정성을 다해서 닦아 내고 또 닦아 냈다.

이제는 비침이 달린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니까.

천일영은 하나의 핏자국도 남지 않을 때까지 몸을 닦고 얼굴도 깨끗한 물로 씻어 내렸다.

그리고 난 후 진기의 실을 들어 올려 갈라지고 찢긴 몸을 하나씩 꿰매어 갔다.

등도.

목에 난 상처도.

심장이 있던 곳과 길게 갈라져 속이 보이는 몸의 앞부분도.

반으로 갈라진 팔과 잘린 손목도 이어 붙였다.

전부 상처가 보이지 않도록 깨끗하게 꿰맸다.

천일영은 백유화에게 사 오라고 한 비단옷을 꺼내 들었다.

항주에서 가장 좋은 비단옷이었다.

그것을 서하린에게 입히고, 발에는 버선을 신겼다.

그리고 역시 항주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서하린의 발에 끼워 넣었다.

이제 예쁜 신발 정도는 신어도 될 것 같았다.

조용히 누워만 있는 서하린은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천일영은 서하린의 이마에 입맞춤했다.

“정말로 예쁘구나. 왜 이렇게 예쁜 줄 몰랐을까. 어렸을 때 했던 약속대로 이렇게 예쁘게 자랐으니 너하고 혼례를 올릴 것을 그랬구나. 그랬으면 죽지 않았을 것을. 미안하구나.”

더는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천일영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제 하린이와 인사하거라.”

“흑흑. 네.”

가장 먼저 달려들어 간 것은 월영과 금채홍이었다.

월영은 서하린과 같이 지낸 시간이 길었기에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불과 아침까지만 해도 천마신교에 다녀온다고 인사하러 오지 않았던가.

그랬는데 죽었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금채홍은 자신이 초절정 고수가 되는 바람에 서하린이 천마신교로 돌아가려 했다고 생각해서 말을 못 할 정도로 울기만 했다.

죄책감과 후회만이 마음속을 절규하듯 후벼 팠다.

차경철도 천마신교에서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인지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그뿐일까.

서하린의 깨끗하고 예쁜 모습에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몸을 일으키며 괜찮다고 말할 것만 같았다.

남궁무애는 눈물이 말랐다고 생각했지만, 제법 많은 양의 눈물을 흘렸다.

목숨을 빚진 혜령은 여전히 서하린에게 매달려서 울기만 할 뿐이었고, 천이영은 계속 울음이 터져 나와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건청과 단옥도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두와 인사가 끝나자 천일영은 금강강기를 이용하여 선기로 기막을 만들어 서하린의 몸을 덮었다.

시신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렇게 아프게 죽었으니, 다시는 그 누구도 네 몸에 손대지 못하게 하마.’

조용히 천일영은 서하린의 방문을 닫았다.

이 방은 앞으로도 계속 서하린의 방이었다.

천일영이 죽을 때까지 변치 않을 것이었다.

저벅. 저벅.

천일영은 백유화와 남궁무애를 데리고 옆 건물로 갔다.

그곳에는 서무길이 진기로 만든 실에 묶인 채 있었다.

초절정 고수이자 중원에서 열 번째 고수답게 서무길은 서하린의 독에 당하기는 했어도 쉽사리 죽지는 않았었다.

몸의 혈도를 닫고 피를 느리게 돌게 해서 끈질기게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천일영은 그의 몸에서 독 일부를 빼내고 목숨을 이어 붙였었다.

백유화의 집 지하에 갇혀 있는 그는 천일영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벌벌 떨었다.

“처…… 천마님!”

“그 입 다물어라. 나를 다시 한번 부르는 순간 입부터 찢어 버릴 테니까.”

서무길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중원 제일의 고수이자 역사상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천마.

서무길 그 자신도 무림에서는 열 번째 고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마에게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그 무서운 이름만큼이라 잔혹한 표정을 지은 천일영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방 안으로 내려앉았다.

“어째서 서하린을 죽였느냐.”

“그보다 먼저 약속해 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다 말할 테니!”

“살려 주지. 천마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천마님의 약속을 믿고 말하겠습니다. 서하린을 노린 것은 현 천마이신 패범휘께서 흑뇌마왕 마염지와 함께 내린 명이었습니다.”

“패범휘와 마염지? 그들이 서하린을 노린 이유는 무엇이냐.”

“도현과 소초련을 도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죽이려고 했습니다. 또한 전 독천마왕인 서가흔의 죽음을 캐내려고 했어서…….”

“그런가. 마지막으로 묻지. 이 일은 혈천회도 연관이 있나?”

“혈천회! 그것을 어찌 천마께서 알고…….”

서무길은 마염지와 항상 붙어 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서가흔이 혈천회와 마왕들 사이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전전 천마에게 꾸준히 살심을 더하는 약을 먹인 것도.

또한 혈천회가 전 천마인 천일영을 한때 노렸었고, 그것이 여의치 않자 경계하고 있었다는 것까지.

서무길은 모든 것을 실토하고 서하린의 일을 덧붙였다.

“서하린이 천마님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혈천회의 천자가 흑뇌마왕 마염지께 먼저 제의한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명천마왕 소초련과 독천마왕 서가흔을 제외한 나머지 천마신교 마왕들이 혈천회와 한패였단 말인가.”

“그…… 그렇습니다.”

천일영의 얼굴이 굳었다.

서하린이 죽은 이유가 이런 쓰레기들 때문이었다니.

서가흔이 억울하게 살해당한 이유가 혈천회에서 사주한 것이라니.

뿌득.

천일영의 이가 순간 갈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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