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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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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들.
대충 어림잡아 15층 아파트 정도의 높이다.
두꺼운 밑동의 둘레는 상식을 한참은 벗어났다.
빛이라곤 이파리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몇 가닥이 전부.
“어둡구만. 그리고 습해”
초목 썩는 냄새와 습한 기운 덕에 불쾌지수는 최대치.
이 끈적한 우림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강우용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온 몸이 거미줄에 칭칭 감겨있었으니까.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꼴이 마치 굼벵이와 같다.
이윽고 한바탕 바람이 불자 방사형으로 넓게 뻗어있는 그물이 위아래로 너울거렸다.
“우...우욱…”
멀미가 났다.
힐끔 아래쪽을 흘겨보자 아까 떨어뜨린 배낭이 쥐좆만하게 보였다.
‘떨어지면 즉사다’
당장이라도 오줌을 지릴 것 같잖아.
스스스스
딴짓 좀 했다고몸통 위에서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기♡ 집중 안할 거야?”
아라크네.
인간의 상반신과 거미의 하반신으로 이루어진 이계의 마물이다.
분명 오늘이 초면이지만 꽤나 남사스런 호칭으로 우용을 부르는 그녀였다.
“하하하..”
그녀의 거대한 그림자아래서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라? 아직도 웃음이 나오네. 자기는 내가 무섭지 않은가봐?”
“글쎄.. 잘 모르겠다. 오히려 아름답다고 생각해”
“어머어머…자기, 진심?”
살기 위한 수준 낮은 아부에 볼을 붉히는 아라크네.
괴수 같은 하체와 대비되는 가녀린 상반신을 배배 꼰다.
“그런 점 정말 좋아♡ 지레 겁먹고 오줌보 터뜨리는 애들이 대부분이거든. 딱히 나쁜 짓 안 하는데 말야…”
그야 이제는 익숙하다.
물론 처음에야 벌벌 떨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계에 온 지도 어느덧 5년 차.
이제는 아무리 기이하고 무서운 작자들을 마주쳐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착정 당하면 지리긴 하겠네’
오히려 마냥 징그럽기보다 상반신의 미모에 집중하게 되었달까.
여유롭다 못해 되레 호기심 마저 들었으니 어쩌면 그냥 정신이 나간 걸 수도 있겠다.
하긴, 오래간 이세계 생활을 하다 보니 무리도 아니다.
“우음…여기서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발길이 드문 동굴이 있어. 거기에 우리 둘만의 집을 짓자. 사냥은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되겠네. 아이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잔뜩잔뜩 하자♡”
게걸스럽게 입맛을 다시며 거침없이 신혼 계획을 늘어놓는 그녀.
고상하고 아리따운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천박한 행색이다.
“보통 그런 건 먼저 서로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용은 그녀가 무안하지 않도록 최대한 태연한 척 답했다.
“어째서 그렇게 남편을 원하는 거야?”
“흐응.. 그런 게 궁금했어?
그녀가 수줍은 듯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우리 마물들이 얼마나 사랑을 고파하는지. 당신은 몰라”
사랑이라...
의미가 분명한 짧고 간결한 대답.
나쁘지 않다.
"단순하네. 요컨대 죽이진 않는다는 건가”
“에엑! 미쳤어? 남자가 얼마나 귀한데!?”
그녀의 오두방정에 절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구. 그럼 어디…”
그녀가 8개의 다리를 삐걱거리며 허리를 낮춰 우용의 눈을 응시했다.
손가락 끝이 가슴을 타고 내려가 이미 단단하게 피가 쏠려있는 자지를 훑었다.
"어머머..여긴 벌써 의욕 만땅이잖아♡ 날 보고 이렇게 된 거야? 기뻐라.."
발기한 성기 모양대로 윤곽이 잡혀 있다.
모양새가 너무 노골적이라 아무래도 조금 부끄럽다.
“터질 거 같아 우후훗♡ 이러다 실도 뚫고 나오겠어”
“크윽..”
이윽고 그녀가 우용의 고간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흐움…우흡…하…게다가 이 진득한 동정 냄새♡"
"어, 어이.."
"정말이지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인 걸"
거대한 엉덩이를 뒤로 내뺀 채 얼굴을 두 다리 사이에 파묻고 있는 꼴.
처음의 계획대로 천천히 애태우려 했으나, 정작 본인이 참을 수 없게 되었는지 성급하게 굴기 시작하는 아라크네였다.
“...더는 못참겠어. 슬슬 풀어줄게?”
그녀가 반쯤 넋을 놓은 표정으로 실뭉치 위를 부드럽게 핥자 침자국의 자취를 따라 실들이 맥없이 갈라졌다.
“거기만 풀어주는 거야?”
“당연하지. 도망가면 어쩌려구. 기껏 남편감을 찾았는데 허무하게 놓칠 순 없지”
“하하..내가 이 높은 곳에서 무슨 수로 도망쳐”
우용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녀가 능숙한 발놀림으로 엉켜있는 나머지 부분을 걷어냈다.
“어라라. 엄청난 크기… 멋져♡”
이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내는 남성기에 아라크네가 양손으로 볼따구를 감싸며 거대한 거미 엉덩이를 씰룩였다.
“자기야. 아라크네는 구멍이 하나 더 있는 거 알아?”
그녀가 검지로 육봉을 쿡쿡 찌르며 말을 이어갔다.
