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우리집 (2)
* * *
기척도 없이 갑작스레 나타난 두 사람을 보고선 경계심을 끌어올리고 있을 때.
에이즈 에파치아가 초원에 앉은 채 나를 보며 말했다.
"놀랐니?"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엘리아가 슬며시 팔을 들어 올렸고, 그에 맞추어 내가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찰싹!
엘리아는 에이즈의 등짝을 때렸다.
그러고는 나의 눈치를 살피며 에이즈에게 조그마하게 소리쳤다.
"애가 더 경계하고 있잖아요!"
에이즈는 맞은 등이 얼마나 아픈지 엘리아의 말에 대답조차하지 못한 채 고통에 떨며 등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엘리아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고선 내게 고개를 돌리고 다정하게 말하였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공간은 너무 예쁘지 않니?"
나는 질문에 의도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에 에이즈에게 날린 등짝 스매시가 나에게 올까 두려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공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빈말은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아는 에이즈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너를 위해 이 공간을 에이즈가 만들었단다."
'저 사람이?'
솔직히 겉모습이랑 지금까지 보았던 에이즈에 모습을 떠올려보면 전혀 말이 안 되지만, 두 사람에게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선 납득하기로 했다.
에이즈는 나를 한번 보고는 헛기침을 한 뒤, 나에게 말하였다.
"이 공간은 나와 엘리아가 신혼여행을 갔을 때 보았던 광경이야, 나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거든."
"아.. 예."
나는 일단 대답을 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광경이 문제가 아니라, 집 바닥에 왜 이런 공간이 있는지는 설명 안 해주는 거야?'
내가 그렇게 속으로 당황하고 있을 때 에이즈가 내 궁금증을 해결해 줄 말을 이어나갔다.
"광경도 광경이지만 우리 아들과 한번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었거든."
"이야기요..?"
"그래, 일단 우리 앞에 앉아봐."
나는 이야기를 한번 듣고 싶었기에 시울과 함께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았다.
내가 앉자 엘리아 쪽에서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가까이 앉아주지.."
나는 제대로 못 들었기에 엘리아에게 뭐라 말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에이즈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마."
"에르문 너, 능력을 키우기 싫다고 하지 않았냐?"
"네?"
내가 능력을 키우기 싫다고 했다니.. 무슨 소리야?
에이즈는 내 물음형 대답에 다시 한번 궁금하다는 듯이 말하였다.
"아니, 너 아카데미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능력자 되기 싫다면서 능력을 안 키우겠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지금 보니까, 어느 정도 능력을 키운 거 같은데?"
그 말에 나는 왜 이런 말을 내가 듣고 있는지 깨달았다.
'내가 에르문이 되기 전에 했었던 말인가 보네.'
즉, 능력자가 되기 싫다는 말을 에이즈에게 한 사람은 내가 에르문이 되기 전 에르문이 한말인 거 같았다.
'아니,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라며. 근데 왜 이렇게 신경 써야 하는 게 많은 거야?'
나는 나중에 작가를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반드시 한대 때리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에이즈의 말에 대답했다.
"음.. 막상 아카데미에 들어가 보니 강한 능력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이게 틀린 말이 아닌 게.
'실제로 아카데미에 들어간 사람은 나고, 나는 아카데미에 들어가면서 아카데미의 정점을 노리기로 결심했으니까.'
내 대답을 들은 에이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팔을 뻗어 엘리아도 일으켜 세워주었다.
두 사람이 일어나자 나와 시울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고 에이즈는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에게 말했다.
"솔직히 나와 엘리아는 네가 능력을 키우기 싫다고 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
"너는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와 엘리아는 능력자야. 그것도 높은 등급을 가진 능력자."
역시, 에이즈 에파치아와 엘리아 글레이스는 능력자였다.
"나와 엘리아는 높은 등급에 능력자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일들을 겪어왔어."
"그중에는 마인, 마족과 같은 매우 강한 것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 적도 있으며 사람들을 지키지 못해 슬퍼하던 때도 있었지."
나는 집에서와는 다르게 매우 진지하며 낮은 분위기로 말하는 에이즈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에이즈는 별에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은 많은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에르문, 너는 높은 급의 능력자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존재해."
"그렇기에 불가항력으로 우리가 겪은 일들을 마주치게 되겠지."
"나와 엘리아는 네가 그런 일을 겪고 무너질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런가..
'아까 말했던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 이유가 이건가..'
실제로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한 사람도 있었으며 마인과 마족에게 목숨을 잃은 사람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엘리아가 에이즈에 옆에서 나에게 물었다.
"에이즈의 말을 듣고도 능력자로서 살아나갈 거니?"
나는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 저는 능력자로서 살아나갈 겁니다."
내 대답에 에이즈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목표는?"
".. 정점이요."
