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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많은 아카데미의 부적술사-59화 (59/62)

〈 59화 〉 Witch of affection (4)

* * *

나는 갑작스레 마나를 내뿜었던 사나가 있던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다 정신을 차리고선 앞에 있는 체이선배의 등을 쳐댔다.

"아! 왜 때려?"

"왜 때리느냐고요? 선배 진짜 이러기에요?"

일부로 마나를 담아 쳐댔기에 아픔을 느낀 체이선배가 뒤를 돌아보며 따져보았지만 내 강력한 시선을 보자 입을 다물었다.

그와 동시에 시선을 돌리는 것을 보니..

"선배, 지금 당황하고 계시죠?"

"윽.."

"하.. 도대체 왜 그러신 거에요? 좀만 침착했으면 됐을 텐데 왜 그렇게 급했던 거에요?"

"..때문..아."

"네?"

체이선배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듯 말해 제대로 듣지 못한 나는 체이 선배가 돌린 방향으로 슬쩍 이동에 체이선배 쪽으로 귀를 기울이며 물었고 곧이어 체이선배가 소리치며 말했다.

"너 때문이잖아!"

"네?"

뭐지,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이게 내 탓이라고? 하?

방금까지 나랑 잘만 놀던 사나를 마녀로 각성시킨 게 누구더라?

나는 최대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체이선배를 바라보았고, 체이선배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나갔다.

요약하자만 사나와 같이 갔던 마을에 있던 사람에게서 사나의 가정사와 사나가 마녀로 취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음.. 그래서요?"

"뭐?"

"그 내용이 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요?"

내 말을 들은 체이선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 다시 한번 들어봐."

"네."

"방금전 내가 해준 이야기로 사나가 마녀란 걸 깨달았지?"

"그렇죠."

"그런데 마녀인 사나가 오두막에서 너랑 단 둘이 있네?"

"네."

"그런데 내가 걱정될까 안될까?"

"..되겠네요."

"그래, 바로 그거야."

생각을 다시 해보니 체이선배는 방학 동안 부모님 대신 나를 보호해주는 신분이다.

그렇기에 마녀와 내가 같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선배가 나를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것.

나는 그런 사실에 내심 감동하며 하나의 질문을 넘겼다.

"선배, 그런데 마을 사람들에 말이 틀렸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런데 사나는 결국 진한 농도의 마나를 내뿜었잖아."

'아니, 그건..!'

체이선배때문에 사나가 바로 앞에 마녀로 각성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속으로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나와 체이선배는 동시에 그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마침 그곳을 향해 뚫려있는 창문을 통해 자욱한 짙은 연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옆에서 체이선배의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방향이야."

"네?"

"저쪽은 내가 갔던 마을 방향이야, 아마도 사나는 저쪽으로 간 거 같네."

"그럼 서두르죠."

시울을 작게 만들어 주머니에 넣은 나와 체이선배는 곧장 오두막을 빠져나와 연기가 발생하고있는 마을로 향했다.

체이는 마나를 이용해 달렸고 나는 [빠를 속]을 이용해 달렸지만, 7급인 체이선배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그 사실을 인지한 체이선배가 내게 말했다.

"먼저 갈 테니 이 길로 쭉 달려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체이 선배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나는 최대한 빠르게 쭉 달려나갔고, 마침내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걸 마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집으로 추정되는 것은 박살 난 채 잔해로 남아있었고, 폭발이 있었는지 연기가 가득했으며, 역겨운 피 냄새가 느껴진다.

나는 마음을 굳게 잡으며 마을 안쪽으로 걸어갔고, 어느 정도 걸어갔을까?

아까 집에서 느꼈던 사나의 마냐와 체이선배의 마나가 충돌하는 것이 느껴져 더욱 빠르게 발을 옮겼고 마침내 볼 수 있었다.

사방에 늘어진 사람들에 시체와 퍼진 피, 그리고 그 사이에 마주 보고 있는 체이선배와 어느 소녀를.

'소녀?'

내가 설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나의 존재를 눈치챈 두 사람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그 중 소녀가 나를 보더니 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빠, 드디어 왔구나?"

방금까지 들었던 목소리였지만, 더욱 성숙하게 변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요즘은 빨리 성장하는구나, 그렇지? 사나야."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포동했던 애교살이 없어지며 얼굴은 귀염성이 떨어지는 대신 성숙함이 올라갔고 허리까지 오는 긴 핑크색 생머리를 가진 사나의 등장을 예상치 못한 건 아니다.

본래 원작에서도 사나가 마녀로 각성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인 반즈와 비슷한 나이로 자랐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사람들의 죽음.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면, 사나의 어머니인 사유 스텔리아가 죽기 전 사나가 마녀로 취급받지 않게 사나에게 있던 생명력을 사람들에게 걸린 각인에 주입했고, 사나가 각인을 발동시킴으로써 사람들이 죽었고, 죽음 때문에 각인이 풀려 흩어져있던 생명력들이 본래 몸으로 돌아와 급격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내가 짧게 원작에 내용을 떠올리고 있을때, 체이선배가 슬쩍 내 옆으로 오며 말했다.

"에르문, 정신 차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으니까. 여긴 B급이 아닌 A급던전이다."