“실젖이라고 실을 짜는 부분이 따로 있거든”
“호오…”
“어떨거 같아?”
어떨거 같냐니.
“잘 모르겠는데…”
“정답은 엄청 쓰라리다! 입니다~”
“뭐, 뭣?”
예기치 못한 답에 당황스러워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푸핫! 놀란 표정 좀 봐~”
그야 고자 되는 건 사양이다.
우용의 심각한 표정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꺄르륵 거리는 그녀.
“걱정하지 마 우리 쟈기”
그녀가 자신의 입가에 묻은 타액을 손으로 훑어냈다.
검지와 엄지를 붙였다 떼며 늘어나는 실타래를 장난스럽게 가지고 놀다 보란 듯 우용의 눈앞에 가져다 댄다.
“내 침은 거미줄을 녹일 수 있어. 방금 봤지?”
확실히.
그녀가 핥은 부분은 속박이 풀려났었지.
“독성의 일종이야. 인간에게는 해롭지 않으니 걱정 마. 아무튼…흥분하면 말야. 으훗…아래로도 침과 비슷한 성분의 액체가 흘러나오거든”
아라크네가 서슴없이 몸을 돌려 실이 나오는 구멍을 보여주었다.
구멍은 음부와는 거리가 좀 떨어진, 통통한 엉덩이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었다.
어째선지 비좁은 구멍으로부터 게거품 같은 게 흘러내렸다.
“이..이렇게 체내의 실들이 녹으면서…굉장히 찐득찐득한..기분좋은 구멍이 된다구?”
우용이 잘 관찰할 수 있도록 그녀가 엉덩이를 들이대며 이리저리 조정한다.
이내 비좁은 틈 너머로 훤히 드러나는 구멍의 내부.
실들이 허물어지다 못해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보였다.
어떠한 화학 작용이 일어난 듯 실샘으로부터 희뿌연 증기와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뭐랄까. 굉장하네”
“그치? 거미만 갖고 있는 특수 보지야♡”
한 마디로 특산품이라는 것인가.
저 난잡한 구멍에 넣으면 어떤 느낌일까.
쉽사리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자기야♡ 이제 슬슬 본게임에 들어갈까?”
머리카락을 귀 쪽으로 넘기며 고혹적인 입술을 게걸스럽게 훑는다.
다시 봐도 고풍스러운 외모와 전혀 매칭이 되지 않는 천박함이다.
와중에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리들이 우용의 분신을 붙잡아 방적 돌기(실젖)에 겨냥했다.
“자아..어서오세요~ 거미 특수 보지에♡”
뜨거운 증기가 부드럽게 귀두를 감쌌다.
주체할 수 없는 욕정이 두뇌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미지의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기 바로 직전.
우용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르헨. 당장 도망가. 살고 싶다면”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녀의 눈초리.
"에... 왜 그래?"
"우린 교미할 수 없어. 여기, 주술이 걸려있거든"
우용이 자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그녀의 표정이 일순간 돌변했다.
살기 가득한 눈빛.
방금 전의 소녀스러운 몸짓은 온데간데없다.
곧이어 허둥지둥 몸을 멀리하며 목소릴 높였다.
“역시 미끼였구나! 이런 깊숙한 곳에 혼자서 버섯을 캐러 올 때부터 의심은 했지만! 그래서 아까 전부 확인했는데! 전부 확인했는데!!”
아라크네의 신중함은 대단했다.
우용을 묶어둔 채 긴장을 풀지 않고 무려 네 시간이나 주변을 정찰할 정도로.
끝까지 대상을 관찰하고 충분히 의심했다.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나빴다.
우용과 함께 하는 파트너의 계급은 '만인장'이었으니까.
일반적인 마물이 상대할 수 있는 사냥꾼이 아니다.
“목소리를 낮춰. 사냥꾼이 올 거야. 살고 싶으면 빨리 벗어나라고..”
마음 같아선 소리를 내지르며 닦달하고 싶었지만 섣불리 언성을 높일 순 없었다.
큰 목소리는 곧 급박한 구출 신호였으니, 잠복해 있는 사냥꾼을 더욱 빨리 부를 뿐이다.
“아아..이건 거짓말이야. 애초에 이런 높은 곳을 무슨 수로 올라와? 자기야. 그냥 내가 싫다고 말해! 응? 어줍잖은 거짓말하지말구!”
그녀가 절망스럽게 머리카락을 쥐어싸고 다리를 떨었다.
분주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신 사납다.
“너무 소란스러워.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난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줘. 그렇게 싫으면… 응? 내가 풀어줄 테니까. 내가 괴물같아서 싫은거지?”
울먹거리는 구슬픈 목소리.
“제발. 마르헨. 내 말을 들어 마르..”
일순간이었다.
매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동시에,
무언가가 번쩍이는 곡선을 그리며 그녀의 목을 지나갔다.
불필요한 움직임 하나 없는 완벽한 일도.
물결치듯 부드러운 칼선이었다.
“아아…”
떨어져 나간 그녀의 목이 그물 위로 나동그라졌다.
죽기 직전의 표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눈이 마주칠까 서둘러 고갤 돌렸다.
터억
이윽고 맥 없이 주저앉은 거미 몸통이 우용의 몸 위로 허물어지며 쓰러졌다.
묵직한 충격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수고 많았다 강우용”
“…레이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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