내 목표를 들은 에이즈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에이즈가 웃어대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뭐야.. 아무리 터무니없는 목표라지만 이렇게 웃는 건 너무하잖아!'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에이즈는 진정하고 나에게 말했다.
"정점이라.. 꽤 높은 목표네?"
"네.., 그래서 우선은 아카데미에서 정점을 찍을라고요."
"그래?"
에이즈는 살짝 미소를 지었고 옆에 있던 엘리아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하.. 역시 피는 못 속이네."
그리 말하며 엘리아는 다른 손을 옆으로 뻗으며 말했다.
"이리 와, [연정]."
그러더니 어디선가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엘리아의 손에 날아왔다.
확인을 해보니 엘리아의 손에는 검집에 들어가 있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적잖게 당황하고 있을 때 에이즈가 나에게 말했다.
"우선, 너의 목표는 잘 알겠어."
"그런데 정점이란 위치를 찍기까지는 많이 위험하단 말이지?"
"그러니까.. 한번 우리에게 증명해 봐."
"우리가 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말을 끝으로 엘리아의 몸 주변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뿜어져 나오는 마나만으로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도대체 얼마나 강하면 마나가 무섭게 느껴지냐..?'
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에이즈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중해야지?"
그 말을 듣고 다시 집중을 하였을 때, 엘리아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그로인해 얼 타고 있을 때 뭔가가 나의 발목을 쳐내어 내 몸은 앞으로 쏠렸다.
내 몸이 앞으로 쏠릴 때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한 나는 두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그대로 오른발을 올려 찼다.
하지만 타격감은 없었다.
다시 자세를 잡은 나는 시울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고맙다."
"됐고, 우선 집중해라."
방금 전 시울이 꼬리로 내 발을 쳐내지 않아 내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았다면 나는 엘리아가 휘두른 검집에 기절했을 것이다.
실제로 엘리아는 내 뒤에서 검집을 들고 있었다.
나는 지금 상황을 생각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부터 나는 어떠한 이유로든 싸울 것을 느끼고 있었다.
'에이즈는 상대 안 해도 될 거 같네.'
슬쩍 에이즈를 보니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꽤 먼 곳에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자세를 잡으며 엘리아를 바라보자 엘리아는 시울을 가리키고 나를 보며 말했다..
"시울 아니었으면 넌 이미 한번 죽었어."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시울을 대리고 다니는 거예요."
나는 그리 말하며 슬쩍 시울을 보았고 시울은 내 시선을 피했다.
"재수 없군."
"..."
무안해진 나는 엘리아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지금부턴 쉽게 안 당합니다."
나는 그리 말하며 엘리아를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그때 엘리아가 매우 빠르게 검집으로 찌르는듯한 자세를 취하며 내 앞까지 다가왔다.
"[밀칠 배]"
나는 검을 든 손을 옆으로 밀쳐내어 내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는 엘리아에게 공격을 가했다.
"[벨 할]."
나는 거실에서 만든 검을 엘리아를 향해서 휘둘렀다.
탁!
하지만 엘리아는 옆으로 밀쳐진 팔을 그대로 자신 쪽으로 끌고 와 내 검을 자신의 검 손잡이로 막아내었다.
나는 곧바로 몸을 뒤로 내빼며 칼을 휘두를 때 슬쩍 밑으로 던져두었던 부적들을 발동시켰다.
"[폭발 폭]"
나는 몸을 미리 내빼서 타격이 없었지만 엘리아는 바로 앞에서 맞았기에 혹시나 기대를 해보았지만.
멀쩡히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들어낸 엘리아였다.
'하긴, 당할 리가 없지.'
딱 봐도 강해 보이는데 이런 공격에 당했을 거라 생각조차 안 했다.
'그래도 거리는 벌렸네.'
나는 원초적으로 거리를 버리는 싸움을 선호한다.
"[쏠 사] & [번개 전]"
나는 번개를 두른 부적들을 엘리아에게 쏘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부적들은 내가 겨냥한 곳과는 미세하게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아마 능력이겠지.. 하지만!'
어차피 안 맞을 거라 생각한 나는 날아간 부적들에 또 다른 능력을 발현시켰다.
"[늘일 연]"
곧바로 부적들은 길게 늘어졌고 정확하게 엘리아에 피부에 닿는 위치였다.
그렇게 한방 먹였다고 생각할 때.
날아간 부적 전부가 순간적으로 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
나는 뭐가 가른지도 보지 못한 채 떨리는 눈으로 엘리아를 바라보았고 엘리아가 들고 있던 검집에서는 흉흉한 마나가 날뛰고 있었다.
그런 검집을 들고 있는 바닥에 떨어진 부적들을 지르밟고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여자의 피부는 소중하단다?"
그리고 그 미소는 어딘가 무섭게 느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