나는 체이선배에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선 생각하던 것들을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현재 상황을 파악했다.

마녀로 각성한 사나는 급으로 치면 6급 극 후반, 하지만 이것 또한 아직 힘을 다루는 게 미숙했기에 그렇지 힘을 온전히 다루기 시작한다면 체이선배와 같은 7급 보스로 간주한다.

그렇기에 승부를 보기 위해선 지금이 적기.

따라서 체이선배도 비교적 약한 지금 바로 사나를 공격하려는 것이다.

나는 사나의 공략법을 알고 있었으나 지금 이 상황이 되고 나니 알고 싶어지는 게 하나가 생겼기에 우선 체이선배와 같이 공략하기로 생각했다.

그렇게 내가 부적을 꺼내며 시울을 원래 크기로 돌려놓고 체이선배가 트럼프카드를 꺼내자, 사나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오빠도 그렇게 나오는 거군요. 하는 수 없네요, 여기서 그냥 방해꾼을 치운 뒤 오빠를 가져야겠어요."

그 말과 함께 사나가 손을 한번 휘두르자 허공에서 사나의 머리카락색과 같은 분홍색 지팡이가 생겨났고 사나는 그 지팡이를 잡음과 동시에 체이선배와 사나가 능력을 발동시켰다.

"[스프레드]"

"[블링크]"

체이선배의 트럼프카드들이 사나 쪽으로 퍼짐과 동시에 사나는 우리에게서 꽤 멀리 떨어진 나무 위로 이동해있었다, 하지만 이를 보고선 체이선배가 뻔하다는 듯 말했다.

"마녀가 된 지 별로 안돼서 그런가? 뻔하네. [탑 샷]"

그와 동시에 사나가 재빠르게 몸을 틀었지만, 늦었다.

[스프레드]를 발동했을 때 몇 장의 카드는 사나 쪽이 아닌 사나가 후에 [블링크]로 이동할만한 곳에 날렸기에 [탑 샷]을 산아는 피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사나가 재빠르게 몸을 틀어 카드들이 몸을 꿰뚫는 것이 아닌 팔과 다리를 베고 지나가기만 했다.

하지만 체이선배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탑 샷]을 날린 카드들을 곧바로 정지시킨 뒤 [조커­Black]으로 대낫을 소환한 뒤, [조커의 손장난]을 발동한뒤, 대낫을 휘둘러 사나 주변에 있던 카드에서 대낫이 튀어나와 사나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는 데까지 단 1.3초.

보통에 사람들이라면 반격도 못할 연계기였지만, 사나는 위험한 공격이 올 줄 알았다는 듯이 곧바로 [블링크]를 사용하여 빠져나왔지만, 사나가 실수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나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쏠 사] & [번개 전]"

비록 사나가 이동할 곳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시울의 예민한 귀로 사나가 이동한 곳을 곧바로 전달받았고, 번개속성까지 붙어 매우 빠른 부적을 사나에게 날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4급 극 후반.

사나는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능력을 발동시켰다.

"[소한­Knight]"

능력을 발동시키자 허공에서 포탈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흑색갑옷을 입은 기사 하나가 걸어나왔고, 기사는 곧바로 자세를 잡은 뒤,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으며 내 부적들을 전부 베어버렸다.

잔움직임이 없는 깔끔한 베기.

베는 순간 검에 담긴 예리한 마나.

이것만으로 기사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놀기만 한 것이 아니다.

나는 베어져 버려 두 동강 나버린 부적들을 보며 말했다.

"[무너질 붕]"

그러자 바닥에 떨어진 부적을 기준으로 땅이 흔들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은 내가 수련회가 지난 뒤에 깨달은 것인데, 실력상승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반즈와에 연습대련에서 두 동강이 난 부적들에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그 이상으로 베어지면 능력이 사용 안 되지만 말이다.

어쨋든, 다시 상황으로 돌아와서,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은 기사의 자세를 잠시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고, 체이선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스페이드 A]"

기사를 향해 트럼프카드인 [스페이드 A]가 쏘아졌고 기사는 흔들리는 땅에서 점프한 뒤, 허공에서 검을 뽑으며 [스페이드 A]를 받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체이선배의 [스페이드 A]가 기사의 검에 균열을 일으키자 사나가 곧바로 또 다른 능력을 발동시켰다.

"[소환­Guardian]"

그러자 기사가 나왔을 때와 같이 허공에서 포탈이 생겼으며 곧바로 큰 덩치에 흑색갑옷을 입은 수호병 나왔고, 사나가 [교환]이라 말함과 동시에 기사가 있던 곳에 수호병이 나타나 대방패로 체이의 [스페이드 A]를 깔끔하게 막아내었다.

수호병이 체이의 [스페이드 A]를 막아내자 사나는 연이어 능력을 발동시켰다.

"[소환­Archer]"

"[소환­Priest]"

"[소환­Assassin]"

"[소환­Wizard]"

그렇게 흑색갑옷을 입은 궁수, 사제, 암살자, 마법사가 차례로 소환되었고, 그러자 사나의 머리에는 삐뚤어지게 씌인 왕관 하나가 생겼다.

그리고 사나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쓸어버려 주세요, 내 가족들이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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